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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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비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중 한 권으로 나온 적이 있다.

출판사와 번역자가 바뀌어 새롭게 나왔다.

절판된 책의 개정판은 언제나 반갑다.

다만 이 책을 읽기 전 이전에 읽었다는 것을 몰랐던 나의 저질 기억력이 문제다.

이전 서평을 찾아보니 나의 과거를 돌아보는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왕따와 학폭은 최근 아주 많이 다루어지고 있다.

학폭이 SNS로 알려지면서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드라마 <글로리>는 이 문제의 정점에서 우리를 뒤흔들고 돌아보게 한다.


사시를 가진 나와 같은 편이라고 말하는 고지마. 둘은 열네 살이다.

화자가 니노미야 패거리에게 왕따와 폭행을 당하는 장면은 읽기 힘들 정도다.

이런 강렬하고 잔인한 이야기라면 분명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데 기억하지 못한다.

다시 읽으면서 화장실 물을 마시고, 분필을 먹고, 배구공을 쓰고 축구공처럼 맞는 등의 악질적인 놀이의 대상이 된 것에 놀란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왜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당할까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는 학교와 교사의 행동을 보면 조금 이해할 수 있다.

‘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일들은 이런 폭력의 결과다.


이 소설에서 나를 가장 놀라게 하고 혼란스럽게 한 것은 모모세와의 대화다.

모모세는 니노미야 패거리 중에서도 조금 특이한 소년이다.

모모세는 사시가 괴롭힘의 원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연이 일치한 단순한 결과”라고 말한다. 죄책감마저 없다.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고, 그는 타켓이 되었을 뿐이라고 한다.

이 대화에서 가해자의 궤변은 많은 곳에서 우리가 무수히 많이 본 내용이다.

가끔 가해자가 다른 곳에서 피해자가 되는 내용의 소설도 있다.

현실에서 이런 일은 자주 있는 모양이다. 선생하는 친구 말에 의하면 그렇다.


마지막에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엄마가 말한다.

나도 이 말에는 동의한다. 그럼 가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드라마 ‘글로리’처럼 살인으로 응수해야 할까?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수십 년 동안 학폭과 왕따 이야기를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말하지만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변화는 언제나 조금씩 진행된다.

그 변화가 이번에 나온 <글로리>를 통해 폭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같은 편이라고 말해주는 고지마의 존재는 친구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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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클래식 라이브러리 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안시열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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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의 클래식 라이브러리 3권이다.

오랫동안 읽어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책이다. 드디어 읽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버지니아 울프를 말할 때 항상 나오는 책이기도 하다.

나에게 버지니아 울프는 아주 읽기 힘든 작가 중 한 명이다.

워낙 유명해 몇 권을 사놓았지만 손은 언제나 제자리다.

<올란도>를 아주 지루하고 재미없게 읽었던 기억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사실 <올란도>에서 기대한 것은 흔한 판타지 소설 같은 이야기였다.

작가에 대한 무지가 만들어낸 착각이고, 다른 소설에 손이 나가지 않게 만들었다.


여성이 재산이 가지기 시작한 지 불과 몇십 년 되지 않은 시절.

여성의 참정권이 허락된 지 겨우 9년이 지난 시점.

자기만의 방과 연 소득 500파운드, 작가가 중요하게 말하는 부분이다.

좁게는 영국 문학사, 확장해서는 유럽 문학사를 통해 여성의 소외를 말한다.

남성들이 말하는 여자들이 시를, 소설을 쓸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여성에 대한 폭력이 당연시되던 시절. 그 시절이 지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시대다.

현대 여성들이 활발한 문학 활동을 하면서 우리의 시선을 자신도 모르게 왜곡되었다.

버지니아 울프 이전에 여성 작가들이 얼마나 소수였는지 말이다.


시나 소설을 쓰는 것이 너무나도 쉬워진 현실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그녀의 주장.

며칠 전 읽었던 소설에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시집 출간을 거절한 출판업자가 나온다.

이 출판업자가 여성 시인에게 요구한 것은 요리책이었다.

남성들이 여성을 보는 시각이 어떠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고, 소설이었다.

재산도 가질 수 없었고, 차분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자기만의 방도 없었던 여성들.

그녀들의 시와 소설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재능 문제가 아니라 환경 문제다.

차분하게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여러 번 알려준다.

몇몇 위대한 여성 작가들이 일을 하면서 소설이나 시를 썼지만 이것은 특이한 경우다.


영국의 위대한 시인 12명 중 아홉 명은 대학 출신이다.

나머지 3명도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 분석은 환경의 중요성을 잘 부각시킨다.

대영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여성 작가의 책을 찾는다.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현대로 오면서 여성 작가들이 늘어나지만 그때는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한 때다.

여성들이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비하하는 남성들의 글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대한 반론으로 시간과 공간과 금전의 부족을 말한다.

창의성 부족, 문장력 부족 등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실은 현재 우리가 읽는 소설 등으로 너무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결코 많은 분량이 아닌 에세이이지만 쉽게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내가 영국 문학을 읽으면서 알고 있던 것, 간과했던 것들이 요약되어 나온다.

이것을 하나씩 논파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 책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여자 대학인 뉴넘 칼리지와 거턴 칼리지에서 행한 두 강연 일부를 수정했다.

글로 나오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더 정확하게 표현한 것 같다.

인상적인 이야기가 몇 개 나온다.

그 중 하나가 세익스피어의 여동생이야기이고, 다른 하나가 한쪽 성에 치우치지 않는 글쓰기다.

전자는 오래 전의 영화가 한 편 떠올랐고, 후자는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부분이다.

100년 전 책이지만 현재에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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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 클래식 라이브러리 1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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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의 클래식 라이브러리 제1권이다.

2019년에 낸 책의 개정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유명한 사강의 첫 소설이다.

아마도 오래 전 다른 번역으로 읽은 것 같은데 너무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는다.

최근 사강의 소설들이 새롭게 번역되어 나오고 있는데 솔직히 예전에 읽었던 책을 기억하지 못하겠다.

다만 젊을 날의 내가 사강의 소설들을 재밌게 읽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프랑스 소설 고전의 반열에 올라간 이 소설을 다시 읽어도 좋다.


이 책은 원작의 번역과 사강의 이 소설에 대한 에세이와 사강에 대한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

사강의 삶에 대한 해설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사강의 삶을 좀더 잘 알게 해주었다.

마약, 스캔들, 자동차 등으로만 알고 있던 그녀의 삶을 다르게 보게 한다.

이 에세이와 해설을 읽으면서 오래 전 한 천재 문학 소녀에 대한 예찬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읽으면서 18세 소녀가 이런 소설을 썼다는 사실에 놀란다.

명확한 문장과 10대 후반의 섬세한 심리 묘사 등이 나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특히 자신의 욕망에 휘둘리면서 타인을 조종해 욕망을 이루려고 하는 모습은 작은 악마와 같다.

하지만 이 감정도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몰라 생긴 것이다.


40대의 아버지 레몽, 아버지의 젊은 연인 엘자, 대입에 실패한 딸 세실.

이 셋은 바닷가로 긴 휴가를 떠난다.

세실은 이곳에서 법을 공부하는 이십 대의 시릴을 만난다.

그와의 관계는 사랑과 욕망 사이에 놓여 있다.

이런 그녀의 일상에 큰 파문이 일어난다. 바로 엄마 친구였던 안의 등장이다.

안은 한때 세실을 돌봐주었고, 지적이면서 도덕적인 여성이다.

감각적이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아버지와 잘 어울리는 여자가 아니다.

안에게 끌린 아버지는 그녀와의 결혼을 말한다.

당연히 엘자는 더 이상 이 휴가 저택에 머물 이유가 없다.

세실의 못된 장난과 살짝 뒤틀린 감정은 아버지의 질투를 유발한다.


굳건한 사랑과 진솔한 삶을 살았다면 이 질투는 없었을 것이다.

아니 안을 불러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아버지와 딸을 내세워 이야기를 계속 풀어간다.

안은 세실의 대입 시험을 위한 공부를 독려하고, 안에게 빠진 아버지는 아직 그 욕망을 다 채우지 않았다.

안은 세실이 시릴을 만나는 것도 반대한다. 어쩌면 이 반대가 세실의 나쁜 생각을 불러왔을 지 모른다.

그녀의 계획은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다. 간단하다.

하지만 자신이 젊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중년을 뒤흔들기는 충분하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세실은 자신의 잘못을 말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그것을 소화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비극적 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자살 혹은 사고?

이 비극은 그녀에게 깊은 슬픔을 전해준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은 이 슬픔에 안녕을 고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욕망과 삶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열여덟 소녀가 이런 감정을 이런 섬세한 문장으로 표현했다니 대단하다.

솔직히 얼마 전에 읽었던 후기 소설보다 이 첫 소설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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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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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에 ‘현대 요리책의 시초’라는 문구가 있다. 아주 매력적인 문구다.

요리책을 거의 읽지 않지만 가끔 레시피가 적힌 것들은 찾아본다.

내가 요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궁금해서 찾아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이야 블로그나 인스타 등으로 간단하게 찾아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종이를 통해 알았다.

자취를 할 때면 이런 레시피는 좋은 안내서가 된다. 뭐 거의 해 먹지는 않았지만.

요리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거기에 적힌 계량 등에 대한 불만이다.

요리 방송을 볼 때도 이 불만은 존재한다. 집에 계량 컵 등이 없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에 나오는 방송이나 요리책은 예전보다 쉬운 편이다.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해도 맛이 없는 것은 나의 손맛이 별로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프렌차이즈 식당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최근에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도 다른 집에서 요리하면 실수를 한다고 한다.

도구와 불의 세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도 그런데 과거의 요리는 어떻겠는가?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주방 상황인데 말이다.

그리고 일라이저 이전의 요리책들은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요리책이 아니었다.

이 소설의 도입부는 한 시인 지망 여성의 좌절과 새로운 도전의 순간을 잘 보여준다.


소설은 두 여성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첫 부분은 일라이저와 함께 요리를 만들었던 주방 보조 하녀였던 앤의 현재 이야기다.

앤은 밤에는 한 남자의 정부고, 낮에는 그 남자의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 같은 존재다.

이런 그녀에게 한 권의 요리책이 선물로 전달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요리책의 상당 부분은 미스 일라이저의 요리책을 표절한 것이다.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두 여인이 어떻게 만났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에 작가는 앤의 존재를 더 부각시킨다.

이 시대의 다양한 계층을 이해하는데 좀더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일라이저는 여성 시인으로 시집을 내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요리책 집필을 의뢰받는다.

결코 원하지 않는 일이지만 아버지의 파산이 그녀의 삶을 살짝 비튼다.

앤은 어머니가 정신병을 앓고 있고, 줄로 앤과 연결되어 있다.

줄이 풀려 나체로 마을을 돌아다닌 전력이 있다. 불안하고 불편한 상황이다.

아버지는 다리 하나를 잃었고, 엄마를 목 졸라 죽이려고 한 적이 있다.

이런 둘이 하나의 접점을 이루게 되는 것은 일라이저와 엄마가 하숙집 보다이크 하우스를 연 것이다.

일라이저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앤은 주방 하녀로 고용이 되었다.

이 둘이 좋은 콤비가 되는 데는 앤의 아주 탁월한 미각이 한몫 했다.


일라이저가 예전 집을 떠나면서 기존의 요리책에 불만을 품었다.

자신이 쓰는 레시피에서 시의 가능성을 본 것은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다.

부정확하고 불명확한 기존의 요리책을 뛰어넘는 요리책을 집필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노력은 결코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설 말미에 1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말한다. 대단한 열정과 노력의 결과다.

그리고 요리책에 대한 이야기보다 이 두 여성의 삶과 현실에 지면을 할애한다.

서로 비밀을 숨기고 있다가 하나씩 교환하면서 생기는 연대 의식은 또 어떤가.

그 시대의 삶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작가의 노력은 멋지다.


솔직히 말해 미스 일라이저의 레시피가 나오는데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재료 손질하는 법과 요리 도구 등도 지금과 많이 다르다.

몇 가지 음식을 제외하면 나의 입맛을 돋우는 요리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요리책에는 영국의 가정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들의 레시피가 담겨 있다.

일라이저가 이 책 집필에 열의를 다하는 것도 점점 사라지는 영국 요리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국 요리가 맛없다는 것도 이 책에 나온다.

그 맛없는 요리의 이유는 재료와 전통 음식에 대한 전승 부족 탓이다.

부분적으로 상당히 가독성이 좋지만 교차하는 두 여인의 삶이 그렇게 강렬하지 않다.

요리책 집필의 초기 부분만 다루는 것도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 담긴 서로 다른 계급 여성의 우정과 연대는 놀랍고 재밌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일라이저의 열정과 매력적인 음식 묘사는 아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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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이승훈 외 지음 / 마카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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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모전도 이제 10회가 되었다. 즐거운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이 공모전 수상 작품들에 관심을 두고 읽는다.

이번에도 반가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앞의 세 편을 보고 주제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세 편은 모두 안드로이드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두 편이 아니었다면 특정 주제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전처럼 이 다섯 편을 재밌게 읽었다.

약간의 취향 차이는 있지만 생각할 거리와 웃을 거리로 가득했다.

이승훈의 <야구규칙서 8장 ‘심판원에 대한 일반 지시’>는 바짝 다가온 현실이다.

야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심판의 판정 문제다.

이제 중계 화면에 가상의 스트라이크 존이 설정되어 나오고, 시청자는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판정에 의문을 품고 있을 때는 이의를 제기해 영상으로 그 장면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일을 사람이 하는데 이것을 안드로이드로 대체한다면 어떨까?

안드로이드로 대체된 야구장의 현실을 다루면서 그 문제도 같이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 야구 선수들이 이 경기에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말한다.

야구와 야구를 사랑하게 된 안드로이드와 마지막 반전이 재밌다.

김단한의 <울다>는 해녀 순향과 안드로이드 잠수 로봇의 이야기다.

해녀 순향의 과거사가 먼저 흘러나오고, 인간의 욕심으로 바다 생물이 점점 사라진 미래를 보여준다.

바다 생물이 없으면 해녀도 필요가 없다. 순향의 마지막 남은 해녀다.

울다는 AI 인어공주이자 최초의 수중 로봇이다.

아쿠아리움에서 인어공주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아쿠아리움에는 바다가 아닌 수족관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바다 생물들만 가득하다.

울다는 순향을 만난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다. 그 이유가 나중에 밝혀진다.

조금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장면은 강렬한 밝음을 내보여준다.

고반하의 <인간다운 여름>은 안드로이드의 사랑 이야기다.

지나는 인간형 안드로이드다. 안드로이드란 표식을 문신으로 가린 채 사람으로 살아간다.

그녀의 직장 동료들은 그녀가 인간이란 사실을 모른다. 일 잘 하는 에이스로 생각한다.

그녀의 친구 유리는 어느 날 편의점 휴머노이드 도현을 보고 반한다.

유리는 지나에게 도현이 자신을 사랑하게 도와 달라고 말한다.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사랑이다.

이것을 방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내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그런데 문제는 도현을 해킹해 유리를 사랑하게 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은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휴머노이드의 존재와 인간과의 관계 등은 고전 SF에서 다루었지만 이 소설은 조금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함서경의 <too much love will kill you>는 좀비물이다.

보통의 좀비물과 다른 설정이다. 이 소설의 설정 중 일부는 코로나 19의 상황과 닮았다.

좀비로 변한 사람들을 치료해 다시 정상인처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좀비였을 때 외형은 복원되지 않는다. 이들은 치료자로 불린다.

주인공이자 약사인 나와 옆집 남자의 기묘한 관계는 읽는 내내 의문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왠지 모르게 둘의 성별이 혼란스럽게 뒤섞였다. 덜 집중한 것일까?

옆집 남자의 사연을 들은 후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진다. 무서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설정은 마음에 들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부분은 취향에 맞지 않다.

강솟뿔의 <여보, 계(Hey, chicken!)>는 비루하고 잔인한 현실을 보여준다.

영화감독 준규의 입봉 작품은 투자자 등의 간섭으로 누더기가 되어 망한다.

두 번째 영화를 찍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유학 간다는 여친은 노견 푸들 아롱이를 맡겨 두고 분당 부잣집에 시집을 갔다.

아롱이가 죽은 후 자살하려고 마음먹는 데 비 맞은 병아리들을 얻는다.

한 마리 살았는데 조연 배우 현 선생의 말대로 그 이름을 ‘여보 계’라고 이름 짓는다.

열심히 병아리를 돌보고, 여보 게를 외치는 좋은 일이 생긴다.

그의 삶에 빛이 내린다고 생각하는 순간 벌어지는 일들은 삶의 잔인함이다.

코믹하고 재미있지만 마지막 장면까지 씁쓸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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