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애플 스트리트
제니 잭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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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작가의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코맥 매카시, 케빈 콴 등의 유명 작가들을 담당했던 편집자였기 때문이다.

많은 책에서 편집자들이 소설 쓰기를 바란다는 글을 봤기에 더욱 그랬다.

그리고 코로나 19의 펜데믹은 재택근무를 하게 하고, 이때 소설 쓰는 것이 가능해졌다.

베테랑 편집자가 선택한 미국에 불고 있는 상위 1% 상속자들의 고민과 그들의 삶이다.

파인애플 스트리트는 브루클린 하이츠에 있는 과일 이름의 거리 중 하나고, 현재 작가가 사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의 집값은 아주 높고, 보통의 사람들이 살기는 힘든 곳이다.

부동산 재벌인 스톡턴 가의 본가가 있던 곳이자 새로운 신혼부부의 신혼집이다.

작가는 세 명의 여성을 내세워 삶과 재산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책 속에 나온 파인애플의 상징적 의미는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다.

이 거리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은연 중에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

결혼의 방식은 우리도 흔히 하는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끼리 하기를 바란다.

결혼 전에 혼전계약서를 만들어 사인하기 바라는데 이 때문에 생긴 문제도 나온다.

혼전계약서 문제는 두 여성의 삶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평범한 중산층에서 자란 사샤는 이런 계약서 자체가 결혼의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고 불쾌해한다.

반면에 스톡턴가의 장녀 달리는 남편에게 혼전계약서를 쓰게 하지 않게 한다.

이로 인해 그녀는 신탁자산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달리의 남편이 한국계 이민자 2세란 것이다.

달리가 첫째를 낳고 바로 직장으로 복귀하는데 시어머니가 큰 도움을 주었다.


세 여성은 주어진 환경과 살아온 길이 너무 다르다.

사샤는 중산층에서 자라 자신이 바라는 바에 한 걸음씩 다가간 인물이다.

달리는 좋은 대학 졸업 후 성공적인 경력을 이어가다 맬컴을 만난 출산 후 가정주부가 되었다.

조지애나는 20십대 중반으로 NGO단체에서 일하지만 특별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달리와 조지애나는 사샤가 처음 혼전계약서에 사인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그녀를 ‘꽃뱀’으로 불렀다.

그들이 태어나면서 가진 시각이 어떠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들 중 하나다.

거대한 부가 주는 안락함과 평화는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그 세계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 지 잘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가 학교 경매 장면이다.

말도 안 돼는 물건을 낙찰받기 위해 그들은 기꺼이 수천 불 혹은 수만 불을 지급한다.


사샤는 결혼해 시부모들이 살던 집에 들어왔다. 시부모는 다른 집으로 이사갔다.

그런데 이 거대한 집은 스톡턴가의 사람들이 사용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사샤는 자신이 바라는 대로 집을 꾸미는 것이 불가능하다.

남편 입장에서는 자신이 태어나 자라고 살던 곳이라 익숙하겠지만 그녀는 아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그녀가 스톡턴 가족에서 배제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달리는 혼혈인 두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

하지만 그녀의 아이들을 보고 혼혈 아기들이 귀엽고 예쁘다는 표현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냥 귀여운 아이들이 아닌 특이하고 이국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트린다.

그리고 남편이 실직했을 때 있었을 듯한 인종차별 문제 때문에 가슴 아파한다.

남편의 실직은 그녀가 전혀 생각하지 않은 가계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사랑과 낭만으로 거부한 혼전계약서가 머릿속 현실로 자리잡는다.


조지애나는 단체에서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문제가 하나 있는데 그 남자가 바로 유부남이란 사실이다.

이 사실을 알고도 그녀는 결코 헤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남자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는다.

이때의 상처와 고통이 그녀의 삶을 바꾸기 시작한다.

재밌는 점은 스톡턴 가의 두 딸이 자신들의 비밀을 사샤에게만 털어놓은 것이다.

맬컴의 실직, 불륜과 그 남자의 죽음 등, 그리고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작가는 여기서 두 딸이 사샤에게만 털어놓은 것을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처음 이 문장을 잃고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지금은 끄덕인다.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조금 평범한 마무리이자 미국의 변화 일부를 다룬 것이다.

미국 상위 1% 부자들의 삶을 살짝 엿보는 재미와 더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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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페이스
R. F. 쿠앙 지음, 신혜연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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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다.

한국에 출간된 책도 <양귀비 전쟁> 시리즈 두 권이 전부다.

중국계 미국인 작가인데 이번에 아주 자극적인 글을 썼다.

문학계의 표절, 인종문제, 역차별, 출판업계의 문제, SNS 전쟁, 편집 등을 모두 아우른다.

읽는 내내 불편함과 불안감이 사그라들 지 않았다.

이야기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머릿속은 많은 정보로 정신이 없다.

문학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런 정보들은 모두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이런 문제들은 다르게 바추어질 수 있다. 아니면 모르거나.

읽으면서 곳곳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작가는 주인공을 아시아계 미국인이 아닌 백인 여성으로 설정했다.

준은 예일대학 출신 소설가이지만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친구 중국계 아테나는 탁월한 글쓰기 재능에 뛰어난 외모 덕분에 출판계의 스타가 된다.

성공한 작가인 아테나는 준을 불러 자신의 넷플릭스 판권 계약을 축하하는 둘만의 술자리를 만든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덜 익은 팬케이크를 먹다가 질식사한다.

이 끔찍한 광경을 준이 보았고,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런데 문제는 아테나의 미발표 소설 초고를 그녀가 집으로 가지고 온 것이다.

아테나의 집필 습관 중 하나가 고전 타자기로 원고를 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문제가 이때부터 하나씩 발생하기 시작한다.


준이 가져온 미발표 원고의 내용은 제1차 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 복무한 중국인 노동자들 이야기다.’

아주 뛰어난 이 작품을 준은 아주 열심히 수정해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다.

아테나의 뛰어난 작품은 발표 전이라 손볼 곳이 많았는데 준을 통해 잘 가다듬어졌다.

이 원고는 많은 출판사의 관심을 끌고 대형출판사는 아니지만 베스트셀러를 내는 출판사에 낙찰되었다.

낙찰되었다고 그 원고가 바로 출간되는 것은 아니다.

편집자와 더불어 수없이 많은 편집 교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 사라지고, 바뀌는 내용도 부분적으로 일어난다.

준은 자신이 쓴 소설이 아니기에 좀더 편안하게 이 편집 방향에 동의한다.

그리고 중국인 노동자를 다룬 소설이란 것 때문에 주니퍼 송이란 이름으로 출간된다.

<최후의 전선>은 출판사의 대대적인 지원과 마케팅으로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 책이 출간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사건 사고가 생긴다.

아테나의 노트를 공적 공간에 진열하겠다는 도서관이 나타난다.

만약 이것이 대중에게 공개되면 자신의 작업이 표절이란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

아테나의 엄마를 만나 이 노트를 없애는 쪽으로 살짝 흐름을 바꾼다.

책 내용 상 인종차별이나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하는 일을 준은 생략한다.

그리고 이 소설에 대한 나쁜 평을 하는 직원 한 명은 자르게 한다.

성공한 출판이지만 백인 여성이 쓴 중국인에 대한 이야기란 부분이 많은 논란과 관심을 불러온다.

이 소설에 대한 악플이 달리고, 그녀는 아테나의 유령을 보기도 한다.

그녀가 어떤 나락으로 떨어질까 하는 순간 운 좋게 사건은 해결된다.

하지만 폭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잠시 물밑으로 가라앉아 있을 뿐이다.


백인 여성이 쓴 중국의 역사적 사실을 둘러싼 논쟁은 아테나의 과거와 연결된다.

그녀는 한국전쟁을 다룬 소설을 써 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표절과 관련하여 아테나의 소설 속 내용들이 실제 당사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은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당사자의 동의도 없었고, 인용이란 표시도 없었다.

실제 준의 과거 사건도 그녀의 성공작에 그대로 사용된 적이 있었다.

이 부분은 아테나도 표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아테나의 정치적 입장 또한 준이 백인 여성이란 이유로 계속 문제가 된다.

그냥 무시하면 될 수도 있지만 대중의 관심에 목마른 준에게는 큰 문제다.

아테나의 문장을 첫문장으로 사용한 자신의 소설마저도 오해를 받는 장면은 현실적이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한국 문단 내에 있었던 사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것들과 상관없이 수많은 논쟁거리들이 오랫동안 긴 여운과 생각할 것들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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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슬러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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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데뷔작이다.

당구장에서 근무한 적이 있고, 내기 당구를 즐겼다고 한다.

폴 뉴먼 주연의 <허슬러>를 예전에 영화로 먼저 만났다.

너무 오래되어 내용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 후속편 <컬러 오브 머니>도 영화로 제작되었고, 역시 봤지만 마찬가지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는 당구를 열심히 치던 시절이라 재밌게 봤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주로 치는 당구와 달리 포켓볼 종류라 게임 방식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것은 지금 읽어도 마찬가지로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가 풀어내는 내기 당구 장면은 대단한 몰입도와 재미를 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동안 들지 않았던 당구 큐 대를 들고 싶어졌다.


문을 여는 당구장에서 시작해 문 닫기 전 당구장 풍경으로 끝난다.

문 연 당구장을 묘사한 글은 대단히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그리고 당구장을 떠도는 소문 하나가 나온다.

패스트 에디 펠슨이란 허슬러에 대한 소문이다.

그가 이름 있는 허슬러를 이겼다는 이야기가 오고 간다.

에디의 이야기가 끝난 다음 장에서 에디가 어떻게 사기 당구를 치는지 보여준다.

그는 스승 찰리와 함께 도시를 떠돌면서 내기 당구를 돈을 벌고 있다.

한 당구장에서 영업 도시로 가지 전 사람들을 속이는 당구를 친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시카고로 와서 유명한 허슬러 미네소타 뚱보와 대결하려고 한다.


치열한 내기 당구 세계를 가장 멋지게 보여주는 첫 장면이 미네소타 뚱보와의 대결이다.

무려 이틀에 걸친 내기 당구의 승부는 에디의 내면과 몸 상태 묘사를 통해 섬세하게 표현된다.

이기기 위한 노력과 열정, 실력, 전술 등이 아름다운 몰입과 어우러져 표현된다.

처음에는 미네소타 뚱보가 이기지만 어느 순간 에디가 이긴다.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운 듯한데 이때 둘은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찰리가 이제 충분히 돈을 벌었으니 가자고 하지만 에디는 멈추지 않는다.

자신을 정비하고 온 미네소타 뚱보에게 승부의 추가 기울기 시작한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본 찰리의 말을 무시한 결과 에디는 패한다.

이 패배로 에디는 찰리를 떠난다. 처참한 패배다.


버스터미널 앞 바에서 술을 마시는 새라를 만난다.

버스를 기다리는 듯한 그녀. 술 한잔을 사주는 에디.

에디의 작업과 새라의 마음이 움직여 어느 순간 둘은 동거한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석사 학위를 받으려는 알코올중독자 새라.

내기 당구로 돈을 벌면서 그 긴장감을 즐기려는 에디.

감정은 어느 정도 통하지만 엇갈리는 말과 행동은 관계를 불안하게 한다.

에디는 돈을 모아 다시 미네소타 뚱보와 내기 당구를 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미네소타 뚱보와의 대결로 그의 얼굴과 이름이 많이 알려진 상태다.

시 외곽을 돌면서 소소한 돈을 벌다 버트라는 도박꾼을 만난다.

이 만남은 에디 인생에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준다.


에디의 당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실력과 어우러져 있다.

하지만 승리를 위한 당구는 열정과 실력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 부분을 가장 잘 파악한 인물이 도박꾼 버트다.

에디는 버트의 말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한다.

동네 당구장에서 속임수를 쓰고 돈을 딴 후 당구장 불량배들에게 손가락 부상을 입는다.

부러진 손가락도 그의 당구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수 없다. 계속 연습한다.

그리고 에디는 결국 버트와 손을 잡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

이 내기 당구를 통해 자신이 놓친 것과 패배한 모습을 같이 발견한다.

마지막은 다시 미네소타 뚱보와의 대결이다.

이 장면과 구성을 보면서 고전 무협 영화가 떠올랐다.

다시 영화도 보고 싶고, 다음 편도 읽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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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떨어진 남자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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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연도를 보면 1963년 소설이다.

1976년에 영화로도 나왔고, TV 시리즈로도 각색된 작품이다.

이 작가의 소설은 두 번째로 읽는데 상당히 건조한 느낌을 준다.

건조한 문장이지만 상당히 가독성이 좋아 생각보다 빠르게 읽었다.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행성 안테아에서 온 외계인 뉴턴의 이야기다.

여기서 눈 여겨 볼 부분은 핵전쟁과 1960년대란 시대다.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의 핵 개발이 고점을 향해 나아가던 시절이다.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은 이 당시 문화 곳곳에서 보인다.

안테아에서 온 외계인을 통해 작가의 핵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그대로 나온 것 같다.


1985년 뉴턴의 우주선이 지구에 착륙한다.

그의 우주선은 편도행이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왔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발달한 안테아의 과학기술을 이용한다.

반지를 귀금속점에 팔아서 돈을 모아 특허 변호사를 통해 기업을 만든다.

이 기업이 만든 제품은 당시 지구의 과학 기술로는 불가능한 제품들이다.

이 제품들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중 한 명이 화학 교수 브라이스다.

그의 단순하고 반복적이고 무료한 일상에 우연히 발견한 종이 화학과 필름은 큰 충격을 준다.

이 제품을 개발한 사람이 외계인일 것이란 의심을 품을 정도다.

이 둘은 뉴턴의 회사가 점점 더 커지면서 함께 하는 순간이 생긴다.


뉴턴은 키가 크지만 몸무게는 아주 적게 나간다. 40칼로그램 정도다.

그의 연약한 신체는 빠르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다리가 부르질 정도다.

이 사고로 뉴턴은 자신을 돌본 베티 조를 자신의 가정부로 고용한다.

베티를 통해 뉴턴은 지구의 술 진에 빠진다.

특허와 신기술을 이용한 제품으로 엄청난 부를 쌓았지만 이것은 우주선 개발 비용일 뿐이다.

우주선 건조를 위해 많은 기술자들이 필요한데 브라이스도 이때 참여한다.

브라이스는 늘 뉴턴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고, 만난 뒤에도 외계인에 대한 의심을 사라지지 않았다.

우주선 제작에 필요한 기술들은 더디게 진행되고, 뉴턴은 술에 점점 빠진다.

브라이스의 의심에 대한 뉴턴의 첫 대답은 동화 속 난쟁이 괴물 룸펠슈틸츠헨이다.


자신의 행성 안테아로 돌아가 안테아인을 구하겠다는 의지는 점점 약해진다.

지구에 머문 시간과 환경, 더딘 우주선 건조, 지적 수준 차이 등이 그를 힘들게 한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지구인은 원숭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표현은 그가 얼마나 힘든 환경 속에 있는지 잘 알려준다.

이런 그를 위로해주는 것 중 최고가 바로 베티가 알려준 진이다.

진은 그에게 마취제 같은 역할을 하고, 그의 의지를 점점 더 꺾는 역할을 한다.

이런 그를 보면서 자신의 의심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인물이 브라이스다.

자신의 권태를 날리고, 새로운 과학에 놀란 그이지만 호기심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뉴턴이 개발한 제품으로 그의 정체를 알아챈다.


뉴턴이 개발한 제품들은 지금 생각해도 기발하고 대단한 것들이다.

SF소설에서 이런 제품들은 미래의 상품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인류의 종말에 대한 경고이자 불안은 그 시절을 감안해야 한다.

핵무기 축소 협상에 대한 희망에 대한 그의 답은 히틀러 같은 인물의 등장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현재 우리의 현실도 결코 낙관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치와 외계인의 존재를 엮어 풀어낸 이야기는 좀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스스로 원숭이들 세계에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그의 몰락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시작한다.

몰락했다고 해도 그의 손에는 여전히 엄청난 부가 쥐어져 있다.

하지만 삶의 의지가 추락한 그에게 이 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SF가 아닌 다른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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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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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프펠 수사 시리즈 5권이다.

개정판 이전의 제목은 <죽음의 혼례>다.

전면개정판은 원래 제목을 그대로 따라했다. 강렬함은 전편이 더 있다.

전편들처럼 이번에도 캐드펠 수사의 활약은 눈부시고, 로맨스는 계속된다.

이전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읽었기 때문인지 범인인 듯한 인물이 범인이 아닐 것이란 추측을 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계속 진행되면서 그 가능성은 점점 높아진다.

추리 소설에서 사건 해결의 제1요소가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용의자로고 해도 그의 범행을 증명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로 넘쳐 난다.


부모가 모두 죽은 소녀의 거대한 재산은 친척의 먹이감이 되기 좋다.

소녀의 보호자인 숙부는 조카 이베타를 늙은 남작 드 돔빌에게 시집보낸다.

이들의 결혼식이 거행될 곳은 캐드펠이 있는 수도원이다.

남작은 수도원으로 오는 도중에 자신의 길을 막는 나환자에게 채찍질한다.

이 정략 결혼은 남작에게도, 숙부 피카르에게도 이익이 된다.

하지만 어린 소녀 이베타와 그녀의 연인인 조슬린 등에게는 큰 상처이자 아픔이다.

남작의 향사로 있는 조슬린이지만 그는 이 결혼을 반대하고 이베타와 떠나려고 한다.

그런데 떠나려고 한 그날 남작에게 결투를 신청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도둑으로 몰린다.

누군가 몰래 조슬린의 짐속에 남작의 보물을 넣어둔 것이다.

이 때문에 조슬린은 도둑으로 몰리고, 감옥에 갇힐 뻔했지만 달아난다.

그의 도주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조슬린은 무사히 병사들의 포위를 뚫고 달아난다.

달아났다고 하지만 넓게 펼쳐진 포위를 뚫을 정도는 아니다.

친구의 도움을 받아 수도원 한 곳에 숨어서 포위가 풀리길 바란다.

그러다 수색하던 병사에게 들켜 다시 힘겹게 도망치는데 잡히기 일보직전까지 간다.

이때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인물이 나환자 라자루스 노인이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나환자 뒤에 숨으면서 그는 잡혀가는 것을 피한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이 되었는데 신랑인 남작이 오지 않는다.

병사들과 수도사들이 나서 수색을 하던 중 그의 시체가 발견된다.

누군가 그가 다닐 길에 줄을 걸어 말에서 떨어지게 한 후 목을 졸라 죽였다.

이 살인사건의 가장 강력한 용의자로 도망친 조슬린이 꼽힌다.


조슬린은 라자루스 노인의 도움으로 성자일스 병원에 안전하게 머문다.

이 병원에는 캐드펠의 조수였던 마크 수사가 근무하는 곳이다.

마크 수사에게 글을 배우는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면서 이베타와 달아날 기회를 노린다.

그런데 마크 수사는 이 낯선 존재를 인식하고, 눈 여겨 보고, 나름의 판단을 한다.

이베타는 결혼이 멈춘 것에 안도히지만 그가 용의자가 된 것에 놀란다.

숙부와 숙모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이베타에 대한 감시의 눈길은 더 강해진다.

시체에서 발견된 것에 의문을 품은 캐드펠 수사는 수도원장의 허락 하에 단서를 뒤쫓는다.

그 단서를 쫓아가면서 그는 남작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된다.

단서를 뒤쫓으면서 드러나는 사실은 마지막 장면에 확실한 증거로 작용한다.


인간의 탐욕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뻗어간다.

조슬린이 일어킨 소동 혹은 사건 하나가 어쩌며 시발점일지 모른다.

그 단서는 이전에 나온 대화 속에 있지만 단지 상상 속의 행위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악의는 상상의 껍질을 벗고 현실로 튀어나와 실행력으로 옮겨진다.

작가는 이 순간을 잘 포착해 시리즈 속에 그대로 녹여 내었다.

더불어 청춘 남녀의 로맨스를 넣어서 그 시절에는 불가능했을 장면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읽는 내내 짐작하고 있던 라자루스 노인의 정체를 마지막에 밝힌다.

아직 많이 남은 시리즈를 감안하면 즐거운 일이지만 개정판을 기다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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