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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와 정원사
앙리 퀴에코 지음, 양녕자 옮김 / 강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정말이지 이 나이 되도록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비애 때문에 우울해 지던 날, 너무 어려운 물리 개념에 막히던 날, 그리고 ....이토록 더운 날에 끙끙거리며 폐지더미를 실은 리어커를 힘겹게 끌고 가는 노인들을 보았던 날 그리고...나는 지금까지 늘, 얼렁뚱땅, 혹은 대충대충, 살아왔구나 싶은 날, ....인생이 문득 참, 길다고 느껴지던 날....
카렐 차페크의 정원사의 열두달과 화가와 정원사를 꺼냈다. 의도된 행동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채소의 기분을 읽고 난 뒤라..자석처럼 비슷한 류의 책에 손이 끌렸던 모양이다.
맹숭맹숭한 내 인생에 도전이란 걸 해 보아야 하나 마나...로 망설이고 있던 차였는데, 별안간 정원사들의 이야기라니..
역시 난, 대충대충 살 확률이 극적인 도전을 해 볼 확률에 비해 거의 90%가 넘을 것이다. 부모 덕에 그럭저럭 대학원까지 마치고, 전공과 너무 무관해서 무안할 지경인 일에 종사하면서, 누구는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여전히 나는 초짜를 겨우 벗어난 수준의 직업인에 불과하다는 자괴감..에 시달린다.
대충대충 살면, 왜 안되는걸까?
왜 대충 일하면서도 충분히 먹고 살만하면 안되는 걸까?
왜?왜?왜?이런 생각을 하는 나자신이 부끄러운걸까?
2002년에 구입한 책인데, 읽은 모양인지 몇군데 색펜이 칠해져 있다. 가령 니스라는 도시아래..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 책은 남자와 골랐다.
그 남자에게 나는 카렐 차페크라는 작가를 알려 주었고, 이후 우리는 같은 제목의 단편집을 각자의 집에 가지게 되었다.그리고 카렐 차페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된 남자는 그의 정원사의 열두달을 발견하고 기뻐하며 나에게 갖다 주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출판사와의 인연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화가와 정원사라는 책을 공동으로 가지게 되었다. 참 좋았을 것이다^^.
사정은 이러하였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좋다. 마치 땅냄새를 맡는 듯한 느낌이랄까?
P.S. 흑흑...카렐 차페크의 정원사의 열두달이 아니라 원예가의 열두달이었다는...어쩌면 어젯밤에 펼친 책제목을 바로 까먹는 나, 나, 나란 존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