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

그가 나의 가을을 온통 채우고 있다.

자기보존 본능과 선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 무시무시한 순간이, 나를 압도한다.


그랬다.

그는 기필고 그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가 아라스로 가는 길에서 겪은 온갖 지체와 장애와 마음이 신의 섭리라고 믿으려 하였다.

마침내 중죄재판소에 도착하였을 때, 재판정이 사람으로 가득차 이미 출입문이 닫혀버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좌절하였으나 기뻐했고, 기뻐하였으나 괴로워 하였다.

하지만, 신의 섭리는 그가 스스로를 가장 극심한 고통과 주저함과 단호함을 겪도록 함으로써 단련시키고, 마침내  스스로 쟝발장임을 선언하도록 하는 것이었던가!

 

마음은 지옥이었으되, 궁극적으로 그가 택한 길은.....


좀 울었던 것 같다,나는.

그것이 슬픔이었는지 안타까움이었는지 혹은 그 무엇도 아니었는지, 잘 모르겠다.


이제 남은 것은, 자베르와 그의 대결이겠지?

그것은 신과 인간의 대결일까? 운명과 의지의 대결일까? 아니면 사랑과 슬픔의 대결일까?

오래전에 문고판으로 읽었던, 그래서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짓곤 하던, 이 소설에 대해, 사실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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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9-18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거기까지 읽으셨군요.
저는 영화에서 누가 쟈베르 경감 역을 맡을까가 엄청 궁금하더라구요. 그래서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어요. 찾아보고 나면 그 뒤로 그 사람을 자꾸 대입시킬 것 같아서요.

저는, 대중을 믿었어요. 판사를 믿었어요. 그러니까 설사 그가 쟝발장 이라 한들, 선의를 베푼 시장이었음을, 하나의 지역을 유복하게 바꿔놓은 바로 그 사람이었음을 그들이 잊지 않을거라고, 그렇게 그들을 믿었었어요.

테레사 2012-09-18 15:4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전 아니었어요...믿지 않았어요...아무튼 영화는언제 개봉하나요? 저도 기다리고 있어요..꾹꾹 참으면서....밤이면 책들 속으로 들어가는 기대감으로 낮을 견디고 있답니다....

2012-09-21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읽어야 할 책이군요. 어린 날 아무리 좋아했던 책이었더라도요..^^

페크pek0501 2012-09-25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발장을 읽었지만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지는 않아요.
다시 본다면 처음 읽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소설에 대해, 사실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인정한다."가 될 것 같아요.
긴 시간의 간격을 두고 두 번 째로 책을 읽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좋더라고요.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고, 나중에 더 잘 기억할 수 있고요...ㅋ

테레사 2012-11-16 09:44   좋아요 0 | URL
펙님이 제 서재를 방문해 주시다니..와우 영광!!! 암튼 장발장 대단한 작품이에요. 그런데 말이죠. 번역자 후기 별로에요. 원 참...읽은 감동을 반으로 경감시킬 수 있어요..그래서인지 민음사의 원문 번역 레미제라블이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어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