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는 책은 50권 정도만 읽고 더 많이 써보는 것이 목표다. 

사실은 목표하는 일정량의 글을 쓰고 나머지 시간에 읽는데

속독 스킬을 올려서 비슷하게 읽기.


2021년에는 118권을 읽었다. (X)

알라딘 서재에는 양과 질과 목적이 다른 30개의 글이 남았고 20년보다는 더 많이 써봤다. (O)

1월까지는 먼저 쓰고 남으면 읽기에 성공했는데 11개월간은 마음은 불편하지만 먼저 읽고 겨우 쓴 것 같다. (1/12)

연초 눈운동을 의욕적으로 하다 어지러운 뒤로 속독 훈련은 하지 않았다. (X)

그래도 까만 글자는 모두 찬찬히 읽어야하는 강박은 떠나보내는데 성공했다. (O)

그래서 하고자했던 21년의 읽기와 쓰기 결과는 100점 만점에 50점.


대략적인 목표는 그랬지만 실은 세부적인 숨겨진 목표도 있었다.

한달에 한번 읽은 책을 가볍게 정리하기.(0/12)

완독한 책은 한줄이라도 간단하게 기록 남기기.(60/118)

월말 기록은 시원하게 날렸고, 한줄기록은 6월까지 착실하게 썼지만 하반기는 훌렁 날렸다.

그래서 하고자했던 21년의 구체적인 쓰기 결과는 100점 만점에 25점.


역시 목표는 크고 볼 일이고, 동네방네 내놓고 볼 일인가.

결과는 결과고 복기는 복기지만, 읽고 쓰는 내내 스스로 성장이 느껴졌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또 글을 읽고 쓰는 부분에서 뿌듯하고 행복한 1년이었다.



1. 문학 26권(어린이 청소년 9권)






































어린이.청소년















 5년동안 해왔던 일을 정리하고 휴식기를 가지면서 스스로 한달살이를 선물로 줬다. 이름지은 의의에 충실하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소설을 좀 읽을 수 있었다. 


◆소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삶에서 중요한 것

<기억>1,2 최면X역사 아직도 완전하고 재밌는 베르나르식 소설

<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

<밤의 여행자들>

<시선으로부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콰이어트 걸>

<아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밀크맨>

 소설을 대부분 하반기에 몰아 읽어 간단 한줄느낌도 텅텅 비어있다. 11권 중 5권이 여성 작가 작품이었다. 한국소설에서 윤고은과 정세랑을 알게 되어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하게 되었다. 큰 수확이었다. 손바닥문학상 작품집은 행사의 취지에 맞게 눅눅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단편소설에 대한 편견들이 녹아내리면서 카버에 이어 앤드루 포터의 단편집도 보게 되었는데 이것도 대단했다. 드디어 옌롄커를 읽었고, 전작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국문학 3대장도 도장을 하나씩은 찍었다. 솔직히 올해 읽었던 모든 소설에 한권 한권 5점을 줬다. 그런데 다시 돌아보니 싱어게인2 심사위원들의 마음이 이해된다. 분명히 저 무대를 완벽하게 잘했단 말이지. 너무 완벽하고 소름끼치게 잘해. 근데.. 어쩌면 예상되는 것이었어. 부족해서 떨어뜨리는게 아니야. 하나하나 다뤄야할 책들이지만 언젠가 다음 기회에.. 


◆세계문학

<대성당> 아메리칸 체호프 걸작선. 후기작 위주

<프랑켄슈타인>

<눈먼 암살자>1,2

<아우라>

<필경사 바틀비>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감정의 혼란> 지적 세계의 황홀함과 빨려드는 감정

<눈보라>

<미지의 걸작>

<픽션들>

<빛 속으로>

 21년이 좋았던 이유들 중 하나는 녹색광선이라는 출판사를 수확해서다. 한달살이동안 문학으로 세계일주를 하면서 5대륙 13개국의 16이야기를 봤는데, 이 취지와도 맞는 부분이 있어서 연달아 읽을 수 있었다. 1인출판사로 1년에 2권씩 책이 나오고 있는데, 아직 4권이 남아있다는 게 찐행복~ 문학 고전의 힘을 실감했던 해이기도 했는데 레이먼드 카버와 마거릿 애트우드를 영접해서 생의 환희로 가득했다. 


◆SF

<야자나무 도적> 페미니즘 SF 걸작선 

 1월 1일자로 완독한 21년의 첫번째 책이었고, 세부적 목표에 따라 한줄 느낌을 남겨야했다. 당시에 너무 반해서 이 책에 대해서는 무조건 글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에 내적으로 시달렸다. 내적 시달림과는 무관하게 글은 계속 미루면서 쓰지 않았고, 글을 어차피 제대로 쓸 거니까 한 줄평은 대충 써도 돼VS책 홍보 문구가 너무 완벽한걸.. 어떻게 다르게 쓸 수 있어? 그건 불가능해.. 내적 갈등에 괴로웠다. 

 출판사의 홍보 문구 - 세계 여성 작가 페미니즘 SF 걸작선./ 전 세계 페미니즘 SF의 작은 박물관. 이 이상으로 이 책을 표현할 수는 없다. 어떤 억지도 과장도 없는 홍보문구 그대로인 책.

<지구 끝의 온실>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사실 기대가 너무 크긴 했다. 그래도 충분히 좋다.

<얼마나 닮았는가> 김보영 SF단편 보물단지.

 21년은 연초부터 이 책들 덕분에 사랑과 이유없는 벅참으로 참 복되었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책이 있을수 있어? 어떻게? ->왜 이런 말도 안되는 걸 이뤄낸 거야? 대체 어쩔려고? ->아.. 세상에는 정말 이런 멋진 사람들이 꼭 있더라. ->역시 하루의 1분들이 모여서 이런 멋진 일들이 되버리는거지.


◆어린이, 청소년

<긴긴밤>

<강남 사장님>

<나는 고양이라고!>

<달 사람>

<해방자 신데렐라>

<닭인지 아닌지 생각하는 고기오>

<클로디아의 비밀>

<잃어버린 줄 알았어>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

 생략하려고 했던 어린이, 청소년 분류가 따로 있어야 했던 이유는 긴긴밤 때문이라고! 올해 궁여지책에서 시즌3는 그림책으로 좀 쉬어가자고 마음이 모여 뜻밖에 스펙트럼이 넓어지게 되었다. 덕분에 삶이 풍성해지고 색이 다양해지는 기분. 내가 자랄 때도 이렇게 좋은 어린이청소년 책들이 많았을까? 약간은 샘이 났다. 하지만 역시 어린이청소년 책이 이렇게 좋다는 건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좋은 일이고, 그래서 결국 나에게 좋은 것이다. 다양하고 좋은 어린이청소년 책 작가님들께도 좋은 일이어야 될텐데. 분명 이 책들이 내 주변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



2. 투자 25권



































 작년은 돈과 투자에 대한 마인드를 닦고, 생활을 정돈하는 책들 중심으로 봤다면, 올해는 실전 투자와 관련된 책들을 좀더 읽었다. 안빈낙도를 시작하면서 어쩌다보니 주식책들을 먼저 보게 됐다. 연초에 본 책들은 벌써 아득하니 작년에 본 느낌. 돈공부책들을 보면서 올해는 슬슬 책 내용 중 아는 부분들도 생기고, 이미 생활에 녹아든 부분들도 있어 좋았다. 세계문학을 보면서 감탄하고 돈공부책들을 보면서 익숙해했다. 그 감탄과 익숙함을 감사해하고 기뻐한 시간들이었다.


◆주식

<박 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공모주 투자 A to Z, 출간직전 최근의 투자사례까지

<잠든 사이 월급버는 미국 배당주 투자> 미국주식 투자의 기본과 배당주 투자의 기본

<미국주식 처음공부> 완벽하고 균형잡힌 미국주식 입문책

<미국주식 중국주식> 주요 미국주식과 중국주식 종목 소개와 이해

<미국 배당주 투자지도> 배당주 투자 기본 방법과 성향별 추천 배당주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77> 주린이를 위한 주식의 기초

<소수몽키의 한권으로 끝내는 미국주식> 주린이를 위한 미국 주식의 기초와 쉽고 정석적인 투자법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 주식시장을 이기는 마법공식

<절대수익 투자법칙> 레이달리오의 올웨더투자와 김단테의 올시즌투자법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파이어족

<파이어족이 온다> 좌충우돌 파이어족부부의 있는 그대로 에세이

<파이어족의 재테크> 한국형 파이어족의 친절한 조언. 핵심적인 내용을 전반적으로 쉽게

<파이낸셜 프리덤>


◆통찰력, 지표, 역사

<내일의 부>1,2 세계 시총 1위 주식 가져가는 투자법 투자법의 데이터 근거와 미중무역전쟁의 본질과 시나리오

<부의 인문학> 고전경제학에서 최근의 행동경제학까지 실전투자에 적용하는 법

<부의 대이동> 거시경제 지표를 이해하는 법

<부의 본능>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으로 접근하는 부로 가는 길

<돈의 심리학>


◆투자마인드

<진짜 부자, 가짜 부자> 시스템소득으로 진짜 부자되는법

<부자의 언어> 부자의 행동과 사고, 태도. 1일1부언대장정의 끝

<돈의 시나리오> 돈공부는 처음이라 확장판. 김종봉의 돈의 시나리오 제작기

<이웃집 백만장자 변하지 않는 부의 법칙>

<파이프라인 우화> 


◆부동산

<앞으로 5년, 집을 사고 팔 타이밍은 정해져 있다> GTX와 3기 신도시 코드로 보는 서울 아파트 전망과 포스트서울(부산) 단지추천



3. 에세이 19권





























 여유가 없을 때마다 하나씩 꺼내읽다보니 아무튼 시리즈를 7권이나 본 해였다. 역시나 대부분 만족. 생활5 운동3 여행3 어린이2 식물1 그림책1 자세1 명상1 스릴러1 중국집1 으로 소소한 생활과 일상에 대한 에세이를 주로 봤다.


◆암튼 인생 심심하면 읽어보는 시리즈

<아무튼, 피트니스> 반백살 사회운동가의 몸운동고자 탈출기

<아무튼, 달리기> 취미유목민이 5년째 정착한 달리기 이야기

<아무튼, 식물>♥ 힐링의 식물키우기

<아무튼, 요가>♥ 박상아의 요가라이프. 시작부터 지금까지

<아무튼, 계속>

<아무튼, 떡볶이>

<아무튼, 스릴러>

 시리즈 대부분 안전하게 마음에 들지만 아무래도 3개의 출판사 중 위고의 책들이 손이 먼저 가는 것 같다. 대표님이 단순한 키워드보다 생활철학을 녹여낼 수 있는 책들을 만들고 싶다고 인터뷰하셨던데 왠지 위고 책들이 맘에 든다 생각했더니 역시 저런 이유가 있었다. 좋은 것은 역시 밑과 뒤에 이유가 있다는 삶의 진실을 다시 한번.


◆이 에세이가 실용적이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쓰레기박사님의 제대로 쓰레기 버리기 A to Z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

<중국집>


◆이 에세이가 몽글몽글하다!

<어린이라는 세계>♥ 다정하게 존중받는 독서교실 어린이들의 이야기. 어른이에게도 이런 독서교실이 필요하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어른이를 위한 그림책 일기

<오늘의 단어>


◆이 에세이가 대단히 대단하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엄마가 기록한 하프앤하프 어린이의 더블앤더블 성장기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이 작가는 숨만 쉬어도 애정한다!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이 에세이는 심심풀이인 척 대리만족이다!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

<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첫, 헬싱키>



4. 만화, 그림책 18권






















◆마스다 미리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아무래도 싫은 사람>

<주말엔 숲으로>

<수짱의 연애>

 이사를 준비하면서 동거인의 마스다미리 시리즈를 모두 처분했다. 처분하기 전에 한번더 마지막으로 쭉 봤는데 역시 시간의 흐름이 느껴졌다. 처음 봤을 때는 일정부분 공감이 되기도 하고, 왜 인기있는지 알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이제는 그런 시기를 다 지나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이런 류의 소비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건 사람들이 다들 같은 마음인건지 중고물량도 엄청나게 많아서 잘 안 사준다는 점!


◆다카기 나오코

<혼자살기 9년차>

<혼자살기 5년차>

<나홀로 여행1>

<나홀로 여행2>

 책이 나올 당시 느낌이 다카기 나오코는 좀더 어린 사회 초년생 느낌, 마스다 미리는 사회생활 좀 한 느낌이다. 마스다 미리 책과 다르게 다카기 나오코 책은 이미 지난 시기라도 여전히 그때가 생각나고, 킥킥대면서 볼 수 있다. 이 책들은 안 팔고 가져왔다. 역시 사람들은 비슷한 마음인건지 다카기 나오코 책들은 다 사준다는 게 함정.


◆자기돌봄, 공감, 일상

<따뜻한 세상은 언제나 곁에 있어> 힐링만화

<나에게 다정한 하루>

<어쿠스틱 라이프>1


◆책, 인물, 강아지

<버지니아 울프>

<퇴근길엔 카프카를>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인절미에요>


◆연재물

<고래별>1,2 요즘 k웹툰은 퀄이 이정도?



5. 인문사회 13권























 시무룩한게 에세이는 지칠 때나 쉬어갈 때 틈틈이 봐지는데, 문학이나 인문사회는 집중해서 읽을 시간을 확보하는게 부담스럽다. 짬이 날 때 문학최소량을 우선 섭취하려고 애쓰다보니 인문사회책은 통 못 읽고 있다. 후니즘이 아니었으면 반은 못 봤을 책들. 우선 집중해야 할 것들을 먼저 해야하니 어쩔 수 없지만. 4년쯤은 어쩔 수 없다.


◆페미니즘. 여성.

<육식의 성정치>♥ 페미니즘X채식주의 낱낱이 파헤치기

<왕진가방 속의 페미니즘> 왕진가방 비중이 높음. 가볍고 명랑한 협동조합 진료일기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페미니즘. 확장.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개농장 이야기..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페미니즘이야 현대사회에 요구되는 필수 과목이지만 연초만해도 올해 당장 공부를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멋지게 읽어내는 사람들을 흉내내보고 싶어서 끼어든 책이 하필.. 육식의 성정치.. 분명 흥미로운데.. 한쪽한쪽 넘기는게 너무 더디고 힘들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정말 뿌듯했다. 나는 잡다한 이유로 30년 가까이 채식을 했었고, 개인적인 이유로 육식을 선택했다. 그래서 내가 먹었던 것의 역사와 내가 먹기로 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풀어놓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먹기 보따리를 양껏 펼쳐놓고, 그 다음 책에 대한 이야기도 잔뜩 하고싶었다. ... 하고 싶었다. 

 중간에 쉬며 가며 10년 가까이 같이 읽었던 책모임에 뜬금없이 누군가 왕진가방을 꺼냈다. 이전에 같이 읽은 페미니즘 책 중 악어프로젝트를 다루면서 분위기가 약간 경직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페미니즘 책을 들고오는 게 쉽지 않다. 더구나 모임의 열기가 한참 가라앉은 그 때에. 마침 페미니즘 싫은 사람은 참석도 안했겠다. 페미니즘 책을 꺼냈으면 같이 더 읽자로 대답하는게 인지상정. 그렇게 넷이서 각자 확장된 페미니즘 관심사를 주섬주섬 꺼내고 뭉쳐서 슬금슬금 읽어나가고 있다. 중요한 것을 읽는 일은 중요하다.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그 언저리라도 놓지 않고 읽어나가는 일.


사회

<호모 데우스> 몸.뇌.마음이 상품으로. 알고리즘. 데이터교.

<임계장 이야기> 먹먹해지는 임시계약직노인장의 노동일지. 우리 모두의 이야기.

<오늘부터의 세계>♥ 대안세계에 대한 석학들의 주장을 요약해서 접할 수 있음

<기후 정의 선언>♥ 힘있게. 기후와 정의와 선언


인문

<여덟 단어> 박웅현의 인생에 대한 통찰력과 조언.

<만 가지 행동>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서양고대철학편>



6. 자기계발 10권















 작년에 자기계발서를 몰아읽은 여파로 올해 첫 자기계발서는 3월에 되어서야 읽었다. 작년에 못 읽고 해를 넘긴 중요한 책들을 마저 읽었다. 하나의 키워드가 머리속에서 연관된 생각들을 불러일으키기에 꾸준히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테스트해보고, 맞는 것과 변형해서 취할 것을 부지런하게 몸에 붙여가기.


◆습관

<그릿> 재능을 이기는 열정과 끈기의 힘. 관심-연습-목적-희망으로 그릿 키우기

<절제의 성공학> 먹는 것을 절제해서 덕쌓고 복짓기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습관형성 A to Z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앉기 명상>


◆마인드

<운의 알고리즘>

<멘탈의 연금술>


성공담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 총각네 야채가게 CEO의 성공수업

<생각의 비밀>


◆도구

<그림으로 생각하면 심플해진다>



7. 신경과학 4권








<여자, 뇌, 호르몬> 여자의 일생동안 뇌와 몸의 변화 연대기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 과학적인 뇌과학과 사람을 중심에 둔 아름다운 통찰력

<창조하는 뇌> 창조성의 비밀. 풍부한 도판과 사례

<이야기의 탄생> 뇌과학으로 보는 팔리는 스토리텔링의 비밀



8. 말과 글, 책 3권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20년 교정자와 번역자가 주고받은 편지와 교정지식들이 교차로 묶인 책

<책, 이게 뭐라고>

<아주 사적인 독서> 로쟈의 고전 강독. 욕망편



 아쉽지만 이대로라도 2021년의 읽기를 정리한다. 이 정도로 대우받을 책들이 아닌 책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어떤 가치라도 모든 시점에서 모두에게 제 자리를 지킬 수만은 없다. 지난 한 해같은 1년간 스스로 이 정도를 지켜낸 것으로 만족한다.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2022년에는 책은 90권 정도만 읽고 더 많이 써보는 것이 목표다.


 돈공부+자기계발 책을 30권, 재독 20권

 신경과학 책을 10권

 후니즘에서 같이 10권, 가벼운 책들로 일정이 당겨지면 최대 +5권

 궁여에서 같이 6권

 이후에 남는 시간에 한달에 한권쯤 다른 책들을 좀더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 


 한달에 한번 읽은 책 가볍게 정리하기

 완독한 책 한줄이라도 간단하게 기록 남기기

 신경과학 책 다루는 글 A4 한 장 이상 6개이상 쓰기

 신경과학책/돈공부+자기계발책 간단한 소개나 밀착생활형 짧은 글 10개이상 쓰기

 후니즘 후기 1개이상 남기기

 그리고 매일 한줄이라도 일기쓰기


 목표는 한번 거창하게 세워보고, 공개하고 보자.

 혹시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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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30 14: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2년 목표 너무 멋지네요~!! 저랑은 겹치는게 소설 일곱권이네요. 딴분야는 전 전멸 😅
22년 목표달성을 응원합니다~!!

link123q34 2022-01-02 13:38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시간내서 서재 연말결산 구경가야 하는데요! 그 많은 책들 중 7권이나 겹치다니 신기하고 뿌듯해요~ 올해는 세계문학 프로독자 새파랑님과 한권더 겹치는 걸 또 히든 목표로!ㅋㅋ 올 한해도 행복한 읽기 되시길~!!

Ting 2022-07-17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구매하려다가 댓글 보고 블로그 타고 들어왔습니다. 정말 멋있게 사시네요 ! 응원합니다. 책은 원래 다 구매해서 보시는 편이신가요? 상당히 많으시네요!!!

link123q34 2022-07-24 10:54   좋아요 0 | URL
방문과 응원 감사합니다! 덕분에 남은 5개월도 열심히 지내야겠어요~~ 사서 본 책은 보통 30~4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Ting님의 파이팅넘치는 독서도 응원합니다!!
 

지난 월요일에 보냉백을 샀다. 전에 쓰던 파란색 카스보냉백은 엄마것이었는데 그게 이집 저집을 참 부지런히 오갔었다. 지퍼 하나가 진작 고장나서 남은 지퍼 하나에 주의를 기울여서 잠그면 잠겼다. 매번 둘이서 하나 사자~ 했다가도 아직 쓸 수 있는데 버리면 죄를 짓는 기분이라 고장나면 사자~가 되곤 했다. 물샐틈없게 아이스팩과 사랑의 마미푸드가 잔뜩 들어가는 카스보냉백은 고장이 아직 안 났는데, 가득찬 채로 동생이 먼 곳으로 들고 갔다. 나는 비교적 더 자주 왕래가 있는 편이고, 아무리 왔다갔다하긴 해도 그 물건이 엄마 것이라 내 것도 따로 필요하긴 해서 사려고 하긴 했다. 보냉백 하나 사야되겠다 D가 부산으로 가져갔어 그랬구나 하나 사야겠다 안그래도 10월부터 바로 필요하니까 하나 사려고 했어 그래 잘됐다 어차피 고장났으니까 한번 쓰고 버린다그러드라 그래 그럴수도 있지


엄마집은 차로 한시간 반 거리라 보냉백 기능이 엄청나게 좋지 않아도 된다. 아이스팩도 두집에 항상 많고. 물건이 적당히 들어가고 적당한 보냉기능이면 되는데 인터넷에는 너무 많은 디자인의 보냉백이 있었다. 고르기도 귀찮고 생각해보니 새 것일 필요가 없어서 당근마켓을 받고 검색했다. 놀랍게도 똑같은 색깔과 모양의 OB보냉백을 누가 5천원에 팔고 있었다. 마침 책을 빌려놓은 도서관 근처고, 미루는 게 싫어서 바로 약속을 잡았다. 아직도 낮에는 누구나 일을 하고 있다는 내 기준으로 저녁 이후에나 가능할걸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무 때나 된다고 해서 오후 두시에 가기로 했다. 가는 김에 책도 회전시킬겸 읽고 대충 기록을 남긴 책들 위주로 몇권 골라내 챙겨뒀다. 


내가 사는 곳은 명의당 20권까지 2주간 빌려준다. 내 이름으로 20권, 동거인 이름으로 4권이 도서관 4곳에서 온 책들이라 계획에 없던 도서관행을 위해 반납할 것 빌릴 것을 또 치밀하게 골랐다. 완벽한 목록을 챙겨 새책 생각에 무척 신이 났고 다행히 주차장 자리가 몇칸 있었는데, 도서관은 휴관이었다. 다른 책들이 많이 쌓여있지만, 특히 전날 재밌게 읽어서 이어서 보고싶었던 책들 때문에 좀 실망이 컸다. 그래도 괜찮았다. 다음날 동거인이 백신맞는 날이라 그쪽 근처에도 빌려둔 책이 있어서 그쪽 책이랑 교환하면 된다. 


두시가 거의 다되서 OB보냉백을 교환했다. 의외로 중년의 여자분이 판매자였다. 엄청 깨끗했다. 앞으로 이 보냉백이 또 몇킬로미터를 이동할 것인가를 생각하니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뜻밖에 판매자분도 잘 쓰세요~ 인사했다. 흥행에 성공한 앱이라 그런지 거래후 평가항목이 많고 꼼꼼해서 놀랐다. 거래후 판매자분이 아까 헤어지면서 인사를 했는데 또 인사메세지를 보내셔서 더 놀랐다. 평일 대낮 사회의 정서란 이런 건가.. 거래후 나도 판매자를 평가하고 판매자도 나를 평가하는 시스템이었다. 나는 이미 필요한 보냉백을 샀는데 이런 세세한 항목 평가라니 귀찮.. 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평가를 꼼꼼하게 누르고 자리를 떠났다. 이런 앱도 사용하고 엄청 트렌디한 사람으로 변신한 기분.


파란보냉백이 엄마집에서 떠나올때는 보통 가내수공음식이 담긴다. 내집에서 옮길때는 주로 공장음식이 담긴다. 그나마도 내가 먹을 걸 담기 시작한건 1년 정도밖에 안 됐다. 그래도 대부분은 빈그릇만 담을 때가 많다. 저탄고지 식단으로 바꾼지 2년 정도 되었고, 엄마도 그때쯤 하루 1~2끼 정도는 비슷한 식단으로 먹고 있다. 아무래도 식재료가 동네에서 구할 수 없는 게 많아 내가 한꺼번에 사서 나눠먹기도 하고 샘플재료들도 보내고 한다. 정성껏 직접 담근 김치를 보내는 건 아니지만 뭔가 먹을 걸 채워서 보낼때 조금 더 자란 기분이 든다.



예정에 없던 책교환을 가면서 신났던 건 이 책 때문이었다. 책이 정말 맘에 들어서 녹색광선의 다른 책들이 궁금했다. 무슨 대단한 사건같지도 않은데 감정길을 따라 귀신에 홀린 것처럼 순식간에 빨려들어갔다. 강렬한 지적 세계에의 갈망도 황홀했다. 이런 대학생이었던 적은 없지만 그런 대학생이 된 기분. 그냥 이 책을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시 이런 대학생으로 살아보고 싶은 기분.


 혹사를 통해 상처받은 육체는 보복을 망설이지 않는 법입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정신을 잃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내가 미친듯이 넘어서려고 했던 자연법칙에 대한 몸의 경고 신호였습니다. 최면에 빠진 것 같은 피로는 점차 심해졌고, 감정의 표현은 더 맹렬해졌습니다. 예민해진 신경이 내면을 날카롭게 짓이기고 잠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으며 지금까지 억눌러 왔던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마구 자극했습니다. - 106p 


저탄고지식단은 하고싶어서 해본 게 아니다. 눈에 보이는 움켜쥐고 싶은 것과 무너져내리는 몸 사이에서 혹시나 하는 기대였다. 첫 방탄커피 한잔에 기적처럼 20대 때보다 더 짱짱한 힘이 솟아났고, 그 힘을 써보고나니 다른 걸 먹을 수가 없었다. 



여행을 할 때 3요소는 시간, 체력, 돈. 감사하게도 각 요소는 호환이 가능하다. 사는 건 놀랍게도 얼마나 공평한지. 여행을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어릴때는 대부분을 시간과 체력으로 대신했던 것 같고, 일한 이후로는 체력과 돈으로. 그리고 체력이 꺾인 이후로는 여행의 모든 요소를 돈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여행은 사는 거고, 사는 게 여행이니까.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목숨줄처럼 붙잡고 사용하는 '프라나호흡'이라는 앱은 사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호흡명상의 테마가 세분화되어 있다. 항스트레스/마음비우기/식욕억제/고요/힘 이런 식이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항스트레스는 당연히 스트레스가 극심할때 사용하는 호흡명상. 퇴근길에 출발하기 전 차안에서 5분 하고 출발하면 최악의 상황에서 일단 스탑!을 걸고 공간이동을 하게 되니 효과가 좋았다. 거짓말같지만 해보면 정말 효과가 있다. 이 앱의 우주최강 강력한 점은 막연한 호흡명상이란 걸 직관적으로 초보도 따라할 수 있게 되있는 거. 들이쉬고 멈추고 내쉬고 멈추는 걸 그래프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강약의 사운드로도 제공한다. 그냥 보면서 따라하면 진짜로 된다. 항스트레스 외에는 다들 세속의 이해와는 다른 효과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힘'의 경우는 뜻밖에 '어려운 일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집중력을 높여줍니다'. 글씨로만 읽어도 너무 좋은 힘. 효과도 좋다. 너무 거대해서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 막막하고, 시작하기 힘든 아침에 '힘'을 5분 하고나면 뭔가 시작하고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그 수퍼 '힘'같은게 진짜로 있다는 걸 믿게 되었고. 어떤 불교적인 책도 좀 보고 싶고, 그런데 너무 경전같은것 말고 라이트한 것, 쉬운 것, 약간은 따라서 바로 해볼 수 있는 것도 들어있는 것을 찾다 틱낫한 스님의 힘에 도착했다. 정말로 쉬운 언어로 쓴 명상에세이. 뒷부분에 틱낫한스님의 인생과 플럼빌리지라는 공동체의 수행까지 같이 묶어 더 좋았다. 읽는 것만으로도 뭔가 정화되고 치유되는 기분이었는데 책을 따라 숨쉬어보고, 걸어보고, 웃어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책머리에서부터 정말 좋았고, 책을 통틀어 가장 좋았던 부분은 수행은 깊은 산속에 숨어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 일상에서 숨쉬고, 걷고, 먹고, 일하며 할 수 있다는 말이 가장 감동이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귀중하다. 심지어 시간을 돈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시간은 돈이 아니다. 시간은 돈보다 훨씬 큰 무엇이다. 시간은 돈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시간은 무엇인가? 시간은 바로 삶이다. 시간은 생명이다. 매일 아침 해가 떠오르면 당신 앞에는 돈을 벌어야 하는 24시간이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 앞에는 삶을 살아가야 할 24시간이 펼쳐져 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지금 이 순간에서 달아나고 싶은 유혹에 지지 말고 버텨야 하는 이유이며 지금 이 순간을 생생히 살아야 하는 까닭이다. 당신이 투자해야 할 것은 돈이 아니라 바로 당신의 삶 그 자체다. - 98p, POWER14 돈에 투자하는가? 행복해지고 싶다면 당신 삶에 투자하라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시간이 돈이고, 돈이 시간을 빨아들이고, 돈이 시간을 만들어준다고 생각을 바꾼 게 작년인데. 틱낫한 스님은 또 아니라고 하시고...



 모든 인간은 24시간을 부여받는다. 자산 불평등이 정점을 찍은 지금, 부모에게 많은 부를 물려받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과거 세대처럼 많은 기회가 열려 있지도 않은 우리에게 있어 공평한 건 '시간'밖에 없다. 유일하게 공정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다. 그렇다면 어떻게 쓸 것인가? 가진 건 몸뚱이, 아니 시간밖에 없어서 그것이라도 살뜰하게 '시테크(시간+재테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염세적인 결론에 매번 닿고 만다. -49p 


시간을 동등한 기회로 생각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음이 된다는 건 잘 알지만 역시 동등하지 않다. 시간이 공정하고 동등한 기회라 해보더라도 돈으로 기본적인 생활에 소요되어야 할 시간을 살 수 있고, 살 수 없다. 현대사회에서 숨쉬고 아침에 눈을 뜨기 위해 필요한 것을 위해 밤에 눈감기 전까지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야만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하더라도 모든 시간을 쏟아붓지 않으면 동등한 지점에 설 수도 없으니까. 어떤 시간과 공간이어도 차곡차곡 숨쉬고 감사히 먹고 걷는 일이 가장 중요하겠지. 어쨌든 삶의 총체적인 부분은 언제나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삶이라는 걸 이해하고, 하루하루 숨쉬고 먹고 걸으며 수행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하지만.





아침에 갓 구운 식빵을 사서 딸기잼을 발라 반으로 접어 먹는 행복이라니. 너무나 부러웠다. 태어나 한번도 누려본 적 없는 행복이다. 

1. 맛있는 식빵을 아침마다 직접 굽는 동네빵집이 있는 동네에 살아야 하고. 

2. 그 빵집이 내 출근시간보다 미리 문을 열어서 느긋하게 빵을 사와서 먹고 출근할 수 있어야 하고. 

3. 공복에 다녀올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에 있어야 하고. 

4. 집에 딸기잼이 있어야하고. 

5. 집에 강아지가 있어야하고.

6. 결정적으로 식빵을 먹는 몸이어야 한다! 


너무너무 부러운 삶이어서 동거인에게 보여주면서 부러움을 나눠주는척 그림의 귀여움을 나눠줬다. 그랬더니 동거인은 '개는 없지만 빵은 있다고! 당장 사러가자!!'고 했다. 너무 재밌었는데 인터넷에 ~는 없지만 ~는 있다고! 말투가 유행한 적 있다고. 자꾸자꾸 써보고 싶은 말인데 아이디어는 없지만 마음은 있다고! 그러고보니 일하는 동안은 6가지 모두 X여서 완벽하게 누릴 수 없는 행복이었는데 한달살이중에는 5번의 '강아지는 없지만!' 부분만 빼고는 모두 해결 가능한 부분이었다. 당장 식빵을 사고, 간 김에 다른 빵도 사고, 딸기잼은 안 샀다. 아침은 아니었고, 막 구운 빵도 아니었지만 오늘의 행복.


2년동안 금동앗줄같았던 저탄고지식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당연히 시간이었고, 체력이었다. 카페인으로 꺼내쓴 생명의 힘 같은 게 아니라 갖고 있던 세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스스로 도와준다는 기분이 맘에 들었다. 탄수화물과 첨가물같은 즐거움은 잃었지만 새로운 식재료길에는 새로운 재미와 즐거움, 쾌감이 있었다. 잠시 일을 마치면서 이제 느슨하게 시간을 쓰려고 노력하면서 왜 식단은 돌아볼 생각을 못했는지. 당분간은 뭐든 막 섞어 먹어도 괜찮다. 식빵도 되고 딸기잼도 되고. 


지난주 일기를 쓰다보니 벌써 지난주도 아득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경험들에 감사했던 며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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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9-18 1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20권이나 빌릴 수 있다니 너무 부럽네요!! 누구는 나를 세상의 중심에 두라 하고 누구는 세상의 시각에선 개인이란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하고. 근본적인걸 다룬다는 철학에서도 시간도 그렇고 많은 것들이 극과극이니 참 어렵습니다.😊

link123q34 2021-09-21 09:10   좋아요 1 | URL
진짜 어려운것 같아요~ 좀더 어릴 때는 무조건 맞을것 같은 절대적인게 있을줄 알고 그렇다는 가정하에 그걸 많이 찾아 헤맸던 기분인데.. 지금은 조금 달라진것 같긴 해요. 가지고 있던 생각이 깨뜨려지는 이야기들이 힘들지만 좋기도 하고요. 아직 이리저리 귀가 쫑긋해지는 단계를 사는 기분이에요~ 이 상태에 머물러있는게 가끔(!) 기쁨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뭔가 아직 여물어지지 않은 기분?ㅋㅋ

새파랑 2021-09-18 16: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감정의 혼란> 책이 자주 보여서 좋네요 ^^ 즐거운 명절 연휴 보내세요 😄

link123q34 2021-09-21 09:11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연휴 마무리 잘하시고 푹 쉬세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새벽 4시에 꿈 때문에 깼다. 긴박한 상황이었다. MT인지 수련회인지 모를 새로운 곳에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막다른 곳이었다. 곧 외부에서 치명적인 공격이 닥칠 수 있었다. 허름한 나무집의 2층 같은 곳에 나무로 된 창들이 있었다. 우리는 2층으로 뛰어올라가 모든 문들을 걸어잠갔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침입이 예상되는 방향으로 노출된 창틀 3개 정도가 아예 분리되어 있어서 나무문인지 창문인지 모를 그걸 방패처럼 셋이서 하나씩 들고 막기로 했다. 대충 문틀과 비슷하게 끼워 맞춘 곳에서 저지선을 만들기로 했다. 그 순간 바로 기습을 당했고, 약속한 저지선에는 나 혼자 뿐이었다. 위급한 상황이라 여러모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잠을 깼다. 


그런데 잠을 깨는 그 짧은 순간 장면이 전환됐다. 회고 형식의 다큐같은 거였는데, 어떤 사람이 인터뷰 중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우리가 공격당한 오두막같은 것과 3D로 재현된 학살장면 같은 게 나왔다. 왜 이런 걸 보고있어. 같은 소리와 그러니까 왜 하필 이런 곳을 골랐어. 같은 소리가 함께 들렸다. 좀비물은 안 보는데. 분명 다음날 훈제오리 먹을 생각으로 자기전 내내 설렜는데 아침부터 이게 무슨 난리인지.


외할머니와 엄마는 가끔, 인생에 몇 번쯤 어떤 꿈을 꾼 적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태어나려고 할 때나(그러니까 나는 수정되지도 않았을 때부터 세트로 같이) 내가 대학 합격 발표가 나기 전 같은 어떤 큰 일이 있을 때쯤. 어릴 때는 그런 얘기를 듣고, 옛날 어른들이 하는 얘기지 하고 말았다. 그럴만도 한게 나는 인생의 대부분 시간동안 꿈을 별로 꾼 적이 없다. 베개에 머리를 대면 1초컷으로 잠들고, 쿨쿨 자면 아무 소리도 못 들었고, 꿈은 안 꿨다. 사주나 꿈같은 헛웃음이 날 것 같은 얘기들에 좀더 귀기울이게 되었을 때쯤인가. 아마 그 전에도 그런 일들이 있었겠지만 그때는 전혀 연관지을 생각을 못했다.


많은 꿈을 꾸지 않는데, 유독 생생한 꿈들이 있다. 두 가지 타입인데 하나는 예지몽같은 꿈들. 일반적으로 운수좋다는 꿈이나 재수없다는 꿈. 얼마전 치과에 가기 직전에도 어금니 두개가 스르르 연달아 다른쪽도 스르르 빠지는 꿈을 꿨었다. 실제로는 사랑니 하나를 스르르 뽑았다. 이런 경우는 꿈내용 그대로인 시시한 예지몽이지만. 별 인상이 없는 꿈은 개꿈인데, 깨어서도 생생하면서 특징이 있는 꿈은 보통 예지몽이다. 다른 하나는 공포와 불안의 꿈이다. 쫓기고 도망치고. 깨고 나면 온 몸이 경직되있고, 호흡도 가쁜 꿈. 그런 꿈 자체를 안 꾸는 쪽이 아니라 진짜 죽임을 당할 것 같은 직전의 순간에 깨는 쪽으로 진화했다. 


7, 8월같으면 쉽게 잠에 들지 못했고 깊이 자지도 못했고 그런 꿈도 꿨을 법 하다. 근데 어제밤에 대체 왜? 아 그래도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참. 쉬면서 좋아지는 게 아니라 점점 민감해지기만 하다 9월이 끝나버리면 큰일이다.



집 앞이고 머리를 자르기만 하고 올 거라서 핸드폰만 들고 미용실에 갔는데 염색까지 하게 되서 오랜만에 밀리로 책을 봤다. 책읽아웃 삼천포책방 정주행을 하다가 첫회에 이다혜 기자님 편을 듣고 <아무튼, 스릴러>를 봤다. 스릴러 에세이라니 은근한 스포 천국일 것 같아서 보기 싫었는데, 당분간 스릴러는 많이는 안 볼 것 같아서 그냥 봤다. 의외로 안 본 책 천지였는데, 은밀한 스포 천국인 건 맞았다. 그래도 이건 보긴 봐야할 것 같아서 갑자기 보게 된 애거서 크리스티. 몇번이고 볼만한 기회는 있었는데 그때마다 애거서는 포와로지. 근데 아무도는 포와로가 안 나와. 독립편이야. 라고 해서 귀찮네.. 시리즈물도 보고 독립편도 봐야되네.. 하고는 항상 미뤘었다. 


그러니까 겉으로는 분명 좀 시시한 것 같았다. 도입부부터 확 빨려들어가는 힘도 없고, 등장인물도 많아서 소개 부분도 좀 지루하고. 예고되는 동요를 보면 하나씩 다 죽나보네 약간 뻔해보이는 명작. 게다가 인물 파악이 정확하게 안 됐는데 대화가 많아서 누가 누구 말인지 여러 번 다시 돌아가서 찾아야했다. 일단 사건이 시작되니 전개가 매우 빠른 건 좋았다. 반전(!)도 매우 좋았다! 역시는 역시. 이유가 있다. 아마 이후에 많은 작품들이 이 책에서 영향을 받아 가지를 뻗어나가고, 나는 그 세세한 가지들을 먼저 만나서겠지. 더 일찍 봤으면 좋았을걸.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로 자연스러운 겨롸인지 영국 작가들은 정신질환(편의상..)을 소재로 잘 썼던 것 같다. 분명 읽을 때는 별거 아니게 봤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읽은 스릴러여서인지 내적으로는 무척 긴장했나보다. 꿈 속에서 막다른 2층의 오두막에 갇히는 설정은 여기서 따왔다고 추정한다.



<시녀이야기>를 먼저 확인하고 보고싶어했다. 그런데 통 심상치 않은 책이어서 잠정적으로 같이 볼 책 목록에 올리고 나니 먼저 보면 김샐 것 같았다. 그래서 어차피 차례차례 보게 되겠지만 눈먼 암살자를 먼저 보게 됐다. 그런데 기똥찬 책을 같이 읽는 데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동시에 같이 보는 재미가 있는데.. 내가 아니면 니가 반칙으로 먼저 볼 위험.. 최전선의 3인방은 아마 이 배신과 위험이었다고 추정한다. 

는 억지 억지스러워.. 

설마 다들 나만 빼고 먼저 보고 있는 걸까. 

아니야. 이건 예지몽 타입의 꿈이 아니었어.


 후일 100년 전쟁, 혹은 지노어의 전쟁이라고 알려진 전쟁이 구십구 년 째 되던 해였어. 우주의 다른 차원에 위치한 지노어 행성에는 엄청난 지력과 엄청난 잔인함을 갖춘 도마뱀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살고 있었어. 그들 자신은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지 않았지. 외모를 보자면, 210센티미터의 키에 몸은 비늘로 덮여 있고 회색이었어. 고양이나 뱀의 눈처럼 눈에는 세로로 긴 선 모양이 나 있었어. - 8부, 눈먼 암살자 - 아어아의 복숭아 여자들, 124p


비교가 되지 않는 전력차와 잔인한 대학살의 비밀은 그냥 도마뱀 인간들 때문인 것 같다.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압도적인 체급과 화력이었다. 그리고 정확한 회고와 액자형식은 여기서 가져온 게 틀림없어. 그래도 솔직히 인간적으로 도마뱀 인간 외계인이라니 너무하지 않나 싶은 내면의 소리까지 섬세하게 반영되었으니까. 



전작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를 본 적 있다. 왠만하면 별 다섯개를 주는 내가 별 네개를 줬다. 진짜 별 네개였으면 도서관에서 이번 책을 만났을 때 안 빌렸을 거면서. 아마 필요해서 빌린 책을 다 보고 위로를 받았으면서 그런 위로가 필요한 상황이란 걸 인정하면 안 되니까 아닌 척 별 네개를 준 것 같다. 이번 책도 슬그머니 가져왔지만 막상 빌려와서 보고있으니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네 싶다. 이번 책은 꼭 별 다섯개를 그대로 줘야지. 김형경의 심리훈습 에세이들이 좋았던 것처럼 서늘한여름밤의 책도 자신 스스로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고 있어 참 좋다. 


 근데 어쩔 수 없잖아.

 아무래도 나는 열심히 사는 걸 좋아하는 거 같은데.

 때로 넘어져도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라도 생각하고 싶은걸.

 단지 괴로움을 피하며 살고 싶은 게 아니야.

 괴로울지라도 원하는 걸 원하는 대로 하고 싶어. - 43p


대충 시간 흘려보내기에 대체로 실패하면서 절절하게 느끼는 건 참 아무래도 나도 열심히 사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너무 열심이라 넘어지는 줄을 모르는 건 좀 문제라는 걸 이제는 안다. 열심 안에 늘 취해 살고 싶고 어떤 괴로움은 반드시 피하면서 살고 싶다. 



가끔 나에게 완벽주의자 타입이라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매번 부인해왔다, 정확하게 책과 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한달동안은 푹 쉬기로 정했고, 그걸 정확하게 지키기 위해서 그다음 6개월과 그다음 6개월, 그리고 그다음 2년을 준비해두고서야 이 큰 일을 벌였다. 그래도 처음 설정해보고 가보는 다가올 7개월이 낯설고 확신하고 외우고 그래도 100% 확신할 수는 없어서 불안한 모양이다. 그래서 오늘 새벽에 이 사단이 났다고 인정해야 하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링크입니다. 실은 저는 제기준선 안에서 완벽주의자입니다. 그래서 가끔 인생이 예상대로일 때 침착하고, 대부분은 무시하면서 지내요.

그래도 이번부턴 다르게 노력하고 있어요.



안 하는 편을 택하고 있다. 열심히 하지 않기를 택하고 있고, 가만히 있기를 택하고 있다. 일찍 깨도 더 자기를 택하고 있다. 잘 하고 있다 싶지만 실은..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 그러니까 지금 해보자를 택하고 있다. 그런 것 까지 할 시간은 없어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 시간은 충분해를 택하고 있다. 결국 잘 되고 있지 않다.


소극적인 저항처럼 열성적인 사람을 괴롭히는 것도 없다. 그 저항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성격이 비인간적이지 않다면, 그리고 저항을 하는 사람의 소극성이 전혀 무해하다면, 전자는 기분이 나쁘지 않을 경우 자신의 판단력으로 해결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명되는 것을 상상력으로 관대하게 추론하고자 애쓸 것이다. -38p


스물넷에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변호사에 빙의되서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미쳐버릴 것 같았다. 별로 두껍지 않은 책을 보는 동안 속이 너무 답답했다. 구치소까지 가서야 약간의 시원함과 찝찝함이 있었는데, 너무 답답해서 시원하고 찝찝할 겨를도 없었고 끔찍했다. 이번에는 약간 바틀비 쪽에 빙의된 것 같다.


택하지 않았는데 해고당하고, 쫓겨나고, 갇히는 바틀비. 어쩌다보니 걷고 있는 이 낯선 길과 이상한 나 자신이 완전하게 나 때문인 건 아니고, 상황 때문이 크다는 생각. 그래서 아마 유튜브 알고리즘이 엉뚱하고 정신에 해로운 걸 보여줬어, 누군가 잘못된 장소를 골랐어 같은 소리들로 나타났다고 추정한다.



원제는 시냅스적 자아. 번역자가 좀더 쉽게 지금의 제목으로 바꿔보았다고 한다. 시냅스에도 홀리고, 자아에도 홀렸는데. 치밀하지 못하게 대충 홀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우선 뭐가 나를 나로 만드는건지를 우리 뇌가 어떻게 우리를 우리로 만드는지로 바꾼다. 그리고 자아를 어떤 것들의 총합으로 정의한다. 그래서 그 어떤 것들과 시냅스가 닿아있는 지점을 풀어가는 중이다.


 신경반응에서의 이런 변화는 조건화된 공포행동의 발달에 선행하며, 신경의 변화가 행동학습을 가져온다는 것을 시사한다. ... 방어조건화는 사람과 동물들의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것은 신속히 일어나며(중립적인 자극과 혐오스런 자극을 한 번 결합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오래 간다(경우에 따라서는 평생 간다). ...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이 시스템의 정교한 작동 때문에 오히려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이런 종류의 조건화는 더 이상 우리 삶에서 활용될 일이 없어도 지워 버리기가 어렵고, 이따금 전혀 해롭지 않은 사물들에 대해서까지 그것을 두려워하도록 조건화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진화의 지혜는 종종 비용을 요구한다. - 5장 시간 속의 모험, 218p


예지몽 말고 공포와 불안의 꿈의 경우에는 트렌드가 있다. 어릴 때는 주로 정체모를 괴물에게 쫓길 때가 많았다. 좀더 자라서는 액션영화같은 데 주인공으로 쫓길 때가 많았다. 요즘은.. 오늘 아침 말고는 보편화할만 기억이 없다. 공포행동의 낌새가 있으면, 경험으로 미리 더 발달시켜놨던 시냅스들이 새로운 상황을 더 집중적으로 학습하게 만든다. 그래도. 어차피 대부분의 지혜는 비용을 요구한다. 내가 움켜쥔 작은 지혜들도 그랬다. 조금이라도 쓸만한 지혜는 그만한 비용을 요구했다. 반대로도 작용했던 것 같다. 큰 비용을 치렀을 때, 더 괜찮은 지혜가 더 깊숙이 심어진 것도 같다.


새삼 

루틴의 힘에 감탄할 수 있어서

인정하기를 인지하기를 인정해서 감사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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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3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많이 읽으셨네요~!!엄청난 종합 페이퍼네요~!! 저도 꿈을 가끔 꾸는데 전 전혀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ㅜㅜ

link123q34 2021-09-04 08:39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감사해요~ 언제나 더 보고 더 쓰고싶은 다들 같은 마음. 꿈은 아마 단잠을 주무셔서 그럴듯해요ㅋㅋ 아우라 재밌게 잘봤어요! (얇기도 해서 더 좋았다는..ㅋㅋ) 쓰게 된 여정을 읽는데 너무 어렵고 혼란해지더라고요.. 덕분에 폭 빠져들고 멈칫멈칫하고 다른 책으로 확장되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어제 치과 치료가 끝났다. 많은 돈과 오랜 치료가 필요할 걸로 기대했지만, 세 번만에 건강한 구강으로 복구됐다. 결과물은 순수한 내 뼈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주변의 내 뼈보다 오래 갈 거라는 이물질과 혼합된 상태다. 이번 치료 이전부터 이미 이물질과 혼합된 상태였지만 그 비율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리고 이제 통증도 없고, 불안도 없다. 더 건강해지고, 더 자신감이 있다. 내 신체에 속했던 것이 상태가 좋을 때에는 외부의 물질과 인식단계에서부터 어떤 관계도 없었다. 어떤 문제 상황이나 결핍이 생겼을 때는 교체해야겠지. 그 앞에서 불안함도 자연스럽다. 교체 이후에는 구성물은 달라도 다른 시간이 펼쳐진다. 만족스럽지 않아도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마음도 마찬가지겠지.


일을 그만두면서 각종 짐들을 차로 한가득 세 번이나 옮겼다. 그러다 차 안이 먼지와 흙과 곰팡이로 범벅이 되어서 청소를 했다. 물티슈로 닦고 발깔개를 털었다. 뒷자리는 쉬웠는데 앞자리는 아무래도 발깔개가 벗겨지질 않았다. 자세히 보니 갈고리같은게 깔개를 고정시키고 있었는데, 그걸 한 방향으로 당겨야만 분리가 됐다. 앉아있는 상태에서는 주로 발을 앞쪽으로 당기는 게 자연스러우니 최첨단 시스템이었다! 뒷자리의 발깔개는 한번 털면 먼지가 나오고, 두번째는 별로 안 나왔다. 앞자리의 발깔개는 한번 털었더니 시커먼 먼지가 나왔다. 스물다섯번까지 털었는데도 흑먼지가 나왔다. 땡볕이 찌는 한낮이라 스물다섯번까지만 털고 그만두었다. 그 상태로도 계속 타고 다녔으니 아직 흑먼지가 차있다고 해도 스물다섯번어치는 제거를 했으니까 아무 문제없다. 


대체 왜 시꺼먼 먼지가 그 얇은 깔개에 저장되어서 스물여섯번 이상을 털어야 깨끗해지게 되었을까? 우선 발깔개 회사의 기술력이 좋아서 인것 같고, 그 다음은 그 지경이 되도록 기술적으로 무심한 나 때문인 것 같다. 그 다음은 코로나 때문이다. 나는 시간이 없고, 바빠, 언제나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차는 이동수단이지 다른 존재이유는 없어. 이런 생각도 지배적이었지만, 그 전에는 자주 부모님집에 갔다. 그때마다 나는 낮잠을 자고 뭔가 마미푸드를 먹었고, 아빠는 내 차를 가져가서 기름도 넣고 세차도 하고 발깔개도 털었던 것이구나. 코로나가 시작한 이후로 부모님집에 거의 안 갔고, 가더라도 잠깐 방문하고 바로 돌아왔었다. 시간이 많이 있으면 발깔개를 털고 관리할 수 있다. 차를 쓸 일이 없으면 털지 않을 수도 있다. 발깔개 먼지를 터는 일이 존재한다는 걸 모르고, 알아도 할 수 없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무슨 크고 중요한 일이 있다고 나는 생활의 모든 크고 작은 일들에 몰라싫어만 반복했을까? 그게 뭐라고.


대체 내가 뭐라고.

사는 게 뭐라고.

책, 이게 뭐라고.

그래, 내가 뭐관대.



동갑 작가의 세계관을 담은 에세이. <90년생이 온다> 스타일로 다른 세대가 바라본 특정 세대보다 그 세대에 속한 사람이 직접 썼다고 해 관심이 생겼고, 동갑의 기자라니 더 궁금했다. 미덕과 생존, 성공과 윤리. 충돌하는 가치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세계가 되었는지 책을 읽고 정확히 이해는 안되지만 이미 잘 아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주제들과 어쩔 수 없는 대응들에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래서 혼란하기도 했다. 환경 때문인지. 나는 그래서 내가 한 세대의 주류적 특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정확하게 비슷한 점들 때문에 오히려 비주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작가도 스스로 세대 주류를 대표해서 쓴 게 아니라고 재차 말하긴 한다. 그래도 좋았다. 이런 책과 이야기들이 더 많으면 좋겠다. 


 나의 일상을 소재로 세대 이야기를, 사회에 대한 생각을 펼쳐나가는 글쓰기는 처음 해보는 시도라 여간 손에 익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자로서 기사에 등장하지 않은 채 제3자로서 쓰는 글에 익숙해 '나'가 이렇게 많이 등장하는 에세이 형식을 쓰는 것 자체가 어딘지 모르게 민망하다. 대체 내가 뭐라고... -267p



'뭐라고'는 내 마음을 쉽게 여는 주문이라는 걸 몰랐다. 나의 첫 뭐라고는 독립책방에서 만났던 사노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 분명히 그래서 눈길을 끌었고 맘에 들었을텐데도 분홍색 표지와 스모 그림을 부담스러워하면서 은밀하게 책을 받아 들고오던 날의 기억과 연결되어있다. 담아주려던 종이가방을 거절하고 아.. 역시 종이가방을 받아올걸 그랬나.. 생각했었다. 책표지가 뭐라고. 호쾌하고 솔직한 일본 할머니의 글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고, 많은 택을 붙였다.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밑줄을 하고, 택을 붙인 에세이였는데 가끔 다시 보면 그때 좀 과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대부분은 같은 밑줄에서 다시 감탄하고, 새로운 밑줄을 더 샅샅이 친다.


 정말로 다들 훌륭하다. 화창한 날씨에 읽고 있자니 우울해 졌다. 어째서 훌륭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기분이 가라앉는 것일까. 우울해하는 것도 질려서 참았던 오줌을 누러 화장실에 갔다. -아, 일 안 하고 싶다, 61p


 돈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 필요할 때는 필요한 물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필요한 물건이 없다. 필요한 건 에너지다. 운전을 하면서 일보다는 절약을 하기로 결심했다. 어제 텔레비전에 한 달에 식비 1만 엔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나왔다. 두뇌를 풀가동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그 사람의 냉장고는 대체로 텅 비어 있었다. -아, 일 안 하고 싶다, 66p


책을 읽다 지겨우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오줌도 누고, 다른 책으로 바꿔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는 넉넉하다. 실제로 넉넉하지만 아직도 꼼꼼하게 넉넉하다는 주문을 외우고 있다. 스물다섯번 털어둔 발깔개를 밟고 차를 몰고 도서관에 다니고 있다. 저장해둔 식료품을 파먹지만, 또 다른 식료품을 저장한다. 점심에는 뭘 해먹고, 저녁에는 뭘 해먹지 고민하는 게 귀찮을 때도 있고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신이 날 때도 있다. 냉장고와 차장, 식료품재고장은 대체로 가득 차 있다. 아, 일 안 하고 있어서 좋아. 잠시지만. 사는 게 뭐라고.



 요조와 독서 팟캐스트라니 전형적인 조합이네, 하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듣기 싫고 보기 싫어했는데. 나는 왜. 항상. 그렇게. 읽어보지도 않고 싫어했을까. 앞으로는. 아마. 어느정도. 깊이 심어놓은 편견들을 조금씩 열어서 펼쳐본 다음 후회하거나, 역시 싫어하려고 한다. 요조와 장강명의 에세이를 한권씩 읽었는데 지나치게 지난 시간을 후회했고, 두 사람의 다른 책이 더 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어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좋아해서 금방 사라지는 것. 모두 각자 소중한 이유가 있다. 


 마흔 세 살 장강명은 매사가 무의미한 듯한 허무감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그래서 나는 책에 집착한다. 읽고 쓸 때에는 아무것도 남지 못할 감각의 세계를 떠나 의미와 영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나는 그렇게 어린 왕녀를 만나고, 모험을 벌이고, 내 세상을 세운다. 마침내. - 내 인생의 책


 나는 그 작가들이 미래의 독자를 염두에 두었으리라고 추측한다. 그것이 진지하게 읽고 쓰는 사람들의 논리적 귀결이라고 생각한다. ... 지금의 상식 대부분을 고작 50년 전 사람들이 들으면 격분할 것이다. 같은 원리로 50년 뒤의 독자들에게 존중받으려면 우리 시대의 사람들 다수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할 테다. - 하느님 품으로 돌아오는 험버트 험버트와 옛 연인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가 책을 좋아한 역사는 전형적으로 누구나 하나쯤 있을법한 동시에 나름대로 길고 굴곡지다. 언젠가는 꼭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볼 시간이 있다고 믿고 있다. 몇년 전까지는 책을 주로 읽었던 시기는 책숲에 숨어들었을 때다. 강렬한 태양 밑에 서있을 때는 거의 읽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에는 좀 다른데 선선한 그늘도 자처하고, 세상 자신있고 행복한 마음으로 상상해왔던 모습 그대로 책숲에 걸어들어왔다. 책, 이게 뭐라고.



미래 시점에서 지금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 참을 수 없게 멋지지. 미래 시점에서 볼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보는 사람도 멋지지. 그래도 그렇게 보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까지도 보는 사람은 진짜 멋지지. 어떻게 멋지려고 하는게 그냥 처한 상황일 뿐인데도 후자 쪽이 좀더 멋지게 느껴진다. 그리고 왜 억울하지? 


 과거의 경험으로 판단할 때, 미래의 실험 천체 물리학에서 이루어질 여러 모험들을 통해서도 ①주류 천체 물리학자들은 완전히 옳고, ②우주 탐사선이 결과를 가져올 때까지 어느 학파가 옳은지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으며, ③탐사 결과, 훨씬 더 매력적이고 완전히 새로운 근본적인 문제들이 드러날 것임을 알 수 있다. - 우주에서의 실험, 360p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과거 시기에 어떤 한가운데에 있었던 사람이 지금 내 생각이 나중에 틀릴 수도 있다고 말하는 걸 나는 칼 세이건의 책에서 처음 봤는데 심하게 멋졌다. 심하게 멋진 것은 다 따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좀처럼 따라해지지 않는다. 



박완서 선생님 책을 아껴보다가 아끼지 않고 이어서 봤다. 아껴보고 싶은 마음은 사실 두 가지 불안 위에 세워져있다. 이만한 글을 다시 책의 바다에서 언제 찾을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는 불안. 조금씩 나눠서 자주 책의 영향권에 속하고 싶지만 한번에 읽어버린다면 이 책의 존재를 쉽게 잊고 지낼 것 같다는 불안. 요즘 계속 끼니마다 맛있는걸 사먹거나 해먹고 있는데, 맛있음이 주는 행복감이 매번 강렬하지는 않다. 어쩔때는 새로 요리를 해서 요리설거지와 먹은설거지가 매끼 생겨서 설거지를 하다보면 그냥 대충 각각 맛있음의 정도마다 삶의 만족감을 느끼는 게 지혜롭겠다고 생각한다. 책도. 그 영향력에 자주 노출되고 싶은 마음은 다음에 해결하자.


 그때 만난 어떤 수녀님이 이상하다는 듯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당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래, 내가 뭐관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을 나에게만은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여긴 것일까. 그거야말로 터무니없는 교만이 아니었을까. - 생각을 바꾸니, 128p


생각해보면 내가 원해서 그렇게 살아온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는 기분이 든다. 정말 많은 사람들과 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기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갑자기 어떤 커다란 일들이 생겨난다. 자기 생각과 다른 일들이.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언제든지. 미래의 어떤 일을 기점으로 일어나기 전과 일어나는 시점, 그 이후. 그 모든 시간대에서 좀더 유연해지면 좋겠다. 그래, 내가 뭐관대. 나에게도 그 모든 일들이 일어날 수 있지.



발깔개 스물여섯번 털기를 멈추고

마스터 초밥왕과 터진 김밥왕이 되고

비온뒤 산책하고 흙이 튄 종아리를 씻고

작은 생활의 면면을 발견하면서 신기해하고 감사한 며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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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은 미룬지 몇년인지 모르는 치과에 다녀왔다. 집 근처에 세 개의 치과가 있었는데 두 곳은 리뷰가 많고 평이 좋고, 한 곳은 리뷰가 적고 악평이 한개 있었다. 지역상품권이 되는 곳은 리뷰가 적은 쪽 한곳이었다. 일할 때 같았으면 (불가능했지만) 리뷰가 많고 평이 좋은 곳으로 갔겠지만, 여유가 있어서 악평이 한개 있었던 곳으로 갔다. 상태가 심각할 걸로 생각해서 처음에는 검진을 두 곳 정도 받아보고 치료를 할 생각이었다. 가보니 악평을 한 사람의 상황이 이해가 갔는데, 나에게는 나쁘지 않아서 그냥 바로 치료를 시작했다. 치아는 기대에 못 미치게 나빴는데, 결제하고보니 지역상품권 적용이 안되었다. 완벽하게 내가 일하기 전에 살아봤던 방식으로 진행이 돼서 묘한 기분이었다. 


세상을 인식하고 내 안에 적당하게 저장하는 건 내 생각과 마음이 한다. 일을 마치기 전에는 화요일에 근무를 마치고 나면 머리를 잘라야겠다 몇번이나 다짐했다. 막상 집에서 쉬기 시작한 첫 주에는 머리를 자를 필요를 못 느꼈다. 머리가 길던 짧던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 근무를 서던 화요일에 온종일 머리속에 역시 내일 머리를 잘라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수요일은 치과를 가기로 마음먹었고, 무시무시한 치료강도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은 기대감에 당장 잘라내고 싶지만 목요일에 잘라야 할 것 같았다. 


특별히 하고 싶은 머리는 없고 자른다는 생각만 있어서 귀찮은 마음에 마음속으로 취소를 한 것도 있다. 그런데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보다가 박완서 선생님 정말 멋진 분이네, 안 웃는 사진을 보면 그렇지 않은데 대부분 사진에서 웃고 있는 얼굴을 보면 보는 사람까지 마음이 온화하고 평온해지네 싶었다. 그런 표정과 마음들이 머리를 따라 자른다고 가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다행히 사진에 찍힌 선생님의 머리는 사진촬영을 위해 따로 한 머리 같지는 않아서 (실은 꾸안꾸일 수 있다) 쉬울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미용실에서 이렇게 해주세요 하고 이 사진을 꺼내는게 망설여졌다. 이게 누구에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분이에요. 무슨 책 있어요? ...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은 <그 많던 싱아를~> 한 권 봤는데 너무 오래되어서 대략적인 내용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이야기가 재미있었던 느낌뿐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선생님 머리를 따라하려면 솔직히 소설 한 권은 다시 읽어야 할 것 같고, 그래도 나목은 읽고 따라해야 하지 않을까? 한참 걸릴 거다. 역시 김하나 작가 사진을 꺼내기로 했다.


누구인지 말할 기회는 없고, 내 머리 상태로는 그 머리는 할 수 없어서 미용실 선생님이 뭐라고 한대로 한다고 했다. 당분간은 집에만 있어서 자르기만 할 생각이었는데 염색도 했다. 염색도 하고, 단발도 하고, 히피펌도 하고, 숏컷도 하고 다 해보네요. ㅎㅎ긴 생머리만 빼고요. 긴 생머리도 한번 했어요. 그때 한번 봤어요. 개인적으로는 그 머리가 제일 잘 어울렸어요. 아~ 맞네요. 세상에 기억력이 좋은 선생님이다. 살면서 외부 저장장치가 흩어져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머리는 아직 낯설지만 마음에 든다. 결과물이 이상할 때도 있는데 항상 마음에 든다. 아마 대부분 어떤 시간을 종료시키고 싶을 때가 아니면 머리를 하러 안 가기 때문일거다. 놀랍게도 과거의 기특한 내가 선결제해놓은 금액이 많아서 이번 종료식은 공짜였다. 전혀 몰랐다. 그대로 이사갈 뻔 했다.


엄마가 고등어 조림을 줬다. 8도막이 들어있었다. 나는 내장 쪽이 있는 도막은 안 먹고, 동거인은 먹는다. 이번에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동거인도 원래는 내장쪽 도막을 싫어했다고 한다. 나는 먹어보지도 않고, 생긴게 살만 있는 도막과 다르기 때문에 싫어했다. 그래서 나는 안 먹으니까 엄마는 나에게는 안 주고, 동거인에게는 그 도막을 줬다고 한다. 동거인도 처음에는 그 도막이 싫었는데, 막상 먹어보니 일반 살고기 도막보다 살살 녹는 맛있는 부위였다고 한다. 발라내는 게 좀 귀찮지만. 그래서 행복하게 영원히 살고기 도막은 아빠와 나만 먹고, 살살 녹는 내장쪽 도막은 엄마와 동거인만 먹게 되었다는 이야기. 나에게 그 도막이 끝까지 주어지지 않은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내가 어릴 때 아침에 믹서에 간 콩물을 먹기 싫어서 이상한 곳에 숨겨두고 유치원에 가버리면 엄마는 가끔 컵을 찾아 헤매다 잊어버렸고, 그 콩물컵은 어딘가에서 썩어서 냄새가 나면 위치가 밝혀지니까. 이상하게 스무살이 되어서부터는 그 따뜻하고 달콤한 콩물이 엄청 먹고 싶었는데, 아마 콩물도 박완서 선생님의 머리같은 거겠지.



<어린이라는 세계> 표지를 보면서 책과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표지를 볼 때마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게 책을 볼 준비를 해주고, 본 다음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림 그린 사람 그림 더 보고싶다 인스타같은거 하겠지? 생각했는데 신간 코너에서 결국 만났다. 마음 귀퉁이가 몽글몽글해지고, 한가운데는 포근포근해진다. 오늘의 단어가 3~6컷 정도의 짧은 만화로 3편 정도 실리고, 짧은 글이 붙는다. 처음에는 그림만 쭉 보면서 정화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보다보니 단정하고 소박한 글도 좋았다. 사계절로 네 장으로 나눠지는데 여름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았다. 지금이 한참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라 막 휴가를 시작할 때는 불만이 대단했다. 쨍한 한여름쯤은 쉴 걸로 계획했어서.

지금은 한낮에도 너무 덥지 않아서 역시 이래저래 좋다.



여, 여기부터

행, 행복해진다! 

라니!


나는

여, 여기가 끝이려면

행, 행동을 시작할때야.

주문을 외우고 머리를 잘랐는데?


그리고

휴, 휴~ 그동안 참 고생했다

가, 가장자리에서 조금 쉬자

주문을 외운다.


어쨌거나 머리스타일은 둘다 비슷하다.

나도 9월 말쯤에는 대충 한달의 일기같은 게 남겠지.



작가의 말을 보면서 처음으로 소설가 라는 직업 참 멋지다~ 감탄한다. 이렇게 하고싶은 말을 쏙쏙 뭉쳐서 하나의 요소로 집어넣고, 그걸 또 솜씨좋게 섞어서 재미진 전체를 만들고. 역시 배경이 하와이라서 읽기 편했을까 싶다. 작가가 열심히 숨겨뒀다는게 나에게도 비슷한 값어치의 보물이라서 보는 내내 즐겁고 편안했다. 주말 저녁 밥먹고 tv앞에 앉아 보는 가족드라마. 억지스럽지 않고 내 몸에 딱 맞아서 속시원하고 재밌는.


 (웃음) 그러니 여러분, 앞으로의 이십 년을 버텨내세요.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모퉁이가 찾아오면 과감히 회전하세요. 매일 그리되 관절을 아끼세요. 아, 지금 그 말에 웃는 사람이 있고 심각해지는 사람이 있군요. 벌써 관절이 시큰거리는 사람도 많지요? 관절은 타고나는 부분이 커서 막 써도 평생 쓰는 경우가 있고 아껴 써도 남아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불공평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모든 면에서 닳아 없어지지 마십시오. - XX미술학부 졸업 축사 녹화본(1995)에서, 229p


모퉁인가 아닌가. 꼭 모퉁이인 것 같은데 진짜 맞나. 에이 아닐거야 아니겠지. 좀더 가야 나올거야. 이 정도면 모퉁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십년을 넘어서 막 과감히 회전을 한 것 같다. 타고난 부분이 다름이야 알고는 있었는데 어쨌거나 총량적으로 보면 인생이 참 공평하다는 것을 작년서부터 느낀다. 네, 어쨌거나 남은 십년도 잘 버텨내고 절대로 닳아 없어지게 가만두지 않을거에요. 모든 면에서.



어떻게 이럴수 있어.. 이런 이야기가 있을수 있어.. 완벽한 이야기인데 그래도 그래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다.


 로라는 책을 별로 읽지 않았다. 대신 그림을 베끼거나, 여행과 역사에 관한 두껍고 학구적인 책에 있는 흑백 삽화를 색연필로 색칠했다.(바이올런스 선생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리라 생각하며 로라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 271p


가슴이 철렁. 그래도 그래서는 안돼. 지루해서 그림만 보며 넘길 수도 있지만. 색칠까지 해서는 안된다고.. 야수파적 색감은 상관없지만 책에다 해서는 안된다고. 이 책 1권에서 불만인 부분은 딱 두 가지다. 딱 저부분 한가지와.. 오탈자? 개정판은 사정이 좀 나을까.


이야기에 질질 끌려가면서도 세살 차이인 체이스 자매를 중심으로 보게 된다. 동생이 생겼을 때 첫째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많지 않다. 하지만 둘째는 첫째가 먼저 취하고 남은 전략 중에서 골라야 한다. 내가 본격적으로 다루어보기에는 너무 어마어마한 책이다. 본격적으로 읽는 시간을 가진 것에 충분히 감사한다. 다행스럽게도 마거릿 애트우드 선생님의 첫 작품이다. 아직 남은 이야기가 더 많다. 부커상에도 관심이 생긴다.



요즘 다니는 큰도서관에는 페미니즘 책이 6칸이다. 올해 나온 책들도 몇 권 알아봤다. 대부분 살벌해보이는 와중에 (얇아서) 눈에 띄었다. 꼼꼼하게 다시 쓰고, 생각보다 글씨가 많고, 실루엣만 가득한 그림이 책과 잘 어우러진다. 엘라의 발이 커져서 흐뭇했는데, 실루엣 그림들은 한결같이 마르고 긴 목이었다.


"집에서 나와도 된다고 왜 진작 말해 주지 않으셨어요?"

신데렐라가 물었어. 대모 요정이 말했지.

"다른 애들 돕느라 나도 엄청 바빴거든. 그러다가 너희 집이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렸어. 또 나는 사람들을 도와주지만 그러려면 일단 그 사람이 도움을 청해야 돼. 너는 무도회 날 밤 전에는 도와 달라고 한 적이 없잖아."

(도움이 필요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하는 게 좋다는 건 정말 사실이야.)-36p


정말 사실이다. 스스로에게, 남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하려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 총량의 공평함이란 대부분 어떤 각성의 필요조건에 기대고 있다. 


강아지는 사랑이지. 케이크는 직접 근사하게 구워야지!


살살 녹는 고등어뱃살을 먹어보고 감탄하고

여성 작가가 쓴 여성 주인공의 이야기들을 재밌고 편안하게 읽고

끝!을 자꾸 자꾸 기념해서 감사한 며칠.

꺄 아껴보자~~ 신났다가 

날도 짧은데 뭘 얼마나 아껴~~ 그냥 보기로 한 감사한 며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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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9-02 1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링크 님의 한달살이 읽기 팬이 될 것 같습니다!!

link123q34 2021-09-02 19:48   좋아요 0 | URL
이럴수가!! 취지와 맞지 않게 한달을 알차게 써야겠어요ㅋ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