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ndship - 친구네 집에 가는 길은 먼 법이 없다
정현종 옮김, 메이브 빈치 글, various artists 사진 / 이레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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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책에서 처음 본 덴마크 속담이다. 이책의 부제로도 사용된 이 속담만큼 이책의 내용을 잘 말해주는 말도 없을 것같다.

친구네 집이 멀지 않은 이유는 가족을 빼면 친구보다 가까운 사람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란 말이 너무나 남용되고 있지만 그 말이 갖는 힘은 언제나 막강하다. 이책은 그말이 갖는 힘을 말이 아니라 100장 가까운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느끼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오로지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이책에 인용된 헬렌 켈러의 말이다.

그러므로 우정은 말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며 만질 수도 없다. 느낄 뿐이다. 그리고이책에 수록된 사진들은 실체도 없고 그림자도 볼 수 없지만 그렇기에 소중한 우정을 느끼게 한다. 아마 이책의 사진들을 보면서 느끼는 우정이란 이책의 서문에서 말하는 것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나는 내 친구들의 생김새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다. 누군가 내게 물어봐도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내 친구인 이상 내가 보는 것은 그들의 웃는 얼굴, 내 말을 열심히 귀담아 듣는 모습, 내가 내가 좋은 소식을 전해줄 거라는 믿음, 그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어쩐 친구는 좀 뚱뚱하고 대머리라든지 또 다른 친구는 실제 나이보다 열 살쯤 젊어 보이는 절세미인이라든지 하는 얘기를 나는 할 수 없다. 이런 얘깃거리는 우정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 사진집에 담긴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구의 옷차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는 것처럼 나 역시 내 친구들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들이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 말 할 수 없다. 다른 모든 것을 보이지 않게 할 만큼 내게 중요한 것은 친구 자체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이해라며 함께할 수 있는 친구. 세상 모든 것을 대신하는 단 한 마디인 친구 말이다.”

이책의 사진들이 보여주고 있고 그 사진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바로 그런 벌거벗은 우정의 소중함과 소중한 것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다. 그 아름다움이 어디서 오는 것인가에 대해선 위에서 인용한 서문의 글보다 더 나은 말을 할 수가 없다.

이책의 사진들에 잡힌 해맑고 치기어린 웃음과 노인들의 달관한 여유로운 웃음을 보면서 마음이 따듯해짐을 느낀다. 그러면서 동시에 질투가 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말이 많을 필요가 없는 이책에 대한 서평을 이책에서 처음 본 앗시리아 속담과 함께 끝내려 한다: “네 친구에 대해 들려준다면 나는 네가 누구인지 말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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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제국을 말하다 - 중국 제국 시스템의 형성에서 몰락까지, 거대 중국의 정치제도 비판
이중텐 지음, 심규호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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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학에서 악명 높은 논의로 왜 아시아는 정체되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아시아 정체론이 있었다. 요즘은 그런 논의를 대놓고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질문의 뿌리에 있는 문제의식은 왜 아시아에서 자본주의가 나오지 않고 저 야만스럽고 광신적이며 돼먹지 않은 유럽에서 자본주의가 나왔는가?란 자괴감이 잇기 때문이다.

일본학계에서 시작해 한국학계에도 유행했엇던 자본주의 맹아론은 아시아 정체론의 또다른 표현이었다. 그렇지 않다. 조금만 있었으면 우리도 자본주의가 대두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헛소리이다. 유럽에서 자본주의가 일어난 것은 역사적인 우연일 뿐이었으니까. 우연이 왜 우리에게도 일어나지 않았는가라고 해봐야 우는 소리일 뿐이다.

이책의 저자는 아시아 정체론의 중국판 논의를 하고 있다. 저자의 질문은 이런 것이다. 왜 중국에선 민주주의가 불가능했었는가? 이런 질문을 접하면 아마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유럽에서 민주주의가 일어날 수 있었던 것도 자본주의처럼 역사적 우연이니 이런 질문을 해봐야 쓸데없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국사교과서에 화백회의가 민주주의의 표현이었고 당쟁도 정당정치처럼 민주주의의 형식이라 볼 수 있다는 우습지도 않은 열등감의 표현과 다를 것이 없는 것 아닌가?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이책의 저자가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왜 중국에선 민주주의가 없었는가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지금의 중국에서 중국인을 상대로 쓴 책이기 때문이다.

유신을 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한국적 민주주의를 운운하였기 때문에 전통과 문화에 맞는 민주주의라고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나라의 전통과 역사에 맞지 않는 정치제도는 가능하지 않다는데 있다. 중국에서 가능한 민주주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기 위해 저자는 전통이 무엇이었던가를 묻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책에서 저자는 중국의 역사를 정치제도사에서 살펴보려 한다. 중국의 정치제도는 부족국가 이후 봉건제가 있었고 봉건제의 논리적 연장에서 진시황의 통일국가가 등장한 후 청나라가 무너지기까지 2천년동안 제국 제도가 유지되었다.

이후 중국은 진 한 수 당 송 원 명 청 으로 왕조는 교체되엇지만 제국이란 제도는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국사의 정체론을 다시 제기한다. 기본적으로 진시황 이후 2천년동안 제국제도란 DNA는 그대로인채 이름만 바뀌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제도의 정체는 문화와 경제의 정체를 낳았다고 말한다.

200년 정도의 사이클을 가지면서 중국의 제국은 교체되었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여러가지 설명이 있어왔다. 유럽학계에서 제기되었던 것의 하나로는 태양흑점의 사이클에 따라 농업생산력이 사이클을 그리면서 농민반란을 일으켰고 왕조의 교체로 이어졌다는 논의도 있다.

농민반란에 의한 왕조교체를 일본학계에서 제도사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과대성장국가론이라는 것이 있었다. 중앙집권의 관료제 국가라는 것이 농업이라는 빈약한 산업에만 의존하는 경제가 지탱하기에는 과대하다는 것이다. 정부조직이라는 것이 가만놔둬도 여러가지 이유로 팽창하게 될 수 밖에 없다. 하인리히 법칙이다. 그러면 정부는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농민을 쥐어짜게 되고 그 착취의 정도가 견딜 수 없게 되면 반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반대라고 말한다. 과대성장국가가 아니라 제국이란 시스템은 소농 위주의 빈약한 경제기반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국은 사농공상이란 질서를 선호하며 상공업을 억제하려 든다.

저자의 논의는 일본의 다른 학설과 비슷하다. 고리타의 순환론에 의하면 제국이란 제도는 제국이란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잇는 한계가 있고 한계에 도달한 제국은 무너진다. 그리고 그렇게 무너진 제국은, 그 제국을 형성했던 사회구조나 구성원 개개인의 삶의 질은 무너지기 전보다 열악해진다.  분열은 파괴를 불러오고 파괴는 퇴보를 초래해 제국이 도달했던 한계 이전으로 되돌려 놓는다. 그리고 능력있는 사람이 나타나 다시 통합을 시도하고, 그래서 또 다시 제국이 건설된다.

저자는 제국이란 시스템에 과부하를 거는 변수를 3가지 들고 있다. 인구, 경제규모, 영토.

제국은 농업이란 저효율경제를 전제로 설계된 시스템이며 효율이 높은 시스템이 아니다. 그런데 태평성대가 지속되어 인구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이를 감당하기 위해 늘어나야 할 관료의 증가속도는  제도의 효율이 낮기 때문에 인구증가속도를 추월한다. 그러면 그 관료를 부양할 능력이상으로 팽창하면서 경제에 부하를 걸게 되고 관료집단의 규모가 통제가 어려운 정도까지 부풀면서 부패는 도를 넘어서게 된다. 영토확장도 마찬가지 효과가 잇다.

경제규모도 마찬가지이다. 제국의 통치로 장기간의 안정이 지속되면 농업이상으로 효율이 높은 상공업이 성장한다. 실제 제국의 성세에는 상공업이 도시를 중심으로 극대화된 시기엿다. 그러나 부의 증가는 재앙을 낮는다. 부의 증가는 불평등하다. 즉 빈부격차가 심화되게 된다. 그러면 토지겸병이 일어나 토호의 세력이 강성하게 되며 땅을 잃은 농민이 양산되어 유민과 도적떼가 늘어난다. 지방의 강대한 호족(이나 상인)도 난민도 모두 제국의 저효율시스템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그러면 왜 제국 시스템은 저효율인가? 사실 인구, 영토, 경제규모의 설명도 고리타의 순환론을 적용해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고 저자가 분명하게 명료화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왜 제국이 저효율인가도 저자가 분명하게 말하고 있지를 않다.

그러나 저자는 그 이유를 푸코의 감시와 처벌과 비슷한 논리로 생각하는 것같다. 푸코의 감시와 처벌에서 근대 자본주의 국가와 절대왕정 시대의 정치제도의 작동방식을 권력의 차이로 설명한다. 절대왕정까지의 정치제도는 폭력에 근거한 시스템이었다고 말한다. 권력이 폭력에 근거할 경우 저자의 말마따나 원가가 높아진다. 근대국가처럼 시민의 마음에 권력을 내면화하는 것보다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

저자 역시 제국이란 제도는 폭력에 기반하는 시스템이었기에 순환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같다. 저자는 그 시스템을 예치 시스템이라 부른다.

중국의 제국 제도는 유럽의 절대왕정처럼 전제 즉 권력이 황제에게 집중되어 잇는 제도였다. 물론 폭력으로 시스템을 운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피지배자의 동의 적어도 묵인을 얻어야 한다. 그 수단이 예치시스템이었다는 것이다. 문화로 통치한다. 한무제 이후 중국제국은 모두 유교를 국시로 했다. 제국의 공식 이념이 된 유교가 말하는 것은 충과 효라는 신분질서이다.

제국은 법치가 아닌 예에 의한 통치를 말했지만 실제 이것은 복종을 말하는 것 이상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본다. 반역만 하지 말고 세금만 잘 내고 입다물고 있으라는 것이 제국 제도였다는 것이다. 제국이 신민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 이상이 아니었다. 그러면 제국은 그 대가로 무엇을 주었는가?

농업은 안정을 필요로 한다. 외적의 침입이 없고 도적떼가 없으며 건달들이 횡행하지 않으면 날씨만 좋다면 태평성대이다. 제국이 농민들에게 준 것은 바로 그 안정이었고 제국의 시스템은 그 정도를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였다.

안정을 제공하는 것 이상은 제국이 줄 생각도 없었고 바라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누가 왕인지 알지 못하고 왕이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가 태평성대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에 대해 왈가불가하지 않기를 요구하는 유교가 국교가 된 것은 필연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이것이 동시에 재앙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제국이란 제도가 탄생할 수 잇었던 것은 춘추전국시대의 제가백가들의 사상적 혼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창조는 다양성에서 나온다. 그러나 유교 하나만 남기고 사상의 자유를 막아버리면서 중국은 제국이란 제도 이외에 다른 대안을 생각해낼 능력을 잃어버리고 2천년동안 정체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정체되었다 유럽으로부터의 충격을 받으면서 중국의 제국 제도는 무너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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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결사의 세계사
김희보 지음 / 가람기획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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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을 펴다가는 전문가의 세계에서 매장당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음모론이란 것이 지적 성실성이 의심스러운 설명이기 때문이다. 증거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는 없지만 어쩌고 하는 식으로 모든 의심스러운 것을 가져다 붙이는 논리는 지적 불성실의 극치이기 때문이다.

이책에서 다루는 비밀결사들은 바로 그런 음모론의 단골메뉴이다. 프리메이슨, 유대게이트 성전기사단 등등. 이책은 그런 비밀결사의 세계사란 제목으로 나온 책이다. 그러나 더 맞는 제목은 비밀결사의 잡탕일 것이다.

hodgepodge란 영어단어가 있다. 이것저것 그러모은 잡탕이란 뜻인데 우리 요리에서 그에 해당하는 것이 부대찌개이다. 이책이 바로 그런 요리에 해당한다.

이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재미있다거나 지루하다거나 하는 심리적인 증상이 아니라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육체적 증상이었다.

책의 1부는 비밀스런 의식을 올리던 고대 이집트 종교부터 디오니소스 축제, 아프리카 부족의 성인식 까지 정말 제목에 걸맞게 온갖 비밀집회들을 추적해 간다. 그 와중에 중국사에서 이름은 정말 많이 들어봤지만 실체는 확실히 모르는 오두미교라든가 무협에 뻔질나게 등장하는 백련교라든가 삼합회까지 언급이 된다(이 부분은 나름 꽤 흥미가 있었다).

그러나 너무 넓은 범위의 대상을 작은 분량에 우겨넣다보니 주마간산격이다. 사전을 통채로 처음부터 읽는 기분이었다. 중학교 때 영어사전 외우기가 유행인 적이 있어서 해봤던 바로 그짓을 수십년만에 다시 하는 기분이었다.

프리메이슨을 다루는 2부에서 이런 두통은 좀 가라앉았다.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 이 부분은 나름 얻은 것이 많았다. 이책에서 얻은 지식을 나름 정리하자면 이런 식이다.

프리메이슨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프리메이슨은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프리메이슨이 내선 강령은 당시 계몽주의를 반영한 것이었고 프랑스와 미국에 퍼져 프랑스혁명과 미국혁명의 사상적, 인적 기반을 제공했다.

사실 프랑스혁명과 미국혁명을 보면 어느날 갑자기 뚱딴지 같이 터져나온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혁명의 주도자들이 프리메이슨 회원들이라는 설명에서 의문이 풀렸다. 프리메이슨이란 네트웤을 통해 인적자원이 형성되어 있었고 협회의 기치인 계몽사상을 요약하는 자유 평등 박애가 혁명의 이념이 된 것이다.

프리메이슨이란 네트웤은 1,2차대전 연합군의 연계와 전후 미국중심의 블럭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엇다.

괜찮은 발견이다. 그러나 갑자기 음모론이 제기된다. 프리메이슨이 세계정부를 세우려한다는 논의를 전개하면서 세계정부의 필요성을 공감시키기 위해 공황을 일으키고 전쟁을 일으키고 환경재앙을 일으킨다는 논의를 하고 있다. 프리메이슨과 관련된 음모론의 단골메뉴이다.

그러나 그런 논의가 음모론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증거가 잇어야 한다. 그러나 마땅한 증거를 이책에서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기겁을 할 수 밖에 없다. 유대인들의 음모를 다루는 3부에서는 그런 음모론적 접근이 누그러든다. 유대인의 음모라 하는 것이 사실 악의적인 공격이라는 것이다. 로스차일드가에 대한 중상모략도 대단히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로스차일드가에 대한 책을 보면 저자의 설명은 대체로 객관적이다.

그러나 유대게이트 부분을 읽다보면 다시 두통이 도진다. 여기저기 그러모아놓은 사전을 읽는 기분이다. 프리메이슨 부분도 사실 그런 감이 잇었지만 전체적으로 프리메이슨이란 네트웤을 세계사의 배경으로 읽을 수 잇다는 사실을 발견한 개인적인 흥미때문이었다.

두통의 원인은 결국 이렇게 말할 수 잇다. 저자의 입장이 이책에는 없다. 무슨 말이냐 이책 저책 마구 그러모은 편집물이기 때문이다. 다빈치 코드나 X 파일은 재미라도 잇다. 그러나 음모론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을 표방하는 이책은 두통만 일으키는 즉 머리의 구역질을 일으키는 부대찌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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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인록 - 중국 역사를 뒤흔든 5인의 독불장군
이중텐 지음, 박주은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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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저자 이중톈 삼국지강의로 유명하다. 이미 그의 삼국지 강의를 읽은 사람이라면 이책의 조조를 다루는 파트에서 상당부분이 중복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저자의 다른 책인 초한지강의와 항우 파트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책의 전체적인 주제인 중국역사에서 사회와 개인이란 주제도 제국을 말한다는 다른 저서의 주제와 겹친다.

그의 다른 저서들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면 이책의 의미는 무엇일까? 달리 말해서 그책들을 읽었다면 이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가? 우선 답을 하자면 충분히 읽을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책의 내용은 이책에 등장하는 5명의 생애사를 안다는 데 있지 않다. 이책의 독자는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을 상대로 쓰여진 것이다. 한국인이 이순신이나 이성계, 세종대왕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을 알고 있듯이 이책이 다루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중국인이라면 당연히 기본적인 사실은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독자를 상대로 쓰여진 이책은 그들에 대한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그렇다고 500페이지를 5명에게 할당하면서 보통 알고 있는 수준보다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알려준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책의 목적은 이책의 제목처럼 사람을 품하는 것 즉 평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본적인 행적을 넘어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는가란 전체적인 평가를 하기 위한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그들의 삶에서 그들의 내면을 알 수 있는 사건들을 선택적으로 보여주고 그들이 내면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파고 들어간다.

이책의 목적은 그들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것 즉 그들의 개성을 아는데 있다. 그리고 이책이 대상으로 한 5명은 중국역사에서도 특히나 개성이 뚜렷했던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책은 개성만 강하면 아무나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저자는 중국역사에서 5명을 뽑을 때 기준으로 중국의 문화 즉 집단주의 문화와 충돌하면서 자신의 개성을 역사에 각인시켰던 사람들을 뽑아 서술한 것이다.

항우는 그의 귀족적 가치관 때문에 죽어야 했고 조조는 그의 마키아벨리주의적 행동 때문에 천년이 지나도록 욕을 먹었으며 무측천은 여성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고 증명했기에 악명을 들어야 했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중국의 문화전통과 충돌하면서 그들이 낸 파열음을 파고들면서 그들이 어떤 개성을 가졌기에 그렇게 충돌을 할 수 밖에 없었는가를 보여준다.

그들 모두에게 공통된 것은 개인의 자질과 능력에 우월성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문화에서 그런 개인들은 용납될 수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체적으로 이상이 이책의 주제라 할 수 있다. 주제 자체로 보면 이책을 보는 것보다는 저자의 제국을 말한다를 보는 것이 더 좋다. 그러나 이책만이 줄 수 있는 장점은 중국역사상의 문제아들을 개인으로서 느끼면서 그들의 개성을 느낄 수 잇다는 것이다. 조조나 항우의 경우 삼국지강의나 초한지강의에선 전체적으로 그 시대에 주안점이 두어졌지 그들의 개성만에는 촛점이 두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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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번째 법칙 - 역사상 가장 대담하고 냉혹한 성공의 기술 로버트 그린의 권력술 시리즈 4
로버트 그린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살림Biz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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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법칙, 전쟁의 기술, 유혹의 기술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저자의 신간인 이책은 저자의 이전 책들에 비하면 소품이랄 수 있다. 이전에 쓰인 책들이 모두 빡빡한 글자에 500페이지를 넘는 부피를 자랑했다면 이번의 저서는 글자도 크고 그책들에 비하면 적은 페이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전의 저서들보다 이책이 더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이전의 저작들의 편집은 그의 처음 저서인 권력의 법칙과 같은 체제를 따른다. 원서의 제목처럼 48법칙을 나열한 구성에 각 법칙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동서고금에서 동원하고 그 사례를 법칙에 따라 설명하는 식의 구성을 갖고 있다. 워낙 법칙이라 내세운 제목도 마키아벨리적인 노골적 내용인데다 동원된 사례도 워낙 다양하고 그 사례를 이야기하는 스타일도 재미있는데다 그 이야기에 대한 코멘트도 법칙이란 제목만큼 노골적이라 사람의 마음을 잡아 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구성이 하나의 이미지를 그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전체적으로 저자가 말하려는 행동양식이 어떤 것인지는 감이 오지만 법칙들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를 그리도록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사례들도 한사람의 이미지를 그리기에는 너무나 잡다하면서 모자이크의 파편같은 느낌이다.

이책의 내용이 그의 전작들과 다른 것은 많지 않다. 그러나 50센트라는 랩퍼를 중심에 놓은 이책은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런 상황이었다면 50센트는 어떻게 했을까? 란 질문에 구체적인 답이 나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책을 읽으면서 칭기스칸이 떠올랐다. 이책이 묘사하는 50센트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밑바닥에서 자신의 두려움과 어리석음을 벗고 현실적으로 무엇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비참하고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을 고통스럽게 참으며 내디뎠던 사람. 이러한 묘사가 이책이 포커스를 두고 있는 50센트의 삶이었다. 그리고 같은 말을 칭기스칸의 삶에도 그리고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몽골인들에게도 할 수 있다.

칭기스칸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암살 당했다. 그의 아버지는 몽골을 통일했었지만 동족에 의해 금나라에 팔려가 죽었던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 몽골을 재통일하려고 했었다. 수십년째 몽골은 내전에 시달리고 잇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암살당했고 칭기스칸은 친척들에 의해 적에게 넘겨졌고 가까스로 탈출한 칭기스칸에게 남은 것은 자신의 그림자뿐이었다.

생존만이 최선인 그에겐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밑바닥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그는 언젠가는 전란을 끝내고 먹는 것을 입을 것을 걱정하지 않는 때가 올 것이라는 오지 않으면 그렇게 만들 것이라는 의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의지는 내전을 끝내고 몽골인들을 규합해 제국을 만들었다.

칭기스칸과 당시 몽골인들은 극한의 시절을 보내면서 두려움이란 감정을 극복했다. 이책에서 말하듯이 우리가 두려워 하는 대부분은 실제 닥쳐보면 별 것이 아니다. 그리고 능히 대처해 나가는 자신에 놀라면서 할 수 잇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극한 상황은 두려움 때문에 현실을 윤색하는 허위의식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들의 극한상황은 비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 현실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해 살아남는 것을 요구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실용주의자가 되어야 했고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았기에 현실에 대한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생존이란 궁극적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냉혹함을 가지게 되었다. 이책에서 말하듯이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자신을 바꾸면 된다.

몽골인들이 적의 1/100의 병력을 가지고 제국을 세워질 수 잇었던 것은 극한의 환경에서 그들이 가질 수 밖에 없었던 마인드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마인드는 흑인 빈민가에서 마약장수를 하면서 밑바닥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50센트가 정상의 힘합 아티스트가 되고 사업가가 될 수 있었던 힘이라 저자는 말한다.

이상이 이책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을 짧게 정리해본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저자의 다른 책들을 이미 읽은 사람들이든 읽지 않은 사람이든 이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읽은 사람들에겐 그의 이전 저서들의 요약이면서 결정판으로 읽지 않은 사람들에겐 그의 저서들에 대한 입문으로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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