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통과의례 - 1998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4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다소 섬짓한 제목.

밋밋하거나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제목보다는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제목의 책은 읽기도 전에 뭔가 불쾌한 감정이 드는 것이,  다소 도전적인 마음으로읽게 된다. 물론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처음 가졌던 내 생각을 뒤집어 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썩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예전에 비둘기가 나오는 영화에서 비둘기는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아주 무섭고 괴기스런 영화가 떠올랐다. 그 영화를 보고 한동안은 비둘기가 무서워 낮게 비행하는 비둘기만 보면 나를 향해 달려들어 공격할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이번엔 반대로 사람들이 비둘기를 총으로 쏘거나 채 죽지 않은 비둘기를 비트는 것을 마을의 전통이자 축제로 즐기는 내용을 접했다.

10살이 되면 마을의 소년들은 링어(Wring 새의 목 따위를 비틀다)가 되고 그것이 큰 자랑거리가 될 만큼 아이들 사이에서는 링어가 되기를 꿈꾼다.
그것이 잔인한 것이며 왜곡된 관습이라며 감히 저항한다거나 반기를 드는 사람은 이제껏 아무도 없었다.
비둘기의 날은 가족축제로 온 마을 사람들이 즐기는 가운데 파머는 자신의 내부에서부터 링어 되기를 거부하는 것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한다.
그럼에도 파머는 또래 집단에 끼어야 비로소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남성의 물리적인 힘을 과시하거나, 불량스러운 행동들을 하는 친구들의 집단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생일빵이라는 통과의례와 같은 의식을 통해 비로서 남자임을 인정받는 행위는 왜곡되고 폭력적인 모습 등이 아홉이나 열살의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버겁고 잔인하고 폭력의 강도가 셌다. 책을 읽는 동안 인상이 찌푸려지고 기분이 다운된다.

어느 날 파머의 방 창문을 똑똑 두드리며 매일 비둘기 한 마리가 찾아온다. 먹이를 주면 계속 찾아올 것을 알지만 거부하지 못한다. 그것이 재앙을 불러들이는 초대장을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란 걸 알면서도.

자신의 비둘기에게 니퍼란 이름을 지어 방에서 키우면서 늘 불안해 하는 파머.

그렇지만  니퍼를 통해 점점 자신의 자아와 가까워 진다. 보이지는 않지만 변화됨을 감지할 수 있다.

10살 생일이 다가올 수록 파머는 괴롭다.

비둘기를 죽이는 것과 비둘기를 괴로움에서 구해 주는 것은 결코 같은 의미가 될 수 없다. 총을 쏘는 것 또는 미처 죽지 않은 새들의 목을 비틀어 버리는 것이 괴로움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던 파머는 어떤 결정을 할까...
이는 집단 최면이나 광기에 가까운 것은 아닌지. 아주 어린아이들 조차 죽어가는 비둘기를 보고도 어떠한 감정의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것을 전통이나 관습이라고 모든 마을 사람들에게 용인된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파머는 결국 용기를 내어 싫다는 말을 하게 되고 조금식 자유로움을 느낀다.

성장이란 이렇게 끊임없이 뭔가에 부딪치고 싸워야만 한다.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굳어진 관심과 편견과 같이 뿌리 깊게 박힌 이런 악습에 반기를 드는 힘과 잠재된 열정과 순수함이 무기가 아닐까 한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할까?

파머의 엄마처럼 말없이 지켜봐주고 사랑으로 감싸 안는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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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4-17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 아영엄마님 주신 책이죠. 너무 어둡고 잔인하다. 게다가 이걸 열살이나 열한살짜리가 읽으라고. 좀 아니다~
예전에 로앤오더라는 미드에서 아프리카 여자의 할례를 다룬 적이 있는데,
그 때만해도 전통이라는 문화적 관습에 관대했다가 실상 그러한 부조리한 관습이
10대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는 줄 알았어요. 이것도 성장의례라는 허울좋은 말로 포장해 놓은 것을 한 소년이 극복해 나간다는 소설이겠죠.

예전에 내 친구가 이런 말을 했어요. 자긴 모피를 안 입는데 모피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보고 안 입는다고 하면서 그 가죽을 벗겨내는 사람들 제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묻더라구요. 저런 전통은 예전 사냥해서 먹을 것을 구하던 시대의 전통인데 그걸 현재까지 전해진다는 것은 모든 아이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인 것 가타요.

희망으로 2012-04-17 23:00   좋아요 0 | URL
타깃은 청소년인데 책 속 주인공은 아홉, 열 살의 아이들이예요.
사막의 꽃과 같은 할례를 다룬 책들을 볼 때 전 입을 틀어막고 읽을 정도로 끔찍했어요. 도대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무시무시한 폭력이 얼마나 많을까요.
관습이란 것, 전통이란 것을 깨기 위해서 예쁘거나 그럴듯하게 포장하지 않았으면 해요. 어른들이 깨 부숴줘야 하는데 너무 무책임한거죠...

TV에서 살아있는 동물의 가죽을 벗기는 걸 봤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모피나 가죽이 명품으로 팔리는걸 보면 전혀 줄지 않는 것 같아요. 명품,명품...하는 것을 보면.
책 속 링어가 실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