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집 김씨 사람을 그리다 - 김병종 그림 산문집
김병종 지음 / 너와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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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가 김병종의 그림 산문집이다.

그가 동양화가란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그 그림들은 동양화보다 서양화의 느낌이 더 강하다.

이전에도 말했듯이 이런 느낌은 동양화에 대한 나의 지식 부족과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간결한 선과 투박하고 아이가 그린 것 같은데 눈길이 자꾸 간다.

덕분에 중국집 배달부가 이 그림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고 달라고 한 모양이다.

그림의 가치는 그림을 아는 사람만이 매길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던진다.


유년과 청년의 기억과 추억을 먼저 풀어놓는다.

결코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고 있었던 대로 최대한 표현하려고 한다.

‘아이의 일기’ 편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시대 부모의 일반적인 행동과 별 차이가 없다.

아이의 말보다 자신의 면이 우선이었던 그 시절. 작은 폭력.

이것보다 나에게 더 크게 다가온 것은 아버지의 기억과 다른 아이의 일기 내용이다.

이 서로 다른 기억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왠지 모르게 일기가 가슴에 파고든다.


‘쟁이’라고 스스로를 부르는 화가. 칠집 김씨도 그렇게 탄생했다.

함바집에서 밥을 먹고 페인트 뭍은 옷을 보고 칠집 김씨라고 부른 사람들.

이런 호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학 교수. 이것은 다시 중국집 배달부 이야기와 이어진다.

자산을 높이기 보다 현재 위치에서 볼 수 있다는 부분에 놀란다.

대학 교수들이 얼마나 자신의 권위를 앞세우는지 알기에 더욱 그렇다.

‘연자 누나’ 이야기는 소년기 기억과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잘 보여준다.

그 시절과 오랜 세월 후 만남을 통해 그는 한 시절을 넘어간다. 나에게는 누가 있을까?


기억 속에 나오는 사람들 중 먹먹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그 기억 속 공간은 인천 옛집이고 사람은 그 이웃이다.

옛 인연이 오랜 시간 후 이어질 때 나오는 감정은 그냥 단순하게 요약하게 쉽지 않다.

그리고 베트남 신부의 삶은 달걀이 불러온 어머니에 대한 감정은 순간 울컥하게 한다.

가끔 어떤 공간이, 어떤 음식이, 어떤 물건이 사람의 감정을 뒤흔든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본 풍경보다 그곳에서 한 행동과 만난 사람에 더 눈길이 가고 감동하는 이유다.


학창 시절 나는 지리부도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낯선 지명과 외워야 할 도시 때문이다.

화가는 이 지리부도를 좋아했고, 어른이 된 후 그곳을 여행하면서 자신의 상상을 현실화했다.

이미 다른 책에서 그의 여행을 봤기에 그렇게 낯설지 않다.

하지만 그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그가 배운 감정들과 행동들은 여전히 울림을 준다.

직업과 상관없이 깨달음을 주는 사람을 스승이라고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내가 못났다.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나의 삶을 돌아본다.


언제나처럼 그의 글과 그림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빠진다.

그의 위치를 생각하면 그가 티벳의 한 학교 벽화 그리기를 요청받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나의 소심하고 쪼잔한 마음이 눈길을 준 것이고, 저자는 거기서 만난 소년에 눈길을 준다.

그 소년을 통해 그가 본 것은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이다.

이렇게 이 글 속에는 자신의 과거를 사실적으로 잘못과 깨달음, 아쉬움, 삶의 정리를 드러낸다.

어떤 글 속에서는 그의 정치 성향이나 성격이 나온다. 어쩌면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자신의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다른 책보다 많다. 잠깐 생각에 빠진다.

그림과 글이 쉬워 보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단순할수록 그 여운은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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