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클래식 라이브러리 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안시열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테의 클래식 라이브러리 3권이다.

오랫동안 읽어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책이다. 드디어 읽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버지니아 울프를 말할 때 항상 나오는 책이기도 하다.

나에게 버지니아 울프는 아주 읽기 힘든 작가 중 한 명이다.

워낙 유명해 몇 권을 사놓았지만 손은 언제나 제자리다.

<올란도>를 아주 지루하고 재미없게 읽었던 기억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사실 <올란도>에서 기대한 것은 흔한 판타지 소설 같은 이야기였다.

작가에 대한 무지가 만들어낸 착각이고, 다른 소설에 손이 나가지 않게 만들었다.


여성이 재산이 가지기 시작한 지 불과 몇십 년 되지 않은 시절.

여성의 참정권이 허락된 지 겨우 9년이 지난 시점.

자기만의 방과 연 소득 500파운드, 작가가 중요하게 말하는 부분이다.

좁게는 영국 문학사, 확장해서는 유럽 문학사를 통해 여성의 소외를 말한다.

남성들이 말하는 여자들이 시를, 소설을 쓸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여성에 대한 폭력이 당연시되던 시절. 그 시절이 지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시대다.

현대 여성들이 활발한 문학 활동을 하면서 우리의 시선을 자신도 모르게 왜곡되었다.

버지니아 울프 이전에 여성 작가들이 얼마나 소수였는지 말이다.


시나 소설을 쓰는 것이 너무나도 쉬워진 현실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그녀의 주장.

며칠 전 읽었던 소설에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시집 출간을 거절한 출판업자가 나온다.

이 출판업자가 여성 시인에게 요구한 것은 요리책이었다.

남성들이 여성을 보는 시각이 어떠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고, 소설이었다.

재산도 가질 수 없었고, 차분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자기만의 방도 없었던 여성들.

그녀들의 시와 소설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재능 문제가 아니라 환경 문제다.

차분하게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여러 번 알려준다.

몇몇 위대한 여성 작가들이 일을 하면서 소설이나 시를 썼지만 이것은 특이한 경우다.


영국의 위대한 시인 12명 중 아홉 명은 대학 출신이다.

나머지 3명도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 분석은 환경의 중요성을 잘 부각시킨다.

대영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여성 작가의 책을 찾는다.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현대로 오면서 여성 작가들이 늘어나지만 그때는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한 때다.

여성들이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비하하는 남성들의 글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대한 반론으로 시간과 공간과 금전의 부족을 말한다.

창의성 부족, 문장력 부족 등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실은 현재 우리가 읽는 소설 등으로 너무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결코 많은 분량이 아닌 에세이이지만 쉽게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내가 영국 문학을 읽으면서 알고 있던 것, 간과했던 것들이 요약되어 나온다.

이것을 하나씩 논파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 책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여자 대학인 뉴넘 칼리지와 거턴 칼리지에서 행한 두 강연 일부를 수정했다.

글로 나오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더 정확하게 표현한 것 같다.

인상적인 이야기가 몇 개 나온다.

그 중 하나가 세익스피어의 여동생이야기이고, 다른 하나가 한쪽 성에 치우치지 않는 글쓰기다.

전자는 오래 전의 영화가 한 편 떠올랐고, 후자는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부분이다.

100년 전 책이지만 현재에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