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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페이스
R. F. 쿠앙 지음, 신혜연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8월
평점 :
처음 만나는 작가다.
한국에 출간된 책도 <양귀비 전쟁> 시리즈 두 권이 전부다.
중국계 미국인 작가인데 이번에 아주 자극적인 글을 썼다.
문학계의 표절, 인종문제, 역차별, 출판업계의 문제, SNS 전쟁, 편집 등을 모두 아우른다.
읽는 내내 불편함과 불안감이 사그라들 지 않았다.
이야기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머릿속은 많은 정보로 정신이 없다.
문학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런 정보들은 모두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이런 문제들은 다르게 바추어질 수 있다. 아니면 모르거나.
읽으면서 곳곳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작가는 주인공을 아시아계 미국인이 아닌 백인 여성으로 설정했다.
준은 예일대학 출신 소설가이지만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친구 중국계 아테나는 탁월한 글쓰기 재능에 뛰어난 외모 덕분에 출판계의 스타가 된다.
성공한 작가인 아테나는 준을 불러 자신의 넷플릭스 판권 계약을 축하하는 둘만의 술자리를 만든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덜 익은 팬케이크를 먹다가 질식사한다.
이 끔찍한 광경을 준이 보았고,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런데 문제는 아테나의 미발표 소설 초고를 그녀가 집으로 가지고 온 것이다.
아테나의 집필 습관 중 하나가 고전 타자기로 원고를 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문제가 이때부터 하나씩 발생하기 시작한다.
준이 가져온 미발표 원고의 내용은 제1차 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 복무한 중국인 노동자들 이야기다.’
아주 뛰어난 이 작품을 준은 아주 열심히 수정해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다.
아테나의 뛰어난 작품은 발표 전이라 손볼 곳이 많았는데 준을 통해 잘 가다듬어졌다.
이 원고는 많은 출판사의 관심을 끌고 대형출판사는 아니지만 베스트셀러를 내는 출판사에 낙찰되었다.
낙찰되었다고 그 원고가 바로 출간되는 것은 아니다.
편집자와 더불어 수없이 많은 편집 교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 사라지고, 바뀌는 내용도 부분적으로 일어난다.
준은 자신이 쓴 소설이 아니기에 좀더 편안하게 이 편집 방향에 동의한다.
그리고 중국인 노동자를 다룬 소설이란 것 때문에 주니퍼 송이란 이름으로 출간된다.
<최후의 전선>은 출판사의 대대적인 지원과 마케팅으로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 책이 출간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사건 사고가 생긴다.
아테나의 노트를 공적 공간에 진열하겠다는 도서관이 나타난다.
만약 이것이 대중에게 공개되면 자신의 작업이 표절이란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
아테나의 엄마를 만나 이 노트를 없애는 쪽으로 살짝 흐름을 바꾼다.
책 내용 상 인종차별이나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하는 일을 준은 생략한다.
그리고 이 소설에 대한 나쁜 평을 하는 직원 한 명은 자르게 한다.
성공한 출판이지만 백인 여성이 쓴 중국인에 대한 이야기란 부분이 많은 논란과 관심을 불러온다.
이 소설에 대한 악플이 달리고, 그녀는 아테나의 유령을 보기도 한다.
그녀가 어떤 나락으로 떨어질까 하는 순간 운 좋게 사건은 해결된다.
하지만 폭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잠시 물밑으로 가라앉아 있을 뿐이다.
백인 여성이 쓴 중국의 역사적 사실을 둘러싼 논쟁은 아테나의 과거와 연결된다.
그녀는 한국전쟁을 다룬 소설을 써 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표절과 관련하여 아테나의 소설 속 내용들이 실제 당사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은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당사자의 동의도 없었고, 인용이란 표시도 없었다.
실제 준의 과거 사건도 그녀의 성공작에 그대로 사용된 적이 있었다.
이 부분은 아테나도 표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아테나의 정치적 입장 또한 준이 백인 여성이란 이유로 계속 문제가 된다.
그냥 무시하면 될 수도 있지만 대중의 관심에 목마른 준에게는 큰 문제다.
아테나의 문장을 첫문장으로 사용한 자신의 소설마저도 오해를 받는 장면은 현실적이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한국 문단 내에 있었던 사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것들과 상관없이 수많은 논쟁거리들이 오랫동안 긴 여운과 생각할 것들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