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자 있는다는 것은 지극히 사적인 시간이다.

이런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이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 자신도 늘 이런 시간으로 가득하다면 아마 견디기 힘들어 할 것이다.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이라면 ‘나 혼자’ 있는 시간은 아주 소중하고 의미 있다.

늦은 밤이나 아주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어 잠깐 이런 순간을 즐긴다.

일상 여유보다는 시간을 짜낸 부분이라 이 즐거움은 곧 피곤함으로 돌아온다.

그럼에도 이 순간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홀로 오랜 시간을 보낼 때는 이 시간들이 너무나도 외롭고 힘들게 다가왔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이 책 속 22명의 작가들은 각자의 현재와 과거 속에서 이런 시간들을 찾아낸다.

읽다 보면 코로나 19 상황에서 벌어진 일들도 몇 편 나오는데 몇몇은 아주 놀랍다.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빈집들은 하나씩 늘어난다.

이런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삶을 이어나간다.

어느 순간 이 공포의 시간을 잊은 듯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로만 가득했다면 코로나 19 에세이가 되었을 것이다.

실제 많은 이야기들은 각자의 인종과 성별과 과거와 현재의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당연히 공감할 부분도 많고, 밑줄 끝기하는 문장들도 계속 나온다.

물론 나의 삶과 너무 달라, 현실적 괴리 때문에 공감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있다.


22명의 작가들 중에서 솔직히 이름을 알고 있는 작가는 줌파 라히리가 유일하다.

이름을 아는 유일한 작가이지만 단 한 권도 소설을 읽은 적은 없다. 사 놓기만 했다.

작품으로 넘어가면 이전에 읽었거나 집에 고이 모셔 둔 책들이 있다.

내 취향과 다른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거나 번역이 되지 않은 작가들이다.

하지만 이번 에세이를 읽으면서 아주 재밌게 읽은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에이미 션의 <홀로 걷는 여자>는 대단히 재밌고 흥미로웠다.

멜리사 페보스의 <금욕 서약>은 돌아보니 왠지 단편 소설처럼 다가온다.


한 편 한 편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고, 내 능력 밖이다.

읽다 보면 아시아계나 흑인 여성 등의 글들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한국에 살다 보면 결코 느낄 수 없는 인종 차별 등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물론 성 차별의 문제로 넘어가면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그렇게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여성과 외로움에 대한 글 중 일부는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강한 인상을 준다.

외로움이 지닌 가장 억압적인 특징으로 “상상력을 제한하고, 삶은 결코 더 나아가지 않을 거라 속삭이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꿈꾸지 못하게 스스로를 얽매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의 기준으로 과연 외로움이 이런 작용을 했던가? 일부는 맞다.

작가의 상황이나 경험이 이런 글로 이어졌다는 부분은 안타깝다.


인종 차별에 대한 가장 무시무시한 현실적 표현도 나온다.

“미국에서 흑인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건, 침대에서 자고 있다 살해를 당해도 그 이유를 당신한테서 찾으며 비난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니까 말이다.”

인종 차별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건에서 우린 이런 상황을 마주한다.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먼저 탓하는 사람들 말이다. 물론 이것은 의도적인 일이다.

이런 차별 문제가 곳곳에 드러나지만 영화 같은 차별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이 한 권의 에세이 속에 담겨 있다. 멋진 일이다.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처럼 ‘여자 혼자 영화 보기’를 권하는 글도 있다.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 보는 여성을 많이 봤기에 나에겐 특별한 일이 아닌데 미국은 다른 모양이다.


여성 작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백인이 아닌 인종도 적지 않다.

사실 이런 비율은 이 책이 의도한 바를 잘 보여준다.

여성과 비백인이 혼자 있게 되면서 경험한, 경험하는 일들은 백인 남성과는 다른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남성 작가들의 글에서는 여성과 비백인의 글과 다른 이야기가 많다.

작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나에게 백인 여부는 이야기 속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인종을 고백할 때 앞에 나온 글들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많은 작가의 에세이라 단숨에 읽기엔 쉽지 않지만 쉬엄쉬엄 읽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