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일년 동안의 과부]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존 어빙, 그를 두번째로 만났다. 처음 그를 만난 것은 『사이더하우스』를 통해서였다. 한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들여다 본 인간의 일생은 긴 호흡의 영화를 본 듯한 여운을 내게 남겼다. 어느 작가를 특별히 좋아해 그 작가의 책을 모두 읽어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우리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란 찬사를 받게 만든 존 어빙의 가장 많이 팔린 책 『일년동안의 과부』를 읽는 기회를 놓칠수는 없었다. 사람의 이야기를 담담하지만 촘촘한 플롯을 구성해 들려주는 그의 소설은 두권이라는 압박감에도 불구하고 읽기 시작한 책이 다시금 하루밤을 지새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가족을 잃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더구나 부모로서 자식의 죽음을 봐야 한다는 것은 비극 중의 최고의 비극이 아닐런지. 두 아들을 잃은 매리언이 그랬다. 그런 매리언을 보면서도 외도를 밥먹듯이 하는 남편 테드 콜, 결국 남편과 네살백이 딸을 떠나버린 엄마에 대한 상처에 대한 기억을 안고 사는 루스, 자신보다 스물살도 넘게 많은 매리언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평생 잊지 못하고 있는 에디, 이들의 사랑은 다 제각각이었지만 그들만의 방식이 있었고 상처를 감추기 위한,치유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모두 상처를 가진 사람들 뿐이다. 엄마 매리언과 16살의 소년 에디의 정사장면을 보게 되는 딸 루스의 동글동글한 눈동자에 박힌 충격적인 기억으로부터 시작되는 소설은 시간을 보내고 이제 중년의 에디와 루스의 만남으로 다시 그 기억들을 끄집어 낸다.

 

작가로서의 삶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것일까 , 존 어빙은 작가의 삶에 독자가 동참하기를 바라는 듯 하다. 에디와 루스는 모두 작가로 성공하고 있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펴내 주목을 받는다. 소설보다도 동화책으로 더 유명해진 아버지 테드 콜 또한 작가다. 

여기저기 복선이 깔려있다. 작가는 온통 보이지 않는 덫을 놓고 내 기억을 시험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알게 하고 싶은가 보다. 책 속에는 온통 작가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뿐이다. 

 

사랑이야기도 맞다. 매리언도 에디도 테디도 루스도 그 외 등장인물들도 모두 사랑을 한다. 사랑은 아픔을 낳았고 아픔은 상처를 만들었으며 치유의 과정은 고독하고 쓸쓸하고 처절했다. 상처가 클수록 그리움은 더 크다. 그리움이 크기에 미움도 생긴다. 등장하는 인물들 사이의 얽힌 관계는 너무나 정교했다. 매리언과 테드의 불행한 결혼은 루스에게로 이어지고 엄마에 대한 기억은 유리에 베인 손끝의 상처와 버림받았다는 것밖에는 없는 그녀가 용서할 수 없을것만 같았던 엄마를 이해하게 된 것은 매리언만큼의 나이를 먹고 인생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재미있다. 무언가 쓸쓸한 듯 하지만 유쾌하고 처절한듯 하지만 비참하지는 않다.  냉정하고 차갑운 말투로 서술해 가고 있지만 가슴에 녹녹히 묻어드는 그리움을 드려다 보는 따스함이 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고 부드러운 탐색 이라는 띠지의 말이 동감을 자아내는 이유는 존어빙만의 문체와 필력이 이 소설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멋진 작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