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멋대로 스케치북 생각이 쑥쑥 브레인스토밍 미술
라보 아틀리에 공동체 지음, 이연옥 옮김 / 시금치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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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니, 우리 동네 도림천에 수량이 폭발직전이다.

이 동네가 워낙 낙후되어서 여름 장마철엔 한밤중의 위험수위이니 조심하라는 긴급 사이렌 소리와 안내방송을 몇 번은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작년에도 그랬고 , 올 해도 지난 번 엄청 비가 쏟아졌을 때 그랬다.


다행히 지난 주말엔 위험 수위까지 가진 않았고, 다만 장마철 전까지만 해도 가뭄으로 수량이 현저히 적어 썩은 내까지 진동하던 도림천이 제법 하천의 모양새를 하였다. 빗줄기가 대지를 식혀서인지 알맞게 젖은 땅은 산책을 하기에도 적당했다. 

길을 따라 걷다가 초등학생 3,4학년 정도 된 듯한 아이들이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흠뻑 젖은 옷에도 아랑곳않고 뭐가 즐거운지 큭큭, 킥킥, 깔깔대고 있었다.보아하니 누가 오래 물속에 들어앉아 있나 내기를 하는 듯했다.


비가 넘치게 와서 좋은 이들이 있긴 있구나 하면서, 나도 왠지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물속에서 놀고 있는 애들이 이들만은아니었다. 군데군데 또래들끼리 이런 저런 장난을 하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여기가 서울인가 싶었다.


물론 강남아이들은 절대 저렇게 안놀 것이다. 놀 시간이 없을 것이고, 부모들은 위생상 확인되지 않은 하천에서 손발을 다 담그고 놀게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강남에는 요런 하천이 동네를 따라 흐르는 곳이 없을 터이다. 


생각해 보니, 내가 어렸을 때에는 과외가 없었다. 물론 난 시골에서 나의 가장 어린 시절을 보냈고, 초등학교 고학년때 부산이라는 대도시로 전학을 온 것이 도시생활의 시작이었다.

해서 어린 시절은 노는 게 당연했다. 공터에서, 뭔가 새로 짓고 있는 공사장에서, 누군가의 밤나무골에서, 학교 뒷산에서, 하루하루 언제나 새로운 놀거리를 찾아다녔다. 그게 일이었다.


내가 어린시절을 놀며 보내서인지 요즘 초등학생도 당연 나와 같을 것이라 여겼던 듯하다. 그런데 재작년 서울시청 근처에서 만난 한 초등학생을 만나고 나서는 세상이 변했단 사실을 알았다.

시각은 밤이 깊은 11시 넘어서. 나는 혹시 버스가 끝났을가봐 서둘러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가고 있었는데 슬리퍼를 신은 초등학생 2명이 손을 잡고 앞에 걸어가고 있다. 


놀란 나 :  너네들 이 시각에 여기 왜 있어? 

아이들 중 1명 : 촛불 집회왔어요.

놀란 나 : 엉? 엄마아빠한데 혼나지 않아?

아이들 중 1명 : 혼안나요. 어차피 학원에 있을 시간인데요 뭐..

더더욱 놀란 나: 아니너네 몇학년인데..초등학생 하냐?

아이들 : 맞아요. ..5학년이에요..내친구들은 다들 학원에서 공부해요.


아, 이게 현실이었던 거다.

노는 시간을 빼앗겨 버린 아이들, 초등학생인데도 학원에서 12시까지 공부해야 하는 이 아이들, 이게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인가?

그렇게 공부하는 것도 다 행복하자고 하는 일인데, 과연 지금 불행하고 나중에 행복해 질 수 있을까?



노는 것을 추방해 버린 대한민국! 잘 노는게 곧 아이들에겐 공부라는 사실을 어른들이 알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신나게 놀 수 있을까를 가르쳐 주는 일이야말로 어른들이 해야 할 첫번째 일인데, 과연 그런 어른들이 몇이나 될까?

간만에 꽤 괜찮은 책이 나왔다. 아이들이 스스로 채워갈 수 있게 많은 것이 비어있는 책! 그리면서 생각하고, 내맘대로 지지고 볶을 수 있는 그림책이다.


설명도 별로 없다. 여백이 더 많아, 상상으로 아무거나 채워넣을 수 있어 더 좋다. 비록 빗물로 불어난 개천에 아이를 내보낼 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밤 12시까지 학원으로 내몰지 않을 정도의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작은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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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었다.

진실을 말하면, 그건 꿈이라고 발화되었던 적은 없었다. 허나, 꿈이라는 것이 막연히 언젠가 되고 싶은 어떤 상태,조건이라고 정의한다면, 나에겐 꿈임에 틀림없었다.

 

대학을 들어갔다. 아버지는 여성의 직업으로 교사만큼 좋은 게 없다며, 교사의 길을 권하셨지만, 나는 반항아였고, 단독자였으며 안하무인이었다.

문학을 하겠다며 깝죽대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4년 내내 수업도 듣는 둥 마는 둥, 당시 온 사회를 달구었던 학생운동에도 경계인으로만 서성였다.하지만, 늘상 내가 문학을 동경하고 문학을 하면서 살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하다. 추호도 그길에서 벗어나리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공부를 안했으니,학점도 나쁘고, 교수들에게 심어준 선입견도 또한 나빴으리라. 문학을 평생으로 하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나는 판에 박힌 그 길밖엔 몰랐다. 학교에 남거나, 등단하거나.


첫번째 시도, 학교에 남기 위해선 대학원을 가야 했고, 대학원을 가기 위해선 외국문학을 전공한(?) 만큼 외국에 나가야 겠다고 생각. 지금에야 고백하지만, 국내 대학원을 갈 만큼 마음의 준비를 하지도 않았고, 학점이 나빴던 탓에 자신감이 너무 없었다. 일단 전공외국어를 잘해야 자신이 생길 듯해서,유학을 가기로 정했던 거다. 사실, 이 역시 우연적인 한마디 때문에 결정하긴 했었다. 당시 내가 마음을 주고 친했던 과친구(여자)가 어느날 도서관에서 나랑 OO에 안갈래? 하였을 뿐 아니라, 걔 어머니가 너와 함께 간다면 안심하고 보내겠다 뭐 그런 격려에 마음이 동했던 바가 크다. 


언어만 좀 배우고 자신감이 붙으면 돌아와야지 한 것이, 3년을 있었다. 나름 학위도 땄다. 지금생각하니 당시 그 나라는 너무 어지러운 정치상황으로 학위 관리도 그닥 믿을 만 한 게 못되었던 듯 싶다. 3년 동안의 갖은 고생! 정말이지 온갖 고생을 다 한 끝에 나는 박사학위를 받고 고국으로 돌아와  모교의 전임강사가 되었다.

고 한다면, 얼마나 인생이 쉬울까마는.


3년 이상 그 나라에 있는다는 것이 나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욕이었고, 공부에도 그닥 재미를 못느꼈으며 심지어 생각만큼  언어도 늘지 않았으니.

나의 인생을 바꿀 핑계가 되었다.

허약하고 나약한 나는, 결국 그 나라에서 산 3년간의 기간을 없었던 듯, 돌아왔고 마치 복수하듯, 전공과는 무관하게 내가 그 곳에서 딴 학위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겠다고 설쳤다.

복수마냥...!

하지만, 자신에게 복수하는 것만큼 어리석고 불행한 방식은 없을 것이다. 


두번째 방법, 등단을 시도했던가?

했긴 했다....



올바른 문장을 쓰고, 보는 사람들에게 의도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는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다.

문장력이 있다는 말과, 소설을 쓸 수 있다는 말은 다르다.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았을지 모르나, 나는 노력하지 않았고, 노력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


한겨레21 지난 호를 들춰보다가 낮에는 일하고 밤에 소설을 썼다는 어느 문학상 수상 작가의 필모그래피를 보았다. 아마도 그것 때문인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읽으면서 , 그 오래된 기억과 내 생애를 돌아보았다. 나에게 남은 것이 이제 무엇인가하고 생각해보았다. 그 꿈은 진짜 나의 꿈이었던가? 


그것은 꿈이 아니라 동경이었던가?


존 치버의 소설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보다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예외로 한다)

물론 전작을 읽어보지 않고 이런 결론을 내린 다는 것은 위험하고도 무책임한 일일 것이다. 허나 나는 전문적인 평론가가 아니고, 책임을 질 것은 나자신밖에 없는 일개 독자일 뿐이다.


치버의 소설의 미덕이라면, 보편성이 주는 위안과 동질성일 것이다. 지구위에 70억 인구가 있고, 저마다 사는 곳이 다르고 생긴 것도 다르지만, 삶의 본질은 같다는 것 말이다.


또한 아이러니를 뺄 수 없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빚는 어떤 모순된 상황이나 감정!

내친 김에 치버의 또다른 단편집 '기괴한 라디오"를 다시 펼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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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7-10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존 치버의 [기괴한 라디오]를 읽었는데 별로 좋지 않았어요. 제가 원하는 단편과는 좀 거리가 멀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테레사님은 카버 보다도 존 치버를 낫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전 이 글을 읽으니 테레사님이 3년간 머물렀던 그 나라는 어디일까, 어느나라의 문학을 전공하신걸까, 그래서 지금은 결국 어떤일을 하게되신걸까, 하는것들이 궁금해져요.

테레사 2012-07-11 10:01   좋아요 0 | URL
실은 카버의 대성당을 읽고 무척 실망했더랬어요. 쓰다 만 습작 같은 느낌? 물론 언급한 별것 아닌 것~ 과 대성당은 괜찮았지만...뭐 평가대로 교외의 체호프 같다는 말에 동의가 되고...^^
 

SMS상권이 지역경제를 잠식한다고 규제하겠다던 정부의 어쩌고 하는 법은 도무지 뭐하고 있는 걸까?

아침에 빵을 준비하지 못해 눈에 띄는 떡집으로 갔다. 이것저것 고르는데, 영~ 신통찮다. 포장만 그럴싸하고 실내장식만 번지르르~, 가짓수만 요것조것.

일단 사고 나오는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모 대기업의 프렌차이즈.


떡 너마저!!!


팥시루떡을 좋아해 골랐는데, 팥은 중국산, 쌀은 국산이라지만~ 믿을 수 없다...게다가 팥은 겉에 거의  붓으로 한번 칠한 정도.

아 정말이지,자본주의의 본성이란 이런 것인가?


떡볶기와 오뎅집까지 점령한 저 자본의 무자비함.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돈을 돈을 벌고 돈이 상전인 세상이다.


나, 돈 많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건 아닌것 같다.이건, 누군가의 피눈물을 먹고 자라는 돈나무는, 정말 아닌 것 같다.

아침 기분, 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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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자마자 보일러가 터져 온 층이 물난리다. 

한숨돌리고 커피를 마시는데, 몸짓을 크게 하다 그만 쏟아버렸다.오늘 간만에 입고 온 스키니 청바지에 왕창!

이를 어쩌나 싶어 부리나케 화장실로 가서 옷을 지르잡았다.

허나 역부족, 결국 어떻게 어떻게 해서 남의 에어로빅 몸배바지를 빌려입고 청바지는 빨아서 베란다에 널어놨다. 물론 전체 빨지 않고 지르잡아서 널었다. 흑흑 온몸이 냉장실에 있는 느낌이랄까....

차가워 차가워..


지르잡다는 말의 뜻을 너무나 잘게 잘게 엮어 설명해 놓은 후와님의 글에서 배운 덕에 제대로 써먹었다.


암튼....오늘은 그냥 내가 성마르단 사실과 게으르단 사실 또 긴글을 쓸만큼의 여유도 못갖는 아주 조급하단 사실을 새삼 실감한 날이다.


아직 하루는 많이 남았지만 오후에 회의가 두개  있고 그 회의를 마치면 하루는 이미 삼분의 2 쫌 못미치게 가버린 후가 될 터이니, 지금 이렇게 마음놓고 뭔가를 끄적일 여유는 사실 없는 셈이다.

헌데 또,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괜히 낙서를 하고 싶기도 하니, 이 무슨 심보인지....


내가 경쟁심이 많다는 사실 또한 고백해야 겠다. 나의 일터와 경쟁관계에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데서 내가 생각은 했으나 미처 행동으로 밀고 나가거나 주장하여 관철시키지 못했던 일을 떡하니 발표해서 경쟁심에 불이 붙었다. 물론 행동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내 생각을 주장하여 설득하고 밀고나갈 만큼의 재목은 못되었기 때문에 누굴 나무랄 형편은 아닌 줄 안다.


아, 난 왜이리 무능력할까...왜이리 속이 협소할까...왜이리 게으를까..우리 조직은 나로인해 결과적으로 손해가 나는 게 아닐까...난 ...난....


일단 자료라도 열심히 읽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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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탕달!

느닷없이 오늘 아침 출근길에 스탕달이 좋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니 생각하였다기보다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가 더 정확한 표현같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왜 이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흠...어제 밤에 꿈을 꾼 것 같지도 않고....최근에 스탕달 책을 읽은 것도 아닌데,음...지피는 게 있긴 있다.

다락방님의 서재에서 벨아미를 슬쩍 본 것, 요기에 혐의를 좀 둘 수 있지 않나 싶다. 왠 벨아미와 스탕달? 벨아미는 모파상의 작품인데?


그건 나도 모른다. 감각이 저절로 길을 터서 무언가에 도달하는 걸, 낸들 어떻게 예측하랴..그냥 잠시 모파상은 쫌 나랑은 안맞나 싶다가, 스탕달이 좋아로 생각이 옮겨간 것.


해서 다시 스탕달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된 것. 파르마의 수도원-> 적과 흑-> 쥘리앙 소렐과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 파르마의  수도원의 주인공, 그리고..그리고.. 존파울즈의 프랑스중위의여자에까지 이른다...

나 왜이러니?

이 의식의 흐름은 도무지 뭐니?

여인들을 다시 생각한다. 아녜스, 스밀라, 테레사,사라,폼므...에스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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