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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따뷔랭 - 큰책
장자끄 상뻬 지음, 최영선 옮김 / 열린책들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갑자기 글자가 적은 책들이 그리워졌다.
하지만 그림책은 허전하고, ...손을 뻗었는데 쌍뻬다
쌍뻬는 좀머씨 이야기로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아주 오래전 내가 지금보다 좀 더 행복했던,이십대- 청춘의 만발, 우쭐함과 자만으로 가득했던, 오만과 편견의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취직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다.
생각보다 재미없는 일을 순화시키는 방식으로 퇴근 후에는 일과 상관없는 일에 몰두하던 때이기도 했다. 지금이나 그때나 나는 일에는 젬병인 모양.
그리고 나름 문학지망생(써놓고 보니 영...이상한 용어군!)이었던 나는, 밤마다 책이며 영화를 보며 지냈다( 아,나의 영화 3분의 2 이상을 아마 그때 본 듯.)
한겨레와 경향의 책광고를 유심히 보는 버릇도 그때부터였던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평생 사랑과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며 살았던 기이한 인생"이라는 카피!
그 카피가 아니었다면, 정말이지 평생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며 살았던 한 남자의 먹먹한 인생을 알지 못했으리라..
이 책의 삽화가 상뼤의 라울따뷔랭은 또 어떤가?
사람은 누구에게나 예기치 못한 비밀이 하나씩은 있는 법이다.
그것이 너무 엄청나서 아무도 믿지 못할..그런것들. 말이다. 라울 따뷔랭은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에 나는 비밀이 사람을 풍요롭게 한다는 말을 버리기로 했지만서도.
라울 따뷔랭이야말로 지금 같이 재미없고, 지치고, 이유없이 따분할때, 바람이 이제 각도를 바꾸어 제법 묵직해 질때, 손에 잡을 것으로는 최고다. 그림만으로도 좋고, 곁들여 지는 상뻬의 작문도 꽤나 멋지다.
상뻬, 이사람, 아무래도 ..아무래도 .....더욱 사랑하게 될 것만 같다. 이십대 폭풍의 시기에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나이가 되고 보니 더욱 더 사랑스럽다..아..멋진 그림, 따뜻한 이야기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