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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아버님께 ㅣ 진경문고 1
안소영 지음, 이승민 그림 / 보림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잔잔한 물 위에 작은 나룻배와 사공 갓을 쓴 선비가 그려져 있는 표지는 정약용의 유배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삶은 사실 굉장한 풍랑을 맞았고 유배는 삶의 반을 차지했지만 실제로 집안 전체로 보면 반 이상일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의 형 약전은 흑산도에 유배되어 그곳에서 삶을 마감했고 그의 집안 전체로 보더라도 고모부인 이승훈을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천주교 탄압 때문에 죽거나 시달려야 했다. 얄궂단 말이 절로 나오고 애잔함이 느껴졌다.
내가 그런 마음일진데 아들(학유)이 보는 아버지나 가족들의 모습은 함께 유배 생활을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 핏줄이란 단지 몸 안으로 흐르는 붉은 액만이 아니었다. 내 뼈, 내 살갗은 내 핏줄인 그들과 함께 나눈 것이다. 그러하기에 내 핏줄의 고통은 나의 고통이기도 하다. 철상 형의 소식을 뒤늦게 듣는 순간, 내 목도 서늘한 칼날이 와 닿는 것처럼 온몸이 저려왔다.’ (55쪽)
우리나라의 파벌싸움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아 정약용 같은 걸출한 인물이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펴지도 못하게 했으니... 무고함이 밝혀졌어도 해배의 어명이 떨어졌어도 조정에서는 정약용이 해배되는 것이 두려워 상소가 올라가고 해배공문을 내리지 않아 한참을 유배지에서 묶여 있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으나 삶은 강물처럼 흘러 정약용이 해배되고 다산에서 소내로 오게 된다.
그동안 풍비박산 난 집이라고 먹고 사는 일에서 비껴갈리 없었다. 유배죄인의 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었고 여자들은 온갖 살림을 팔아보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벌어들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니 이들 학연, 학유 형제는 학문과 멀어지게 되었고 아버지의 학문 세계를 이해하는 것도 모자라지만 아버지가 유배지에서 쓴 그 많은 책들을 보자니 아버지의 참담함과 더불어 자식으로써의 송구함 등 현실에 발목 잡혀 아버지의 뜻을 따를 수 없었던 자식의 안타까움을 표현한 <다산의 아버님께>는 다산 정약용을 다룬 일반적인 인물책보다 서정적으로 읽힌다. 역사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있는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