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 산업별 성장전략 꿰뚫어보기
이지효 지음 / 북포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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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미래를 논하는 책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이책과 같이 산업수준에서 한국경제를 미시적으로 세밀하게 분석하는 책은 많지 않다. 물론 산업분석은 주식투자의 기본이기 때문에 주식투자자를 위한 용도로 나온 책들이 몇권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책 같은 깊이를 갖는 책은 보지 못했다.

한국경제를 거시수준에서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방향을 실제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실제 경제가 움직이는 수준인 산업수준에서의 이해가 필요하다.

물론 300페이지 조금 넘는 이책에서 한국경제의 모든 산업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책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모든 산업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보다 이책이 다루고 있는 몇몇 산업을 어느 정도 깊이로 다루고 있는가일 것이다. 300페이지라는 분량에서 깊이 있는 분석이 가능할까?

이책이 다루는 자동차, 에너지, 철강, 금융, 유통, 통신 하나 하나만 하더라도 책 몇권은 쓸 수 있는 주제이다. 그렇다면 글자도 큼직한 편이고 페이지까지 적은 이책이 다루는 내용의 깊이는 기대할 만한 것인가? 결론만 말하자면 충분히 기대할만하다. 이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이책의 각 챕터는 각 산업이 글로벌 수준에서 어떤 역학에 따라 움직이고 잇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위치는 어떠한가 그리고 그 위치에서 어떤 성장전략을 취해야 하는가라는 논리구조로 구성된다.

먼저 이책은 자동차 산업을 다루고 잇다. 대우가 망한 것은 무리한 확장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다. 전자와 자동차 두 산업에서 무리하게 확장을 했기 때문에 차입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자동차의 경우 그 당시 확장전략의 논리적 근거는 연산 600만대 이상의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매킨지 보고서였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이책의 저자는 묻는다.

규모의 신화는 생산의 효율성을 앞세운 논리였고 그에 따라 세계시장의 경쟁이 짜여졋다. 그에 따라 전자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역시 부품이 모듈화되었다. 부품의 모듈화는 규모의 경제가 완성차 업체가 아니라 부품업체로 넘어가는 현상을 낳게 된다.

부품업체로 규모의 논리가 넘어가면서 산업의 주도권은 완성차업체의 손을 떠나게 될 것이고 차별화의 논리는 디자인과 조립능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소수의 업체만 시장에 살아남을 것이란 논리도 근거가 박약해질 것이다.

두번째 트랜드로는 전기자동차가 대두되면서 자동차 업체의 경쟁력인 엔진기술의 우위가 와해될 것이라는 점이다. (자세한 논의는 생략)

에너지와 철강에 대해 저자는 한국의 문제는 업스트림의 취약성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두 산업 모두 70년대 전후의 중화학공업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산업이다. 수입대체를 위한 정책에서 태어난 두 산업은 자동차, 전자 등 두 산업의 소비업체들이 약진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되었고 중국의 대두로 수출에도 자체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자체 역량이 늘어나고 있는 점, 그리고 자원확보의 불안정성이 대두되면서 원료 자체의 생산이란 영역으로 확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특히 석유의 경우는 윗단계로 갈수록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해운, 금융을 다루는 챕터에서 저자는 한국의 문제를 리스크 관리라는 개념이 부재하다는 데서 찾는다. 이밖에도 유통, 전자, 통신 등을 다루고 있고 그 각각의 내용도 상당히 충실하다. 그러나 분량상 이정도로 요약을 마친다.

이상에서 요약한 정도로는 이책의 장점이 잘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책의 장점은 짧은 분량에 명쾌하면서 분명하게 산업의 역학을 다루는 저자의 능력에 있다. 다시 말하지만 산업분석에 관한 책에서 이책만큼의 질을 갖는 것을 보지 못했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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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전용복 -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전용복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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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한일합방이 된 후 일본은 한국의 옻을 전량 일본으로 수탈해갔고 옻과 함께 옻칠장인들도 일본으로 데려갔다. China를 china로 쓰면 도자기가 되고 Japan을 japan으로 쓰면 옻칠이 되듯이 일본은 옻칠로 유명한 나라인 만큼 이상할 것없는 행위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남의 땅에 건너간 장인들은 조선시대 도공들이 그러했듯이 일본문화에 자신들의 발자취를 남겼다. 그리고 저자가 이책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그 장인들이 남긴 흔적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이책의 대부분은 저자가 참여한 메구로가조엔의 복원작업에 관한 것이다. 메구로가조엔은 1931년 건립된 도쿄의 호화 연회장으로 연건평 8천여평, 객실 200여로, 바닥길이 2킬로미터의 규모라고 한다. 거대한 연회장이다.

도쿄 한복판의 요지에 이정도 규모의 연회장이라면 그 자체로 유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메구로가조엔의 의미는 규모가 아니다. 메구로가조엔이 유명한 것은 이 건물이 완성될 당시 아직 활동하고 있던 에도시대 예술가들을 동원해 건물 곳곳을 채운 예술품들 때문이다. 예술품들만 5천여점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 상당부분은 당시 일본에 건너가 활동하던 조선 장인들이 만든 나전칠기 작품들이다. 옻칠의 검은 바탕에 나전으로 도안을 넣은 작품들 역시 수천점에 달했다고 한다. 저자가 복원작업에 참여한 것은 바로 이 나전칠기 작품들의 복원을 맡으면서였다.

일을 맡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을 맡으려 할 당시 저자가 옻칠을 배운 것은 7년 정도밖에 그것도 유명장인에게 도제식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독학으로 배운 일천한 기술뿐이었고 한국에서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의 지명도 뿐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그일을 맡겠다는 일념으로 일어학과에 진학해 일어를 배우고 메구로가조엔을 방학때마다 찾아가 복원계획을 세우고 일본전역을 돌며 일본의 옻칠장인들에게 기술을 구걸하다시피 배운다. 일을 맡을 것이란 가능성도 없이 2년을 그렇게 준비한 집념과 열정이 통해 일을 맡게 된다. 그리고 이책의 나머지는 그렇게 맡은 3년의 복원과정을 다룬다.

사실 이책의 상당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옻칠이란 것 자체도 생소한데다 옻칠이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이 된다는 것도 이책에서 처음 알았다. 그런데 저자가 작업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들이 상당한데 이해가 될 리가 없다.

그러나 이책을 읽어가면서 바로 그런 낯섬 자체가 즐거움이 된다. 옻칠이란 것이 그런 세계구나 우리는 우리 것이면서 대우해주기는 커녕 잊어가는 것이 또 하나 있었구나 그리고 우리가 잊어버린 것을 대우해주고 기억하고 소중히 여기고 가치를 알아보는 것은 또 일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한국에서 이름을 얻지 못하고 일본에서 이름을 얻어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문화는 만든 사람의 것이 아니라 쓰는 사람의 것이다'고 저자가 말한 것은 한국과 일본을 오간 그의 경험을 요약한 말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고리적 일본이 우리에게 배워간 것을 틈만 나면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가르쳐 준것을 우리는 잃어버렸고 일본은 잊지 않고 그것을 발전시켰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옻칠도 우리가 일본에 가르쳐 준 것이다. 이책을 보면서 왜 우리는 가르쳐준 사실만 말하고 일본이 배운 것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그리고 배운 것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는지는 외면하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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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의 치 - 위대한 정치의 시대
멍셴스 지음, 김인지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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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중국 CCTV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백가강단의 강의들이 그렇듯이 이책 역시 대상은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대중을 위한 것으로 교양서라 할 수 있다.

백가강단의 다른 강의들이 그렇듯이 이책의 저자 역시 해당 분야의 권위자로서 나이 지긋한 학자이다. 그리고 그런만큼 이책에는 자신의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연륜이 느껴진다. 그리고 연륜 있는 학자가 쓴 책이 그렇듯이 깊이가 느껴진다.

그러면 이책의 깊이는 무엇인가? 이책이 대상인 당태종이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책의 저자는 왜 당태종의 정관지치가 중국역사상 최고의 통치라 불리게 되었는가를 당태종의 개인적 동기와 그 시대에서 찾는다.

정관지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위지치이다. 수나라가 망한 것, 그리고 당태종이 반란을 일으켜 당을 세우게 된 것은 수양제의 무리한 토목공사와 정복사업 때문이었다. 그러한 有爲, 억지로 무엇을 하려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無爲之治이다.

무위지치라 불리는 시기는 정관지치와 함께 역시 최고의 치세 중 하나로 꼽히는 한나라 초 경덕지치 역시 그랬다. 진나라의 무리한 통일전쟁과 폭정에 시달리고 이후 항우와 유방의 전쟁으로 시달린 백성들을 내버려두고 토목사업이나 전쟁과 같은 무리를 하지 않은 시기이다. 정관지치를 규정하는 것은 바로 그런 전란 후의 피폐한 나라사정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전란 이후에는 무위지치가 가장 현명한 방향으로 생각된 것이다. 그 반대로 간 경우가 광해군이다. 임진왜란으로 피폐한 나라사정은 무시하고 광해군은 무리하게 토목공사를 일으켜 전쟁전보다 10배 이상으로 궁전의 규모를 확장했다. 무리한 공사를 일으키면서 세금을 쥐어짜냈고 전쟁후유증으로 힘든 민생을 더욱 어렵게 했다. 광해군을 폭군으로 부르게 된 것은 당연했다.

저자는 그런 시대상황은 정관지치의 조건일 뿐이었다고 말한다. 정관지치가 가능했던 것은 당태종의 의지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당태종은 형과 동생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태자 자리를 강제로 취한 후 아버지를 유폐시키면서 황제 자리에 올랐다.

형제의 피를 보고 올랐고 뒤에서 지켜보는 아버지를 의식할 수 밖에 없었던 당태종은 자신이 황제가 된 것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의지가 있었고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유능하기도 했던 당태종은 무위지치의 노선을 채택했다. 바로 자신이 황제가 될 수 있던 배경인 수양제의 폭정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제 혼자 국가를 다스릴 수는 없다. 당태종의 치세가 위대한 시대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신하들 역시 그를 도왔기 때문이었다. 정관시절 수많은 명신들 역시 얼마 지나지 않은 수양제 시절을 똑똑히 보았던 사람들이며 그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잇었다. 뜻이 같은 황제와 신하들이 같이 노력한 결과가 정관지치였던 것이다.

이상이 이책의 대략이다. 물론 이책에는 이외에도 많은 내용이 있다. 그러나 그 내용들은 위에서 요약한 줄기에 살을 붙이는 디테일들이라 생각하면 된다.

위에서 요약한 것처럼 이책은 당태종 개인을 이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목적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역사적 사실들은 많은 부분이 생략되며 건성으로 넘어간다.

이책은 당태종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아는데는 좋은 책이다. 그러나 당시 역사를 더 자세히 아는데는 맞는 책이 아니다. 당시 역사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제왕 중의 제왕 당태종 이세민’이란 책을 같이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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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 중의 제왕, 당태종 이세민
황충호 지음 / 아이필드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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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태종이라면 우리에게 고구려를 침략했다 화살을 맞고 쫓겨간 황제로 기억된다. 좀 우습게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에게 당태종은 절대 우스운 황제가 아니다. 중국인들에게 당태종은 중국역사상 최고의 황제로 기억되며 역대 황제들 역시 본받고 싶어한 황제의 모범으로 기억된다. 중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당태종의 통치기간의 연호인 정관의 이름이 붙은, 당시의 정치를 기록한 정관정요는 중국에서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널리 읽혀온 책이다.

정관정요는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는 책이기 때문에 여러권의 번역이 나와있다. 그러나 당태종 시기의 역사에 대한 서적은 몇권 되지 않는다. 현재 유통되는 책으로는 여기서 리뷰하는 책과 중국 CCTV의 백가강단의 강의를 책으로 묶은 ‘정관의 치’란 책, 그리고 ‘당태종 읽는 CEO’라는 책까지 3가지 정도이다.

그러나 3권 중에서 본격적인 역사서로 볼 수 있는 것은 이책과 ‘정관의 치’ 두권이다. 정관정요를 읽을 생각이 있거나 읽은 사람에게는 두권이 추천할만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정관정요의 체제는 당태종과 신하들 사이의 문답을 책으로 엮은 논어와 비슷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당시 역사를 이해하고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두권 중 한 권만 읽으면 되는가? 그것이 좀 애매하다. 두권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리뷰에서 다루고 있는 책은 제목만 보자면 당태종 개인에 대한 전기 내지는 평전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책을 읽어보면 오히려 당태종 보다는 당시의 역사에 더 중점이 가있고 당태종 개인에 대해선 그다지 깊이 있게 천착하고 잇다는 인상을 받기 힘들다.

이책은 나름 잘 쓰인 책에 속한다. 저자는 당시 역사를 재구성하기 위해 기본 사료를 충실히 조사하는 것뿐 아니라 그 사료들이 감추고자 하는 이면을 읽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잇다. 중국사 관련 서적을 읽으면 자주 부딪히는 문제는 황제의 체면을 손상하지 않기 위해 기본사실을 왜곡하거나 누락시키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화주의의 태도 때문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도 왜곡하거나 감춘다. 당태종에 대한 사료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수양제 시절 아버지 고조 이연과 함께 반란을 일으키기 전후부터 시작해 고구려 원정 이후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 세상을 뜨기 까지 당태종의 행적을 따라 수말당초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으며 되도록 사료의 한계를 뛰어넘어 당시 시대상을 재현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잇다.

그러나 이책에선 당시 시대상에 비해 당태종 개인에 대해선 비교적 그리 분명하게 그리고 있지 못하다. 아버지 고조와의 관계부분과 형과 동생을 죽이고 태자 자리를 강제로 차지하는 부분에는 어느 정도 사료에 가려진 부분을 넘어 당태종 개인의 내면을 짐작해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상당히 예리하다. 그러나 왜 그가 현군이 되었는가를 당태종 개인의 동기나 그의 능력의 측면에서 부각하는데는 그리 큰 성과가 없다. 그리고 후계자를 둘러싼 자식들의 다툼에 그가 큰 상처를 받은 부분에선 그냥 기존 사료를 그대로 받아쓰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당시 역사를 서술한다는 점에선 이책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수양제 시절 반란군 하나 하나에 대한 서술이 자세하게 되어있고 전투의 진행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지도로 재현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대한 당시 역사를 기술하는 면에선 이책을 따를 만한 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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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당신을 만드는가 - 삶을 걸작으로 만드는 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질문
이재규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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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꼽아 놓은 드러커의 책들을 볼 때면 항상 자괴감이 든다. 저걸 언제 다 읽나. 시간이 나면 언제든 뭔가를 읽고 있는 사람이지만 재미로 읽는 것이 아닌 이상 뭔가를 위해 읽어야 하는 처지에서 드러커의 책은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물론 드러커의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만은 아니다. 드러커의 책이 난해한 철학자의 책도 아닌데 읽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양이 너무 많다. 90세가 넘어서도 책을 쓰던 사람인만큼 저서의 양이 너무 많다.

그렇다보니 드러커의 책을 직접 읽기 보다는 이책과 같이 드러커의 사상을 요약해서 소개해주는 책을 틈이 날 때 읽게 된다.

드러커의 사상을 요약해 소개하는 책들은 여러가지가 나와있다. 그러면 올해 나온 이책은 그 많은 책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사실 큰 차이가 있다고 하기는 힘들다. 이책에도 드러커가 말해온 지식노동자, 지식사회, 혁신, 기업의 사회적 역할, 경영자의 역할, 자본주의의 의미 등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이책은 드러커의 많은 이론 중에서 지식노동자의 그리고 경영자의 자기관리에 집중되어 있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일종의 드러커 자기계발서라고 할까?

이책의 특징은 내용적인 선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책은 되도록 저자의 언어로 요약된 드러커보다는 드러커 자신의 글을 주제별로 편집해 묶는 다는 일종의 드러커 어록과 같은 형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대개 드러커 개설서들이 드러커의 방대한 저서들을 요약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과감하게 요약하는 식으로 쓰여져 있는 것과는 접근방식이 다르다. 이책의 목적이 드러커의 사상 전체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형식이기도 하다.

물론 이책에는 드러커로부터의 인용으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책이 다루는 주제들만 하더라도 드러커의 생각을 그런 식으로 전달하기에는 드러커 저서의 양은 방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은 드러커로부터의 인용과 함께 편저자 자신의 요약, 소개가 같이 등장한다.

그러면 그런 식으로 구성된 이책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가? 이책의 저자가 파악하는 드러커의 이론적 구조를 대략 요약해 보면 이렇다.

저자는 드러커를 슘페터의 후계자로 생각하는 듯하다. 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했던 슘페터의 가장 유명한 이론은 기업가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창조적 파괴를 자본주의의 원동력으로 본 슘페터는 그 모터로서 혁신의 창조자인 기업가에 주목했고 그 기업가들이 혁신을 추구하는 것을 기업가 정신이라 했다. 그리고 드러커는 바로 기업가 정신이란 개념을 확장해 현대 경영학의 기초를 만들었다.

그러나 드러커를 슘페터의 후계자로 보기에는 난점이 있다. 케인즈와 슘페터의 시대는 자본과 노동의 시대였다. 그리고 그 시대는 자본과 노동의 관리를 통해 생산성과 혁신이 이루어지던 시대였고 그 시절의 대표적인 경영이론은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였다. 그러나 드러커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전후시대는 조직의 시대였다. 조직의 운영이 혁신의 원천이 된 시대이다. 드러커는 지식사회, 지식노동자란 개념을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가 50년대 그런 개념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조직의 시대를 대표하는 경영학자로서 드러커를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책에선 그런 조직사회를 운영하는 사람들로서 지식노동자, 경영자들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즉 그들의 자기관리,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혁신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드러커의 생각들을 엿보게 하는 구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이책은 그런 목적에 성공하고 있는가? 그렇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이책에 소개되는 드러커의 생각들은 이미 다른 책들에 소개되고 있다. 드러커의 생각은 널리 보급되었고 발전, 변형되었다. 지금에 와서 새로울 것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오리지널의 힘은 언제나 강하다. 이책은 그 오리지널의 언제나 새로울 수 있는 힘을 느끼게 한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이책의 의도는 성공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물론 이책 한권으로 드러커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대단한 체계를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책은 드러커의 언제나 새로울 수 있는 힘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즉 드러커 맛보기로서 이책의 의미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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