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 희망의 기록
최민석 지음, 유별남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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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연말이라는 것은 사람마음을 참 따뜻하게도 춥게도 하는 힘이 있는 단어같다. 평소에는 돌아보지 못하던 주변의 어려운 분들을 생각하게 되고 흥청망청 한해를 보내는 와중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일을 찾아보는 지인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참 따뜻해지지만 왜 이렇게 힘겹게 살고 계신 분들이 많은 건가 하는 생각을 하다 보면 차가운 겨울을 어떻게 나실까 하는 걱정에 마음이 추워지기도 한다. 사람 사는것이 별건가, 하루 세끼의 밥을 따스히 먹고 다리 쭉 펴고 잘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더 이상의 바램은 그저 욕심일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보니 자꾸만 내 소유의 것들을 늘려가는 것이 현실의 우리들이다. 내가 가진 소소한 것들이지만 다른 사람과 나누면 그 가치가 배가 될 것이라는 것을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마음만큼 몸이 움직여지지 않기에 늘상  이기적인 나로 살아 가고 있다.

 

월드비전이란 단체를 알게 된 것은 바람의 딸 한비야 덕분이다. 그녀의 책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에서 알게 된 월드비전은 1991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전환하게되면서 지구상의 온갖 재난에 발빠르게 대처하며 2006년국내 NGO 중 유일하게 WFP 공식협력기관이 된 단체다. 또한 많은 연예인들이 친선대사로 있으면서 그들의 활동으로 인해 특히 가난과 기아, 전쟁과 질병 , 그리고 어른들의 이기심과 무관심 속에 버려진 아이들에게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지게 한 단체여서 이제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이 단체 월드비전의 희망의 기록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는 나만 생각하며 살아온 내 자신에게 주변을 돌아볼 기회를 다시 한번 주는 그런 책이었다. 전 세계의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맑고 또릿한 눈망울속에 담긴 희망을 메세지를 읽게 한 것은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이었다.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자극적인 기사만을 찾는 요즘의 풍조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친과의 교재를 반대한다고 조부모를 살해하거나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듣기 싫어 집에 불을 지르거나 단지 재미로 지나가는 꼬마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려 상해를 입히는 등의 행동을 죄책감없이 저지르는 작금의 청소년들과는 다르게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목숨을 걸고 빛 하나 없는 막장에 들어가는 볼리비아의 15살 소년광부 아밧의 이야기나 입하나 줄이자고 13살에 결혼을 해 14살에 아이를 낳은 학교를 너무나 가고 싶어하는 15살의 네팔 소녀 산티, 태어나서 고기를 세번 먹어봤다는 새벽 4시면 밭으로 일을 하러 가야 했던 너무나도 예쁘고 여렸던 베트남 소녀 푸이, 그리고 에이즈에 걸린 에피오피아의 소년 압둘까지 이 아이들의 삶은 너무나도 처연했다. 그렇다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런 삶을 강요할 이유는 당연히 없다.  다만 우리의 아이들도 자신이 얼마나 가진것이 많은지 모르기에 철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까울 뿐이다. 

 

죽을때까지 걱정해야 하는 가난 옛말에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나는 너무나도 편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처지에 대한 불만족스러워 늘 불평을 했구나 하는 마음에 반성도 된다. 어느 드라마의 명대사처럼 삼신할머니 랜덤덕에 부모 잘 만나 세상 편하게 사는 것이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온정과 관심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생각한다. 그들의 소원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들이다. 따스한 밥 한끼 먹고 깨끟한 물 마시며 또래의 아이들처럼 학교다니고 공차는 매일을 꿈꾸는 것이다. 동심을 철저히 짓밞아 버린 것이 어른들이니 그들에게 필요한 사랑을 나누어 주는 것도 어른들의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들이 쉴수 있는 언덕이 되어 주고 싶은 마음이다. 힘을 내 모두들.. 우리가 응원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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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산티아고 가는 길
세스 노터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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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산티아고 길을 알게 된 것은  도보 여행가 김남희의 책 <소힘하고 겁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스페인 산티아고 편>에서였다. 뭐 그렇게 지나갔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진지하게 걸어보고 싶다고 여기게 했던 책은 독일 코메디언 하페 케르켈링의 <그길에서 나를 만나다>였다. 두권의 책을 통해 산티아고 길이 스페인의 도보여행자들에게 각광을 바다고 있는 2천년전 예수의 제자였더 야고보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예수살렘에서 부터 걸었던 길이라는 것을 알게 했고 이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까지 되어있다는 정보도 찾게 했다.

이번에는 네델란드의 작가 세스 노터봄의 스페인 여행기 산티아고 가는 길을 만났다. 처음 듣는 작가다 했는데 77세의 노장으로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여러번 거론이 되고 있으며 국내에도 첫 유럽여행을 바탕으로 썼던 소설<필립과 다른 사람들>(1955)뿐만 아니라 <의식><계속되는 이야기>등의 책들이 번역되어 있다 한다. 여행작가인 그가 바라보는 산티아고 가는 길은 어떨까 500여 쪽에 달하는 분량이 살짝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역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는 다르다. 외롭게 홀로 걸어도 그 외로움을 즐길 수 있고 걷다가 낯선이를 만나도 함박 웃음으로 인사를 할 수 있는 그리고 곧 오랜 친구 같은 사이가 되어 버리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 하지만 걷는 것에 대한 행복이나 그로 인해 얻을 수 있었던 배움 그리고 자신과의 솔직한 대화를 펼쳐 놓은 산티아고 여행길에 스페인의 작은 마을 구석구석의 때묻지 않고 현대 고도로 발달된 과학문명의 혜택은 받지 않았지만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교회나 수도원등에 대한 감상이 남다르다. 관광객들의 왁자지껄한 방문이 아닌 순례자들의 차분하고 조용한 발걸음속에 천년의 시간을 지나온 스페인을 옮겨놓았다.  저자는 바르셀로나에서 종착점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교회에 이르는 동안의 여정을 통해 애정이 듬뿍 담긴 필체로 스페인을 소개한다. 

어린 시절 여행을 할 때 나는 여행을 가면 많은 것을 보고자 노력했다. 마치 다시는 그 도시를 그 마을을 그 장소에 올수 없는 사람처럼 두 눈에 될수 있는 한 많은 것을 담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놓치는 것들이 많은 듯 했다. 구름이 흘러가는 푸른 하늘, 여유롭고 한가한 오후의 커피 한잔, 과거와 현재를 품고 있는 건물들 그리고 그것을 지켜려 하는 사람들, 눈망울이 선한 아이들,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산천들 말이다. 관광과 여행은 다르다는 것을 어느 순간 조금씩 알게 되면서 눈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것들에 대해 더욱 공감하게 되었던 거 같다. 노버톰의 산티아고 가는 길> 빽빽한 글씨와 잘 모르는 스페인의 인물들과 역사적 사실들 때문에 조금은 읽기 힘들기는 했지만 그런 가슴으로 느끼는 여행을 한 듯 하다.  여행을 하다 만나게 되는 성당과 수도원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어느새 고대로 중세로 시간이동을 해 있고 몰랐던 건물들의 양식이나 그림등에 얽힌 이야기속에서 스페인의 역사와 정치를 알고 문학을 알며 그들의 문화를 보게 되면서 과거를 만나고 함께 하게 된다. 사진들이 도움이 되었음이다. 

또 한번 흔들린다. 그곳에 가 보고 싶다. 

돌연, 시간이 멈춘듯, 끝난다. 나그네는 바닥들을 딛는 자기 발소리를 듣는다. 탑들과 경이로운 궁전들로 쏟아지는 달빛을 본다. 저 역사의 방벽 너머에는 또 다른 스페인이 있음을 나그네는 안다. 나그네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어쩌면 알아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없을지도 모르는 스페인, 나그네의 에움길은 끝났다. 그의 스페인 여행은 막을 내렸다. p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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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주례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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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두 번 선물을 보냈다. 하나는 곧 결혼하는 그런데 날짜를 받아 식장까지 잡아놓고 이제 흔들리기 시작하는 예비신부에게 또 하나는 남친이 있지만 아직 날짜를 잡지는 않은 하지만 결혼이란 제도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나이 꽉찬 친구에게 보냈다. 결혼이라는 것이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는데 어찌어찌 살다보면 서른 넘기기는 쉽고 일하며 생활인으로서의 삶은 마흔을 가까이 두고도 결혼에 뜻을 두지 못하는 청춘이 아닌 청춘들을 양산해 내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아직 짝을 찾지 못해 외로움을 견디고 있고 결혼을 결정하거나 한 친구들은 생각과 너무나도 달랐던 결혼이란 굴레에 복잡한 마음을 토해내고 있다. 정말 결혼이란 꼭 필요한 것일까? 그러던 중 이금희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아침마당>에서 그녀가 읽어주던 이 책의 서문의 한 줄을 듣게 되었다. 어쩜 그 글이 그리 귀에 와 콱 박히던지.. 그래 결국은 나도 읽고 너도 읽어봐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 내가 온전한 상태에서 상대와 관계를 맺을 때 상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내가 온전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기대하는 것이 없습니다. 기대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상대를 더 잘 이해하고 상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베풀어 주겠다는 마음으로 결혼하면 길가는 사람 아무하고 결혼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에게 덕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고르면, 백명 중에 고르고 골라도 막상 고르고 나면 제일 엉뚱한 사람을 골라 결국엔 후회하게 됩니다. 그러니 결혼생활을 잘하려면 상대에게 덕 보려고 하지 말고 ' 손해보는 것이 이익이다 '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새겨야 합니다. "

 

결혼이 신분상승의 수단이 되어 버린 시대가 되었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결혼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사랑보다는 조건이 우선시 되어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가진 조건 또한 좋아야 하는 것이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보통사람인양 되어버려서일까 울 엄마 세대의 월세방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살면서 하나하나 장만하면 되죠는 웃기는 소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긴 나부터도 결혼해서 죽자 고생해야 한다면 아무리 좋아해도 진지하게 진지하게 꼭 생각해봐야 한다고 충고를 하고 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이 반성이 된다. 나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란 것이다. 상대도 내게 무엇가는 기대하고 바라게 될 것이며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가는 것은 말뿐이지 결국 나의 모자란 부분을 네가 채워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하기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쩜 그렇게 콕콕 이기적인 생각들을 집어내시는지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아비의 심정으로 어미의 심정으로 우리새끼가 최고야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 결혼이란 것이 현실인만큼 냉철하게 상황판단을 하고 받아들일것과 내칠 것을 구별할 것을 말씀해 주신다. 나이가가 많은 결혼,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 종교가 다른 결혼 , 사주아 궁합이 안맞는다고 하는 결혼, 유부녀나 유부녀같은 잘못된 만남 등 스님의 주변에서 갈등을 토로하던 많은 사례를 통해 상담해 주시던 것들을 토대로 어떤 것이 최고의 배우자를 만나게 되는 인연법인지 보여주심으로 조금은 어떤 사람을 만나야 행복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서고 연애나 결혼이 이상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게 하신다.

 

결혼, 가장 욕심을 많이 내는 거래란 부제목이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선남 선녀의 결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누가 모자르네 신랑이나 신부를 잘 얻었네 따위는 결혼식장에서 듣는 말 정도로 적당하다. 그만큼 차이가 진다는 것은 내세울 것도 아닌 것이 앞으로 살면서 내내 불안해 할 것이 아닌가. 또한 부모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허례허식속에 결혼을 하고 한 재산 있는 상태에서 결혼함으로서 남들보다 출발선이 앞서있다 한다는 것 또한 그만큼 부모의 간섭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니 이 또한 응당 치러야할 댓가가 아니던가 말이다. 이러니 저러니 하다 후회한들 이미 아이가 생겨 되돌리기에도 쉽지 않은 상태가 되어 삶은 불행하다 눈물지으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니 결혼을 통해 얻기만 하려는 젊은 층에게 하는 따끔한 일침이 되어 준다.

 

결혼은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고, 같이 살아도 귀찮지 않을때 해야 합니다... 이거 명언 아닌가. 결혼에 대한 확실한 지침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니 결혼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글들이 많아 결혼을 앞에 둔 신랑신부가 아니더라도 읽어봄직하다. 지금 위기상황에 있는 부부인들 어떨까 그들이 사랑해서 결혼했을 때를 떠올리며 스님의 지혜가 가득담긴 글을 읽다보면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앉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스님 ... 멋진 글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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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 독고다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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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징용이야기야? 라고 찡그린 표정을 짓기에는 우리의 역사가 너무나 아프다. 이제는 그 시절을 겪은 어르신분들도 많이 남아 계시지 않고 그 자식들조차도 비극적이라 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가슴 아파하기엔 시간이 많이 흘러버려 거부할 수도 지워질수도 없는 우리의 역사인데도 우리의 생활속에서 잊혀지는 듯한 것이 바로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삶인 듯 하다. 그런 이야기를 <미실>의 김별아 작가가 조심스럽게 꺼낸 것이 <아미가제 독고다이>란 책이다.

 

그 애비 애미는 천것이었기에 백정의 아들로 자라 백정이기를 거부했으며 양반이 되기 위해 족보를 돈을 주고 사고 양반가문의 여자를 아내로 맞아 가정을 꾸리고 살아남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일본놈들에게 굽신거리고 배알까지 빼어줄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 그리고 그 아들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메마르게 써 내려간 이 책을 읽는 내내 난 그토록 많았던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아프고 속상한 것만 봐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주룩 흘러내리던 눈물은 비장하고 엄숙한 저자의 문장과 필체속에 쏙 들어간 듯 하다. 그래도 식민지하의 한 일가의 험난한 인생살이가 고스란히 느껴지고 속이 타들어가는 것이 역시 김별아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막힌 3대다. 숲에서 양반네들에게 윤간을 당한 할머니가 선택했던 동네 어리숙한 백정이었던 할아버지, 가난한 것도 천한 것도 싫어 동물적인 감각으로 돈을 벌어대고 나라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신분 상승만을 꿈꾸는 아버지, 혁명전사가 되어 이데올로기에 빠져있다 일본놈들에게 고문과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다 결정적 순간 전향해버린 형 경식, 방탕한 생활을 했었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형을 대신해 군인이 되어 가미가제가 되는 나 '하윤식'. 여자들 또한 그렇다. 열 여섯살 인생이 끝나버릴 것 같은 일을 겪었음에도 나름 대처를 잘해 살아남은 할머니, 신여성이었지만 친구의 애인을 가로챘단 소리를 들으며 돈 많이 버는 남편을 얻었지만 쇼핑 종교로 허울뿐인 현모양처의 인생을 이어가는 어머니, 아버지의 도박빛으로 정신대로 끌려가게 된 자신을 구해주는 윤식 대신 형과 결혼을 하게 되는 현옥까지 그 시대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며 어떻게 살고 있었던 것일까?

 

소설속에서의  한 가족의 삶에는 왠지 비참함이 그리 많이 묻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끝나지 않을 인생을 이어이어가는 끈질김이 있다. 죽음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때론 희망처럼 비쳐져 운명까지도 비껴가게 하는 그런 모습들에 좀 더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사랑'이다. 신여성인 엄마와 결혼을 했지만 시골아낙네인 조강지처와의 끈끈함을 버리지 못하고, 아들을 전장으로 몰았지만 살아남기를 기원하는 아버지의 사랑도( 돈만 아는 줄 알았는데...) , 모던 보이로 한량으로 보내던 윤식이 한 여자를 통해 순수한 사랑을 알고 가미가제로 곧 죽을 예정이었음에도 열병으로 죽은 형을 대신해 그녀와 그녀의 뱃속의 조카까지 지키리라 지켜야 한다고 되뇌이다 보니 하늘이 도와준 건지 출정을 앞두고 비행장이 파괴되는 행운(?)을 얻게 되는 것도 그놈의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시간은 언제나 흐르고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항상 살아봐야 안다. 아픈 이야기였지만 다시는 되풀이 되면 안되는 그런 시간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책읽기였다.

 

너의 마차를 별에 걸어라 - 에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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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퍼케이션>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바이퍼케이션 1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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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의 이우혁작가를 만났던 것은 정말 오래 오래 전의 일이었다. 누군가의 책장에 있던 책을 우연찮게 집어들었고 그 자리에서 홀린 듯 읽었다. 시리즈라고 했는데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책 속의 내용에 빠져 허우적대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하지만 이후로 저자의 작품을 다시 읽어볼 기회는 없었던 듯하고 그게 다였다.  초현실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도 생겼었고 흡입력 또한 짱이었으며 더 이상 상상의 끝은 없다고 생각했던 <퇴마록>이었기에  7년만에 새롭게 내어 놓는다는 지금 만나게 되는 그의 새 소설 <바이퍼케이션>에 대한 기대는 높았던 거 같다.

 

미국의 한 소도시 감당할 수 없는 살인사건이 연쇄적으로 시작되고 베테랑 형사 가르시아와 천재 프로파일러 에이들이 사건을 추적한다. 여자들을 납치 죽인 뒤 그녀들의 내장으로 꽃놀이를 하던 연쇄 살인범 리온은 스스로 배를 갈기갈기 찢어 죽은 채 냉동창고에서 발견되고 뒤틀려버린 발목의 절단, 뱃속의 아이의 죽음, 남편의 자살까지 한꺼번에 불운이 몰려 온 가녀린 여자 헤라 헤이워드는 충격으로 인한 단기 기억상실과 스스로를 헤라클라스라 칭하는 해리성정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밀폐된 집안에서 일가족이 끔찍한 모습으로 죽고 혼자 살아남은 꼬마 빌리, 택시기사가 자동차로 벽을 들이받는 어이없는 사고, 대중 록스타에게 일어난 폭파사고까지 전혀 별개일 것 같은 사건들과 그들의 이상 행동 뒤에는 하이드라에게서 배달되어 온 카드가 있다.

 

사람의 기억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 이런 능력을 가진 인간이 있다면 세상은 분명 망하고 말것이다. 더구나 그 사람이 남의 아픔이나 고통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면 더욱 끔찍해질 것이다. 헤라도 뱀파이어도 경찰이라고 할 수 있는 에이들조차도 다른 이의 죽음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저 목적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할 뿐이다. 물론 어린시절 아버지를 눈앞에서 잃은 가르시아와 사랑하던 누이의 훵한 눈과 부패되어가던 시체를 본 기억을 가슴에 담고 있는 에이들은 자신이 가진 상처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충격속에  스스로를 괴물로 만들어  범죄자들을 찾아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의 고통을 주면서 죄를 벌해 죽게 만든 새로운 기억까지도 또다른 짐이 되어 점점 더 암울해지고 스스로를 옭아매어간다. 그래서 더 잔인해지고 더 악랄해지는 것은 아닌지.

 

<바이퍼케이션> 원래 불확실한 결과를 뜻하는 수학용어라는 제목처럼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한국적인 것에서 벗어나 서양신화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로마신화가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의 서구적 이름마저도 신화속의 주인공들인 열두과업을 완성해야 하는 헤라클래스, 헤라클래스에게 열두개의 목이 잘린 하이드라를 따라가고 있다. 인격의 분할을 겪고 있는 듯한 헤라속에 들어있는 헤라클래스의 존재감은 소설의 큰 축이며 카리스카 짱인 헤라클래스와 뱀파이어, 가르시아와 에이들,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하이드라의 긴장감 넘치는 대립과 반목이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인간에게서는 일어날 수 없을 듯한 초능력적 아니 탈인간적 능력에 대한 표현은 잔인하지만 깔끔하고 몰입적이며 사건과 사건이 물고 물리며 한 곳을 향해 나아가는 탄탄한 플롯과 등장인물들이 지닌 독특한 캐릭터들은 최고인거 같다.

 

분량이 많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현실과 신화의 시공간이 함께 존재하고 스릴러로서의 맛도 오컬트적인 맛도 듬뿍담겨 읽는대 시간가는 줄은 몰랐던 듯 하니까. 다만 아직도 빌리의 병실에서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으면서도 끼익끼익 하는 헤라의 휠체어 소리가 들리는 듯 해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다는 휴유증이 좀 있다는 정도가 아쉽다면 아쉬울까 ^^ ( 읽어보시면 무슨 내용인지 아실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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