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지 에크리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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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 에크리 아홉번째 책이다.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 후 처음으로 낸 책이자 산문집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과 시와 산문들, 정원 일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별로 두툼하지 않아 조금만 집중하면 금방 다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글들은 창작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채식주의자>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로 이어지는 작업에 대한 단상들이다.

이 장편들 중에 읽지 않은 소설들이 꽤 된다.

물론 한강 최고의 소설로 꼽을 수 있는 <소년이 온다>는 아니다.


한강이 유명해지기 전부터 좋아했는데 앞의 두 장편 소설 이야기는 없다.

<검은 사슴>과 <그대의 차가운 손>이다.

이 두 편을 읽고 내가 한강의 팬이 되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그 이름을 알린 것은 역시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수상이다.

<채식주의자> 중 [몽고반점]은 이상 문학상에서 읽었지만 내 취향과 거리가 있었다.

읽으려고 사 놓고 계속 묵혀만 두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 당시 내 취향과 세계가 지금의 나와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지금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할 때마다 궁금하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쓴 시간과 노력과 고통은 창작의 고통 그 이상이다.


책이 출간되었을 때 “더 이상 자료를 읽지 않아도 된다.”고.

검색창에 ‘학살’이란 단어를 넣지 않아도 된다.” 고.

무엇보다 “울지 않아도 된다.”고 한 부분이 가슴에 와 닿는다.

<소년이 온다>를 일 년 육 개월 동안 썼던 것을 생각하면 몇 배의 시간이다.

그런데 왜 나는 그 사실을 몰랐고, 이 소설을 읽지 않은 것일까?

아껴두기 위해서라는 변명은 너무 안일하고 성의 없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함께하는 시간의 무게를 느낀다.

나는 오십 년 늙고 / 코트는 이십 년 늙어 / 어느 날 헤어질 서로를 안고 입고

 / 겨울볕 속으로 걸어가네”(<코트와 나> 부분)


북향 정원을 가진 집을 산 작가.

정원을 꾸미고 나무들을 키우는 작가.

<정원 일기>는 간결한 기록이고, 작은 노력이다.

그렇게 크지 않는 정원이지만 정성을 다한다.

시간 속에 햇볕과 벌레와 자연 등과 싸워야 한다.

이 집과 정원에 몰입한 이유는 엄마가 왔을 때 분명히 알게 된다.

꼭 너 태어났던 집 닮았다.”는 엄마의 첫 감상.

외풍이 심한 집에서 자면서 엄마는 딸이 돈 벌어 아파트를 사길 바란다.

아주 현실적인 조언이자 엄마의 바람이다.

나무와 꽃을 지키기 위해 벌레와 싸우는 작가의 모습은 왠지 낯설다.

아마 나의 선입견이 작용한 것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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