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
그가 나의 가을을 온통 채우고 있다.
자기보존 본능과 선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 무시무시한 순간이, 나를 압도한다.
그랬다.
그는 기필고 그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가 아라스로 가는 길에서 겪은 온갖 지체와 장애와 마음이 신의 섭리라고 믿으려 하였다.
마침내 중죄재판소에 도착하였을 때, 재판정이 사람으로 가득차 이미 출입문이 닫혀버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좌절하였으나 기뻐했고, 기뻐하였으나 괴로워 하였다.
하지만, 신의 섭리는 그가 스스로를 가장 극심한 고통과 주저함과 단호함을 겪도록 함으로써 단련시키고, 마침내 스스로 쟝발장임을 선언하도록 하는 것이었던가!
마음은 지옥이었으되, 궁극적으로 그가 택한 길은.....
좀 울었던 것 같다,나는.
그것이 슬픔이었는지 안타까움이었는지 혹은 그 무엇도 아니었는지, 잘 모르겠다.
이제 남은 것은, 자베르와 그의 대결이겠지?
그것은 신과 인간의 대결일까? 운명과 의지의 대결일까? 아니면 사랑과 슬픔의 대결일까?
오래전에 문고판으로 읽었던, 그래서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짓곤 하던, 이 소설에 대해, 사실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