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우울이 찐덕찐덕 떨어질 줄 모른다.
벚꽃이 비처럼 날리는 화려한 봄을 만끽하는 건 희망일 뿐이던가.
작년 이쯤에도 난 고관절 수술 후 치매가 심해진 시어머니 병원을 들락거려야 했는데,
올핸 피를 토하는 폐렴으로 시작된 시아버님 병원을 지키는 것으로 봄을 시작한다.
작년엔 간병인을 썼고 어머님이라 뭐든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간병인도 안 쓰고
사타구니에 관을 꽂아 이런저런 검사가 끝나 보호자인 내가 지혈을 해야 했는데
아버님이나 나나 서로 무안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소변을 받아 내는 것도 그렇고.
딸들은 코빼기도 볼 수 없다.
어찌어찌하여 당분간 퇴원상태긴 한데 이달 중순에 다시 재입원해서 검사를 해야 한다.
그 와중에 아버님은 힘이 없다고 전화가 와서 어제 들여다봤더니 입맛이 없어서인지 반찬이 없어서인지 식사를 거르셨고 저혈당이 왔나 싶어 얼른 혈당 체크하고 식사를 챙겨 드렸다.
아침엔 출근하는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서서 또 갔더니 벌써 아침을 드시고 계심.
약 챙겨드리고 끓여간 닭곰탕과 반찬을 냉장고에 넣고 그냥 왔다.
책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뭘하지. 나야말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의욕도 없다. 점심은 라면으로 간단히 떼웠건만
배는 부른데 정신적 허기는 어쩔~?
꽃상가라도 나가 나를 위한 선물로 꽃화분이나 하나 살까?
아님 도봉산 입구까지만이라도 걸어갔다올까?
그것도 아님 어디를 뒤집어 청소를 해 볼까.....
주말엔 비까지 온다고 해서 걱정이다.
우울이 더 깊어질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