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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훔친 남자
양지윤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10월
평점 :
처음 만나는 작가다. 지금까지 출간된 책은 두 권이다.
특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평범한 사람들이자 독특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이들을 “바로 나이기도 하니까”라고 말한다.
또 눈치 빠른 독자들이라면 소설집 속 인물들의 이름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글을 읽고 내가 눈치 빠른 독자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뛰어난 가독성을 가지고 있고, 기묘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간 듯한 느낌도 들지만 재밌다.
모두 여덟 편이 담긴 단편 소설집이다.
표제작 <나무를 훔친 남자>부터 나의 시선을 강하게 끌었다.
회사의 나무 화분을 훔친 남자 이야기인데 왠지 모르게 회사 화분이 떠올랐다.
이 남자의 회사처럼 나무는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시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남자가 나무에 집착한 것은 퇴사하는 과장이 던진 말 때문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마지막 회사의 대처가 머릿속에 맴돈다.
<알리바바 제과점>은 보석 쿠키와 인간의 탐욕을 극단적으로 다룬다.
동네 평범한 제과점을 전국 유명 제과점으로 만든 보석 쿠키.
이 비법을 자신만 간직하고 직원들에게는 한 가지 보석 쿠키만 만들게 하는 파티시에.
결원으로 뽑은 한 명이 보여준 놀랍도록 매혹적이고 사실적인 쿠키.
맛보다 쿠키의 외형에 끌린 사람들과 돈에만 집착하는 사장.
예상 가능한 마무리이지만 그 이후는 어떨지 궁금하다.
<우리 시대의 아트>는 한 길거리 예술가의 삶을 보여준다.
그는 유명한 거리 예술가 뱅크시를 따라하지만 다른 의미의 뱅크럽시로 불린다.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은 그의 그림을 외국인이 눈여겨보면서 상황이 바뀐다.
승승장구하지만 그에게는 맞지 않고, 한국 거리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이 과정을 옆에서 같이 본 소매치기 화자의 이야기는 이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예술, 유명세, 사람의 본모습 등이 잘 엮여 있고, 뱅크럽시의 삶에 고개를 끄덕인다.
<롤라>는 기묘한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세 명이 경험한 기이한 이야기와 마지막 상황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자세한 설명이 생략된 이야기들과 이 기묘한 만남.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생략된 느낌이다.
<박수 치는 남자>는 제목 그대로 박수 치는 남자 이야기다.
박수를 쳐야 할 때 친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친다.
당연히 분위기 상 치지 말아야 하는 순간조차도 박수를 친다.
이 남자의 인생을 담담하게 보여주는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도 적지 않다.
노년의 남자가 친 박수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줄 때 예상 외의 여운을 느낀다.
<수조 속에 든 여자>에서 실제 수조 속에 들어가 살아가는 인물은 남자다.
그는 길을 가다 우연히 수조 속에 있는 여자를 본다.
그녀의 요청에 따라 수조 속에 들어가는데 의외로 아늑하다.
그리고 여자가 수조를 잠근 후 수조와 남자를 자신의 집으로 가져간다.
이때부터 기묘한 동거가 이어지고, 애완동물처럼 변한 남자의 삶이 흘러나온다.
읽으면서 수조와 관의 이미지가 겹쳤고, 상상력은 딴 곳으로 튀었다.
<진실의 끄트머리에서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책과 사랑의 감정에 대한 것이다.
책 읽는 여성에 관심이 있는 남자, 그 여자가 떠나면서 남긴 책.
정식 출간본이 아닌 개인 출간인 책과 그 여자를 그리워하는 남자.
그 책을 사고 싶다고 말하는 탐정이라는 남자. 그 뒤에 숨겨진 다른 이야기들.
꼬리를 무는 이야기 구조가 상황을 알 수 없게 하고, 인연은 어디로 이어질지 모른다.
<인류의 업적>은 고전 SF소설 한 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인류가 영적 존재로 바뀐 알 수 없는 세계 이야기를 풀어낸다.
차별과 계급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남녀 구분이 있고 아이를 낳는 것은 왜일까?
이 기묘한 세계 속에서 소년이 방황하고 모험하는 이야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마지막에 살짝 남긴 여운은 새로운 가능성과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