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더스의 개 동화 보물창고 49
위더 지음, 원유미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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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티브로 보았던 플란다스의 개를 어른이 되어 책으로 만나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니나 이번 책은 어릴적 영상으로 보았던 아름다웠던 만화 그림이 훨씬 좋다.

표지의 그림부터가 주인공인 넬로와 파트라슈의 모습이 너무 어색했다. 지금의 아이들이야 모르지만 부모세대는 다른 건 몰라도 넬로와 파트라슈, 알로아의 모습만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실망스러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내용적으로도 보더라도 티브로 보았을 때는 원작에 더 많은 살이 붙여져서 알로아와의 즐거웠던 장면들이 추가되어 그런지 그러한 장면들이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알로아의 비중이 너무 적고 또 공간적 배경이 아름다움 보다는 가난하거나 초라한 마을만 연상된다.

넬로와 파트라슈는 매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지만 결국은 가난과 마을 사람들의 냉대로 지치고 사람에 대한 상처로 삶을 마감한다. 엔딩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해피함을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넬로나 파트라슈는 수프 한 그릇이나 거친 빵 한 조각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행복했다. 혹독한 추위, 혹독한 배고픔 따위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단 하나 넬로는 그림에 대한 열정이 가득해 루벤스의 <십자가에 올려지는 그리스도>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그린 두 점의 그림을 돈이 없어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무척 절망했다.

벨기에의 성당에 소장된 이 성화를 보기 위해서는 지금도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 그림들을 못 보다니 너무 속상해, 파트라슈. 그것도 가난해서 돈이 없다는 이유로 말이야! 이 그림들을 그렸을 때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여 주지 않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지. 분명히 그분은 우리 같은 사람들도 언제든 와서 보라고 했을 거야. 그런데 그림들을 저기 저렇게 천으로 가려 두다니, 저토록 아름다운 그림들을 저 어두운 곳에 말이야! 저 그림들은 빛을 보지도 못해. 부자들이 와서 돈을 내지 않으면 아무도 봐 줄 사람이 없으니 말이야. 저 그림들을 볼 수만 있다면 난 죽어도 좋아."(42쪽)

만화를 통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그냥 흘렸을 내용이다. 분명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있음에도.

책이니까 그것이 루벤스의 그림이란 것도 작품이 어떤 것인지도 알게 한 점은 고맙지만 그래도 책이 만화의 영상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되는 것은 예쁜 영상들이 뇌리에 너무 콕 박혀 있고 책보다 티브 만화로 먼저 접해서 일지도 모른다.

처량하고 서글프고 고달프며 가혹하기까지 한 이 작품이 지금의 아이들에게 진한 감동으로 전해질지 조금은 의문이다. 물론 파트라슈와 낼로가 보여준 교감과 그들의 우정이 슬픔을 만들어 낼 수는 있겠지만 부모 세대가 느꼈던 것만큼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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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6-14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작품은 일본애니 못 따라가요. 그쵸?

희망으로 2012-06-16 01:36   좋아요 0 | URL
워낙에 일본 애니가 완성도가 높기도 하고 편애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만화를 본 우리 세대는 그림만 봐서는 많이 실망스럽더라구요. 그래도 이름있는 그림작가인데...표지만 봐서는 영~ 아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