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결사의 세계사
김희보 지음 / 가람기획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음모론을 펴다가는 전문가의 세계에서 매장당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음모론이란 것이 지적 성실성이 의심스러운 설명이기 때문이다. 증거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는 없지만 어쩌고 하는 식으로 모든 의심스러운 것을 가져다 붙이는 논리는 지적 불성실의 극치이기 때문이다.

이책에서 다루는 비밀결사들은 바로 그런 음모론의 단골메뉴이다. 프리메이슨, 유대게이트 성전기사단 등등. 이책은 그런 비밀결사의 세계사란 제목으로 나온 책이다. 그러나 더 맞는 제목은 비밀결사의 잡탕일 것이다.

hodgepodge란 영어단어가 있다. 이것저것 그러모은 잡탕이란 뜻인데 우리 요리에서 그에 해당하는 것이 부대찌개이다. 이책이 바로 그런 요리에 해당한다.

이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재미있다거나 지루하다거나 하는 심리적인 증상이 아니라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육체적 증상이었다.

책의 1부는 비밀스런 의식을 올리던 고대 이집트 종교부터 디오니소스 축제, 아프리카 부족의 성인식 까지 정말 제목에 걸맞게 온갖 비밀집회들을 추적해 간다. 그 와중에 중국사에서 이름은 정말 많이 들어봤지만 실체는 확실히 모르는 오두미교라든가 무협에 뻔질나게 등장하는 백련교라든가 삼합회까지 언급이 된다(이 부분은 나름 꽤 흥미가 있었다).

그러나 너무 넓은 범위의 대상을 작은 분량에 우겨넣다보니 주마간산격이다. 사전을 통채로 처음부터 읽는 기분이었다. 중학교 때 영어사전 외우기가 유행인 적이 있어서 해봤던 바로 그짓을 수십년만에 다시 하는 기분이었다.

프리메이슨을 다루는 2부에서 이런 두통은 좀 가라앉았다.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 이 부분은 나름 얻은 것이 많았다. 이책에서 얻은 지식을 나름 정리하자면 이런 식이다.

프리메이슨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프리메이슨은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프리메이슨이 내선 강령은 당시 계몽주의를 반영한 것이었고 프랑스와 미국에 퍼져 프랑스혁명과 미국혁명의 사상적, 인적 기반을 제공했다.

사실 프랑스혁명과 미국혁명을 보면 어느날 갑자기 뚱딴지 같이 터져나온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혁명의 주도자들이 프리메이슨 회원들이라는 설명에서 의문이 풀렸다. 프리메이슨이란 네트웤을 통해 인적자원이 형성되어 있었고 협회의 기치인 계몽사상을 요약하는 자유 평등 박애가 혁명의 이념이 된 것이다.

프리메이슨이란 네트웤은 1,2차대전 연합군의 연계와 전후 미국중심의 블럭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엇다.

괜찮은 발견이다. 그러나 갑자기 음모론이 제기된다. 프리메이슨이 세계정부를 세우려한다는 논의를 전개하면서 세계정부의 필요성을 공감시키기 위해 공황을 일으키고 전쟁을 일으키고 환경재앙을 일으킨다는 논의를 하고 있다. 프리메이슨과 관련된 음모론의 단골메뉴이다.

그러나 그런 논의가 음모론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증거가 잇어야 한다. 그러나 마땅한 증거를 이책에서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기겁을 할 수 밖에 없다. 유대인들의 음모를 다루는 3부에서는 그런 음모론적 접근이 누그러든다. 유대인의 음모라 하는 것이 사실 악의적인 공격이라는 것이다. 로스차일드가에 대한 중상모략도 대단히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로스차일드가에 대한 책을 보면 저자의 설명은 대체로 객관적이다.

그러나 유대게이트 부분을 읽다보면 다시 두통이 도진다. 여기저기 그러모아놓은 사전을 읽는 기분이다. 프리메이슨 부분도 사실 그런 감이 잇었지만 전체적으로 프리메이슨이란 네트웤을 세계사의 배경으로 읽을 수 잇다는 사실을 발견한 개인적인 흥미때문이었다.

두통의 원인은 결국 이렇게 말할 수 잇다. 저자의 입장이 이책에는 없다. 무슨 말이냐 이책 저책 마구 그러모은 편집물이기 때문이다. 다빈치 코드나 X 파일은 재미라도 잇다. 그러나 음모론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을 표방하는 이책은 두통만 일으키는 즉 머리의 구역질을 일으키는 부대찌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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