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출판계는 양질의 컨텐츠와 글로 이뤄진 인기 블로그에 집중한다. 그래서 많은 출판사들이 그러한 블로그를 눈여겨 본다. 괜찮다 싶으면 벌써 출간 준비 중인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요리나 인테리어와 같은 취미로 운영 중인 블로그가 특히 그랬다. 이 책 역시 '방문객 150만의 최고 인기 블로그'라는 문구가 먼저 눈에 띄었다. 두툼한 분량으로 뽑아 낸 걸 보면 내공이 만만찮겠구나 싶었다. 예쁜 꽃 사진과 시와 꽃에 얽힌 전설이나 일화를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언어로 풀어냈다.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 속엔 우리네 삶과 많이 닿아 있었다. 꽃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휴식 같은 시간을 주는 여유를 준다. 가만 생각 해 보면 우리가 꽃을 보면서 조급해 하거나 불편한 마음으로 꽃을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힘들고 우울한 기분이 들 때 가만히 꽃을 들여다 보면서 결국은 자신의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키고 위로를 받는다. 처음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사진과 이름을 일일이 대조하며 기억하려 애썼는데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그런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을 했다. 이전까지는 내가 꽃의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더 특별해지고 더 가까운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렇게 기억한다해도 내가 과연 몇 개나 외울지도 의문이고 굳이 내가 이름 불러 주지 않더라도 얘네들은 자신들의 생체시계바늘이 가리키는 데에 맞춰 꽃 피고 열매 맺는데. 그저 생명을 가진 귀한 존재라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의미 있는 것이거늘 뭘 그렇게 이름에 연연해 했는지... 저마다 피는 시기가 있고 어울리는 자리가 있거늘 우리는 남보다 빨리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고 좋은 자리에 앉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것도 결국은 이름을 앞세웠던 것과 다를 바 없다. 작가 소개 글을 보면 '꽃에게 말을 거는 남자'란 표현대로 자분자분 자신의 들꽃 남행기를 풀어 놓고 있는데 화려한듯 꾸미지 않은 글 솜씨가 매우 시적이다. 노루귀꽃을 봄을 훔치는 꽃이라 표현한 '화장기 없는 촌 새악시 같은 말간 낯빛의 꽃송이 앞에 다짜고짜 카메라를 들이미는 일은 차마 못할 일.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도 가슴 두근거리던 첫사랑의 모습처럼 그저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 오는 것을....'31쪽 살면서 우리는 철퍼덕 주저 않고 싶을 때도 있고 때론 게으름을 부리고 싶을 때도 있다. 마음을 닫아 걸고 남의 탓만 하지는 않았는지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예전엔 장미처럼 화려하고 대중의 시선을 받는 꽃들에게만 눈이 갔다면 지금은 아주 작아 쪼그려 앉아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꽃들과 풀들에게 눈을 맞추고 말을 속으로나마 말을 건다. 나이듦의 증거라 할지라도 이런 내가 좋다. 아름다움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지금의 내가.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이 햇살이 꽃들과 새싹들이 봄을 한가운데로 밀어 넣고 있다. 중량천 뚝방길 벚나무에 꽃들이 다다닥 맺혀있고 더러는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꽃에게 말을 걸어가며 이 봄을 예쁘게 만끽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