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왔구나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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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SF에 나오는 것처럼 노화방지물질이 발명된다면 모를까 현재까지는 당연한 자연법칙이다. 이 자연법칙 중 가족을 괴롭히는 질병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치매가 최악이다. 중풍에 걸린 큰아버지들의 모습을 봤지만 제3자의 입장이다 보니 힘들겠구나 정도에 머물렀다. 중풍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힘겨움은 조금 피상적이었다. 그런데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글이나 영상을 보면 혹시 나의 부모님도 이런 병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충분한 여윳돈이 있다면 요양원에 모시고, 자주 찾아뵙는다는 답안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 현실이 그런가.

 

이 작품집은 바로 치매에 걸린 가족을 갑자기 마주한 순간들을 그리고 있다. 역자의 말처럼 사회적인 문제이지만 개인에게 한정해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국가에서 충분한 시설과 인원을 갖춘 후 이들을 돌본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돈이 많으면 민간요양병원에 위탁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고액이다 보니 일반 시민들은 힘들다. 이들을 돌봐줄 인력이 파견되지만 한정적이다. 결국 그 너머의 시간은 가족들이 돌봐야 한다. 가족이 돌볼 경우 누가 돌볼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다. 자식이 혼자면 어쩔 수 없지만 둘 이상이면 이것도 갈등의 원인이 된다. 이 단편집은 이런 갈등을 고조시키기보다 어쩔 수 없이 마주한 가족의 치매 문제를 다룬다.

 

부모의 치매를 알게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아, 어떻게 하라는 거야!”란 문장이 이것을 가장 잘 대변해주지 않을까. 점점 커져가는 불안감은 조금씩 마음을 잠식한다. 자신의 일이 있고, 돌봐야 하는 다른 가족이 있다면 치매 환자를 돌봐야한다는 사실은 피하고 싶은 현실이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가 <형, 뭐가 잘났는데?>다. 다섯 형제와 며느리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기적이고 현실적인 반응들이 나온다. 이 이야기의 문제는 한 다리 건너서 이야기가 전달되면서 오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치매 환자가 아니고, 노모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해피엔딩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치매였다면 이 형제들의 행동은 어땠을까?

 

<엄마, 노래 불러요?>는 조금은 이상적인 대응을 보여준다. 남편이 홀몸이자 치매 환자인 엄마를 자신들의 집에 모시자고 한다. 학원 강사를 하면서 시간 여유가 있다보니 아내의 직장 생활을 도우면서 장모를 돌본다. 딸 하루카가 “서로 도와가며 앞으로 잘 지내겠노라”라고 마음먹는 것이 가능한 이유다. 이처럼 치매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단편을 제외하면 치매 가족을 돌보는 인물들은 모두 딸이다. 며느리다. 딸 밖에 없는 집이 대부분이지만 아들은 전업주부인 아내에게 모조리 맡긴다. 같은 남자인 내가 봐도 심하다. 여기에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행동까지 덧붙여지면서 그 아내를 응원하게 된다. 이 강한 인내를 보면서 일본의 황혼이혼 이유가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이 소설 속에서 치매 환자인지 판별받기 위한 노력과 함께 조금 낯선 용어들이 나온다. 개호인정 같은 단어가 대표적이다. 법은 어쩔 수 없이 환자의 정도에 따라 우선순위 등을 지정할 수밖에 없다. 등급이 낮으면 가족의 부담이 늘어난다. 공공요양원의 대기가 길다는 것과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 것이다. 농담처럼 죽은 후에야 들어갈 수 있겠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런 노인들을 노리고 집안으로 들어와 사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홀로 독립해서 산 야오이가 오랜만에 집에 와서 본 풍경이 바로 이것이다. 제대로 돌보는 가족이 없는 치매 환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잘 보여준다.

 

젊었을 때 어땠는가 하는 것은 치매와 상관없다. 학교 선생이었던, 작은 회사 사장이었던, 홀로 딸들을 키웠던 것들과 관계없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니 치매에 좋다는 놀이나 운동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도 알 수 없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치매 환자들은 대부분 초기다. 이 증상이 심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극단적으로 나아간 소설도 있다.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해 집에 여러 가지 설치를 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이것이 무력해지는 순간도 있다. 서로가 계속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무레 요코의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막막하고 무거워진 마음을 느낀다. 나도 이제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나? 역자의 말처럼 아직 건강한 부모님이 다시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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