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더스트 패밀리 안전가옥 오리지널 21
안세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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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오리지널 21권이다. 개인적으로 처음 만난 작가다.

이 작가의 다른 소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 안전가옥 오리지널로 나와 반가웠다.

그리고 이 소설은 초능력자 가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 좋아한다.

초능력자 가족이 나온다기에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다.

타고난 초능력자가 아닌 어떤 생명체에게 그 능력을 한꺼번에 선물받았다.

당연히 각자의 능력은 다르고, 그 능력의 기한은 정해져 있다.


한정된 초능력은 그 능력이 유효할 때만 효용가치가 있다.

이 배씨 가족은 이 능력을 남들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국정원 5과가 이 사실을 안다.

그리고 그들을 자신들의 임시 조직원으로 채용해서 일을 맡긴다.

이 가족들의 능력은 파워, 빠른 발, 동물 등과 소통, 꾳가루로 지배, 힐링 등이다.

이 능력을 이용해 국정원에서 내린 명령을 아주 잘 수행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능력이 사라졌다. 그리고 산 속 정신병원에 갇혔다.

능력을 잃은 초능력자를 국정원 요원이 약을 먹여 이 병원에 입원시킨 것이다.


이 정신병원을 탈출하기 위해 배씨 가족은 1년 동안 수많은 시도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런 시도와 노력은 병원장의 면담과 철저한 보안에 막혀 한 발자국도 병원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많은 환자들은 다양한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다.

배씨 가족은 자신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과거를 보면 전 초능력자 가족이 맞다.

탈출 시도를 포기하고 있던 중 하늬가 책 속에서 자신들이 만난 생명체의 그림을 발견한다.

그 생명체는 자신들에게 초능력을 선물한 생명체다.

자신들처럼 그 생명체를 만난 누군가가 이 정신병원에 갇혀 있다. 그를 찾아야 한다.


자신들과 함께 산 누군가가 이 그림을 그렸을까?

다른 가능성은 격리병동에 살고 있는 누군가 일 수도 있다.

이 가족은 그 가능성을 위해 자살 시도한 환자의 기획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이 병원의 보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견고하다. 실패한다. 예상된 실패다.

다른 계획이 또 숨겨져 있다. 이것도 실패한다. 아니 계획된 실패다.

그리고 숨겨져 있던 사실이 하나씩 밝혀진다. 배씨 가족을 둘러싼 새로운 사실이 나온다.

그들이 유일한 초능력자가 아니라는 것과 그들처럼 초능력이 사라진 사람들의 최후에 대해서.


평범한 가족에게 특별한 능력을 준 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이 능력이 생겼다고 그들이 완전히 변한 것은 아니다. 소시민의 삶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가끔 이런 능력을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나쁜 쪽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초능력자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서로의 이익이 충돌하고, 바라는 바가 다를 때 문제는 더욱 커진다.

그리고 작가는 각성이란 능력치를 하나 더 넣고, 초능력의 한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이런 세심한 설정과 빠른 전개와 평범한 가족에서 나온다.

뛰어난 가독성은 좀처럼 후반부로 가면 멈출 수 없게 한다. 다른 소설로 빨리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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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집 김씨 사람을 그리다 - 김병종 그림 산문집
김병종 지음 / 너와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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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가 김병종의 그림 산문집이다.

그가 동양화가란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그 그림들은 동양화보다 서양화의 느낌이 더 강하다.

이전에도 말했듯이 이런 느낌은 동양화에 대한 나의 지식 부족과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간결한 선과 투박하고 아이가 그린 것 같은데 눈길이 자꾸 간다.

덕분에 중국집 배달부가 이 그림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고 달라고 한 모양이다.

그림의 가치는 그림을 아는 사람만이 매길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던진다.


유년과 청년의 기억과 추억을 먼저 풀어놓는다.

결코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고 있었던 대로 최대한 표현하려고 한다.

‘아이의 일기’ 편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시대 부모의 일반적인 행동과 별 차이가 없다.

아이의 말보다 자신의 면이 우선이었던 그 시절. 작은 폭력.

이것보다 나에게 더 크게 다가온 것은 아버지의 기억과 다른 아이의 일기 내용이다.

이 서로 다른 기억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왠지 모르게 일기가 가슴에 파고든다.


‘쟁이’라고 스스로를 부르는 화가. 칠집 김씨도 그렇게 탄생했다.

함바집에서 밥을 먹고 페인트 뭍은 옷을 보고 칠집 김씨라고 부른 사람들.

이런 호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학 교수. 이것은 다시 중국집 배달부 이야기와 이어진다.

자산을 높이기 보다 현재 위치에서 볼 수 있다는 부분에 놀란다.

대학 교수들이 얼마나 자신의 권위를 앞세우는지 알기에 더욱 그렇다.

‘연자 누나’ 이야기는 소년기 기억과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잘 보여준다.

그 시절과 오랜 세월 후 만남을 통해 그는 한 시절을 넘어간다. 나에게는 누가 있을까?


기억 속에 나오는 사람들 중 먹먹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그 기억 속 공간은 인천 옛집이고 사람은 그 이웃이다.

옛 인연이 오랜 시간 후 이어질 때 나오는 감정은 그냥 단순하게 요약하게 쉽지 않다.

그리고 베트남 신부의 삶은 달걀이 불러온 어머니에 대한 감정은 순간 울컥하게 한다.

가끔 어떤 공간이, 어떤 음식이, 어떤 물건이 사람의 감정을 뒤흔든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본 풍경보다 그곳에서 한 행동과 만난 사람에 더 눈길이 가고 감동하는 이유다.


학창 시절 나는 지리부도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낯선 지명과 외워야 할 도시 때문이다.

화가는 이 지리부도를 좋아했고, 어른이 된 후 그곳을 여행하면서 자신의 상상을 현실화했다.

이미 다른 책에서 그의 여행을 봤기에 그렇게 낯설지 않다.

하지만 그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그가 배운 감정들과 행동들은 여전히 울림을 준다.

직업과 상관없이 깨달음을 주는 사람을 스승이라고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내가 못났다.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나의 삶을 돌아본다.


언제나처럼 그의 글과 그림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빠진다.

그의 위치를 생각하면 그가 티벳의 한 학교 벽화 그리기를 요청받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나의 소심하고 쪼잔한 마음이 눈길을 준 것이고, 저자는 거기서 만난 소년에 눈길을 준다.

그 소년을 통해 그가 본 것은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이다.

이렇게 이 글 속에는 자신의 과거를 사실적으로 잘못과 깨달음, 아쉬움, 삶의 정리를 드러낸다.

어떤 글 속에서는 그의 정치 성향이나 성격이 나온다. 어쩌면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자신의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다른 책보다 많다. 잠깐 생각에 빠진다.

그림과 글이 쉬워 보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단순할수록 그 여운은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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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탐정 유동인 2 - 리턴즈 서점 탐정 유동인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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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탐정 유동인 시리즈 2권이다. 1권은 아직 읽지 못했다.

‘연애만 빼고 완벽한 남자’라는 소개글에 혹했다. 어떤 인물일까 하는 호기심이 먼저 들었다.

1권의 표지를 본 적이 있는데 서점 탐정이란 제목에 혹했던 것이 생각난다.

운 좋게 2권을 먼저 읽었는데 1권에 등장한 인물들이 이번에도 나왔다고 하니 궁금하다.

몇몇은 등장 횟수보다 존재 그 자체로 강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력적인 서점 탐정 유동인과 여청과 형사인 강아람의 케미가 아주 좋다.


모두 네 편이 실려 있다. 가을에서 시작해 여름으로 끝난다.

살인 사건 같이 굵직한 사건들은 나오지 않는다.

실종 사건이나 보물찾기나 차량 접촉 보험 사기나 몰카 등을 다룬다.

첫 단편을 제외하면 그렇게 큰 사건도 아니고 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진다.

한 사람의 짝사랑이 잘 드러나지만 그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제목처럼 서점이 계속 나와 괜히 자주 가는 회사 근처 서점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안타깝게도 그 서점에선 이 책과 같은 멋진 직원은 보이지 않는다.


<가을, 유명작가 실종사건>은 인기 작가가 갑자기 사라진 것을 다룬다.

5년 전 베스트셀러를 내놓고 아내가 병으로 죽은 후 사라졌다.

그는 연작소설을 내놓기로 했는데 사라지면서 이 계획은 흐지부지되었다.

이 추리소설 작가의 이름은 박태영이고, 그가 낸 책 제목은 현실의 다른 작가가 낸 제목과 닮았다.

이 단편에서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유동인의 동창인 송동지다.

그의 학창 시절 이력과 현재 그가 진행하는 사업과 행동이 너무 수상하다.

아마 이 시리즈가 계속되면 송동지의 등장도 이어질 것 같다. 좀더 강력한 사건과 함께.


<겨울, 미림문고 보물찾기 사건>은 전 남친이 미림문고 속에 남긴 수표 찾기다.

한때 동거까지 같이 한 전 남친이 전세금 반환 수표를 책 속에 넣은 것이다.

그녀는 당장 이 돈을 신혼집 계약금으로 써야 한다. 한밤의 보물찾기는 이렇게 시작했다.

약 만 삼천 권의 책 속에서 얇은 수표를 찾아내어야 한다.

CCTV로 확인했는데 한 군데만 머물지 않고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이 수표를 찾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받는다. 힘들게 봉투를 찾지만 다른 내용이다.

얼마나 많은 봉투를 발견해야 그 수표가 나올까?

낭만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그의 이벤트가 어떤 의미인지 알려줄 때 고개를 끄덕인다.


<봄. 뒤쿵 접촉 사건>은 자동차 보험사기 사건을 다룬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사건이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 콤비가 출동한다.

용의자 중 한 명이 아픈 몸을 이끌고 열심히 헬스를 하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어린 용의자에게 형과 오빠라고 부르면서 운동하는데 쉽지 않다.

용의자와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결정적인 순간을 마주하는데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이 단편을 보면서 유동인이 얼마나 술에 약하고, 운전이 서툰지 알게 된다.


<여름. 발레 학원 몰카 사건>의 몰카 사건은 쉽게 해결된다.

하지만 유동인이 몰카 사건의 범인으로 발레 학원에서 지적되었다는 점이 놀랍다.

일반 사람들이 벌이는 사건은 형사의 가벼운 협박(?)에도 쉽게 해결된다.

그 이면에 깔린 욕망과 외로움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다. 다음 이야기에서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전개가 빠르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사건을 다룬다.

한 사건을 깊게 파고들어 빨리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며칠의 시간을 기본적으로 깔아둔다.

탐정이 직업이 아니다 보니 생업을 한 후 시간내어 사건을 해결한다.

여기에 강아람 형사의 짝사랑 감정이 개입되면서 둘의 만남은 더욱 빈번해진다.

추리작가로 등단하고자 하는 유동인의 노력과 열정은 괜히 다른 작가를 떠올리게 한다.

서점과 추리 소설가를 다루면서 나오는 몇 가지 정보는 작가의 전문분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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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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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위화의 장편소설이다.

1900년대 초 대격변기를 배경으로 민초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토비들이 각 지역을 돌면서 수탈하고, 학살하는 현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혼란의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는지 보여줄 때 놀란다.

함께 연대해서, 혹은 공권력에 기대 토비를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쉽게 사라진다.

정말로 공권력이 살아 있다면 이런 토비들이 마을에 들어가 그렇게 쉽게 사람들을 죽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토비들이 보여주는 잔혹한 고문과 학살의 장면은 정면에서 마주보기 힘들 정도다.

  

소설을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린샹푸이고, 다른 하나는 샤오메이의 시선이다.

린샹푸는 북부 지역의 부농의 아들이었다. 아버지가 일찍 죽으면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농지를 돌면서 관리했고, 좋은 목수들로부터 기술을 배웠다.

연목이니 경목이니 하는 목공을 배웠는데 이 기술로 큰 부를 이룬다.

하지만 이 기술로 부를 이루게 된 데는 그가 사랑했고, 그의 딸은 놓아준 아내를 찾기 위한 여정의 결과다,

그가 시진을 돌면서 젖동냥을 해 딸을 먹여 살렸는데 이렇게 하게 된 것이 아내를 찾기 위해서다.

시진에 머물게 된 데는 그 마을 사람들의 방언이 샤오메이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샤오메이 등이 그곳에 오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린샹푸의 젖동냥에 큰 도움을 준 인물이 한 명 있다. 천융량이다.

오랜 시간 시진을 돌면서 젖동냥을 했는데 천융량 가족의 덕을 봤다.

폭설이 내릴 때 그 집에 머물면서 인연은 더 강해졌고, 함께 사업을 한다.

이 사업은 그들의 노력과 뛰어난 실력 때문에 크게 성공했고, 린샹푸는 번 돈으로 주변 땅을 산다.

그런데 어느 날 시진에 토비가 들어와서 린샹푸의 딸 린바이자와 마을 사람들을 납치한다.

이것을 본 천융량의 큰아들 천야오우가 대시 인질이 된다. 대단한 용기다.

이렇게 인질이 된 사람들은 나중에 군대의 전투 때문에 몸값을 전달하지 못하면서 귀 한쪽을 잃는다.

이때문에 생기는 에피소와 새로운 이야기는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미 중 하나다.

 

린바이자란 이름은 백가(百家)인데 백집의 젖동냥을 받았기에 지었다.

린바이자는 자라면서 엄마의 부재를 거의 느끼지 못했는데 그것은 천융량의 아내 덕분이다.

토비가 극성을 부리자 린샹푸는 린바이자와 시진 대부호 구이민의 아들과 약혼한다.

그런데 이 구이민이란 아이가 대단한 난봉꾼이다.

그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보여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고, 왜 파혼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이것은 그 시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지금의 기준에서 본 것 때문이다.

대부호의 집에 여러 명의 처첩이 있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임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이런 린바이자가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는데 이 때문에 또 다른 사건이 생긴다.

 

샤오메이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린샹푸는 재혼을 하지 않는다.

그가 한 번 창부를 찾아가는데 그녀가 샤오메이를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중에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 속 인연들은 이렇게 저렇게 이어진다.

토비를 둘러싼 이야기는 그 시대의 혼란상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읽을 수 있다.

잔인하고 잔혹한 토비와 그들 앞에 너무나도 무력한 민중과 무력한 공권력.

정면에서 본 토비의 모습은 이 시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들의 고문에 구이민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여줄 때 현실을 깨닫게 된다.

이 일로 다른 사건들과 비극이 일어나는데 마지막에 눈시울을 붉혔다.

 

많은 분량이 린샹푸의 행적을 따라갔다면 ‘또 하나의 이야기’에선 샤오메이의 삶을 보여준다.

그녀가 오빠 아창과 린샹푸의 집에 나타나기 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왜 그 먼곳에 왔는지.

딸을 낳고 떠난 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는데 먹먹한 감정이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도시로 나오면서 마주하는 신문물을 바라보는 그녀와 아창의 시선은 신기하고 낯설다.

하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명확한 돈벌이도 없는 삶은 부유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샤오메이가 린샹푸의 집에서 가져온 금은 마음에 진한 흔적을 남긴다.

언제 린샹푸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두고 온 딸에 대한 그리움 등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이전에 몰랐던 상황들이 하나씩 흘러나온다.

한 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그들을 보고 아쉬움을 느낀다.

원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딘가에는 있겠지.”란 답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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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홍련 - 철산사건일 한국추리문학선 14
이수아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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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선 14권이다.

이 책은 웹소설로 먼저 나온 적이 있다. 웹소설과 출간본 사이에 차이가 있다.

두툼한 분량이지만 웹으로 연재된 분량보다 적다.

‘철산 사건 일지’란 부제가 붙어 있는데 미해결 사건들이 많다.

시리즈의 가능성을 집필후기에 적어 놓았는데 의혹을 해결하려면 필요하다.

이 소설의 분류에서 재밌는 점은 카카오페이지는 로맨스란 것이다.


많은 변주가 일어나고 있는 <장화홍련전>과 조선 시대 검험서인 <신주무원록>을 접목했다.

여기에 동생 홍련을 추리 부인과 의녀로 만들어서 탐정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

처음 도입부는 <장화홍련전>처럼 자매 귀신에 놀라 죽는 사또 이야기가 나온다.

전래동화에서처럼 새롭게 사또가 부임해 귀신을 만나 그 원한을 풀어주면 되는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사또와 홍련의 로맨스도 집어넣고, 홍련의 호위 무사인 무영과 삼각관계를 이룬다.

곳곳에 웹소설 특유의 서술이나 장면들이 들어 있다. 분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탐정 홍련이라고 해서 홍련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또 정동호의 분량이 더 많다. 그가 철산 사또로 부임하게 된 데는 사건 해결을 바라서가 아니다.

가는 사또마다 장화홍련 귀신에게 죽자 뒷배가 없는 그를 억지로 부임시킨 것이다.

그가 철산으로 부임하여 가는 도중에 홍련을 만나 인연을 맺는다.

그리고 부임한 첫날 밤 그 유명한 귀신을 직접 보게 된다. 놀라 자빠진다. 진짜 장화 귀신이다.

홍련이 철산에 오게 된 데는 죽은 언니 장화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다.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된 장화는 자신이 어디에서 죽었는지 모른다. 원한을 풀기 위해서는 시체가 필요하다.


판타지 로맨스 장르에 추리를 섞었다. 사또 정동호는 귀신의 도움으로 수많은 시체를 발견한다.

이 시체를 검시하는 역할을 홍련이 한다. 이때 둘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듯하면서 티격태격한다.

여기에 감초 역할을 하는 커플이 또 하나 등장한다. 홍련의 몸종 방울이와 정동호의 몸종 쉰동이다.

로맨스 코미디에서 자주 보던 설정이다. 시대만 조선 시대일 뿐이다.

사또가 많은 사건을 해결하지만 장화의 시체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다.

그리고 홍련과 사또를 노리는 무리가 계속 나타난다. 홍련의 적은 알겠는데 사또의 적은 누굴까?

작가는 이 부분에서 계속해서 흑막을 만들어내면서 사건을 꼰다.


이 철산이란 동네 정말 무시무시하다. 특히 여자들에게는 더욱더.

귀신 보는 사또를 장화와 함께 찾아오는 시체들의 사연과 숨겨진 이야기는 참혹하다.

가장 먼저 장화와 함께 온 자매 귀신의 사연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계모에 대한 선입견을 먼저 깨트린다. 그리고 이 시대의 여성관이 만든 비극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이 시대 여성들이 어떤 참혹한 비극에 놓여 있는지 하나씩 알려준다.

그리고 이런 일이 조선 시대만의 문제가 아님을 현실에 눈을 돌리면 바로 알 수 있다.


읽다 보면 재밌는 부분도 많지만 답답한 부분도 많다.

특히 의미없는 말장난과 밀땅은 보면서 왜 이런 장면을 넣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로코에 둔감해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그 상황 등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서로 정보 공유가 전혀 되지 않는 부분은 답답함 그 자체다.

중요한 장면을 보고도 바로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몇 번이나 있다.

마지막에 장화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이 풀리지만 다른 의혹을 많이 남겨둔 채 마무리한다.

웹소설로 남은 부분을 다 읽어야 할까? 아니면 책을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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