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러브 - 사랑하는 영혼만이 행복하다
메이브 빈치 지음, 정현종 옮김, various artists 사진 / 이레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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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사진집은 우정과 가족을 다룬 다른 2권의 사진집과 함께 기획된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사랑을 다룬 이책에 수록된 사진들은 연인과 가족, 부부의 사랑을 다룬다.

사랑에는 두가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빨강의 사랑과 분홍의 사랑. 연인의 사랑은 빨강의 사랑이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책에 등장하는 연인들의 사랑은 아이에 대한 사랑, 부부의 사랑처럼 빨갛게 타오르는 사랑이 아니라 은은하게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분홍의 사랑이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쉽다. 그러나 두 사람이 오랜 세월을 바라볼 때 그 사랑은 기적이 된다" 이책에 실린 사진 설명의 하나이다. 이말은 이책에 실린 100컷 이상의 사진들을 가장 잘 요약하는 말이다.

책 표지에 실린 가난한 중국인 부부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이책의 사진들은 기적이 나타나는 순간들을 포착하고 있다. 그렇기에 서문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 사진들을 짂은 작가들은 틀림없이 굉장한 연민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없었으리라."

개인적으로 사진집들을 좋아한다. 사진은 덧없이 사라질 순간들을 잡아 영원으로 만드는 기적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정, 사랑, 가족을 다룬 이 사진집 시리즈는 인간의 기적을 보여주면서 "유일한 치유는 사랑"이라는 테레사 수녀의 말을 느끼게 해준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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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남콩녀 - 홍콩 여자 홍콩 남자의 남 눈치 안 보고 사는 즐거운 인생
경정아 지음 / 에디션더블유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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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인적으로 홍콩에 대해 접하는 것은 경제나 정치관계의 기사나 피쳐 아티클 같은 것들이고 오래전에 본 홍콩영화들이 거의 홍콩에 대해 아는 전부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홍콩을 정리하면 이 정도가 될 것이다. 영국 식민지에서 약속에 따라 100년이 지난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되었고 그후 중국 정부는 영국시절과 같은 방식으로 홍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과 중계무역으로 번영하던 홍콩은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그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예전만 못하다.

여기에 영화를 통해 기억하는 홍콩에 대한 이미지는 왕가위의 영화가 그린 홍콩이다. 특히 타락천사와 중경삼림에서 그려진 사막같은 도시에서 사는 고립된 개인들.

아마 홍콩에 대한 지식과 이미지는 평균적인 한국인이라면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책은 그런 평균적인 한국인들에게 구체적인 홍콩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거기서 3년째 살고 잇는 한국인 저자의 눈을 통해.

이책은 서울과 그리 다를 바 없는 국제도시 홍콩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간다. 맞벌이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홍콩가정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동남아 여성들이 휴일을 즐기는 거리들을 묘사한 첫장에서 부터 뾰루지가 나 찾아간 홍콩의 한약상 거리, 그리고 홍콩 사람들이 즐겨먹는 자라 젤리. 결혼하려면 처가에 지참금을 내야하는 홍콩의 특이한 관습. 홍콩에서 처음 알게된 태풍의 위력, 중고전자상가, 마카오 이야기, 살인적인 수준의 임대료 등 이책은 저자가 홍콩에 3년을 살면서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겪고 들은 이야기들을 저자의 생활이란 구체적 맥락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의 직장과 퇴근후 만남들을 통해 그 구체적 상황을 보여주면서 홍콩에서만 볼 수 있는 홍콩의 생활방식들과 풍물들을 보여주고 잇기 때문에 3시간 정도면 앉아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술술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저자의 홍콩은 그의 직장동료들과 오다가다 인연이 되어 친구가 된 사람들로 이루어진다. 누구나 다 사는 세계가 그렇듯이 저자가 사는 홍콩도 그런 작은 세계이다. 저자는 그 작은 세계 너머의 홍콩을 안다고도 하지 않고 보여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평생을 서울에 살아도 서울에 관한 책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듯이 3년을 살아보고 홍콩을 안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저자의 그 작은 홍콩을 넘어 이책이 배경으로 그려지는 홍콩은 왕가위가 그린 홍콩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책 표지에도 언급하고 있듯이 남 눈치 안보고 남이 뭘하건 상관하지 않는 철저하게 개인주의화된 도시. 서울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저자가 넌지시 배경으로 그려보는 홍콩은 더 심하게 개인주의화되어 있는 것같다.

서울보다 훨씬 작기에 헤어진 연인을 계속 마주칠 수 밖에 없는 홍콩. 작은 땅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있기에 임대료는 세계적 수준이고 생활비가 비싸기에 돈에 더욱 매달릴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더욱 경쟁이 치열하다. 거기에 아시아의 금융허브이면서 글로벌기업들의 아시아 본부가 몰려있는 곳이기에 홍콩사람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그 경쟁에 끼어든다. 취직하려면 영어와 광동어는 물론 이제는 북경어까지 요구되는 곳.

그러나 홍콩의 개인주의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만은 아닌 것같다. 영국 식민지를 거치면서 서구화된 문화가 형성되었고 다양한 인종 국적이 모이고 거치는 곳이라는 특성 때문이라고 이책의 배경을 보면서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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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 평전
한성무 지음, 김의정 옮김 / 호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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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역자가 후기에서 말하고 있듯이 아마 국내에서 출판된(아니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는 유일한 두보평전이다. 그나마 중국고전문학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이백과 두보인 만큼 다른 작가 들 가령 굴원이나 도연명, 백거이보다는 많은 편이지만 두보나 이백이나 책이 많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더군다나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으로 본격적인 평전은 아예 없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책은 그 내용이 어떻건 두보에 관해서 알려면 봐야만 할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이책의 내용은 어떨까? 우선 두보에 대한 기본적인 전기적 사실들은 물론 두보가 그의 삶을 살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떤 생각을 했는가를 충분한 분량으로 포괄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저자가 1500수가 넘는 두보의 시를 현대중국어로 완역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두보는 다른 시인과 달리 자신의 시에서 소소한 사실들을 자세하게 언급했기 때문에 시만으로도 그가 어디를 언제 어떻게(말을 타고 갔는지 걸어갔는지 누구와 갔는지 왜 갔는지 등) 그리고 거기에 가서 어떻게 살았는지(배를 곯았는지 박대를 받았는지 누가 쌀을 얼마나 보내줬는지 등) 등의 전기적 사실을 그의 시를 통해 충분히 재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에서 그때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 등을 쉽게 추려낼 수 있다.

이책의 구성은 두보의 시를 기초로 그의 행적을 연대기순으로 쫓아 배열하면서 그 시를 통해 두보의 삶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잇다. 분량이 상당한 만큼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추적해 들어간다.

이책의 그러한 성격 때문에 두보의 생애를 알기 위해서라면 이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시인으로서 두보를 알려고 한다면 즉 두보의 시세계와 그의 시를 느끼고 싶어서라면 이책은 추천할 만하지는 않다.

시인의 평전이라면 시인의 개인으로서의 삶은 물론 그의 예술까지 포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책의 저자의 스칼라십은 두보의 시세계에 대한 권위있는 평가를 내릴 정도라고 보기는 힘들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학문적 수준은 평범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문제는 중국학자들의 일반적인 문제이기도 한데 어찌 된 것이 자기나라에 대한 것인데도 중국학의 수준이 일본학자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구미학자들보다도 못하다. 이책의 저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책은 두보의 생애를 알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을 바란다면 다른 책을 택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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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터 - 집으로 쓴 시!, 건축 본능을 일깨우는 손수 지은 집 개론서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 1
로이드 칸 지음, 이한중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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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뭐라고 말하기가 힘든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책은 재미있다. 그러나 저자가 이책을 쓰면서 말하고자 하는바가 무엇인지가 언뜻 잡히지 않는다.

이책에 소개된 수많은 사진과 그림을 보면서 뗏장을 무덤에만 쓰는줄 알았더니 어엿한 건축재료였군, 흙을 이렇게 건축재료로 써왔구나 어 건초블럭으로 집을 짓는다고? 와 목재만으로 이렇게 웅장한 건축물을 만들 수도 있구나 버스를 개조해 이렇게 집으로 쓸수도 있군. 살아있는 나무 위에 집을 지어 살다니! 이런 공간에서 사람들이 살았구나 이런 구조의 집에서 사는 기분은 어떨까?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이책의 앞부분은 동굴, 천막, 목조 건물등 세계 곳곳의 여러가지 역사적 스타일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런 집들이 어떤 재료로 어떤 기술로 지어졌는지를 사진과 그림, 설계도면을 통해 자세히 다룬다.

그러다 중간부터는 목재나 시멘트, 폐자재를 활용해 손수 집을 지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기술적 설명이 길게 이어진다.

이책은 건축사이기도 하고 일반인이 손수 자기집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책으로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저자는 그리 글솜씨가 좋은 것같지는 않다. 건축사로 읽히는 부분은 거의 다 남의 책을 인용한 부분이다. 그리고 서로 연결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건축사 부분과 뒤의 건축기술을 설명하는 부분의 연결도 애매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책의 성격은 건축의 만화경이랄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여기저기서 그러모은 자료들을 그냥 나열하면서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그 만화경들을 보면서 책을 덮는 순간 저자가 이책으로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가 말로 설득된 것이 아니라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책의 저자는 성당이나 궁전 박물관 또는 빌딩과 같은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다루지 않고 생활공간으로서 기능하는 개인들의 거주지로서의 건축물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개인주거공간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다른 모습을 띄어 왔는가 그리고 동시대를 사는 살았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 공간을 다르게 구성했는가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주거에 대한 생각을 다르게 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책을 읽으면서 이런 공간에서 사는 기분은 어떨까, 이런 집을 짓는 데 그리 많은 돈은 들지 않겠는데 흠 쉽게 지을 수 있겠군 하는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느끼면서 저자의 생각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다.

저자는 건축의 아나키스트였던 것이다. 아마 그가 서울에 온다면 철근 콘크리트로 찍어낸 붕어빵 같은 아파트들이 도시를 점령한 것을 보면 기절을 할 것이다. 저자가 이책을 통해 독자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여유로우며 자유로운 개인공간을 꿈꾸게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이책에 소개한 것같은 건물을 지을 일도 가질 일도 있을 것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곳에서 사는 것이 어떤 기분일까는 언제나 꿈꿀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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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세상을 지어라
안도 다다오 지음, 이규원 옮김, 김광현 감수 / 안그라픽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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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는 특이한 사람이다. 고등학교 졸업장 밖에 없는 프로 복서 출신으로 건축을 독학으로 공부해 세계적인 건축가로 자수성가했으며 도쿄대 건축학과 교수가 된 사람. 안도 다다오는 그 이력만으로도 흥미가 가는 사람이다.



한국만큼이나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일본사회에서도 건축업은 더 폐쇄적일 수 밖에 없는 전문가집단 중 하나이다. 그 전문가 사회에서 학연이란 뒷배도 없이 혼자 건축가로 성공했고 그것도 세계적으로 거론되는 정말로 성공한 건축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안도 다다오가 정말로 특이한 것은 그의 건축이다. 그리고 이책에서 또 하나의 화려한 성공 스토리를 바란다면 당신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이책의 처음은 그가 어떻게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가 하는 경영자로서 조직의 책임자로서의 일상이 나오고 다음 장에선 어릴 적 집안과 동네 학교에서 어떤 생활을 했고 건축가로 이름을 얻기까지 그의 삶이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책은 제목처럼 '인간 안도 다다오'가 아니라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관한 책이다. 이책에서 개인으로서의 안도 다다오가 차지하는 양은 그 자신이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하는 부분만큼이나 작다(두 챕터에 불과하다).



이책이 보여주고 이책에서 보아야 할 것은 안도 다다오가 70년대부터 건축가로서 세상을 살아온 이야기이고 당연히 그 이야기는 그가 직업으로서 만들어온 그의 건축물들이다. 그리고 그의 건축은 도시의 게릴라 건축가라고 안도 다다오 자신이 스스로를 말하는 말만큼이나 특이하다.



그가 건축계에 자신의 이름을 확립한 작품인 초기건축물 스미요시 나가야는 그가 그 건물을 짖기 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상상할 수 없는 건물이다.



타일이나 벽돌은 물론 페인트 조차도 없이 그냥 그대로 콘크리트를 노출한 벽에 밖으로 난 구멍은 대문 밖에 없고 창문조차 없는 건물, 집의 중앙 1/3이 아무 용도 없이 빈 공간으로 버려져 있고 그 빈 공간의 천정만 하늘로 열려 있어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화장실에 가야 한다.



집의 중앙이 집을 둘로 나누니 자연스런 동선이 나올 수도 없고 단열도 되지 않은 콘크리트가 누드로 처리되었으니 집이 예쁘지도 않을 뿐더러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세상에 이런 건물이 있다니. 당시 이 건물이 알려졌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이 스미요시 나가야는 안도 다다오에게 상을 안겨주었지만 상을 수여하는 문구에는 일반적일 수는 없는 건물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안도 다다오의 이후 건축물들이 모두 이런 식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건물은 그후 안도 다다오 건축의 모든 것을 이미 담고 있었다. 안도 다다오가 그 건물로 세우려 한 것은 여백의 미학이다.



동양화 기법에 공탁법이라는 것이 있다. 달을 그릴 때 달을 직접 그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검게 칠해 달을 표현하는 것이다. 서양화와 동양화의 큰 차이를 말할 때 보통 여백을 말한다. 물론 서양화에서 여백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동양화에서처럼 여백이 크며 그 여백이 그림에서 능동적으로 의미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다르다. 동양화에서 여백은 그려진 부분과 능동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자체로서 큰 의미를 만든다.



건축 역시 마찬가지이다. 건물은 공간의 예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물은 건물이 세워지는 장소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건물은 관계 속에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세기초 정립된 현대건축은 그 관계를 무시했다.



철근 콘크리트와 유리가 건축재료로 확립된 시기 그 재료에 영혼을 부여한 것은 모더니즘이었다. 모더니즘 건축의 트레이드 마크인 직육면체와 각진 모서리로 대표되는 무표정한 기하학적 외양은 합리성이란 이름으로 그 자신만의 경제성과 기능성이라는 기준을 강요하면서 주변을 위압하고 대화를 거부한다. 광화문의 교보빌딩과 서울역의 대우빌딩을 보면 모더니즘 건축물의 유아독존을 알 수 있다.



모더니즘 건축이 구현하고 있는 원칙은 합리성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경제성과 기능성이었다. 그리고 안도 다다오가 속한 68세대는 바로 그 원칙에 반기를 들었던 세대이다.



68세대의 정신을 건축으로 표현해온 안도 다다오는 자신을 도시의 게릴라라고 부른다. 그가 저항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건축인가 무엇을 위한 건축인가를 묻지 않고 경제성과 기능성만 따져온 일본의 도시였다. 성장과 개발만 외치면서 수백년의 역사가 사라지고 공동체가 사라진 일본의 도시에 저항한 것이다.



스미요시 나가야는 일견 또 하나의 모더니즘 건축처럼 보인다. 무표정하다 못해 추하기까지 한 콘크리트 외양, 각진 기하학적 표현, 대문 하나 이외에는 창문도 없는 아예 주변과의 대화를 거부한 고립.



그러나 그가 거부한 것은 무분별하게 개발된 도시의 거리였다. 그 건물이 들어선 거리는 이미 조화를 할 대상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건축물에서 도시의 거리를 차단하고 하늘로만 통로를 열어 좁은 건물 안에 자연으로 뚫린 조화된 공간을 창조한 것이다.



그의 다른 대표작들인 산 등성이의 경사를 따라 지어진 연립주택이나 박물관, 사원, 교회 건축에선 그런 닫힌 공간을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원칙은 초기작에서나 후기작에서나 동일하다. 조화의 원칙이다.



건물은 그 장소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안도 다다오는 말한다. 즉 그 건물이 들어서는 주변공간과 조화되어야 하며 그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그 건물의 목적에 맞는 것이어야 하며 그것은 주변과의 조화에서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건축은 장소마다 나라마다 시대마다 달라질 수 밖에 없고 그 장소에 유일한 존재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이 이책에서 읽을 수 있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론일 것이며 이책에서 찾아야 할 내용일 것이다. 물론 이책에서 안도 다다오는 분명하게 자신의 건축론을 체계화하고 있지도 않으며 전체적으로 산만한 느낌까지 있다. 그리고 위에서 요약한 내용을 알아보려면 건축사에 대해 어느 정도 예비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건축사에서 안도 다다오가 차지하는 위치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예비지식이 있다면 이책에서 안도 다다오란 건축가가 왜 유명할 수 밖에 없는지 알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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