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번째 법칙 - 역사상 가장 대담하고 냉혹한 성공의 기술 로버트 그린의 권력술 시리즈 4
로버트 그린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살림Biz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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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법칙, 전쟁의 기술, 유혹의 기술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저자의 신간인 이책은 저자의 이전 책들에 비하면 소품이랄 수 있다. 이전에 쓰인 책들이 모두 빡빡한 글자에 500페이지를 넘는 부피를 자랑했다면 이번의 저서는 글자도 크고 그책들에 비하면 적은 페이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전의 저서들보다 이책이 더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이전의 저작들의 편집은 그의 처음 저서인 권력의 법칙과 같은 체제를 따른다. 원서의 제목처럼 48법칙을 나열한 구성에 각 법칙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동서고금에서 동원하고 그 사례를 법칙에 따라 설명하는 식의 구성을 갖고 있다. 워낙 법칙이라 내세운 제목도 마키아벨리적인 노골적 내용인데다 동원된 사례도 워낙 다양하고 그 사례를 이야기하는 스타일도 재미있는데다 그 이야기에 대한 코멘트도 법칙이란 제목만큼 노골적이라 사람의 마음을 잡아 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구성이 하나의 이미지를 그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전체적으로 저자가 말하려는 행동양식이 어떤 것인지는 감이 오지만 법칙들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를 그리도록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사례들도 한사람의 이미지를 그리기에는 너무나 잡다하면서 모자이크의 파편같은 느낌이다.

이책의 내용이 그의 전작들과 다른 것은 많지 않다. 그러나 50센트라는 랩퍼를 중심에 놓은 이책은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런 상황이었다면 50센트는 어떻게 했을까? 란 질문에 구체적인 답이 나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책을 읽으면서 칭기스칸이 떠올랐다. 이책이 묘사하는 50센트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밑바닥에서 자신의 두려움과 어리석음을 벗고 현실적으로 무엇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비참하고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을 고통스럽게 참으며 내디뎠던 사람. 이러한 묘사가 이책이 포커스를 두고 있는 50센트의 삶이었다. 그리고 같은 말을 칭기스칸의 삶에도 그리고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몽골인들에게도 할 수 있다.

칭기스칸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암살 당했다. 그의 아버지는 몽골을 통일했었지만 동족에 의해 금나라에 팔려가 죽었던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 몽골을 재통일하려고 했었다. 수십년째 몽골은 내전에 시달리고 잇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암살당했고 칭기스칸은 친척들에 의해 적에게 넘겨졌고 가까스로 탈출한 칭기스칸에게 남은 것은 자신의 그림자뿐이었다.

생존만이 최선인 그에겐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밑바닥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그는 언젠가는 전란을 끝내고 먹는 것을 입을 것을 걱정하지 않는 때가 올 것이라는 오지 않으면 그렇게 만들 것이라는 의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의지는 내전을 끝내고 몽골인들을 규합해 제국을 만들었다.

칭기스칸과 당시 몽골인들은 극한의 시절을 보내면서 두려움이란 감정을 극복했다. 이책에서 말하듯이 우리가 두려워 하는 대부분은 실제 닥쳐보면 별 것이 아니다. 그리고 능히 대처해 나가는 자신에 놀라면서 할 수 잇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극한 상황은 두려움 때문에 현실을 윤색하는 허위의식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들의 극한상황은 비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 현실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해 살아남는 것을 요구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실용주의자가 되어야 했고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았기에 현실에 대한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생존이란 궁극적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냉혹함을 가지게 되었다. 이책에서 말하듯이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자신을 바꾸면 된다.

몽골인들이 적의 1/100의 병력을 가지고 제국을 세워질 수 잇었던 것은 극한의 환경에서 그들이 가질 수 밖에 없었던 마인드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마인드는 흑인 빈민가에서 마약장수를 하면서 밑바닥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50센트가 정상의 힘합 아티스트가 되고 사업가가 될 수 있었던 힘이라 저자는 말한다.

이상이 이책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을 짧게 정리해본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저자의 다른 책들을 이미 읽은 사람들이든 읽지 않은 사람이든 이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읽은 사람들에겐 그의 이전 저서들의 요약이면서 결정판으로 읽지 않은 사람들에겐 그의 저서들에 대한 입문으로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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