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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성스러운 ㅣ FoP 포비든 플래닛 시리즈 1
김보영 지음, 변영근 그래픽 / 알마 / 2019년 3월
평점 :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품이다.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지원으로 2018년 11월8일부터 12월14일까지 전시공간에서 열린 전시에서 시작했다.
김보영 작가가 다섯 편의 이야기를 쓰고, 변영근 일러스트레이터가 열 장의 수채화를 그렸다.
“하늘에서 신이 내려왔습니다 / 그 신은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 그날 이후로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이 문장에서 상상력이 발전하여 기이한 SF 한 편이 탄생했다.
다섯 이야기가 차별주의자인 신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담아 내었다면 일상의 영희는 뒤틀린 성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이 서울에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보여준 반응은 자신들이 보고자 한 바와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하나다. 남자.
이 남자란 부분은 오랜 세월 동안 남성들이 지배하고 확대해 온 차별주의를 공고히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부분에서 기독교 논리가 상당히 들어 있는데 묘하게 비틀어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은 이야기는 냉동인간을 깨운 후 일어나는 로봇인류와의 이야기다.
평범한 남성이 신으로 불리는 것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성 차별을 당연한 듯이 내뱉는 장면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
로봇인류가 냉동인간의 부활을 신의 부활처럼 말하고, 인간이 내뱉는 모순을 신앙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은 너무나도 낯익다.
사실 김보영이란 이름과 가벼운 두께를 보고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분량 때문에 빠르게 읽은 것은 맞지만 예상하지 못한 전개와 논쟁 거리가 머릿속에서 강하게 움직인다.
신을 알파와 오메가로 풀어낸 것을 색다르게 해석해 소거되고 사라진 신들의 존재를 되살린 부분도 아주 인상적이다.
신의 파편이 본성을 일깨울 때 새로운 삶이 시작한다.
상당히 실험적이고 색다른 SF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