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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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작가의 대표작이자 데뷔작이다. 한국에서도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적이 있다.

같은 번역가로 출판사를 바꾸고, 연작 단편 하나 <초코몬>이 덧붙여졌다.

구판과 전체적인 비교는 하지 않았지만 앞 몇 장을 보니 번역이 아주 조금 바뀌었다.

그리고 터키를 현재 바뀐 외국어 표기명 튀르키예로 표기했다. 너무 발 빠른 대처라 오히려 아쉽다.

아직 튀르키예로 바뀐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고, 원작의 표기도 터키일 텐데 말이다.

아니면 터키로 표기하고, 주석으로 언제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려주는 방법도 있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집에 이 작가의 책이 몇 권이나 있어 이전에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다.

착각이다. 아주 큰 착각이었다. 비슷한 풍의 다른 작가와 혼동했다는 변명도 부끄러울 것 같다,

늘 이 작가의 소설에 관심을 두고, 사 놓았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 책이 처음이다.

처음 읽었지만 읽으면서 처음 읽었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앞에서 적었듯이 이와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을 몇 권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을 톡톡 건드리면서 따뜻하게 안아주는 소설들 말이다.

이 소설도 마지막 엄마의 편지를 읽다 보면 그 감정이 조용히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작은 동네와 적은 등장인물 덕분에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다.

난해한 심리 묘사에 집중해 머리를 어지럽히지도 않는다. 시간 순으로 전개되고, 에피소드도 간단하다.

많지 않은 분량에 가독성도 뛰어나 생각보다 빨리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어떤 장면은 지금 사회 분위기에서 놀랄 만하다.

가슴 한 곳을 조용이 데워주는 이야기는 우연과 소망이 결합해서 이루어진다.

링고가 떠났던 동네를 다시 올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주는 첫 장면과 대비된다.

자신이 알고 있고, 짐작했던 상황들이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부분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외국인 남자 친구와 함께 식당을 여는 것을 꿈꾼 링고.

하지만 어느 날 남친이 모든 돈과 가구 등을 들고 집을 떠났다.

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그녀가 하는 첫 행동은 할머니의 겨된장독을 찾는 것이다.

경찰 신고로 돈을 찾아올 생각도 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았다는 충격에 목소리마저 잃었다.

나락으로 떨어진 그녀가 선택한 것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고향으로 돌아가 다른 길을 찾는 것이다.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고, 무기력하게 그냥 떠나는 그녀가 솔직히 이해되지 않았다.

나의 기존으로 이 상황을 재단하면 이야기가 더 나아가지 못한다.


엄마의 집에 온 이유 중 하나는 은행을 신용하지 않는 엄마가 밭에 묻어둔 돈을 찾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반려돼지 엘머스의 추격으로 실패한다. 엄마도 낫을 들고 나타난다.

갈 곳도, 돈도 없는 그녀는 이제 이곳에 머문다. 그리고 엄마의 집 옆 빈 건물에 식당을 차린다.

하루에 한 팀만 받는 식당이다. 이름은 달팽이가 껍질을 들고 다니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다.

자신이 가진 상처와 두려움을 달팽이 껍질처럼 덮어주기 바라면서 지은 이름이다.

이 식당을 여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인물은 어릴 때부터 그녀를 돌아준 동네 아저씨 구마씨다.

그녀의 첫 손님도 당연히 구마씨다. 그녀가 만든 석류 카레를 먹은 후 집을 떠난 아내가 잠시 들른다.

달팽이 식당의 입소문은 구마씨의 입을 통해 퍼진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식당으로.


목소리를 잃은 링고 대신 예약을 대행하는 사람도 구마씨다.

좋은 동네 식자재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사람도 구마씨다. 음식을 만들기 전에 가장 큰 도움을 준다.

마지막에 엘머스 해체 장면을 보면서 허영만의 식객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이 소설을 읽기 전 이 장면에 충격 받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는데 조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돼지 한 마리가 얼마나 많은 부분으로 나누어져 음식으로 변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식재료 선별과 근거리 재료 우선의 방침을 가진 이 식당의 방침과도 맞닿아 있다.

그리고 새로운 단편 <초코몬>은 이전 책에는 없는 단편이고, 본 이야기에 잠시 나온 에피소드를 단편 소설로 확장했다.

이 단편 역시 따뜻하고 미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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