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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투자 대예측
해리 S. 덴트 지음, 김중근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해리 덴트의 논리는 강력하다. 일본의 버블 붕괴를 예측한 이후 1990년대 미국의 장기호황, 2000년대 증시호황을 예측한 그의 이름은 왠만한 투자서적에는 언급되기 마련이다. 국내에도 그의 저서는 완역되어 있고 상당한 판매량을 자랑하는 것으로 그의 인기를 짐작할 수있다.
그러나 그의 강력한 논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경제에는 주기가 있기 마련이고 그 주기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변수는 인구라는 것이다.
경제는 돈의 흐름이다. 그리고 돈이란 맑스가 말한대로 결국 사람의 시간을 교환하는 것이다. 그 시간이 상품을 만드는 데 쓰였다면 그 상품을 돈을 주고 사는 것은 그 상품을 만든 사람의 시간을 사는 것이 된다. 그리고 경제란 사람들이 돈을 벌고 쓰는 것을 말할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돈을 쓰는가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20대에 취직을 하고 30-40대에 집을 장만하고 자녀를 키운다. 그리고 60대에 돈을 버는 경제활동에서 은퇴한다. 그 패턴에 따라 대략 어느 나이대에 돈을 얼마나 쓸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그런 예측은 상당한 신뢰성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인구가 얼마가 되는가 더 정확히는 어느 연령대의 인구가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돈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연구기관들이 GDP 장기성장률을 예측할 때 상당히 정확하게 들어맞는 이유가 인구통계의 예측력 때문이다. 다른 변수들보다 인구통계는 대단히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해리 덴트의 논리는 바로 그 인구통계의 안정성에 기초한다.
해리 덴트의 논리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세대 사이클이라 할 수 있다. 80년주기를 갖는 세대 사이클은 장기 사이클인 콘트라디예프 사이클을 변형한 것이다.
자본주의 장기 사이클인 콘트라디예프 사이클은 60년주기를 갖는다. 해리 덴트는 그 주기가 산업혁명 이후 80년으로 확장되었다고 말한다. 산업혁명 이후 인구가 폭증하면서 그 인구의 소비성향에 따라 경제의 사이클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콘트라디예프 사이클의 주기는 해리 덴트에 따르면 두개의 29-30년 짜리 원자재 사이클이 합해진 것이다. 원자재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면 경제가 위축되고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내리면 다시 경제가 팽창하는 사이클이다. 그러나 이 사이클의 주기적 운동을 만드는 동력은 원자재 가격의 요동이 아니다. 원자재 소비의 혁신을 가져오는 신기술이다.
그러한 신기술의 예는 산업혁명을 일으킨 면산업의 기계화에 따른 공장제, 그리고 증기기관 등이었으며 2차 산업혁명을 일으킨 전기와 내연기관, 화학산업 기술이었고 최근의 예로는 IT 혁명이다.
이런 신기술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면서 S자 곡선의 사이클을 만들면서 4계절을 갖게 된다. 봄(혁신)에는 산업이 시작하는 단계로 보급률이 저조한 수준에 머문다. 여름(성장)에는 보급률이 50%를 넘어서게 되고 가을(성숙)에는 99%에 이른다. 그 다음 겨울에는 시장이 포화상태에서 산업의 재편이 시작되어 강자만 남게 되고 산업은 쇠퇴한다.
콘트라디예프 사이클을 혁신의 사이클로 재정의한 해리 덴트는 이 사이클을 움직이는 동력인 혁신의 근원을 세대로 재해석한다.
사람이 일생에서 가장 창의적인 시절은 20대에서 30대 초이다. 베이비 붐으로 인구에서 이 연령대의 비중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시점이 있다면 이 시점이 혁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점이 된다. 해리 덴트는 대공황 직전의 광란의 20년을 초래한 전기와 내연기관의 기술이란 혁신을 가능하게 한 것이 그런 베이비 붐 세대이며 60년대 이후 IT 혁명을 주도한 것도 베이비 붐 세대라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대규모의 인구집단을 만든 베이비 붐 세대는 그 규모 때문에 콘트라디예프 사이클을 60년에서 두 세대 사이클을 합한 80년으로 늘렸다는 것이다. 대공황기의 베이비 붐 세대인 밥 호프 세대와 2차대전 이후 베이비 붐 세대가 그 예이다.
대규모 인구집단은 그 규모 때문에 생산과 소비의 규모도 엄청나다. 그렇기 때문에 그 규모는 경제성장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엇다는 것이다. 해리 덴트는 여기서 이론을 좀더 정교하게 만들어 사람이 가장 소비가 왕성환 시절인 45세 인구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한 나라 경제의 성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45세 인구 비중이 줄어들고 덩치가 큰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점에서 경제의 생산과 소비가 위축될 수 밖에 업고 경제성장이 뒷걸음 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버블경제는 일본의 다카이 세대의 은퇴와 일치하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의 시점도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와 거의 일치한다.
이상이 해리 덴트가 쓴 책들의 핵심논리이다. 해리 덴트의 논리는 간단명료하면서 상당히 강한 설명력을 갖고 있다. 물론 모든 예측이 그렇듯이 그의 예측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 서브 프라임 사태가 일어난 시점은 그의 이전 예측보다 2년이 빨랐다. 그리고 이책에서 예측하는 것처럼 대공황이 미국에서 다시 일어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의 예측이 틀리건 맞건 그의 논리 자체만으로도 그의 말을 들어볼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