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를 쫓는 모험
이건우 지음 / 푸른숲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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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를 좋아하는지 묻는다면 그 답은 “글쎄요”이다.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바싹한 튀김을 좋아하기에 돈까스도 가끔 먹는다.

바싹함을 좋아하기에 일본식 돈까스보다 왕돈까스 같은 얇은 돈까스를 더 좋아했다.

물론 이것도 오래 전 지금 같이 두툼한 등심 돈까스가 거의 없던 시절 이야기다.

나의 입맛이 바뀌게 된 데는 일본 도쿄의 돈까스 경험이 한몫했다.

너무 오래 전이라 가게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이 돈까스가 나의 인식을 바꾸었다. 맛있었다.

한국에서 먹었던 돈까스와 식감이나 맛이 너무 차이 났다. 이후 두툼한 돈까스도 좋아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자주 먹지 않는 것들 중 하나가 된 것이 돈까스다.

이런 돈까스를 거의 매주 조금이나마 먹게 된 데는 아이의 입맛이 자리하고 있다.

아이에게 푸드 코트에 가서 뭐 먹을래? 하고 물으면 그 답은 “돈까스”다.

그래서 일부러 돈까스 식당을 찾아가 함께 먹은 적도 많다.

코로나 19가 심할 때는 배달로 시켜 먹었다. 이때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카츠산도다.

처음 이것을 먹었을 때 생각보다 괜찮아서 놀랐다. 책 마지막에 카츠산도가 나올 때 이 경험이 떠올랐다.

그리고 책에서 소개한 ‘커츠’의 카츠산도와 커피가 먹고 싶었다.


솔직히 말해 돈까스 맛집이라고 찾아다니지 않는다. 앞에서 말한 이유가 가장 크다.

제주 여행을 가서 유명한 돈까스 집에 갔는데 이름에 비해 그렇게 강렬한 인상은 아니었다.

제주 ‘연돈’은 대기가 너무 길고, 예약이 불가능하고 실제 먹은 사람의 평을 보니 별로 땡기지 않았다.

저자가 엄선한 서울·경기 지역 돈까스집 29곳 중 실제 가서 먹고 싶은 곳도 그렇게 많지 않다.

관심이 있는 곳은 아이와 함께 가서 긴 줄을 서기 부담스럽고, 주말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주말에 서울역에 갈 일이 있어 ‘오제제’ 위치 검색을 하니 역 반대편이다. 아쉬웠다.

‘더 보헤미아’에 가서 용산 주변을 둘러보고 싶은데 요즘 분위기를 생각하면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카츠 바이 콘반’의 밥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식객’ 1권 첫 화가 떠오른다.


돈까스만 놓고 보면 그렇게 많은 집을 소개하지는 않고 있다.

프랜차이즈부터 새롭게 생기고, 방송을 탄 돈까스 전문점들이 너무 많다.

실제 그곳을 가서 먹으면 기대한 맛이 아닌 경우가 태반이다. 어쩌면 과거 입맛의 환상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돈까스 가게 소개는 늘 시선을 끈다. 이것도 도쿄의 경험 때문이다.

저자가 말한 인스타용 맛집들을 몇 곳 다녀왔는데 너무 실망한 경우가 많다.

최근 빵 트렌드를 보면 기본에 충실하기보다 설탕 등으로 뒤덮고, 가격을 뻥튀기했다.

음식의 간은 너무 짜고, 돈까스는 눅눅하거나 차갑게 식었다. 맛집들이란 곳의 현실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맛을 유지하는 식당들이 있다. 조금의 편차는 있지만 말이다.


29곳의 식당 중 가장 의외의 곳은 ‘한국외대 학생식당’이다.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이 학교에 다니던 친구가 말한 적도 없었다. 너무 옛날이긴 하지만.

이전에 살던 곳 근처나 가끔 지나가는 곳에 위치한 식당 이름이 나올 때면 놀란다.

왜 이제야 알았지! 하는 아쉬움이 먼저다. 살짝 아내에게 말을 꺼내 봐야겠다.

개인적으로 최애 음식은 아니지만 이렇게 전문적인 글을 보게 되면 몸이 들썩인다.

괜히 서울 외곽의 돈까스 가게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카리카리’ 이야기다.

돼지기름 ‘라드’에 대한 부분은 냄새에 민감한 나 같은 사람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

‘최강금 돈까스’에서 금보다 귀한 접객과 그 돈까스의 맛도 보고 싶다.


맛이란 참으로 미묘한 것이다. 개인의 경험과 취향이 너무나도 뚜렷하게 작용한다.

선입견과 편견으로 내가 놓친 수많은 음식을 생각하면 이런 책은 종은 공부다.

개인적으로 물에 빠진 고기를 좋아하지 않아 거의 주문하지 않는 것이 돈까스나베 종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살짝 마음이 움직였다. 내가 먹었던 것과 다를까? 하는 의문으로.

그리고 안심과 등심의 맛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열정 부족 탓이다.

책 마지막에 냉동 돈까스 맛을 비교해 놓은 것이 있는데 돈까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유익한 내용이다.

끝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경양식으로 시작했던 돈까스의 추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번 주말에 돈까스 한 번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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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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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작가의 대표작이자 데뷔작이다. 한국에서도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적이 있다.

같은 번역가로 출판사를 바꾸고, 연작 단편 하나 <초코몬>이 덧붙여졌다.

구판과 전체적인 비교는 하지 않았지만 앞 몇 장을 보니 번역이 아주 조금 바뀌었다.

그리고 터키를 현재 바뀐 외국어 표기명 튀르키예로 표기했다. 너무 발 빠른 대처라 오히려 아쉽다.

아직 튀르키예로 바뀐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고, 원작의 표기도 터키일 텐데 말이다.

아니면 터키로 표기하고, 주석으로 언제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려주는 방법도 있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집에 이 작가의 책이 몇 권이나 있어 이전에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다.

착각이다. 아주 큰 착각이었다. 비슷한 풍의 다른 작가와 혼동했다는 변명도 부끄러울 것 같다,

늘 이 작가의 소설에 관심을 두고, 사 놓았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 책이 처음이다.

처음 읽었지만 읽으면서 처음 읽었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앞에서 적었듯이 이와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을 몇 권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을 톡톡 건드리면서 따뜻하게 안아주는 소설들 말이다.

이 소설도 마지막 엄마의 편지를 읽다 보면 그 감정이 조용히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작은 동네와 적은 등장인물 덕분에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다.

난해한 심리 묘사에 집중해 머리를 어지럽히지도 않는다. 시간 순으로 전개되고, 에피소드도 간단하다.

많지 않은 분량에 가독성도 뛰어나 생각보다 빨리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어떤 장면은 지금 사회 분위기에서 놀랄 만하다.

가슴 한 곳을 조용이 데워주는 이야기는 우연과 소망이 결합해서 이루어진다.

링고가 떠났던 동네를 다시 올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주는 첫 장면과 대비된다.

자신이 알고 있고, 짐작했던 상황들이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부분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외국인 남자 친구와 함께 식당을 여는 것을 꿈꾼 링고.

하지만 어느 날 남친이 모든 돈과 가구 등을 들고 집을 떠났다.

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그녀가 하는 첫 행동은 할머니의 겨된장독을 찾는 것이다.

경찰 신고로 돈을 찾아올 생각도 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았다는 충격에 목소리마저 잃었다.

나락으로 떨어진 그녀가 선택한 것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고향으로 돌아가 다른 길을 찾는 것이다.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고, 무기력하게 그냥 떠나는 그녀가 솔직히 이해되지 않았다.

나의 기존으로 이 상황을 재단하면 이야기가 더 나아가지 못한다.


엄마의 집에 온 이유 중 하나는 은행을 신용하지 않는 엄마가 밭에 묻어둔 돈을 찾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반려돼지 엘머스의 추격으로 실패한다. 엄마도 낫을 들고 나타난다.

갈 곳도, 돈도 없는 그녀는 이제 이곳에 머문다. 그리고 엄마의 집 옆 빈 건물에 식당을 차린다.

하루에 한 팀만 받는 식당이다. 이름은 달팽이가 껍질을 들고 다니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다.

자신이 가진 상처와 두려움을 달팽이 껍질처럼 덮어주기 바라면서 지은 이름이다.

이 식당을 여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인물은 어릴 때부터 그녀를 돌아준 동네 아저씨 구마씨다.

그녀의 첫 손님도 당연히 구마씨다. 그녀가 만든 석류 카레를 먹은 후 집을 떠난 아내가 잠시 들른다.

달팽이 식당의 입소문은 구마씨의 입을 통해 퍼진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식당으로.


목소리를 잃은 링고 대신 예약을 대행하는 사람도 구마씨다.

좋은 동네 식자재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사람도 구마씨다. 음식을 만들기 전에 가장 큰 도움을 준다.

마지막에 엘머스 해체 장면을 보면서 허영만의 식객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이 소설을 읽기 전 이 장면에 충격 받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는데 조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돼지 한 마리가 얼마나 많은 부분으로 나누어져 음식으로 변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식재료 선별과 근거리 재료 우선의 방침을 가진 이 식당의 방침과도 맞닿아 있다.

그리고 새로운 단편 <초코몬>은 이전 책에는 없는 단편이고, 본 이야기에 잠시 나온 에피소드를 단편 소설로 확장했다.

이 단편 역시 따뜻하고 미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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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붓꽃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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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시집이다.

시집을 정말 띄엄띄엄 읽고 있고, 외국 시인에는 더욱 무지하다.

아마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았다면 이 시집을 읽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

집에 쌓아 두고 조금씩 읽고 있거나 쌓아만 둔 시집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렇게 가끔 노벨문학상은 나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끈다. 이런 일은 좋은 일이다.


이번에 시공사에서 세 권이 한꺼번에 같이 번역되어 나왔다.

역시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았다면 시집이 이렇게 나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반가운 일이다.

이 세 시집을 한 권씩 천천히 읽을 예정인데 가장 처음 선택한 것이 가장 먼저 나온 이 시집이다.

그리고 이 시집의 구성도 기존 시집과 다른다.

보통 시집 뒤에 시집에 대한 해설과 옮긴이의 말이 나오는데 이 책은 별책으로 만들었다.

아직 이번에 읽은 시집에 대한 이 별책을 읽지 않았다.

왠지 다음 시집은 별책의 해설 등을 먼저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시들이 실려 있지는 않다. 같은 제목의 시들도 많다.

가장 많이 나오는 제목은 ‘아침 기도’와 ‘저녁 기도’다.

예전에 ‘무제’란 제목의 시들이 많았던 시집이 생각난다. 요즘은 보기 힘들어진 듯하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시인이 부르는 존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쉽게 기독교 신으로 해석하면 간단하지만 시어들이 들려주는 소리는 그것과 다른 것도 있는 것 같다.

“’단순한 신앙 교리(tenets of faith)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엄정함과 저항’이라고도 표현했다”는 문장의 의미가 조금은 이해가 된다.


정원의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수없이 나오는 풀과 꽃들은 나에게 낯설다.

언젠가 한 시인이 꽃을 아는 것을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나무도 꽃도 풀도 나에겐 어렵다.

시를 읽으면서 문장의 배열이나 어미 등에서 원전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떤 단어와 배열이기에 이런 편집을 했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배열과 시어들은 가끔 나의 집중을 깨트리고, 좀더 고민하게 한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시어들을 보면서 몇몇 표현들은 나의 가슴에 와 닿았다.

“흙을 찢는 날개 같은 그 첫 새싹들을 봤어요.” <저녁 기도>에 나온 시어다.

<자장가>란 시에서는 “가만히 들어 봐, 반딧불 같은, 내 숨소리를, / 네 숨소리를, 각자의 작은 호흡은 / 세상이 드러나는 하나의 불꽃.”이라고 했을 때 나의 귀도 그 순간 그 소리에 집중했다.

이런 표현 몇 개를 마음에 담았지만 전체적인 시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하다.

정원에서 영감을 얻은 시집이란 소개가 있는데 그 영감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호흡을 달리하고, 좀더 그 묘사와 표현에 집중하면 다르게 다가올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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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킹덤 9 : 고대 신목 제단 - 오리지널 레벨업 코믹북 쿠키런 킹덤 9
김강현 지음, 김기수 그림 / 서울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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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을 본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9권이 나왔다. 반갑다.

2개월 주기로 한 권씩 나오는 것 같다. 이렇게 한 권씩 만화를 읽는 것이 오랜만이다.

쿠키런 시리즈가 아니었다면, 아이가 어느 날 이 시리즈에 눈을 뜨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짧은 출간 주기는 나의 저질 기억력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신의 힘을 받은 신수, 설탕백조를 찾아간 일행의 다음 이야기를 바로 확인했다.


용감한 쿠키 일행은 어둠에 물든 설탕백조를 만난다.

역시 이 신수를 어둠으로 물들게 한 쿠키는 전편에서도 저주를 내렸던 그 벨벳케이크맛 쿠키다.

저주의 힘은 신수를 먼저 어둠으로 오염시키고, 호수와 호수의 물에 닿는 쿠키들을 모두 오염시킨다.

커스터드 3세맛 쿠키도 이 오염된 호수에 빠진다. 악에 물든 쿠기가 된다.

이 용감한 쿠키 일행을 오염된 쿠키들이 공격한다. 아주 많은 쿠키의 공격에 도망갈 수밖에 없다.

마법으로 공격해서 죽이면 되지만 총에 맞아 내는 목소리가 마음 주민의 것이다.

진퇴양난의 순간이다. 이때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땅속이다.


그들을 구한 쿠키는 롤케이크맛 쿠키다. 팬케이크맛 쿠키의 형이다.

형마저 설탕백조의 어둠에 오염된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롤케이크맛 쿠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설탕백조가 어둠에 오염되었고, 주변 사람들도 변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루 10분 동안 오염된 설탕백조가 잠을 잔다는 것이다.

소울잼이 박힌 지팡이로 설탕백조의 어둠을 물리쳐야 한다.

일행은 10분이란 짧은 시간 안에 설탕백조의 어둠을 물러쳐야 한다.

그런데 그 시간은 너무 짧고, 호수 중간으로 이동하고 정화하기는 쉽지 않다.

용감한 쿠키가 이 호수에 빠지는 사건마저 생긴다.


설탕백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몇몇 장면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었다.

방귀를 뀌면서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작아졌다가 커졌다가 하는 변신 등이다.

설탕백조의 썰렁한 아재 농담은 이번에도 반복된다.

설탕백조가 용감한 쿠키 일행을 태우고 날아갈 때 묘사는 장자의 <소요유> 속 대붕을 닮았다.

그리고 새로운 모험이 펼쳐진다. 이번에는 유령 마을이다.

이 유령들은 사람을 괴롭히지 않고, 유령사냥꾼에게 잡혀간다.

거대한 전설의 한 자락이 살짝 펼쳐진다.


역시 가볍게 빠르게 잘 읽힌다.

성인 판타지를 순한 맛으로 눈높이를 내려 재밌게 표현했다.

전편의 모험을 중반까지 힘들게 해결하고, 후반부에 다른 모험을 시작한다.

중반부터 본 탓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세계관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언제 시간 내어 앞 이야기도 읽고 이해도를 높이고 싶다.

기억을 잃은 용감한 쿠키의 과거와 그 힘은 과연 무엇일지 여전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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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스무 살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7
최지연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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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제1회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이다.

스무 살의 은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스무 살. 오래 전 그 나이의 나를 생각한다.

희미한 기억 속의 나는 은호처럼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불안하고, 즐겁고, 어리둥절했다.

다른 시대, 다른 환경을 가졌기에 나와 은호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신의 스무 살을 생각하지 않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의 내 모습을 자꾸 떠올리고, 생각하고, 그리워한다.


은호. 그녀의 가정은 불안정했다. 엄마는 고등학생 때 임신해 은호를 나은 것 같다.

주민등록증 나이로 추산하면 고3때 엄마가 낳았다. 물론 엄마는 주민등록증 기록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았고, 동안이라 가끔 남자들이 헌팅을 하기 때문이다.

첫 장면에 상담사와 상당하는데 엄마와 밥을 먹다가 생긴 에피소드를 말한다.

이십 대 남자가 자신이 아닌 엄마에게 남자 친구 있는지 묻는 장면이다.

당연히 자신에게 온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라니! 그리고 엄마의 대답은 남자 친구 없고 남편 있어요, 다.

조금은 흔한 동안의 엄마와 함께 다니는 딸 이야기 같다. 그런데 남편도 이혼으로 현재 없다.


서울 강북에 있는 대학에 오면서 집을 떠나 혼자 생활한다.

은호의 자취 생활 속에는 수많은 남자들이 있다. 남자를 아주 가볍게 생각한다.

현재 커피숍에서 알바를 하고, 착실한 남자 친구가 있다. 준우다.

이제 성에 눈을 뜨고 있던 준우는 은호의 엄마가 상경하면서 그 욕망을 억눌러야 한다.

20대 남자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엄마의 상경은 은호에게 생각하지 못한 일이자 변화다.

좁은 방에서 같이 산다. 주변에서 듣는 말처럼 엄마와 딸이 함께 있으면 사소한 다툼이 늘어난다.

엄마의 걱정이 잔소리로 흘러나오고, 삶의 치열함이 생존을 위해서란 사실이 드러난다.

그것은 현재가 아닌 과거 이야기 속에서 조금씩 흘러나온다.


은호는 엄마와의 다툼과 갈등 후 학교 상담소를 찾아간다. 여기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문제는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있다. 엄마는 이혼하고 자신의 삶을 살기보다 딸과 함께 살기를 선택한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았고,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환경을 가진 모녀는 보는 사람이 불안하다.

젊은 엄마가 자신이 일하는 카페 사장님처럼 조금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지만 쉽지 않다.

남자 친구나 애인을 사귀어 자신의 삶도 즐겁게 살길 바라지만 이것도 어렵다.

고깃집에서 서빙을 하면서 돈을 벌지만 그것이 결코 풍족하지 않다. 딸도 카페 알바를 하지 않는가.

이 삶의 어려움과 무거움이 진하게 드리우고 있지만 작가는 이 어둠에 먹히지 않는다.

무거움을 지고 있지만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그 노력의 하나가 바로 상담하는 것이다.


엄마와 딸은 서로를 걱정한다. 소설의 마지막에 나오는 문장처럼 ‘서로 자유롭게 함께 있’지 못한다.

자신이 엄마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도 없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된다.

이 부분은 잠시 나의 이십 대로 나를 끌고 간다. 나도 도움을 요청하는데 아주 약했다.

흔한 모녀의 갈등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결국 자유와 공존이다.

서로를 인정하고, 자신의 삶을 살면서 함께 하는 삶을 바란다. 쉬운 일이 아니다.

잠시 자신을 돈에 팔려고 한 적도 있는데 역시 이것도 어렵다. 쉽게 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은호의 선배 윤지가 “살고 싶다면 먼저 죽어야 한다.”는 선불교의 가름침을 말한다.

고민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은호는 상담사를 통해 그 문제의 본질에 다가간다.


나의 이십 대를 떠올리면 상당히 성숙한 은호다.

은호는 자신의 스무 살과 엄마의 스무 살을 비교한다. 엄마는 당연히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한다.

너무 흔하게 듣는 말과 보는 상황이지만 그 흔함 속에 우리의 일상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 흔한 말과 상황은 그 뿌리를 파고 들면 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 부분을 아주 잘 표현하고, 눈에 보이는 삶의 이면을 갑자기 드러낸다.

편해 보이는 일상의 다른 모습과 각자의 고민이 빠르게 표현되다. 카페 사장이나 윤지 선배가 그렇다.

결국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말하고, 자신을 드러내면서 한 발 나아간다.

그 성장은 완전하지 않고, 이제 겨우 시작이다. 하지만 그 한 발이 모든 변화와 성장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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