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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녹나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요시다 루미 그림, 유소명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6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가 어린이들을 위해 직접 쓴 첫 번째 그림 동화다.
그림은 요시다 루미가 그렸는데 유화로 그린 듯하다.
녹나무란 제목을 보고 작가의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이 먼저 떠올랐다.
아직 읽지 않았지만 시리즈로 나온 것을 알고 있다.
후속작 <녹나무의 여신>도 출간되었는데 작품 속에 이 책의 일부가 실린 모양이다.
녹나무 시리즈를 읽지 않아 이 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첫 번째 그림 동화란 것만으로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단숨에 읽을 수 있고, 쉽지만 잊고 있던 인생의 교훈 하나를 떠올린다.
전쟁, 사고 등으로 힘들어 하는 소년에게 한 여행자가 신비한 녹나무의 여신에 대해 말한다.
녹나무의 여신을 만나면 자신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여행자는 소년에게 녹나무 가지로 만들어진 막대기를 준다.
이 막대기가 쓰러진 방향으로 가면 녹나무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소년은 정말 산 넘고, 물 건너, 사막을 지나 녹나무를 찾아간다.
방향을 찾지 못할 때는 막대기를 던져 방향을 정했다.
마침내 소년은 거대한 녹나무를 발견하고, 여신을 만난다.
소년은 녹나무의 여신에게 자신의 10년 뒤 미래를 보여달라고 한다.
그 미래는 소년이 생각한 것이 아니다.
다시 소년은 20년, 30년 뒤의 미래를 보여달라고 한다.
하지만 소년이 바라고 기대했던 미래는 없었다.
소년은 자신이 영원히 괴로워야 한다는 뜻인지 묻는다.
여신은 고개를 저어면서 “영원한 괴로움은 없지만 누구나 겪어야 하는 일이지.”라고 말한다.
미래를 알고, 편안한 삶을 바랐던 소년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말이다.
미래를 아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을 말하는데 실제 별다른 내용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느냐는 거야.”라는 것이다.
“날마다 성실하게 살아 간다면, 어제까지의 일들은 되돌아보지 않아도 돼.”라는 평범한 말이다.
실제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날마다 성실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일상의 꾸준히 이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지도 알게 된다.
너무 평범해서 우리가 쉽게 놓치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림 동화라는 정보를 보고 왠지 모르게 일본 만화나 일러스트 정도를 떠올렸다.
그런데 실제 본 그림은 일러스트나 만화가 아닌 유화였다.
녹나무 잎을 표현하기 위해 녹색을 하나씩 덧붙였다.
읽으면서 이 동화의 원화들을 하나씩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고 원화만 연속적으로 본다는 어떤 느낌일까?
머릿속에서 이미 읽은 이야기가 불완전한 기억 속에 어떤 이야기로 연결될까?
단숨에 읽은 동화이지만 그 여운은 그보다 훨씬 오랫동안 마음 속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