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전용복 -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전용복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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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한일합방이 된 후 일본은 한국의 옻을 전량 일본으로 수탈해갔고 옻과 함께 옻칠장인들도 일본으로 데려갔다. China를 china로 쓰면 도자기가 되고 Japan을 japan으로 쓰면 옻칠이 되듯이 일본은 옻칠로 유명한 나라인 만큼 이상할 것없는 행위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남의 땅에 건너간 장인들은 조선시대 도공들이 그러했듯이 일본문화에 자신들의 발자취를 남겼다. 그리고 저자가 이책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그 장인들이 남긴 흔적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이책의 대부분은 저자가 참여한 메구로가조엔의 복원작업에 관한 것이다. 메구로가조엔은 1931년 건립된 도쿄의 호화 연회장으로 연건평 8천여평, 객실 200여로, 바닥길이 2킬로미터의 규모라고 한다. 거대한 연회장이다.

도쿄 한복판의 요지에 이정도 규모의 연회장이라면 그 자체로 유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메구로가조엔의 의미는 규모가 아니다. 메구로가조엔이 유명한 것은 이 건물이 완성될 당시 아직 활동하고 있던 에도시대 예술가들을 동원해 건물 곳곳을 채운 예술품들 때문이다. 예술품들만 5천여점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 상당부분은 당시 일본에 건너가 활동하던 조선 장인들이 만든 나전칠기 작품들이다. 옻칠의 검은 바탕에 나전으로 도안을 넣은 작품들 역시 수천점에 달했다고 한다. 저자가 복원작업에 참여한 것은 바로 이 나전칠기 작품들의 복원을 맡으면서였다.

일을 맡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을 맡으려 할 당시 저자가 옻칠을 배운 것은 7년 정도밖에 그것도 유명장인에게 도제식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독학으로 배운 일천한 기술뿐이었고 한국에서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의 지명도 뿐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그일을 맡겠다는 일념으로 일어학과에 진학해 일어를 배우고 메구로가조엔을 방학때마다 찾아가 복원계획을 세우고 일본전역을 돌며 일본의 옻칠장인들에게 기술을 구걸하다시피 배운다. 일을 맡을 것이란 가능성도 없이 2년을 그렇게 준비한 집념과 열정이 통해 일을 맡게 된다. 그리고 이책의 나머지는 그렇게 맡은 3년의 복원과정을 다룬다.

사실 이책의 상당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옻칠이란 것 자체도 생소한데다 옻칠이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이 된다는 것도 이책에서 처음 알았다. 그런데 저자가 작업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들이 상당한데 이해가 될 리가 없다.

그러나 이책을 읽어가면서 바로 그런 낯섬 자체가 즐거움이 된다. 옻칠이란 것이 그런 세계구나 우리는 우리 것이면서 대우해주기는 커녕 잊어가는 것이 또 하나 있었구나 그리고 우리가 잊어버린 것을 대우해주고 기억하고 소중히 여기고 가치를 알아보는 것은 또 일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한국에서 이름을 얻지 못하고 일본에서 이름을 얻어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문화는 만든 사람의 것이 아니라 쓰는 사람의 것이다'고 저자가 말한 것은 한국과 일본을 오간 그의 경험을 요약한 말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고리적 일본이 우리에게 배워간 것을 틈만 나면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가르쳐 준것을 우리는 잃어버렸고 일본은 잊지 않고 그것을 발전시켰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옻칠도 우리가 일본에 가르쳐 준 것이다. 이책을 보면서 왜 우리는 가르쳐준 사실만 말하고 일본이 배운 것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그리고 배운 것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는지는 외면하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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