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부동산 파워 - 한국 부동산시장의 미래
이상영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이책의 저자는 부동산114의 대표이다. 유명한 부동산업체의 대표가 쓴 책이니 뭔가 다른 투자전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책을 선택한다면 잘못 짚는 것이다.

이책의 시작은 한국 부동산 시장의 특성에 대한 개관부터 시작하고 있고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장만하려는 개인투자자를 위한 지침이 실려있으니 일반적인 부동산 투자서와 비슷할 것이라 볼 수도 잇다.

그러나 이책은 부동산을 투자로서가 아니라 시장으로서 그리고 산업으로서 개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책의 시작에서 부동산 시장의 특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전체적인 산업으로서 바라보는 성격이 더 강하다. 이책에는 그러므로 보통 부동산 투자서에 나오는 것처럼 시장 예측이나 투자유망지같은 것은 언급이 되어 잇지 않다.

이책은 외환위기 이후 중개업은 물론 건설업, 디벨로퍼, 관리업 그리고 부동산 금융 등 부동산 산업이 어떻게 달라졌는가에 더 주안점이 가있으며 산업적 측면에서 전망과 개선할 점을 언급하는 것이 더 비중이 크다.

물론 저자는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도 중점을 둔다. 저자가 생각하는 앞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의 전망은 일본처럼 변할 것이라는 것이다.

고령화 저출산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본과 인구구조가 비슷해져가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수요구조가 비슷해진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 불패신화는 사라질 것이며 부동산에서 주택시장은 자본이익을 노린 거래는 사라질 것이고 일본처럼 임대위주의 시장으로 바뀔 것이라 본다. 대체로 부동산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예상이다. 그러나 그 양상이 어떻게 될지는 다른 전문가들이 특별하게 언급하는 것이 없는데 미해 저자는 그에 대한 전망을 나름 내놓고 있다. 인구구조의 차이때문에 일본처럼 급락하는 양상은 없을 것이고 완만하게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 시장의 무게중심은 임대관리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도심의 오피스시장이 부상하게 될 것으로 저자는 본다.

이상이 이책의 특징을 정리해본 것이다. 이책의 장점은 전체적으로 부동산시장과 산업이 지금까지 어떻게 변화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구체적인 통계들을 제시하면서 비교를 위해 일본과 미국의 사례도 같이 제시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배울 것이 많은 책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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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평평하다 - 21세기 세계 흐름에 대한 통찰, 증보판
토머스 L. 프리드만 지음, 이윤섭.김상철.최정임 옮김 / 창해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책의 마지막 챕터 제목이기도 한 ‘9.11 vs 11.9’만큼 이 책의 주제를 잘 요약해주는 말도 없다.

이책의 주제인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날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1월9일이었다. 이책 이전에 저자가 쓴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란 책은 11월 9일 이후의 세계화에 대해 쓴 책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책이다.

그 책에서 저자가 다루는 것은 세계화의 상징으로서 렉서스 자동차였다. 세계적 차원의 공급사슬로 공급된 부품을 세계적 차원에서 조립해 세계적 차원에서 팔리는 렉서스 자동차를 세계화의 상징으로 저자는 꼽았다. 후에 쓰여진 이책에서도 그러한 기업들에 의한 경제적 세계화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그 책을 쓴 이후 몇 년이 지나지도 않아 세계화는 차원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이책의 서두는 저자가 방갈로르를 방문해 골프를 치는 것에서 시작한다. 공을 IBM 건물 쪽으로 치라는 말을 듣는 것이 이책의 시작이다. 저자가 찾은 방갈로르의 골프장 주변에는 IBM, MS, HP, TI, Epson 등의 지사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저자는 여기가 인도가 맞는지 캔자스시티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금은 진부해진 단어들이고 저자가 이책을 쓸 때도 진부해진 단어인 아웃소싱이 인도를 바꿔놓은 것이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를 쓸 때와 달라진 점은 인터넷이다. 인터넷 덕분에 렉서스를 만드는 제조업만 세계화된 것이 아니라 세계화가 힘들 것이라 생각되었던 콜센터나 회계업무, 의료, 연구개발, 디자인 과 같은 서비스업까지 세계화된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직업인 기자 직업까지 인도로 아웃소싱되고 있다고 호들갑을 떤다.

PC와 그 PC를 기반으로한 인터넷, 그리고 누구에게나 소스코드가 공개된 오픈소스는 의지와 재능만 있다면 인도에 살건 미국에 살건 평등하게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는 ‘평평한 경기장(level field)’을 만들어 주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책의 제목은 바로 이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것만이라면 이책은 진부한 그렇고 그런 또 하나의 세계화 책일 뿐이다.

이책의 장점은 전작인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처럼 세계화라는 흐름에 저항하는 힘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저항의 상징이 바로 9.11이다.

어떤 일에든 반대는 있게 마련이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WTO와 다보스 포럼이 있을 때마다 떠들석 했던 반세계화 데모를 기억할 것이다. 그런 저항을 낳는 힘과 원인에 대해 저자는 자세히 다룬다.

이책은 1/3정도를 인터넷으로 세계화가 어떻게 가속되고 있고 거기다 모바일로 더 빠르게 가속되는 현상에 대해 할애하고 잇다.

다음 1/3은 그런 트렌드에서 개인과 기업이 어떻게 대비해야하는가를 설명한다. 이부분에서 저자는 세계화가 좌초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세계화로 경기장이 평평해졌다는 것은 경쟁이 더 심화된다는 말이고 그만큼 압력이 가중되고 긴장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낙오된다.

그 낙오자들은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넘쳐나고 잇다. 청년실업이라든가 갈수록 빨라지는 퇴직연령, 잦은 이직이 그것이다. 개방정도가 높은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갈수록 격화되는 세계적 차원의 경쟁에 노출되어 있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뒤쳐지고 낙오되는 것이다.

그런 낙오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세계화는 중단될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저자는 그것을 ‘온정적 평평주의’라 말한다. 세계화에서 살아남는 것은 실력이 있는자이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남보다 앞서 더 빨리 움직여야 살아남는 것이다. 앞서는 방법은 무수히 말해지는 지식이라는 말, 즉 지식이 가능하게 하는 혁신을 말한다.

혁신적일 수 있는 국가와 기업, 개인은 더 큰 보상을 받고 그렇지 않은 낙오자는 뒤쳐진다. 저자는 그에 대한 대책으로 대처 이후 말해지는 생산적 복지를 언급한다. 즉 실직자에게 실업수당을 주는 것보다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생산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언제나 뒤쳐지지 않게 자신을 계발할 환경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개인과 기업에게 환경을 제공하는 국가적 차원에선 과학기술의 교육과 같은 혁신의 원천력을 준비하는 것 같은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진부하긴 하다. 책의 나머지 1/3에서 말하는 9.11로 상징되는 반세계화에 대해서도 사실 진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알 카에다와 같은 광기가 나오는 것은 세계화에 참여할 능력이 없는 중동의 모멸감 때문이라 말하면서 저자는 세계화에 그들을 더 끌여들여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스스로 일어나고 거기서 이익을 얻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 말한다. 북한에 대해 햍볕정책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사실 진부하다. 왠만큼 세계경제의 흐름과 국제정치에 관심이 있으면 다 아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책이 그런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주목받고 널리 읽힌 것은 책 한권에 세계화의 모습을 모두 담아내는 능력과 그 모습을 저널리스트의 능력을 발휘해 발로 뛰면서 인터뷰하고 세계화의 현장을 발로 누비며 자료를 구한 저자의 성실함 때문이며 그 자료들을 묶어 알기쉬운 그림을 그려내는 저자의 능력 때문이다.

두껍지만 그 두꺼움에 비해 쉽고 빠르게 읽히는 이책의 미덕은 그런 저자의 능력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쓰여진 이책에 담긴 세계화의 모습은 이책이 출간된지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하게 세계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는 이유가 된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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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투자 대예측
해리 S. 덴트 지음, 김중근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해리 덴트의 논리는 강력하다. 일본의 버블 붕괴를 예측한 이후 1990년대 미국의 장기호황, 2000년대 증시호황을 예측한 그의 이름은 왠만한 투자서적에는 언급되기 마련이다. 국내에도 그의 저서는 완역되어 있고 상당한 판매량을 자랑하는 것으로 그의 인기를 짐작할 수있다.

그러나 그의 강력한 논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경제에는 주기가 있기 마련이고 그 주기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변수는 인구라는 것이다.

경제는 돈의 흐름이다. 그리고 돈이란 맑스가 말한대로 결국 사람의 시간을 교환하는 것이다. 그 시간이 상품을 만드는 데 쓰였다면 그 상품을 돈을 주고 사는 것은 그 상품을 만든 사람의 시간을 사는 것이 된다. 그리고 경제란 사람들이 돈을 벌고 쓰는 것을 말할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돈을 쓰는가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20대에 취직을 하고 30-40대에 집을 장만하고 자녀를 키운다. 그리고 60대에 돈을 버는 경제활동에서 은퇴한다. 그 패턴에 따라 대략 어느 나이대에 돈을 얼마나 쓸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그런 예측은 상당한 신뢰성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인구가 얼마가 되는가 더 정확히는 어느 연령대의 인구가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돈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연구기관들이 GDP 장기성장률을 예측할 때 상당히 정확하게 들어맞는 이유가 인구통계의 예측력 때문이다. 다른 변수들보다 인구통계는 대단히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해리 덴트의 논리는 바로 그 인구통계의 안정성에 기초한다.

해리 덴트의 논리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세대 사이클이라 할 수 있다. 80년주기를 갖는 세대 사이클은 장기 사이클인 콘트라디예프 사이클을 변형한 것이다.

자본주의 장기 사이클인 콘트라디예프 사이클은 60년주기를 갖는다. 해리 덴트는 그 주기가 산업혁명 이후 80년으로 확장되었다고 말한다. 산업혁명 이후 인구가 폭증하면서 그 인구의 소비성향에 따라 경제의 사이클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콘트라디예프 사이클의 주기는 해리 덴트에 따르면 두개의 29-30년 짜리 원자재 사이클이 합해진 것이다. 원자재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면 경제가 위축되고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내리면 다시 경제가 팽창하는 사이클이다. 그러나 이 사이클의 주기적 운동을 만드는 동력은 원자재 가격의 요동이 아니다. 원자재 소비의 혁신을 가져오는 신기술이다.

그러한 신기술의 예는 산업혁명을 일으킨 면산업의 기계화에 따른 공장제, 그리고 증기기관 등이었으며 2차 산업혁명을 일으킨 전기와 내연기관, 화학산업 기술이었고 최근의 예로는 IT 혁명이다.

이런 신기술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면서 S자 곡선의 사이클을 만들면서 4계절을 갖게 된다. 봄(혁신)에는 산업이 시작하는 단계로 보급률이 저조한 수준에 머문다. 여름(성장)에는 보급률이 50%를 넘어서게 되고 가을(성숙)에는 99%에 이른다. 그 다음 겨울에는 시장이 포화상태에서 산업의 재편이 시작되어 강자만 남게 되고 산업은 쇠퇴한다.

콘트라디예프 사이클을 혁신의 사이클로 재정의한 해리 덴트는 이 사이클을 움직이는 동력인 혁신의 근원을 세대로 재해석한다.

사람이 일생에서 가장 창의적인 시절은 20대에서 30대 초이다. 베이비 붐으로 인구에서 이 연령대의 비중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시점이 있다면 이 시점이 혁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점이 된다. 해리 덴트는 대공황 직전의 광란의 20년을 초래한 전기와 내연기관의 기술이란 혁신을 가능하게 한 것이 그런 베이비 붐 세대이며 60년대 이후 IT 혁명을 주도한 것도 베이비 붐 세대라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대규모의 인구집단을 만든 베이비 붐 세대는 그 규모 때문에 콘트라디예프 사이클을 60년에서 두 세대 사이클을 합한 80년으로 늘렸다는 것이다. 대공황기의 베이비 붐 세대인 밥 호프 세대와 2차대전 이후 베이비 붐 세대가 그 예이다.

대규모 인구집단은 그 규모 때문에 생산과 소비의 규모도 엄청나다. 그렇기 때문에 그 규모는 경제성장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엇다는 것이다. 해리 덴트는 여기서 이론을 좀더 정교하게 만들어 사람이 가장 소비가 왕성환 시절인 45세 인구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한 나라 경제의 성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45세 인구 비중이 줄어들고 덩치가 큰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점에서 경제의 생산과 소비가 위축될 수 밖에 업고 경제성장이 뒷걸음 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버블경제는 일본의 다카이 세대의 은퇴와 일치하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의 시점도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와 거의 일치한다.

이상이 해리 덴트가 쓴 책들의 핵심논리이다. 해리 덴트의 논리는 간단명료하면서 상당히 강한 설명력을 갖고 있다. 물론 모든 예측이 그렇듯이 그의 예측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 서브 프라임 사태가 일어난 시점은 그의 이전 예측보다 2년이 빨랐다. 그리고 이책에서 예측하는 것처럼 대공황이 미국에서 다시 일어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의 예측이 틀리건 맞건 그의 논리 자체만으로도 그의 말을 들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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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의 미래 - 디지털 기억 혁명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고든 벨.짐 겜멜 지음, 홍성준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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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은 저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맡고 있는 라이프 로깅이란 프라젝트에 관한 것이다.

라이프 로깅이란 컴퓨터의 모든 이벤트가 로그 파일에 기록되듯이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들도 기록으로 남는 것을 말한다.

저자들이 말하는 것은 이렇다. 센서와 저장기술의 발달, 그리고 핸드폰이나 노트북은 물론 집안의 전기기기와 자동차 등 모든 곳에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사실상의 컴퓨터들이 내장되어 가는 트렌드가 강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우리가 입는 의복에도 센서가 내장되고 그 센서에 잡히는 데이터들이 처리되어 저장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데이터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저자들의 예는 이렇다. 내가 그 가방을 어디에 두었더라? 한참을 찾아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내가 듣고 보는 모든 이벤트가 기계에 로깅 즉 기록되어 저장되는 때에는 그 기록된 데이터를 검색해 그 가방을 어디에 두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예를 그외에도 여러가지이다. 우리가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찰을 받을 때를 생각해보라. 어제 드신 것이 무엇인가요? 열이 언제부터 나기 시작했죠? 1부터 10까지로 점수를 줄 때 지금 고통이 몇점입니까? 이런 질문들이 오고간다. 그리고 우리의 답은 그리 신통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 몸에 달고 다니는 센서가 혈압을 측정하고 체온을 잰 데이터들이 있다면 그 데이터를 봅시다로 진찰은 휠씬 정확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예는 교육이다. 공부할 때나 수업을 들을 때 학생의 습관을 분석할 데이터가 있다면 그 데이터로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건 교사의 교수법에도 마찬가지이다.

범죄수사에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의 라이프 로그를 분석한다면 범인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용의자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쉽게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거기서 더 나아가 진정한 아바타의 도래도 예언한다. 라이프 로깅이 있다면 내 행동패턴과 사고패턴의 풍부한 데이터가 준비된 것이다. 이 데이터를 기초로 그 패턴을 분석해 그 패턴을 반복하는 가상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수퍼맨 영화에서 수퍼맨이 친부모의 가상 캐릭터와 대화를 하듯이 말이다.

이책에서 제시되는 라이프 로깅의 비전은 이런 모습이다. 지금의 기술로는 벅차거나 다소 무리이지만 기술발전의 속도로 봐서는 저자들의 전망이 터무니 없지는 않다. 그리고 어느정도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트렌드를 확대해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이책에서 제시되는 예들은 지금도 나와 있는 솔루션들이 많이 언급된다.

상당히 재미있는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로서 저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비전이 10년후 정도에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라이프 로깅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은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데이터가 아니라 그 데이터에서 make sense하는 것이다.

이번주 The Economist의 특집은 기업들의 데이터 마이닝에 관한 것이었다. 기업과 정부는 방대한 데이터 더미를 쌓아왔고 그 축정량의 증가율은 갈수록 높아진다. 그 결과 Big Data라 부르는 상황이 되었다. 데이터는 많은데 그 데이터를 크런칭해내는 기술은 걸음마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문제는 라이프 로깅이 의미가 있으려면 음성을 문자로 변화할 수 있는 음성인식기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해결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까가 문제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가까운 장래에 그런 날이 올지 잘 모르겠다.

물론 이 두가지 약점을 해결하는 혁신이 있다면 라이프 로깅은 저자들이 말하듯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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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디지털 혁명의 미래 -고든 벨
    from 김재호의 디지털보단 아날로그 2010-05-23 10:19 
    디지털 혁명의 미래 - 고든 벨.짐 겜멜 지음, 홍성준 옮김/청림출판 구글드라는 책과 함께 얼마전에 주목을 받았다가 금새 잠잠해진, 이대로 묻혀버리긴 아까운 책이다. 구글드처럼 다른 책에서 했던 얘기 또하고 또하는 책보다는 훨씬 알찬 내용이니 과학이나 신기술에 관심이 있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인데, 무슨 프로젝트인가 하면 인간의 기억을 디지털로 저장하는 것이다. 기억을 저장한다는 것이..
 
 
 
국가의 부와 빈곤 -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데이비드 랜즈 지음, 안진환.최소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이 두껍고 무거운 책은 바로 그 두께와 무게 때문에 쉽고 재미있다.

국내서적에선 드물게 색인까지 갖추고 있고 방대한 참고문헌 목록까지 갖춘 이책은 본문만 800페이지에 육박한다. 그것도 요즘 유행하는 종이 크기에 비해 큰 글씨로 과대포장과는 거리가 먼 조판으로도 그렇다.

책표지에는 600년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책의 서술은 유럽의 중세 아니 로마제국의 멸망 이후와 이슬람권의 발흥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1000년을 훌쩍 넘어선다. 그것도 유럽과 미국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고 세계경제사라고 부를 수 있는 범위를 갖는만큼 이책의 800페이지 분량은 오히려 적은 것이다.

대개 그만큼 내용이 방대해지면 주마간산격이 되어 깊이가 부족해지기 쉽다. 분량에 비해 다루어야 할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만큼 긴 시간과 넓은 지역을 모두 이해할 만큼의 내공을 가진 학자가 드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책은 그런 단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책은 천년의 시간을 압축적으로 제시하면서 시대의 요점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방대한 팩트를 단순명쾌하게 제시하는 책만큼 재미있는 것도 드물다. 2차대전에 참전했던 저자인 만큼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내공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저자의 내공은 복잡한 팩트들을 평평하게 다림질해서 알기 쉽게 다듬어준다. 그리고 이미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나이에 쓴 만큼 거드름도 잘 난 채할 필요도 없는 저자는 경제사에 관해 문외한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있다. 이책이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이책은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서로만 쓰인 것은 아니다. 저자가 학자 그것도 저명한 학자인만큼 동료들에게 할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저자는 유럽중심주의라는 구닥다리 신념을 가진 노물로서 요즘 유행하는 다문화주의 또는 탈유럽중심주의자가 된 동료들에게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그리고 저자가 유행에 뒤졌다는 사실이 이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또 다른 이유이다.

불구경과 싸움구경은 언제나 재미있다. 그리고 논쟁하는 사람은 논점을 분명히 말하고 표현을 알기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논쟁의 기술이니까.

이책이 나온 1999년은 새천년을 바라보던 해였고 그런만큼 지난 천년의 역사를 특히 경제사를 돌아보는 책들이 많이 나왔다. 이책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다른 책들이 당시 학계의 유행에 따라 유럽중심주의에서 벗어난 논조를 가졌지만 이책은 퇴물이 된 유럽중심주의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책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이책은 제목처럼 왜 지금의 부자나라는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가난한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저자의 답은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로 요약할 수 있다. 저자는 그말을 쓰고 있지는 않고 부자와 가난뱅이를 가른 이유는 문화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가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혁신을 언급할 때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창조적 파괴로 보인다.

슘페터와 마찬가지로 저자는 경제성장의 동력은 혁신이라 말한다. 그러나 혁신은 언제나 파괴적일 수 밖에 없다. 코닥의 몰락은 창조적 파괴의 좋은 예이다. 북미의 필름 시장을 거의 독점했던 코닥은 60%의 마진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겨우 파산을 모면하고 생존에 급급한 처지이다. 코닥이 몰락한 것은 디지털 카메라라는 혁신이 나왔기 때문이다.

모든 혁신이 그렇지는 않지만 혁신은 현상태를 뒤엎는 경향이 있다. 바로 그런 혁신의 속성 때문에 슈페터는 창조적 파괴라는 말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혁신의 파괴력을 받아들이는 문화가 서구의 약진을 설명한다는 것이 저자의 요점이다.

저자는 왜 서구가 지금의 부를 이루게 되었는가를 제도에서 찾는다. 중세유럽의 봉건제가 창조적 파괴 즉 혁신이 가능했던 이유라는 것이다.

당시 중국과 이슬람권은 유럽보다 윌등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날 동남아의 화교는 그 지역 경제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그들이 동남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인의 문화가 경제적 성공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왜 본토에선 그런 성공이 없었는가? 저자는 제도 때문이라 말한다.

중국의 제국질서는 상공업의 성공을 용납할 수 없었다. 제국의 붕괴는 상공업의 번성과 그로 인한 부의 축적과 함께 시작되었다. 돈은 힘이고 그 힘은 언제나 정치적 힘으로 바뀔 수 있다. 상공업으로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 기존의 제국질서는 흔들리게 된다. 유럽의 역사에서 부르주아 계층이 봉건귀족을 대신하게 된 것을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겉보기와 달리 중국의 제국질서는 허약하다. 물론 제국의 붕괴는 상공업의 뉴머니 때문은 아니지만 그 돈은 붕괴를 가속한다. 제국이 무너지고 그 폐허에서 태어난 제국이 억상중농 정책을 펴는 것이 당연하다.

상공업의 부가 통치질서를 뒤흔들 가능성 때문에 제국은 상공업을 통제하려 했다. 그러나 권력없는 부는 언제나 허무하게 끝나게 마련이엇다. 재산권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무슨 혁신이 일어나는가? 그리고 현상태를 뒤흔드는 것이 혁신의 본질인데 혁신은 억압되었다.

중국은 송나라 때 코크스 제강법을 알고 있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강철의 양은 19세기 유럽 전체의 생산량보다 컸다. 그러나 송이 망하고 그 기술은 잊혀졌다. 기계식 시계도 그때 만들어졌지만 그것도 잊혀졌다. 그리고 정화의 남해 원정은 중국의 항해기술이 천하제일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정화의 죽음과 함께 그 기술도 잊혀졌다.

지금까지 왜 그런 기술들이 잊혀졌는가는 수수께끼이다. 그러나 중국의 제도 때문이 아닐까 저자는 생각하는 것같다. 중국의 제국질서라는 제도는 중국의 경제가 수천년동안 일보 전진 이보 후퇴를 반복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슬람권 역시 별 다를 것이 없었다. 여기선 쿠란의 글자에 사지가 묶인 것이 원인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경전의 글자에 사회를 묶어두어야만 했던 사회는 혁신의 파괴성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세유럽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마제국 이후 제국이 사라진 유럽에선 군주와 영주들이 서로 경쟁해야만 했고 이슬람과 달리 지상과 하늘을 분리해서 보는 기독교의 교리에다 종교권이 속세의 권력과 경쟁하던 시절에 혁신을 억누를 권력은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혁신을 담당하는 부르주아라는 계층이 부를 쌓을 수 있었고 혁신의 파괴성은 (마지못해서이겠지만) 허용될 수 있었다.

저자는 전통적으로 서구학자들이 그랬듯이 일본이 유일하게 비서구권의 선진국이 된 이유를 바로 같은 맥락에서 설명한다. 유럽이 이슬람처럼 제국이 없기는 했지만 이슬람의 무정부상태와는 달리 재산권과 같은 기본적인 질서는 유지할 수 있었던 것처럼 도쿠가와 막부는 질서를 유지해주었다. 그러나 지방의 다이묘들은 일종의 기업과 같았고 그 기업들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었다. 유럽의 중세 그리고 근세의 영지와 국가간의 경쟁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경쟁은 혁신을 조장한다.

저자는 그런 제도적 차이로 중세 이후 문명들의 격차를 설명하다. 그러나 제도만으로 모든 것은 설명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슘페터가 창조적 파괴를 말하면서 기업가 정신을 말했듯이 저자는 제도가 갖추어져도 혁신을 담당할 기업가 정신이 없이는 경제성장이 가능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기업가 정신은 문화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혁신은 리스크가 있다. 창조적 파괴란 기존의 질서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자신도 파괴한다. 혁신의 대부분은 쓸모없이 잊혀진다. 그중 극히 소수만 1%도 안되는 소수만 살아남아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그런 리스크를 떠안는 용기가 기업가정신이다.

그런 기업가 정신의 예로 유명한 것이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정신이다. 화교들에게서도 그런 정신을 찾을 수 있으며 일본의 조닌들에게서도 그런 정신을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혁신을 받아들이는 기업가 정신과 그 정신이 실천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지금의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나누었다는 것이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러나 이책의 미덕은 천년이란 시간과 세계라는 공간을 그 논지로 설명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설명이 단순명쾌하고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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