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
이장우 지음 / 북오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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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두툼하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한쪽에 실린 글자의 수가 다른 책들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었다.

공식적으로 656쪽으로 표기되는데 다른 편집이면 800쪽도 가능하다. 어쩌면 그 이상도.

최근 이렇게 두툼한 책을 읽은 적이 거의 없다. 솔직히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 걱정은 생각보다 좋은 가독성 덕분에 사라졌다. 물론 물리적 시간은 어쩔 수 없었다.


네이버 웹소설에 연재되었던 소설이다. 그때 제목은 <기억삭제소 스타벅스 청담>이었다.

작가가 글 쓴 곳이 스타벅스 청담이었다고 한다.

책으로 출간되면서 스타벅스는 커피페니로 바뀌었다.

책 속 내용은 스타벅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들이 그대로 나온다.

그리고 이 커피페니 청담의 파트너와 직원들이 등장한다.

보통의 소설이라면 이들의 활약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내겠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예상한 주인공은 몇 번 나오지 않았고,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놀란다.


2장부터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스스로 진화하고 인간을 감염시켜 숙주처럼 만들어버린다.

인간이 새롭게 백신 등을 개발할 때도 이 코로나바이러스는 숙주인간을 통해 그 정보를 얻고 대응한다.

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코로나족이라고 부르면서 사람처럼 표현한다.

초음파를 통해, 나중에는 와이파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보를 교류한다.

당연히 인류는 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백신 개발 등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직이 있는데 바로 심해기억저장위원회다.

이 위원회 소속 닥터 제닝스은 술탄코로나와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된다.


생존을 위한 투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치열함이 이 소설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족이 인간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 더욱 그렇다.

술탄코로나가 인류에게 요청한 다섯 가지 절대 신물에 대한 것은 글 속 드래곤볼 같은 느낌이다.

이 신물을 찾기 위한 뉴클레아스 요원들의 활약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이 신물을 찾는 과정에서 그곳의 비밀 결사 조직을 만난다.

보통의 판타지라면 신물을 둘러싼 대결이 펼쳐지겠지만 이 책에서는 오히려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 지역과 문화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자잘하게 늘어놓는다.


읽다 보면 국뽕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한국 아이돌과 콘텐츠에 대한 예찬과 열광이 그대로 표현된다.

단순히 사실의 나열만으로 끝난다면 별로 거부감이 없겠지만 곳곳에 한국 문화와 음식 등을 말한다.

요원들이 간 곳의 문화나 음식 등에 대한 정보도 흘러나오지만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

방대하고 잡다한 지식을 너무 많이 넣었다. 물론 보통의 웹소설이 보여주는 쓸데없는 글보다 낫다.

하지만 핵심을 벗어난 방대한 정보는 가독성에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그리고 읽다 보면 시간의 흐름에 역행하는 사실이 나의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것인 BTS의 성공 이야기에 나오는 음악이다. 코로나 시절에 나온 것이 대부분이다.


처음 1장에서 보여준 약간은 신선하고 특이한 세계관이 뒤로 가면서 많이 무너진다.

아쉬운 대목인데 웹 소설의 경우 자주 보는 현상이다.

세계관을 확장하면서 처음 설정한 세계관과 달라지는 것을 모두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제목에 나온 커피숍이나 그 지점의 인물들이 어느새 사라진 것도 아쉽다.

중간중간 그 장소가 나오는 것도 회의를 하는 곳 정도로 축소된다.

필력이 좋아 잘 읽히지만 확장된 세계가 오히려 집중을 방해하고 첫 장의 분위기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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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nings 2023-01-05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즌 2가 있기 때문에 기대하셔도 됩니다 ㅎ

행인01 2023-01-06 18:14   좋아요 0 | URL
시즌 2 기대해보겠습니다. ㅎㅎ
 
수짱과 고양이 사노 요코 그림책 1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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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의 첫 창작 그림책이다.

이 작가의 그림책을 읽는 것은 두 번째다. 역시 산문 등보다는 적다.

조금씩 이 작가의 그림책을 읽고 있다.

대표작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아직 읽지 못했는데 천천히 읽을 예정이다.


가볍게 단숨에 읽을 수 있다.

실제 이 책을 펼친 후 금방 읽었다.

내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도 나온다.

떼가 많이 탄 나의 마음이 그 상황을 어른의 마음으로 들여다본다.

아직 동화책을 읽을 때면 이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당연히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늘 아쉬운 대목이다.


이 그림책도 풍선 하나로 갈라진 사이에 의문을 품는다.

사이 좋게 걷던 아이 수짱과 고양이가 풍선 하나로 갈등을 빚는다.

나무에 걸린 풍선을 가지고 내려온 것은 고양이다.

그런데 이 풍선을 수짱이 가지고 자기 것이라 말하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수짱은 이 풍선과 밥 먹고, 목욕하고, 놀고, 함께 잠든다.

고양이는 이 모습을 창밖에서 물끄러미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자신도 풍선을 가지고 같이 놀고 싶다는 마음 가득한 눈빛과 함께.


늦은 밤 고양이는 처음 그 풍선을 발견한 나무에 올라간다.

그리고 하늘을 날아온 풍선들을 하나씩 하나씩 잡는다.

날이 밝아 수짱이 깨어난다. 그리고 많은 풍선을 가진 고양이들 본다.

자신에게 없는 색깔의 풍선을 달라고 한다.

그런데 이 풍선을 고양이가 날려버린다. 흔하게 보는 행동이다.

수짱이 말할 때마다 하나씩 날린다. 결국 모두 사라지는데 수짱도 자신이 가진 풍선을 날린다.

멀리 멀리 날아가기를 바라면서.

마지막 장면은 나란히 선 둘의 뒷모습이다.


상황이나 장면에 대한 이해를 지우고 이야기를 따라간다.

아이가 가지는 욕심, 같이 놀고 싶은 마음.

새로운 풍선에 대한 욕망, 앞에 있었던 일에 대한 반발로 날려버리는 풍선.

이런 장면에 대한 해석을 지우면 놀이터 등에서 흔하게 보는 아이들의 놀이 모습이다.

서로에 대한 감정보다 현재의 재미에 빠진 수짱과 고양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화사한 톤으로 그린 그림과 투박한 듯하지만 섬세한 감정을 잘 잡아낸 그림이 마음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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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 20세기 제약 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
노르만 올러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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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마약. 이 둘은 우리의 인식 밖에서 항상 머물러 있었다.

전쟁 중 얼마나 많은 마약이 사용되었는지 정확한 자료는 아직 없다.

어느 정부나 이런 사실을 통계적으로 정확하게 알려줄 자료를 남겨 놓지 않을 것이다.

내가 전쟁에서 각성제가 얼마나 많이 사용되었는지 알게 된 것은 한 액션 스릴러 소설 덕분이다.

수시로 찾아오는 잠과 싸워야 하는 군인들에게 각성제는 순간적으로 최고의 선물이다.

베트남 전쟁이 얼마나 많은 마약 중독자를 만들었고, 그 산업을 키웠는지 많은 책에서 말한다.

이 책은 그 이전 2차 대전 독일이 이 마약을 어떻게,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지 알려준다.


나치는 대외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 나치는 자신들이 마약에 중독되어 있었다.

독일군은 군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마약을 수시로 이용했고, 전쟁 초기 이것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약은 많은 사람에게 전쟁터의 이상적인 동반자였다.”는 표현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그 유명한 전격전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 중 하나가 ‘각성제’였다는 주장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기동성과 장시간 진격은 단순히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초반 전차를 이용해 연합군을 완전히 궤멸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덩케르크 철수가 성공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가 히틀러가 잘못된 군사적 판단 때문이었다.

그 이면에는 다른 장군의 성공에 대한 질투와 권력 욕심 때문이다.


마약의 위험성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헤로인, 코카인, 메스암페타민이 주성분인 ‘페르비틴’이 출시되었을 때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었다.

이런 마약은 많은 직업군의 순간적인 효율성을 높여주었다.

문제는 중독과 내성과 이후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 부분을 가장 깊숙하게 파고 든 것은 환자A로 불리는 히틀러의 사례다.

의사 모렐이 어떻게 히틀러의 주치의가 되었고, 그의 주사기가 히틀러에게 순간적 힘을 주었는지 보여준다.

이 부분은 잘 몰랐던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순간이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해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상당히 재밌고 흡입력 있다.


2차 대전 당시 히틀러가 보여주었던 열정적이고 활기 넘치는 행동은 모렐의 주사기를 통해 이루어졌다.

초기 히틀러 사진과 후반부 히틀러 사진을 보면 아주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히틀러가 보여주는 편집증적인 행동과 점점 심해지는 약물 중독은 모렐의 주사기에 더 기댈 수밖에 없다.

전환점 중 하나가 바로 ‘옥시코돈’이란 아편 유사제를 사용하는 순간이다.

이때부터 히틀러는 점점 마약에 중독되고, 중요한 순간에 모렐에게 의지하게 된다.

대신 모렐은 권력의 핵심에 가까워지면서 엄청난 부를 쌓고, 자신의 바라는 바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모렐의 승승장구는 전쟁 마지막에 이르면 순식간에 몰락할 수밖에 없다.


마약 중독이 히틀러의 행동과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묻는다면 저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마약은 결코 결정의 자유에 제약 조건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히틀러는 항상 자기 의지의 주인”이었다.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심적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그렇게 많은 마약을 스스로 복용”했다.

이 부분은 아주 중요한 내용이다. 의지가 먼저고, 마약은 보조제란 의미다.

이것을 술이나 다른 문제로 연결하면 어떨까? 심신미약에 의한 면제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마약은 우리와 우리 시대에 이미 내재되어 있던 것을 강화했을 뿐이다”라는 말에 유념해야 한다.

마약으로 탈선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독일의 패전 후 수많은 연구 자료들이 미군의 수중으로 넘어갔다.

그 중에서 나치의 마약 실험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스릴러가 이 부분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수히 많은 장르 소설에서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마약 등을 사용하는 것이 떠올랐다.

읽으면서 현실에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실제 있었다.

그 규모도 생각보다 크다. 잔혹성 면은 판타지 등이 더 심하지만.

그리고 이 책을 통해 2차 대전을 해석하는 또 다른 도구 하나를 손에 넣었다.

이 도구는 단순히 2차 대전 독일군에만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아프리카 소년병 경우가 떠오른다. 마약 중독과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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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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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와 본격 미스터리를 엮어 풀어낸 소설이다.

이번 책 이전에 일본 고전과 서양 동화를 엮은 책이 먼저 나왔다.

첫 출간 당시에도 호기심이 생겼는데 이번에 처음 읽었다.

이 책 이전에 한국 전래동화를 호러 등과 엮어 풀어낸 소설 <전래 미스터리>를 읽었다.

그런데 이 책 저자 엽기부족님의 말에 의하면 이 시리즈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익숙한 이야기는 <전래 미스터리>이지만 완성도는 이 소설이 더 높다.

다섯 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 전래 동화와 닮은 부분이 많아 이 연관성을 잠시 생각했다.


<죽세공 탐정 이야기>는 ‘가구야 히메’ 이야기를 기본으로 진행된다.

대나무 속에서 발견된 가구야 공주를 나중에 달로 간다는 이야기인데 많은 부분 비틀었다.

이 동화가 나에게 낯선 것은 일본 소설 등을 통해 이 이야기를 봤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가구야의 미모와 밀실 트릭 등을 엮어 이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탐정을 등장시킨다.

약간 평범한 듯한 이야기로 진행되다 가구야에게 청혼한 남자들이 등장하면서 변화가 생긴다.

이 남자들에게 내 건 황당한 요구 사항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는 소소한 재미를 담은 에피소드를 곳곳에 녹여낸다.

그리고 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이 사건을 통해 탐정이 등장한다. 재밌는 등장이다.


<일곱 번째 데굴데굴 주먹밥>은 타임루프를 적용한 미스터리다.

한국의 ‘혹부리 영감’과 상당히 닮은 설정인데 좀더 과격하다.

쥐골로 주먹밥이 데굴데굴 굴러들어가고, 욕심 많은 영감도 데굴데굴 굴러 들어간다.

그곳에서 보물을 가지고 나오려고 하다 사건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타임루프 속에 갇힌다.

물론 이 반복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쥐굴에 있는 종이 울려야 한다.

이 소설의 재밌는 점은 욕심쟁이 영감이 탐정처럼 살쥐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 타임루프 속에 갇힌 그의 존재를 알게 되는 쥐가 등장하는데 그 쥐도 띄엄뛰엄 안다.

결정적인 반전을 쥐를 죽인 사건을 해결한 후에 벌어지는 일이다.


<볏짚 다중 살인>은 볏짚 하나로 교환해서 부자가 된 동화를 바탕으로 한다.

외국 동화에서 이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작가는 이 교환보다 ‘다중 살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처음 아내를 홀대하는 남편을 죽인 아내의 살인이 나오고, 다음은 산적을 죽인 소녀 일행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무사의 칼을 노리는 고리대금업자의 죽음이 나온다.

그런데 모두 이들은 같은 인물이다. 그가 죽지 않은 이유는 판타지 설정 같은 소품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그의 시체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은 이 셋의 살인과 관계없는 곳이다.

여기서 원전과 이어지는 이야기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나온다.


<원숭이와 게의 싸움 속 진실>는 조금 복잡하게 다가왔다.

원전의 이야기를 다르게 해석하면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한다.

상징과 은유 등을 집어넣고, 이야기 도중에 계속 추론하게 한다. 조금 불편한 점도 있다.

한 원숭이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과 복수심을 엮어내면서 마지막에 알려주는 이야기는 낯익은 살인계획이다.

이 단편의 재미는 하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이어진다.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로.


<사루로쿠와 보글보글 교환 범죄>은 전편에서 나온 원숭이가 다시 나온다.

한 원숭이가 밀실 같은 상황에서 죽는다. 그 원숭이는 진흙으로 가득한 외딴 곳에 머물렀다.

진흙탕 위 배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목이 졸려 죽었다. 누가, 어떻게 죽인 것일까?

작가는 여기서 홈즈와 왓슨 같은 원숭이들을 등장시켜 사건의 이면을 파헤친다.

홈즈 역의 사루로쿠는 이 살인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금방 알아챈다.

교환살인이란 사실도 알고, 그 살인자를 찾아간다. 대단하다.

하지만 이 빠른 전개 속에 놓인 중요한 설정을 놓치고 있었다.

그 진실이 드러날 때 그 반전과 작가의 설정에 놀란다. 이 시리즈 역주행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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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의 껍질
최석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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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인상을 주는 마무리다.

보통 스릴러가 주는 반전과 다른 방식으로 마무리한다.

후반부에 도달하면 어느 정도 예상을 하게 되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 결말 부분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이 소설의 호불호가 나누어질 것 같다.

내 개인적인 평가는 앞의 좋았던 점이 마지막의 너무 강렬한 장면으로 불호 쪽으로 간다.

아마 나의 취향과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강렬한 인상은 이 소설의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사고로 2년 동안의 기억 일부를 잃은 강규호.

일상의 기억은 그대로이지만 2년 간의 기억만 칼로 도려낸 듯이 사라졌다.

정신과 의사는 역행성 기억 상실이라고 하지만 단서는 없다.

정신과 의사는 일상을 기록하다 보면 그 기억이 돌아올 수 있다고 한다.

CCTV 회사에 복귀해 업무를 시작한다. 다행히 일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리고 집 화장실에서 비밀 금고를 하나 발견한다. 비밀 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

많은 번호를 넣지만 실패다. 이 번호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


강규호는 콜라 중독이다. 술은 마시지 않는다.

그의 일상은 단조롭다. 먹는 음식도 간단하다. 이 일상에서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도서 대여다.

2년 간 그가 빌린 책들을 목록을 받는다. 다양한 책들이 목록에 올라 있다.

쉬운 책들이 아니다. 소설보다 인문 서적이 대부분이다.

이런 그의 일상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회사에 새로운 사람이 두 명 들어오면서부터다.

그 둘은 이병우 팀장과 차수림 사장 비서다.

이 중에서 차수림은 나중에 그의 사내 비밀 연애를 하는 관계가 된다.


뭔가 비밀을 가진 듯한 두 사람의 등장. 강규호를 매일 미행하는 남자의 등장.

일상에서 사람을 분노하게 만드는 상황. 이 상황에 냉정한 강규호.

연애하면서 차수림은 그에게 콜라를 마시지 말고, 화를 내지 말라고 말한다.

이 둘의 연애는 보통의 연인과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연애 과정에 나오는 몇 가지가 섬뜩하다.

죽은 자와 함께 찍은 사진, 잔혹한 그림, 보통 사람에게 혐오감을 줄 듯한 그림들.

그리고 강규호는 이런 일상을 기록하고 비밀 금고의 비밀 번호를 계속 입력해본다. 실패다.


이런 일상에 다른 틈을 만드는 것은 그를 미행한 사람 덕분이다.

그가 다니는 CCTV 회사 장비로 그 미행자를 촬영한다. 그 인물과 자신의 방 사진 속 여자와 대조한다.

닮았다. 사진 뒤에 적힌 ‘뒤를 조심할 것’과 관계 있는 것일까?

잠시 사라진 그가 다시 미행할 때 규호는 CCTV 사각지대에서 그를 잡는다.

그는 자신의 동생 이름을 말한다. 그에게 맞는다. 그의 운동 능력은 뛰어나다. 규호는 피투성이가 된다.

경찰이 오고, 그가 달아나려고 한다. 규호가 다리를 잡는다. 도망친다. 차에 치여 죽는다.

규호는 그 남자가 떨어트린 열쇠 하나를 줍는다. 5007이란 번호가 적혀 있다.

비밀 금고 비밀번호로 입력하지만 실패.


평범한 사람들이 잘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을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사람 찾는데 최고라고 차수림이 그 흥신소를 추천했다.

허름한 그 사무실에서 그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열쇠가 특별한 것이란 사실을.

그가 가진 사진 속 여성을 찾아달라고 의뢰하면서 이 열쇠에 대한 정보도 얻는다.

그리고 단순하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는 이상함을 발견한다.

반복되는 일상의 균열은 차수림의 실종과 마지막 문자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소설은 빠르게, 강렬하게, 섬뜩하게, 잔혹하게, 담담하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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