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 2006 제38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1
이근미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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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출합니다."

당당히 컴퓨터 바탕 화면에 커다랗게 써 놓고 가출 한 딸.

그 앞에 맥 없이 무너졌을 엄마를 떠올리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어미인 내가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막막하다는 그 느낌.

우연인지 운명인지 엄마인 무경도 똑 같이 17세에 가출의 경험이 있다. 그렇다고해서 당혹스러움까지 덜어지지는 않았다.

여느 모녀간처럼 다정하지 않았고 엄마라는 의감으로 딸을 키워 서먹서먹했던 무경은 딸 다혜에게 이메일을 통해 소통을 시도한다.

왜 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ㅠㅠ

경찰서에 가출신고를 하거나 학교를 찾아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는 등 울고불며 신세한탄만 하는 일반적으로 만나는 엄마들과는 다르다. 편지를 쓰는 행위가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현실 속의 무경은 꿈이나 이상을 먼 나라로 보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오로지 장사꾼으로서만 살며 삶에 지쳐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혜에게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삶에 쌓여가는 감정의 찌꺼기를 아주 조용히 배출시킨다.

그리고 편지를 통해 당시 엉뚱한 길로 갔지만 열심히 살았었던 자신의 모습을 꾸미지 않으며 담담히 들려준다.

엄마의 편지는 다혜 뿐 아니라 가출해서 만난 다른 친구인 진구에게도 위안을 준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내 안에 괴어 있는 물을 모두 길어 올려야 딸도 살고 자신도 살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책은 17세때의 엄마가 좌절의 과정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여주는데 나는 그런 드라마틱한 굴곡이 있었던게 아니라 그럴때 난 무엇을 들려줘야 할까....

17살이란 나이는 어른들의 보호가 부담스러우며 한편으로는 다 컸다고 생각하기 쉽다.

가출의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부딪치고 깨진 후의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질 수 있을 준비가 되어 돌아온다면 그리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모든게 그렇듯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지만 또 그때가 아니면 또 언제 그런 일탈을 해 보랴 싶기도 하다.

액자 구조의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 작가의 경험을 진정성있게 그려냈다.

가출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엄마들의 식상한 눈물바람과 같은 신파극을 보여주지 않아서 좋았다.

세대를 뛰어넘은 교감이 가능했던 것은 결국 가족이니 사랑이니 우정이니 하는 것이 교과서적으로 들리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건강한 정서가 있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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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4-1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느 순간부터 딸이 엄마의 인생을 닮는다는 말은 안 믿기로 했어요. 어느 정도 부모에게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의 요인이 있지만, 이런 식의 17살에 가출 한 번 한 엄마가 그 딸이 가출했다는 식의 진부한 설정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나마 작가가 질질 짜는 그런 스토리로 진행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희망으로 2012-04-18 19:00   좋아요 0 | URL
어쩔수 없이 엄마의 인생을 닮는다고 느낄때는 행복 보다는 불행하거나 고단한 삶을 살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되겠지요. 절대 믿고 싶지 않은 말이예요.
눈물 바람의 신파가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 저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