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 개천마리 기자 박상규의 쿨하고도 핫한 세상 이야기
박상규 지음 / 들녘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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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 대한 원망이 함축적으로 표현된 엄마 때문이란 말.

그러나 제목과는 달리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은 아니다. 되려 엄마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 엄마에 대한 묵혀온 감정을 토해내야만 자신이 살아온 일상을 마음껏 풀어낼 수 있었던 모양이다. 엄마 때문이 아니라 엄마 덕이라 귀결될 수 있는 것이 결국은 그의 삶마저도 반짝반짝 아름다워질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상반되고 모순 같은 말이지만 쿨하고 따뜻함을 동시에 드러낸 그는 스스로를 비주류라 분류하고 소외되고 낮은 사람들을 품는 마음으로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가자란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김어준 만큼의 직설 화법은 아니나 애둘러 말하지 않는다. 이슈가 되거나 세상 부조리를 맛있게 씹어낸다는 면에서는 좀 비슷할런지도 모르겠다. 비교해서 그렇지만 김어준식의 통쾌함과 후련함은 덜하다.

서민적인 외모도 맘에 들지만 소위 엄친아가 아니라 더 좋다. 게다가 조중동의 거지 발싸개 같은 매체의 기자가 아니라서 더 좋다.

도입부 부터 엄마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인 엄마는 목욕탕 때밀이를 20년 가까이 했고 식당과 청소 노동자로 10년이란 시간을 일해왔지만 사회는 그녀들을 투명인간 취급했고 사회적 평가 또한 남성노동자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음을 누구 보다 잘 안다. 그래서 엄마가 욕 잘하는 엄마가 세상과 속시원히 맞짱 뜰 날을 상상하기도 한다. 여기서도 여성적 차별은 예외가 없다. 노동자의 파업을 얘기에 덧붙여 남성노동자들이 파업하면 부인들이 가족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밖에서 함께 싸우지만 여성노동자들이 파업이나 투쟁을 할 때 남편의 연대는 보기 힘들다.

화성을 비롯한 서남부에서 발생한 사건과 최근 수원 오원춘 사건을 보는 그의 시선이 눈에 띈다. 왜 죽였을까나 왜 거기서 죽였을까가 아닌 "왜 희생자는 꼭 여성이고 약자일까?"라고 묻지 않는 것에 대한 물음은 이들의 죽임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인식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있다.

결국 공권력 보호에 계급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같다. 노래방 도우미나 마사지 여성이 아닌 강남 부잣집 사모님의 실종이었더라도 미미하고 형식적인 수사였을까?

철거촌 현장에서 만난 용역 깡패를 만난 후의 먹먹함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쪽의 없는 사람들은 자기 집을 지키기 위해 화염병을 들고, 저쪽의 없는 사람들은 일당이라도 벌어 입에 풀칠하려고 쇠파이프를 든다. 늘 이런 식이다. 있는 사람들은,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은 이쪽의 없는 사람들을 치기 위해, 저쪽의 없는 사람들을 동원한다. 본인은 뒤로 빠져 더러운 꼴도 안 보고 손에 피도 묻히지 않는다. 대신 없는 사람들만 서로 죽어라, 피 터지게 싸운다.(159쪽)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진실이다.

그렇다고 사회적 문제만을 거론하지도 않았다. 그럼 너무 무거우니까^^

강원도 오지라 할 곰배령을 그것도 50센티미터의 눈 내린 곰배령을 찾아가는 그는 도대채 이해 할 수 없다. 우리와는 다른 아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뇌 구조라 그럴까?ㅎㅎ

남들과 똑 같이 살기보다 또 남 탓을 하기에 앞서 나를 먼저 돌아보게 만든다. '이렇게 살다 디져 불란다'라고 그냥 툭 내던진 말. 그저 되는대로 막 사는 듯하지만 결코 막 사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인생 계획도 세워두었다. 몸도 마음도 꺼리낄것 없는 자유로움을 가진 그는 쿨하고 멋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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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7-0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 이거 오마이뉴스 리뷰에서 읽었어요. 작가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연재되었다고 하는데, 몇 개는 읽어본 것도 같고 그래요. 오마이뉴스 열혈팬~

곰배령 한번 가보고 싶은데, 예전에 티비에서 방영할 때 봤거든요. 그 곳의 쓸쓸함이 참 와 닿았어요. 오래 살라면 못 하겠지만 가보고 싶더라.

칠월인데 우리도 조만간 얼굴 봐야죠~

희망으로 2012-07-03 21:53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셤 끝나야 겠죠.
아무래도 오마이뉴스 기자가 쓴 책이란게 눈에 들어오죠.
조중동에 있는 기자 만큼의 월급은 아니지만 오마이뉴스에 적을 둔 것에 대한 자부심은 있더라구요.
저도 티브에서 봤는데 곰배령 완전 산골 같던데요. 우리처럼 도시서 나고 자란 사람은 오히려 갑갑하겠죠. 그렇다고 농사를 지을 수 잇는 것도 아니고...넘 외로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