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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중독자의 여행 - 형과 함께한 특별한 길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리나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2월
평점 :
일중독자란 표현에 회사원을 연상했지만 실제 이 글은 쓴 작가는 소설가다. 원제는 Three Weeks with My Brother인데 처음에는 약간 반감이 있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여행인데 왜 이런 제목을 사용했는가 하는 반감 때문이다. 하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삶을 더 알게 되면서 이 제목에 점점 동의하게 되었다. 물론 마케팅 측면에서도 ‘형과 함께 한 삼주’란 제목을 붙이면 강한 인상을 주지도 못한다. 실제 내용을 보면 작가는 일중독자처럼 보인다. 아니 일중독자다. 하루 다섯 시간에서 세 시간으로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글쓰기, 아이들 돌보기, 청소 등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가 변하게 된 이유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형과 떠난 3주 여행은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했다. 얼마짜리인지 설명은 없지만 전용비행기를 타고 거의 세계 일주를 하는 상품이다. 페루 마추픽추, 칠레 이스터섬, 호주 에어스록,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 타지마할, 노르웨이 트롬쇠 등을 여행한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에 비해 돌아보는 관광지가 많다. 이 많은 관광지가 나의 시선을 끌었는데 실제 여행지 이야기 분량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다. 도착해서 그가 형과 함께 한 짧은 여행을 보여준 후 자신의 인생 역정을 풀어낸다. 한참 읽다가 이 책은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작가의 자서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출생부터 현재까지의 삶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연대기처럼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의 소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면 미국 영화에서 자주 보는 활발하고 장난끼 가득한 소년들의 행동 그대로다. 놀라운 점은 이 형제들이 상당히 큰 상처를 입었는데도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집에 돈이 없는 것이고, 다음 이유는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였다. 다행스럽게도 이 형제들은 수많은 상처를 입고도 아주 잘 자랐다. 여동생은 여자라는 이유로 특별대우를 받기는 했지만 이 때문에 남매 사이가 털어질 정도는 아니다. 작가는 세 남매 사이에 낀 둘째다. 그가 어릴 때 받은 부당 대우(?)는 한국에서도 자주 본 것이라 특별하지 않지만 지금의 기준에서 본다면 정말 부당하다.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는 설명이 부족할 정도다.
작가는 아이가 다섯이나 있다. 이런 그가 형과 삼주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아내가 승낙해줬다는 것이 놀랍다. 형과의 특별한 관계를 앞에 말했는데 처음에는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이 가족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왜 일중독자란 표현이 나왔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런 공통된 경험을 겪은 후 두 형제는 종교와 관련해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형은 종교를 멀리하고, 동생은 여전히 신을 믿는다. 이 형제들이 둘러본 여행지들은 오랫동안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곳들이다. 맞추픽추에 대한 평가는 영상으로 본 후 실망한 것을 다시 되살려주었다.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를 둘러싼 이야기는 언젠가 캄보디아 책을 통해 그 비극의 현대사를 들여다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었다.
삶은 어떤 일이 언제 어떻게 생길지 알 수 없다.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이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형은 더 적게 가지면서 자신의 삶을 즐기는 반면 동생은 더 많은 일을 하면서 불의의 사고를 대비한다. 개인적으로 형에게 공감하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잠시 휴식을 가져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다 그에게 일어난 일을 보면 휴식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첫 소설이 성공한 후 연달아 베스트셀러를 내놓고,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거대한 부를 쌓았지만 그는 글쓰기를 그만 두지 못한다. 이 일들이 그가 겪은 일들에 대한 도피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여행 가기 전 일상에서 시작한다. 여행을 가서 그곳 풍경과 감상을 다룬 후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돌아간다. 이 구성은 끝까지 이어지면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준다. 자서전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 이면에 어떤 삶이 있었는지 보여줄 때 가슴이 아팠다. 비극이 한 번이 아니라 반복될 때 점점 그 기억은 두툼하게 쌓인다. 좋아질 것이란 거짓말도 할 수 없다. 부모님과 여동생만으로 엄청난데 둘째 아들도 장애가 있다. 그가 일에 더 집착한 이유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의사들이 진단과 달리 그의 노력으로 아이를 거의 정상인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대단하다. 진단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그의 노력의 결과일까?
연말 연초에 이 산문집을 들고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의 울음을 보면서 눈물짓고, 악동 같은 행동에 화를 내었다. 엄마의 응급처치에 놀라면서 작가가 과장되게 쓴 것은 아닌지 의심을 눈초리를 보냈다. 비극적인 가족사가 나올 때는 숙연해졌고,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겨 눈물을 수십 분간 흘렸다고 했을 때는 공감했다. 여행지에서 형이 보여준 몇 가지 행동은 미국인의 나쁜 행동들이 떠올라 불편했지만 솔직한 감상들은 좋았다. 긴 여행 도중에 아내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을 때 약간 나쁜 생각을 했지만 그의 삶을 생각하면서 동의했다. 그런데 역자 후기는 그 나쁜 생각을 확인해보고 싶게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강하게 흐르는 기조는 꿈과 열정과 굳은 의지와 노력과 가족 사랑이다. 하나의 꿈이 이루어졌다고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다음 꿈을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두 형제의 사랑은 나의 삶을 잠시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