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 트리플 10
심너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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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10권이다.

SF 작가가 이 시리즈에 올라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3편의 SF 단편 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경장편 정도로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단편집이었다.


첫 단편 <대리자들>은 과학의 발달이 배우의 연기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순수한 인간의 몸으로 연기를 하는 시대가 끝났음을 알려준다.

현실의 AI가 이미 사진 같은 사람을 그려내는 시대가 되었기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전직 아이 배우가 컴퓨터 그래픽에 이미지를 빌려주는 것에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이 연기할 필요도 없이 얼굴과 목소리와 몸매만 빌려주면 된다.

현지 로케도 사라지고, 낭비되는 필름도 없다. 가까운 미래의 현실이다.

여기에 순수한 열정을 가진 여친을 등장시켜 주인공의 혼란을 더 부각시킨다.

마지막 장면은 자신의 철학이 없는 사람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은 표제작이자 흔한 방식의 SF소설이다.

반전처럼 꾸며진 마지막 상황까지 오는 과정은 한 편의 좋은 이야기다.

좋은 선배, 높은 급여, 쉬운 일, 하지만 다른 동료들의 낯선 모습들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재밌는 이야기 중 하나는 아무리 좋은 보안 프로그램을 깔아 놓아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란 것이다.

특히 비밀번호 이야기를 할 때는 순간 뜨끔했다.

소설 속에 나오는 몇 광년이란 거리는 다른 여타의 SF소설처럼 낯선 거리다.


<문명의 사도>은 로마를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꾸며져 있다.

인류가 우주로 나가고, 새로운 문명을 만난다.

인류를 위해 광산 행성, 농업 행성 등을 만들어내는데 주인공은 농업 행성의 집정관이 된다.

그가 웜홀을 통해 도착한 곳을 지구와 닮은 농업 행성으로 바꾸려 한다.

하지만 여기서 만난 실피움은 그의 의도를 무너트린다.

실피움의 실체를 알게 된 이후 그와 제국의 황제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이 황제는 인공지능인데 인간의 감성보다 논리가 우선이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에세이 세 편의 글로 자기를 소개하기>는 작가 3년 차의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창작 노트라고 할 수도 있다.

그의 소설들은 언제나 가볍게,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당연히 이번 소설집도 그렇다.

장편은 아직인데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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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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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다는 것은 지극히 사적인 시간이다.

이런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이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 자신도 늘 이런 시간으로 가득하다면 아마 견디기 힘들어 할 것이다.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이라면 ‘나 혼자’ 있는 시간은 아주 소중하고 의미 있다.

늦은 밤이나 아주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어 잠깐 이런 순간을 즐긴다.

일상 여유보다는 시간을 짜낸 부분이라 이 즐거움은 곧 피곤함으로 돌아온다.

그럼에도 이 순간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홀로 오랜 시간을 보낼 때는 이 시간들이 너무나도 외롭고 힘들게 다가왔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이 책 속 22명의 작가들은 각자의 현재와 과거 속에서 이런 시간들을 찾아낸다.

읽다 보면 코로나 19 상황에서 벌어진 일들도 몇 편 나오는데 몇몇은 아주 놀랍다.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빈집들은 하나씩 늘어난다.

이런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삶을 이어나간다.

어느 순간 이 공포의 시간을 잊은 듯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로만 가득했다면 코로나 19 에세이가 되었을 것이다.

실제 많은 이야기들은 각자의 인종과 성별과 과거와 현재의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당연히 공감할 부분도 많고, 밑줄 끝기하는 문장들도 계속 나온다.

물론 나의 삶과 너무 달라, 현실적 괴리 때문에 공감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있다.


22명의 작가들 중에서 솔직히 이름을 알고 있는 작가는 줌파 라히리가 유일하다.

이름을 아는 유일한 작가이지만 단 한 권도 소설을 읽은 적은 없다. 사 놓기만 했다.

작품으로 넘어가면 이전에 읽었거나 집에 고이 모셔 둔 책들이 있다.

내 취향과 다른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거나 번역이 되지 않은 작가들이다.

하지만 이번 에세이를 읽으면서 아주 재밌게 읽은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에이미 션의 <홀로 걷는 여자>는 대단히 재밌고 흥미로웠다.

멜리사 페보스의 <금욕 서약>은 돌아보니 왠지 단편 소설처럼 다가온다.


한 편 한 편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고, 내 능력 밖이다.

읽다 보면 아시아계나 흑인 여성 등의 글들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한국에 살다 보면 결코 느낄 수 없는 인종 차별 등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물론 성 차별의 문제로 넘어가면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그렇게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여성과 외로움에 대한 글 중 일부는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강한 인상을 준다.

외로움이 지닌 가장 억압적인 특징으로 “상상력을 제한하고, 삶은 결코 더 나아가지 않을 거라 속삭이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꿈꾸지 못하게 스스로를 얽매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의 기준으로 과연 외로움이 이런 작용을 했던가? 일부는 맞다.

작가의 상황이나 경험이 이런 글로 이어졌다는 부분은 안타깝다.


인종 차별에 대한 가장 무시무시한 현실적 표현도 나온다.

“미국에서 흑인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건, 침대에서 자고 있다 살해를 당해도 그 이유를 당신한테서 찾으며 비난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니까 말이다.”

인종 차별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건에서 우린 이런 상황을 마주한다.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먼저 탓하는 사람들 말이다. 물론 이것은 의도적인 일이다.

이런 차별 문제가 곳곳에 드러나지만 영화 같은 차별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이 한 권의 에세이 속에 담겨 있다. 멋진 일이다.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처럼 ‘여자 혼자 영화 보기’를 권하는 글도 있다.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 보는 여성을 많이 봤기에 나에겐 특별한 일이 아닌데 미국은 다른 모양이다.


여성 작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백인이 아닌 인종도 적지 않다.

사실 이런 비율은 이 책이 의도한 바를 잘 보여준다.

여성과 비백인이 혼자 있게 되면서 경험한, 경험하는 일들은 백인 남성과는 다른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남성 작가들의 글에서는 여성과 비백인의 글과 다른 이야기가 많다.

작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나에게 백인 여부는 이야기 속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인종을 고백할 때 앞에 나온 글들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많은 작가의 에세이라 단숨에 읽기엔 쉽지 않지만 쉬엄쉬엄 읽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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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 - 닐 게이먼과 26인 작가들의 앤솔러지
로디 도일 외 지음, 닐 게이먼 외 엮음, 장호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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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닐 게이먼과 알 사란토니오가 기획한 책이다.

닐 게이먼을 포함해서 27명의 작가가 참여한 앤솔로지다.

장르는 판타지, 호러, SF 등 다양하고, 분량은 모두 제각각이다.

작가 이름을 보면 상당수의 작가들이 낯익다.

낯선 작가들 중 일부도 검색해보면 책 제목이 낯익은 경우가 많다.

인터넷 서점에는 이 수많은 작가들에 대한 정보를 넣지 않았다. 조금 아쉽다.

책 마지막에 간략하게 이 작가들에 대한 정보가 나오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그리고 장르도 뒤섞여 있어 독자가 읽으면서 스스로 분류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 27편을 읽다 보니 앞에 읽었던 이야기 몇 편은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책을 뒤적이면 금방 책 내용이 되살아나지만 이럴 때 저질 기억력은 정말 아쉽다.

모든 단편에 대한 간략한 감상을 적고 싶지만 인상적인 몇 편만 적는다.

나의 저질 기억력 속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 단편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닐 게이먼의 <진실은 검은 산의 동굴>, 월터 모슬리의 <주브널 닉스>

로런스 블록의 <잡았다 풀어주기>, 제프리 디버의 <치료사>, 조 힐의 <계단 위의 악마> 등이다.

물론 이 소설들과 다른 의미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단편들도 있다.

쌍둥이의 삶을 다룬 조이스 캐럴 오츠의 <화석 형상>

갑자기 피를 갈구하게 된 남성 이야기인 로디 도일의 <피>

읽으면서 누가, 왜? 의 의문을 품게 한 다이애나 윈 존스의 <서맨사의 일기> 등이다.


이런 앤솔로지는 작가가 많아질수록 취향을 많이 탄다. 어쩔 수 없다.

늘 좋아한 닐 게이먼의 단편은 처음엔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주브널 닉스>는 읽으면서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가 떠올랐다.

<잡았다 풀어주기>는 뒤로 넘어가면서 연쇄살인마의 본색이 서서히 드러난다.

<치료사>는 가공의 설정이 잠시 나를 혼란스럽게 했고, 예상 밖의 결말로 놀라게 했다.

<계단 위의 악마>는 문단의 구성이 눈길을 끌고, 마지막으로 갈수록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렇게 다섯 편을 놓고 보니 판타지와 스릴러 소설들이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들이다.

아! 월터 모슬리는 낯선 작가인데 이 이야기를 장편으로 바꿔도 재밌을 것 같다.


기대를 많이 했지만 취향을 탄 소설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척 팔라닉의 <패배자>다.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이클 무어콕의 <이야기들>도 다른 이야기를 기대한 탓인지 잘 집중하지 못했다.

가장 긴 단편 중 하인 엘리자베스 핸드의 <매콜리의 벨레로폰 첫 비행>도 역시 취향을 탔다.

뭔가 강렬한 한 방이 나올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조안 해리스의 <맨해튼의 도깨비불>도 도입부에 비해 후반부가 조금 아쉽다.

팀 파워스의 <평행선>은 읽으면서 이 상황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들었다. 진짜일까 하는 의문이다.

커트 앤더슨의 <스파이>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그가 한 이야기가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마이클 마셜 스미스의 <불신>도 마지막 문장으로 읽고, 그의 존재를 의심하게 되었다.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조금씩 단편들을 읽었다.

워낙 두툼한 분량이라 단숨에 읽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취향에 따라 가독성이 많이 변했다.

늘 그렇듯이 분량에 대한 예측이 잘못되어 갑자기 이야기가 끊어진 것처럼 다가온 것도 있다.

피터 스트라우브의 <영적 스승 맬런>이 대표적이다.

스튜어트 오넌의 <실종자가 묻힌 자리>는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고 그 심리 묘사가 새롭게 다가왔다.

캐럴린 파크허스트의 <결혼 선물>도 역시 마지막 문장이 아주 인상적이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책을 뒤적이면서 이런 재미와 반전을 재발견했다.

언제 시간이 난다면 이 단편 중 몇 편은 여유를 가지고 다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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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
이재호 지음 / 고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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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종이책으로 처음 출간한 SF 장편소설이다.

리디북스에 작가의 단편 모음집이 <이재호 SF 시리즈 세트>로 올라와 있다.

이력을 보면 SF 작가 활동이 몇 년 되었고, 나름 좋은 성과도 거두고 있다.

이런 이력과 출판사와 책을 추천한 사람과 장르가 이 책을 선택하게 했다.

최근에는 한국 SF소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장르와 비교하면 부족하다.

그래서 한국 SF소설이 나오면 먼저 눈길이 가고, 몇 권은 사 모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설은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 부분들이 많다.


일단 책의 가독성이 생각보다 훨씬 좋다.

침팬지 필립의 변신 혹은 진화 과정에서 생기는 사건은 영화 <에일리언>을 떠올린다.

이후 이어지는 사건과 결말 부분은 예전에 어딘가에서 읽었던 SF 소설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독자의 경험이나 성향에 따라 마지막 장면에 대한 이해는 달라질 것이다.

이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작가의 후기는 마지막 장면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과학적으로 알고 있는 우주에 대한 과학적 상식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약간 하드 SF 소설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는데 액션도 살짝 가미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 액션이 현란하게 시선을 잡아 끌 정도는 아니다.


심우주 테라포밍을 위해 우주선 라온제나호가 출발한지 2년이 지났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미지의 소행성에 갑자기 난파한다.

우주선에 탄 선원들은 우주선을 수리해 목적지로 향하려고 한다.

이때 선원 중 한 명이 이상한 돌 하나를 가지고 선내로 들어온다.

이 돌은 다양한 빛을 품어내는데 선원들은 아스틸베라고 부른다.

이 돌을 본 침팬지 필립이 가지고 간다. 다른 곳에 놓아두어도 찾는다.

그리고 필립이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수현과 수화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갑자기 인간의 말을 한다.

인도의 베탄다를 읊을 정도다. 갑작스럽게 진화한 것일까?

하지만 수현을 엄마처럼 따르던 그때의 그 침팬지는 아니다.


또 하나 우주선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생긴다.

구아바의 DNA 활성도가 5.7배나 높아지면 더 빨리, 더 자주 구아바 주스를 마시게 된다.

좋은 일이라고 할 수만 없는 것은 그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우주의 특수 반응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간다.

이런 이상이 필립의 변신과 맞물리면서 우주선을 공포로 몰아간다.

이 소설의 후반부는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장치나 장면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

개인적으로 후반부의 닥터 션의 돌출 행동에 대한 설명은 아쉬운 대목이다.

앞부분에 갈등을 조금 심어 놓거나 단순한 생존 욕구만 부각시켜도 충분했을 텐데 말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가 설명하지 않고 넘어간 것이 몇 개 있다.

하나는 우주선 밖으로 나간 선원이 보이저2호의 유물을 발견한 것이다.

이 흔적과 마지막 장면을 연결하면 제목의 껍데기가 의미하는 바는 달라진다.

다른 하나는 이 소행성의 운동 방향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소행성과 충돌해 그곳에 정박해 있다면 소행성과 함께 어딘가로 날아가는 중이다.

만약 어딘가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면 어딘가의 위성으로 돌고 있어야 한다.

작가의 의도적인 설명 생략인지, 아니면 생각하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다.

제목과 마지막 장면과 우주를 구아바 씨에 비교한 것들 생각하면 나만의 결론에 도달한다.

그럼 다시 작가는 왜 이런 우주를 그려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단편을 장편으로 개작했다고 하는데 더 길게 내용을 보강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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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4 미중전쟁
엘리엇 애커먼.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지음, 우진하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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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NATO 사령관과 해병대 특수작전팀장이 함께 쓴 소설이다.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의 전쟁을 다룬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두 나라의 전쟁이 사이버 공격과 전술 핵 사용이란 것이다.

앞부분만 놓고 보면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중국의 첫 공격 지점은 미국 본토가 아니고 남중국해이고, 공격 대상은 미국 전함이다.

이 국지전은 중국의 계획된 도발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중국의 공격은 물리적인 직접 타격보다 사이버 공격이 주를 이룬다.

이 도발과 국지전은 중국 혼자의 작전이 아니고, 이란도 포함되어 있다.


현대의 전쟁 도구들은 점점 첨단화되고 있다.

컴퓨터의 도움을 받지 않는 무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작가는 이 부분을 파고들어 중국의 승리가 가능하게 한다.

전함은 시스템 다운되어 모든 장비가 멈추고, 백악관은 전기가 끊어진다.

최첨단 전투기의 경우도 조종사가 조종하지 못하고 원격으로 움직인다.

재밌는 점은 이런 압도적인 사이버 전투력을 가진 중국이 겨우 남중국해 유역만 원한다는 것이다.

항공모함을 보내 대만을 압박하는데 그 이전에 이 지역의 미 군함이 패퇴하였다.

미국이 보낸 다른 항공모함과 전투기들도 중국의 사이버 공격 앞에 너무나도 무력하다.

나중에 최첨단 장비를 제거한 구형 전투기를 사용한다.


미중전쟁을 다룬 다른 소설에서도 중국의 반도체 문제 등을 그려내었다.

특정 핵심 산업이 한 나라에 종속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다룬 부분이었다.

작가들은 이 소설에서 그런 하드웨어가 아닌 사이버 공격으로 미군을 무력화시킨다.

중국의 우방으로 활약하는 러시아 군함은 해저 케이블을 폭파해 온라인을 마비시킨다.

사이버 공격으로 미국의 전력 일부를 끊어 내기도 한다.

보통의 국뽕 소설이라면 이때 천재들이 나타나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막아내겠지만 이 소설은 아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도 미국은 이 사이버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

물론 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 장비를 다시 재점검하는 시간을 보낸다면 달라질 것이다.


소설은 크게 4명의 인물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전쟁 부분에서는 세라 헌트 대령과 이란 장군 파샤드와 중국 린바오 제독이다.

정치 부분에서는 인도계 미국인 초두리 박사다.

사실 이 소설에서 직접적인 전쟁 장면은 그렇게 많지 않다.

전함들이 바다 위에서, 전투기가 하늘에서 싸우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테크노 스릴러 장르였다면 전쟁 무기와 이 무기를 사용한 장면들이 많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들은 전투 장면보다 이 전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주변국가들의 이익에 더 초점을 맞춘다.

의도적으로 일본이나 유럽의 다른 나라들을 전쟁에 투입하지 않았다.


미중 전쟁이 벌어지면 그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한국의 참전 여부가 결정된다.

남중국해 등이라면 한국의 주한 미군 또한 직접적인 전쟁 범위에 들어간다.

상하이나 북경 정도는 오산 공군 기지에서 출격이 가능하다.

물론 이럴 경우 한국이 중국의 미사일 타격 범위에 들어간다.

이런 세부적인 상황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전술 핵 공격을 한다.

중국의 해군 기지를 전술핵으로 날려버리자 중국도 미국의 두 도시에 전술 핵 공격을 한다.

만약 전략 핵공격을 한다면 오래 전 나왔던 핵전쟁의 공포가 현실화된다.

이런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

이 위기 상황에 예상하지 못한 나라가 끼어든다. 바로 인도다.


작가가 인도계 미국인 초두리 박사에게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술 핵 사용이나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초두리 박사는 두려워한다.

러시아는 중국을 도운 후 폴란드를 침공하고, 이란까지 욕심을 낸다.

지중해에 대한 그들의 욕심은 이란과의 짧은 동맹도 무시할 정도다.

미국과 중국의 전술 핵 사용은 새롭게 떠오르는 강국 인도를 불안하게 한다.

인도가 뒤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복잡한 지정학적 역학 관계가 단순화된 부분은 있지만 눈 여겨 볼 부분이다.

이 과정에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전술 핵과 국지전으로 죽는다.

그 이면에는 선동과 왜곡된 역사 인식과 탐욕이 자리잡고 있다.

전략과 전술적인 세부사항에 아쉬움이 있지만 중반 이후 상황은 대단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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