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강민우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7
김혜리 지음, 심윤정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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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결혼하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초등 2학년인 민우는 소꿉친구인 경미를 일찌감치 색시로 점찍는다. 그런데 마음으로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라 공개적인 장소에서 경미의 볼에 뽀뽀를 하는 대담함을 보인 민우는 친구들의 놀림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엉뚱하달 수 있는 민우의 행동에 경미도 맞짱구를 쳐주는 듯 "너, 고등학교 졸업하면 나랑 꼭 결혼하자!"란 민우의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인 것을 보면 말이다.

민우가 사는 곳은 해이도. 도시가 아닌 곳은 다들 고향을 떠나 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부부는 많지 않다. 먹고 살기 위해 자식을 노모에게 맡기고 떠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생기는데 민우네도 엄마 아빠가 섬에 민우를 두고 도시로 간다. 돈 벌어 민우 방이라도 얻게 되면 그때 데려가도 늦지 않을거라고.

자신이 좋아해 색시로 점찍었던 경미마저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되자 민우는 허전한 마음이 든다. 이후 5학년인 민주 누나를 색시로 점찍자 바람둥이로 불리게된다. 제목이 설명되면서 내용은 그런 이야기로 흐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촛점은 사실 다른 쪽에 맞춰져 있다고 봐도 될 만하다.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을 보고 나도 민우 할아버지처럼 멋지고 깨인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할아버지의 유언장이 공개되자 자식들은 당황스러워한다.

유언장에는 당신의 죽은 뒤에 울지 마라는 것, 국화 대신 향기 좋은 장미꽃을 사진 앞에 두라는 것, 친척들이 섬에 찾아오는 불편함을 없게 하기위해 육지에 있는 병원 영안실로 옮기라는 것, 부의금과 화환은 절대 받지 말되 그래도 꼭 주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쌀로 받아 읍내 고아원에 보내라, 수의와 관은 가장 싼 것으로 하고 화장해라, 영정 앞에 하회탈을 놓아라, 상복을 따로 마련하지 말고 보통 때 입던 옷으로 단정하게 입으라는 당부의 글이었다.

삼베 옷도 입지 않고 국화 대신 장미꽃이 놓인 풍경에 친척 어르신의 꾸중이 이어졌고 자식들은 난처해지자 자식들 망신 주려고 작정하신 거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우리식으로 하자는 말이 나왔지만 할머니께서는 단호히 반대하셨다. "네 아버지는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니다. 자꾸 엉뚱한 곳에 이유 대지 마라! 그리고 이 장례식 주인은 네 아버지다!"라는 호통과 함께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장례식은 장미꽃과 하회탈 등으로 색다른 느낌으로 오히려 북적거렸고 문상객들도 우는 얼굴 대신 미소 띤 얼굴로 다녀가 할아버지가 원하셨던 바대로 마무리 되었다.

말로 생각으로 깨어있으라고 하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보자면 민우 할아버지는 젊은 나보다 훨씬 깨어있으시고 앞서신 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할아버지가 민우 곁을 떠나자 민우도 부모님과 함께 살려고 도시로 나가려는 찰나 도시로 떠났던 경미가 섬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민우는 다시 섬에 남기로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평생을 살던 터전을 떠나는 일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도시로 나간들 자식들이 챙겨주는 밥만 받아 먹고 사는 일도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조건 도시로 도시로 쏠리는 현상. 어떻게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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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6-14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나 이 책 읽고 싶다. 국화대신 장미를 입고 상복 대신 그냥 일반복. 생각이 너무 파격적이신데요. 갑자기 이 리뷰 읽으니깐 생각난건데, 울 작은고모들이 장례식에서 그렇게 곡을 잘해요. 아이고, 아이고...서글피 울면서 곡하는 거. 근데 저는 그 모습 볼 때마다 싫은 거에요. 사실 요즘 누가 그렇게 곡을 해요. 근데 그 고모들은 정말 아랑곳없이 옛날 식대로 곡을 하더라구요. 예전엔 그게 형식적일지 몰라도, 지금은 그 모습이 민망하더라구요. 아, 정말 그 고모들 장례식에 오는 거 너무 싫었어요. 정말 슬프냐고 물은 적이 있었는데, 아니래요.

희망으로 2012-06-16 01:31   좋아요 0 | URL
할아버지 정말 대단하죠. 잠깐 입을 옷을 따로 마련하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몇년전 시댁 큰아버님 돌아가셨을 때 누군가가 왜 곡을 안하냐고 하는데 전 친정 부모님 돌아가셔도 옛날 분들처럼 아이고~ 하는 곡소리는 못할 것 같아요. 상갓집에 곡소리가 끊기지 않아야 한다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된 것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