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이승훈 외 지음 / 마카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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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모전도 이제 10회가 되었다. 즐거운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이 공모전 수상 작품들에 관심을 두고 읽는다.

이번에도 반가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앞의 세 편을 보고 주제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세 편은 모두 안드로이드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두 편이 아니었다면 특정 주제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전처럼 이 다섯 편을 재밌게 읽었다.

약간의 취향 차이는 있지만 생각할 거리와 웃을 거리로 가득했다.

이승훈의 <야구규칙서 8장 ‘심판원에 대한 일반 지시’>는 바짝 다가온 현실이다.

야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심판의 판정 문제다.

이제 중계 화면에 가상의 스트라이크 존이 설정되어 나오고, 시청자는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판정에 의문을 품고 있을 때는 이의를 제기해 영상으로 그 장면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일을 사람이 하는데 이것을 안드로이드로 대체한다면 어떨까?

안드로이드로 대체된 야구장의 현실을 다루면서 그 문제도 같이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 야구 선수들이 이 경기에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말한다.

야구와 야구를 사랑하게 된 안드로이드와 마지막 반전이 재밌다.

김단한의 <울다>는 해녀 순향과 안드로이드 잠수 로봇의 이야기다.

해녀 순향의 과거사가 먼저 흘러나오고, 인간의 욕심으로 바다 생물이 점점 사라진 미래를 보여준다.

바다 생물이 없으면 해녀도 필요가 없다. 순향의 마지막 남은 해녀다.

울다는 AI 인어공주이자 최초의 수중 로봇이다.

아쿠아리움에서 인어공주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아쿠아리움에는 바다가 아닌 수족관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바다 생물들만 가득하다.

울다는 순향을 만난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다. 그 이유가 나중에 밝혀진다.

조금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장면은 강렬한 밝음을 내보여준다.

고반하의 <인간다운 여름>은 안드로이드의 사랑 이야기다.

지나는 인간형 안드로이드다. 안드로이드란 표식을 문신으로 가린 채 사람으로 살아간다.

그녀의 직장 동료들은 그녀가 인간이란 사실을 모른다. 일 잘 하는 에이스로 생각한다.

그녀의 친구 유리는 어느 날 편의점 휴머노이드 도현을 보고 반한다.

유리는 지나에게 도현이 자신을 사랑하게 도와 달라고 말한다.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사랑이다.

이것을 방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내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그런데 문제는 도현을 해킹해 유리를 사랑하게 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은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휴머노이드의 존재와 인간과의 관계 등은 고전 SF에서 다루었지만 이 소설은 조금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함서경의 <too much love will kill you>는 좀비물이다.

보통의 좀비물과 다른 설정이다. 이 소설의 설정 중 일부는 코로나 19의 상황과 닮았다.

좀비로 변한 사람들을 치료해 다시 정상인처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좀비였을 때 외형은 복원되지 않는다. 이들은 치료자로 불린다.

주인공이자 약사인 나와 옆집 남자의 기묘한 관계는 읽는 내내 의문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왠지 모르게 둘의 성별이 혼란스럽게 뒤섞였다. 덜 집중한 것일까?

옆집 남자의 사연을 들은 후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진다. 무서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설정은 마음에 들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부분은 취향에 맞지 않다.

강솟뿔의 <여보, 계(Hey, chicken!)>는 비루하고 잔인한 현실을 보여준다.

영화감독 준규의 입봉 작품은 투자자 등의 간섭으로 누더기가 되어 망한다.

두 번째 영화를 찍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유학 간다는 여친은 노견 푸들 아롱이를 맡겨 두고 분당 부잣집에 시집을 갔다.

아롱이가 죽은 후 자살하려고 마음먹는 데 비 맞은 병아리들을 얻는다.

한 마리 살았는데 조연 배우 현 선생의 말대로 그 이름을 ‘여보 계’라고 이름 짓는다.

열심히 병아리를 돌보고, 여보 게를 외치는 좋은 일이 생긴다.

그의 삶에 빛이 내린다고 생각하는 순간 벌어지는 일들은 삶의 잔인함이다.

코믹하고 재미있지만 마지막 장면까지 씁쓸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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