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문병욱 지음 / 북오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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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오컬트 호러 소설이다.

이 소설의 초반부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서늘하게 다가왔다.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하지 못하게 된 PD 진선이 재개발 관련 다큐멘터리 사전 조사를 할 때부터다.

재개발 예정지라고 하지만 아이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힘이 없고, 배척하는 듯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감도는 중 우연히 마주한 지희.

이때부터 진선의 주변을 맴도는 이상한 기운과 행동들.

사전 조사를 위해 온 이 마을의 이상한 분위기에 끌려 다시 온 진선.

그리고 지희에게 받은 이상한 분위기의 사진 한 장.

저주의 손길이 점점 다가오고,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공포를 자아낸다.


이 공포감은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힘이 조금씩 빠진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사연을 풀어내면서 더욱 약해진다.

지희의 가정사가 흘러나오고, 불행했던 사고들이 하나씩 펼쳐진다.

지독한 산후우울증과 독박 육아의 힘겨움 속에 첫째 딸을 잃어버린다.

조금씩 뒤틀린 삶은 점점 더 틈새를 벌리고 상황은 더 악화된다.

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 아이들이 딸 영분을 왕따시키고 죽음으로 몰아간다.

딸 둘을 모두 읽은 지희의 마음 속에는 복수와 분노만이 가득하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는 지희에게 저주술을 알려주는 무속인의 등장이다.

읽으면서 무속인은 왜 이 저주술을 알려주었을까? 하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큰돈이 목적이라면 지희는 없다. 권력도 없다. 저주의 강화라면 그 내용이 없다.


단순히 지희의 가정사만 다루지 않고 진선의 과거도 교차시킨다.

진선의 학창 시절을 조금씩 삽입해 둘을 엮으려고 한다.

둘을 엮기 위한 저주의 힘은 보이지 않는다. 못 찾은 것일까?

PD의 감과 이상한 죽음 때문에 진선의 조사는 더 진행된다.

하지만 이 조사가 저주가 갈 곳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저주술의 피해자였지만 완전히 망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진선을 통해 이어진 것이다.

영상으로 표현한다면 상당히 잔혹하고 무서운 장면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까지 읽고 이 공포감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상당히 기대했다.

이 긴장감과 공포를 계속 유지한다면 정말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딸을 잃고, 남편마저 떠난 엄마의 분노, 광기, 복수심은 이해할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해소해야만 한다.

저주술은 이 감정을 풀어내기 가장 좋은 것이다.

실제 이 저주술이 얼마나 많은 이 동네 아이들을 죽음 등으로 몰아갔는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왜 한 번도 마을 사람들이 지희를 찾아가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아이들이 공포에 질리고, 자해하고, 죽어가는 과정에 영분의 이름이 나왔을 텐데.

그리고 이 소설의 매력 중 하나인 복수의 결과는 잔인하고 서늘하다.

이 뒤틀린 모성애가 만들어낸 저주는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아 더 무섭다.

하지만 이 부분이 그 서늘함이 빨리 사그라지게 한다. 아쉬운 부분이다.

공포감을 자아내는 부분은 탁월하지만 전체적인 부분에서 힘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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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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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 2권이다.

전면 개정판 이전 제목은 <99번째 주검>이었다.

전편이 다른 지역에 가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해결했다면 이번에는 수도원이 있는 도시가 배경이다.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사이에 있었던 왕위를 둘러싼 전쟁이 시대 배경이다.

이 책까지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처음 읽는 듯하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역사를 몰라도 그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다.

전편에서 이미 문장과 섬세한 묘사 등으로 이전에 몰랐던 재미를 발견한 것처럼 이번에도 그랬다.

지도를 펼쳐두고 읽는다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미련한 나는 그것을 몰랐다.


캐드펠 수사에게 조수가 한 명 온다. 그런데 여자다.

경험 많고 눈치 빠른 캐드펠 수사이기에 그 허점을 바로 알아챈 것이다.

이 여성은 슈루즈베리 성에서 모드 황후 편에 선 애더니의 외동딸 고디스다.

스티븐 왕은 슈루즈베리를 무너트린 후 적장들을 모두 사로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중요 귀족들이 함락 직후 성밖으로 달아난 상태다.

만약 고디스를 사로잡는다면 적장과의 전투를 막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고디스의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고디스의 정체를 모르는 수사들의 손에 의해 일손이 필요한 캐드펠에게 온 것이다.

고디스에게는 행운이고, 캐드펠에게는 새로운 미션이 떨어진 것과 다름이 없다.


스티븐 왕은 슈루즈베리 성 탈환한 후 약탈을 금지시켰지만 생존 병사들은 모두 죽였다.

보통 전쟁이 끝나고 항복한 병사들은 살려두는 전례를 깨트린 것이다.

이때 죽은 병사의 숫자는 모두 98명이다.

이 시체들이 쌓여 있으면 문제가 되니 수도원에서 장례를 치르려고 한다.

이 일의 적임자로 십자군 원정을 다녀온 캐드펠 수사가 정해진다.

캐드펠은 먼저 시신들을 한 곳에 모아 숫자를 세고, 흉한 모습을 정리한다.

그런데 시체 수가 98구가 아니라 99구다. 한 구 더 있다.

문제는 이 시체의 상태가 다른 시체와 다르다는 것이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신실한 수도사는 이것을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이 시체의 정체를 찾아내는 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누가 왜 이 사람을 죽인 것일까?

여기에 고디스 주변을 맴돌면서 관찰하는 고디스의 전 약혼자 휴 베링어가 있다.

이때부터 캐드펠과 베링어의 은밀하고 지속적인 둘의 대결이 펼쳐진다.

고디스를 몰래 아버지의 품으로 보내려는 캐드펠에게 베링어는 손밑의 가시 같다.

혹시 베링어가 고디스의 정체를 아는 것는 아닐까?

고디스가 실수로 자신이 여성이란 것을 드러내지 않을까?

이 은밀한 관찰자가 언제 캐드펠 일행을 압박하고 문제를 일으킬까?

긴장감이 고조되고, 예상외의 상황들이 계속 일어난다.


개정판으로 바뀌면서 몇 가지 눈에 뛰는 변화가 있다.

하나는 목차에서 소제목이 모두 빠졌다.

문장이 다듬어진 것과 함께 베링어, 얼라인 등의 주요 인물 이름 표기가 바뀌었다.

이전에는 버링가, 앨린 등이었다. 개인적으로 이전 이름이 부르기 더 쉽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책이 주는 재미다.

개인적으로 전편보다 더 재밌고, 볼거리도 훨씬 많다.

속고, 속이고, 앞을 내다보고 미리 수를 두는 두뇌 대결도 흥미롭다.

고 물만두님의 글에 의하면 버링가가 자주 등장할 것 같은데 반가운 일이다.

화려하거나 잔인하지 않지만 느린 듯하나 밀도 있는 미스터리가 주는 재미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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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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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 1권이다. 개정판이다.

단순히 표지만 교체한 것이 아니라 문장 등도 수정했다.

이전 판본의 제목은 <성녀의 유골>이었다.

이 책은 예전에 한 번 읽은 적이 있다. 다시 읽는데 느낌이 달랐다.

이전보다 느린 속도로 문장을 읽다 보니 새로운 재미가 눈에 들어온다.

솔직히 몇 권까지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당시는 내 취향과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다시 읽으면서 내가 놓친 것들과 변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시대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사건 앞에 나서지 않으면서 해결하는 모습이 아주 멋지다.

교묘하게 깔아둔 설정과 미스터리의 해결 장면은 다른 의미에서 기발하다.


12세기 영국 슈롭셔주 슈루즈베리의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시작한다.

노수사 캐드펠은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던 전직 군인 출신이지만 허브밭과 약제실을 책임진다.

성유물이 없는 수도원에 성유물을 가져오길 로버트 부수도원장과 콤룸바누스 수사가 바란다.

신앙에 대한 집착이자 수도원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웨일스 귀더린에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이 있는데 콜룸바누스 수사가 계시를 받았다.

성녀의 계시와 부수도원장의 욕망 등이 섞여 성녀의 유골을 가지러 귀더린에 간다.

이때 웨일스어를 아는 캐드펠이 통역으로, 존 수사는 잡역 역할로 일행에 끼어든다.

모두 여성 명의 수사들이 성녀의 유골을 안전하게 가져오기 위해 떠났다.

그리고 처음 예상한 것과 다른 저항에 부딪치고 예상하지 못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부수도원장이 사전 작업을 하고 갔지만 예상하지 못한 저항에 부딪친다.

마을 지주 리샤르트가 날카롭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거절 의사를 밝힌다.

부수도원장은 돈으로 그를 매수하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그 지역에 대한 정보와 이해 부족 때문이자 오만함 한몫 했다.

리샤르트의 딸 쇼네드는 이방인 엥겔라드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리샤르트는 마을의 다른 영주 아들 페레디르와 결혼시키고 싶어한다.

이들이 오기 전까지 사실 마을 사람들은 위니프리스 성녀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이 모든 상황에서 캐드펠 수사는 어떤 의견도 내놓지 않고 통역자이자 관찰자로 머문다.

자신만의 시간이 되면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나눈다.


귀더린 사람들은 성녀의 유골을 성대하게 모시지도 잘 관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잉글랜드 수사들이 나타나 성녀의 유골을 가져간다고 했을 때 거부한다.

이 거부는 약탈자에 대한 저항이자 논리적인 거부다.

이후 협의를 하기 위해 집을 떠난 리샤르트가 죽은 채 발견되면서 문제가 커진다.

리샤르트의 몸에 꽃혀 있는 화살이 엥겔라드의 것으로 확인되면서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가장 강력한 유력자 여섯 명의 수사는 서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다.

쇼네드와의 관계 때문에 서로 다툰 모습을 보여준 엥겔라드가 가장 강력한 용의자다.

엥겔라드를 가둔 후 사건을 해결하려는 부수도원장, 도망치려는 엥겔라드.

엥겔라드의 탈출을 도운 존 수사, 존 수사는 이 도움 때문에 갇힌다.


시체를 발견하고 시체를 관찰하고 조사하는 캐드펠 수사는 법의학자와 닮아 있다.

첫 현장에서 받은 인상과 나중에 다시 시체를 조사하면서 새로운 단서를 발견한다.

캐드펠 수사는 직관적으로 사람과 상황을 관찰하면서 범위를 좁혀간다.

범인을 잡기 위해 주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단서를 발견한다.

이 단서를 기반으로 범인이 자백하게 하는 설정을 만든다.

작가는 이 과정을 느리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게 하나씩 풀어간다.

그 시대 사람들과 달리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많은 것을 경험한 그는 그들과 달랐다.

이 다름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그를 명탐정으로 만든다.

유연한 사고 방식과 신과 인간에 대한 그의 접근방식은 예상하지 못한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번에 다시 한 권씩 읽으면서 이 매력적인 시리즈의 재미를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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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가 되고 싶어 - 소중하니까, 열렬하게 덕질하는 10대의 네 가지 이야기
범유진 외 지음 / 북오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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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의 덕질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히 덕질만 파고들지 않고, 그들의 열정과 사랑과 문제점을 하나씩 연결시켰다.

많지 않은 분량이라 생각보다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들과 관심을 둔 작가들이 함께 참여한 단편집이다.

처음 제목에 끌린 이유 중 하나가 ‘최애’인데 왜 이렇게 낯익은 지 서점에서 알게 되었다.

바로 최근 유명한 <최애의 아이> 때문이다. 한 번도 읽은 적 없는 만화다.

그리고 단편 네 편은 모두 예상한 것과 다른 결말로 이어졌다.

읽고 난 후 그 시절 내가 가장 사랑했던 것들이 지금도 가장 사랑하는 것임을 다시 알게 되었다.


범유진의 <최애가 되고 싶어>는 왕따와 덕질을 엮었다.

가희는 애니 속 주인공 장하리처럼 멋진 마법소녀가 되고 싶은 중학생이다.

초등학교의 소심한 자신이 다른 중학생으로 변하고 싶어 집과 떨어진 학교를 1지망으로 적었다.

새로운 학교에서 그녀는 인싸 아이들과 함께 재밌게 학교 생활을 한다.

그러다 자신에게 밥을 먹자고 한 친구의 취미를 알게 되면서 상황이 조금씩 바뀐다.

장하리를 생각하면서도 행동은 장하리처럼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의 유일한 취미 생활인 코스튬플레이와 장하리의 펜던트.

친구를 놀리기 위한 계획에 참여하지만 마음이 불편한 나.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펼쳐진다.


정재희의 <흑마법인 줄 몰랐어>는 고양이 학대와 덕질을 엮었다.

주인공은 유튜브로 자신의 덕질을 방송한다.

자신의 아지트가 있는 곳에서 고양이들의 사체가 계속 발견된다.

반친구들이 산에 들어와 길냥이들을 학대하고 죽이는 것을 알게 된다.

학교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일정 거리를 두고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유튜브가 알려지고, 오해가 쌓이면서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고양이 학대가 공동의 적을 만들면서 친구들과 뭉치게 된다.

자신의 덕질이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이란 기대와 함께.

마지막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예상을 벗어났고, 살짝 다음 이야기도 궁금하다.


최형심의 <그림자의 집>은 덕질과 과거의 아픔을 엮었다.

미성년자에 위탁가정에 머무는 나는 폐가 탐방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한다.

화자가 그곳에 가입한 이유는 기억 속 집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재개발될 동네에 갔다가 홀로 이상한 경험을 한다.

이세계 같은 곳에 떨어져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서 기억의 조각들을 만난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자, 어두운 기억들을 내려 놓고 돌아온다.

이 과정에 자신이 어떤 삶을 경험했는지 조금씩 흘러나온다.

분량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은 세계가 조금씩 집중력을 깨트린다.

마지막 장면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데 왠지 슬프다.


임하곤의 <시네필 능력 대결>은 덕질과 친구를 엮었다.

이 단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덕질도 스펙’이란 세찬의 부모님 말씀이다.

개인적으로 덕질은 좋아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물론 나의 덕질과 취향이 시대와 맞지 않은 부분이 많다.

세찬은 친구 유빈의 드라마, 예능 이야기가 괜히 거슬린다.

자신은 독야청청하고, 바쁘게 학원을 다니는 학생으로 포장했다.

유빈과의 대화 속에 영화 이야기가 나오는데 왠지 익숙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감상을 그래도 읊은 것이다.

이 아는 척 때문에 대결이 펼쳐지는데 그 ‘척’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한때 열심히 덕질했던 영화 이야기가 나와 반가웠고, 그 시절의 내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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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성스러운 FoP 포비든 플래닛 시리즈 1
김보영 지음, 변영근 그래픽 / 알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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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품이다.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지원으로 2018년 11월8일부터 12월14일까지 전시공간에서 열린 전시에서 시작했다.

김보영 작가가 다섯 편의 이야기를 쓰고, 변영근 일러스트레이터가 열 장의 수채화를 그렸다.

하늘에서 신이 내려왔습니다 / 그 신은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 그날 이후로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이 문장에서 상상력이 발전하여 기이한 SF 한 편이 탄생했다.

 

다섯 이야기가 차별주의자인 신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담아 내었다면 일상의 영희는 뒤틀린 성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이 서울에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보여준 반응은 자신들이 보고자 한 바와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하나다. 남자.

이 남자란 부분은 오랜 세월 동안 남성들이 지배하고 확대해 온 차별주의를 공고히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부분에서 기독교 논리가 상당히 들어 있는데 묘하게 비틀어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은 이야기는 냉동인간을 깨운 후 일어나는 로봇인류와의 이야기다.

평범한 남성이 신으로 불리는 것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성 차별을 당연한 듯이 내뱉는 장면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

로봇인류가 냉동인간의 부활을 신의 부활처럼 말하고, 인간이 내뱉는 모순을 신앙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은 너무나도 낯익다.

 

사실 김보영이란 이름과 가벼운 두께를 보고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분량 때문에 빠르게 읽은 것은 맞지만 예상하지 못한 전개와 논쟁 거리가 머릿속에서 강하게 움직인다.

신을 알파와 오메가로 풀어낸 것을 색다르게 해석해 소거되고 사라진 신들의 존재를 되살린 부분도 아주 인상적이다.

신의 파편이 본성을 일깨울 때 새로운 삶이 시작한다.

상당히 실험적이고 색다른 SF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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