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ndship - 친구네 집에 가는 길은 먼 법이 없다
정현종 옮김, 메이브 빈치 글, various artists 사진 / 이레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이책에서 처음 본 덴마크 속담이다. 이책의 부제로도 사용된 이 속담만큼 이책의 내용을 잘 말해주는 말도 없을 것같다.

친구네 집이 멀지 않은 이유는 가족을 빼면 친구보다 가까운 사람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란 말이 너무나 남용되고 있지만 그 말이 갖는 힘은 언제나 막강하다. 이책은 그말이 갖는 힘을 말이 아니라 100장 가까운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느끼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오로지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이책에 인용된 헬렌 켈러의 말이다.

그러므로 우정은 말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며 만질 수도 없다. 느낄 뿐이다. 그리고이책에 수록된 사진들은 실체도 없고 그림자도 볼 수 없지만 그렇기에 소중한 우정을 느끼게 한다. 아마 이책의 사진들을 보면서 느끼는 우정이란 이책의 서문에서 말하는 것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나는 내 친구들의 생김새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다. 누군가 내게 물어봐도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내 친구인 이상 내가 보는 것은 그들의 웃는 얼굴, 내 말을 열심히 귀담아 듣는 모습, 내가 내가 좋은 소식을 전해줄 거라는 믿음, 그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어쩐 친구는 좀 뚱뚱하고 대머리라든지 또 다른 친구는 실제 나이보다 열 살쯤 젊어 보이는 절세미인이라든지 하는 얘기를 나는 할 수 없다. 이런 얘깃거리는 우정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 사진집에 담긴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구의 옷차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는 것처럼 나 역시 내 친구들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들이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 말 할 수 없다. 다른 모든 것을 보이지 않게 할 만큼 내게 중요한 것은 친구 자체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이해라며 함께할 수 있는 친구. 세상 모든 것을 대신하는 단 한 마디인 친구 말이다.”

이책의 사진들이 보여주고 있고 그 사진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바로 그런 벌거벗은 우정의 소중함과 소중한 것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다. 그 아름다움이 어디서 오는 것인가에 대해선 위에서 인용한 서문의 글보다 더 나은 말을 할 수가 없다.

이책의 사진들에 잡힌 해맑고 치기어린 웃음과 노인들의 달관한 여유로운 웃음을 보면서 마음이 따듯해짐을 느낀다. 그러면서 동시에 질투가 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말이 많을 필요가 없는 이책에 대한 서평을 이책에서 처음 본 앗시리아 속담과 함께 끝내려 한다: “네 친구에 대해 들려준다면 나는 네가 누구인지 말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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