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래 놀이 (양장) ㅣ 겨레 전통 도감 2
토박이 기획, 함박누리 지음, 홍영우 그림 / 보리 / 2009년 3월
평점 :
요즘은 평일에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학교에서 수업할 시간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우리아파트 뒤에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초등학교가 있다. 우리집 부엌창을 통해 내려다보면 학교가 한눈에 들어오고 등하교 하는것도 다 보인다. 하교시에 교문을 나온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집으로든 어디론가 걸어가는 아이들 반, 각종 학원차량을 타는 아이들이 반이다. 학원에서 또다시 다른 학원으로 맴돌다가 어둠이 깔리는 저녁에야 집으로 간다. 집으로 바로 갔던 아이들도 학습지나 학원으로 가는 아이들이 대부분인지라 평일 낮에 밖에서 노는 아이들이 거의 없는것이다. 한창 자랄 나이에 많이 뛰어 놀아야 몸과 마음이 쑥쑥 자란다는데 걱정이지만 내아이만 놀리는 것도 마음이 놓이지 않고, 같이 놀 친구가 없으니 아이도 흥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태권도를 비롯해 무용학원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놀아주는 학원까지 보내는 부모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 우리동네에는 아직 놀이학원은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말이다. 흙을 밟아가며 또래 아이들과 자유롭게 몸을 부대끼고 신나게 놀아야 아이들이 제대로 자랄텐데 안타까울뿐이다. 놀이를 통해 신체의 발달뿐만 아니라 지혜도 터득하여 두뇌개발에도 좋은것을 ...
아이들이 놀아야 할 놀이터는 날이 좋은날엔 햇볕이 놀다가고, 비오는 날엔 빗물이 놀다간다. 간혹 미취학 아동이나 유아들이 엄마나 조부모님과 함께 놀다가곤 할 뿐이다.
나역시 어린시절 슈퍼를 하는 집안 형편상 남들만큼 많은 시간을 놀 수는 없었다. 그당시엔 학원이 지금처럼 누구나 다니는 곳이 아니었기에 하교후의 아이들은 해거름까지 밖에서 뛰어노는일이 다반사였다. 나는 매일 서너시간의 허락을 받아서 이웃에 사는 친구들과 놀았다. 공기놀이, 딱지치기,소꿉놀이, 시마차기,숨바꼭질등을 하며 짧은 시간이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그때 그시절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가끔은 조금 먼 계곡으로 가제잡이를 가곤했는데, 커다란 돌을 치우면 통통한 가제가 미쳐 숨지 못하고 허둥대는걸 몇마리 잡을때도 있었다. 봉지가 없어서 윗옷을 벗어 담아오거나 치마에 싸오면 엄마는 한마리라도 된장국에 넣어서 반찬으로 만드셨다. 익으면 주황색으로 변하는 가제는 맛또한 별미였다. 다른 아이들보다 시간제약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매일매일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으로 어린시절을 보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공기놀이하는 장난감까지 모든 놀이감을 자연에서 얻는것이 아니고 문방구나 마트에서 구입해야하는 공산품이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소또한 인공적으로 꾸며놓은 놀이터라는 공간을 제외하면 아이들이 놀만한 장소가 없다. 예전에는 집이면 집, 담벼락, 길가, 시냇가, 논두렁등이 모두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요, 쉼터였다. 장난감으로 가지고 노는것도 나뭇가지로 칼을 만든다든지, 작은 돌로는 공기놀이할때 쓰고, 큰 돌로는 시마차기, 사방치기등을 할때 쓰는등 자연속에서 눈에 보이는대로 가지고 놀았고 그것이 장난감이었다. 갖고 놀다가 싫증나면 아무데나 버려도 환경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물이었기에 뒷처리에도 걱정이 없었다.
내아이는 외동이라 혼자 놀아야하기에 요즘같은 환경에서는 엄마가 보기에 여간 딱하지가 않았다. 학원으로 낮시간을 보내고 나도 형제가 없으니 저녁에도 혼자 시간을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이책 [전래놀이]에는 많은 놀이들이 정감어린 그림과 함께 입말로 친근하게 소개해 놓았다. 내가 어린시절 놀았던 놀이는 몇가지 되지 않아 이런 놀이도 있었구나하며 흥미롭게 보았다. 아들아이도 생소한 놀이를 그림과 함께 접하면서 눈을 반짝였다. 책에 소개된 많은 놀이 가운데 <칼싸움>과 <투호>,<활쏘기>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예전에 민속품 가게에서 칼을 사달라고 졸랐던 것을 떠올리며 다시금 조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주말이면 촌에 가서 매실과 사과 농사를 짓는 앞집 아저씨가 만들어 줬던 활을 가지고 다트판을 과녁삼아 활쏘기를 하며 아들은 모처럼 즐겁게 놀았다. 그러고보니 아들아이의 장난감중에 공산품이 아닌 예전처럼 손으로 만든 장난감이 활 외에 새총도 있었다. 새총 또한 앞집 아저씨가 만들어 주신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촌에 있는 본가에 가서 아들과 활쏘기와 새총놀이를 하며 놀아줘야겠다. 이책으로 인해 전통놀이를 접하면서 새삼 널려있는 공산품의 홍수속에 손으로 만든 놀이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신 앞집 아저씨에게 고마움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보다가 <돌싸움>편을 보더니 진짜 돌로 싸운다면서 다치기도 한다며 나쁜놀이라고 말한다. 나또한 위험한 놀이로써 내키지 않았지만, 전쟁과 침략이 잦았던 옛날 우리나라 실정을 설명해주고 좋든 나쁘든 전통놀이로 알아두는 것도 좋을거 같았다. 내친김에 강강수월래라는 놀이편을 다시 펴서 임진왜란때 생겨난 배경설명도 해주었더니 신기해 했다.
이책은 현실적으로 또래 아이들과 많이 어울릴 수 없는 우리 아들에게 좋은 전통놀이를 알게 해줘서 간접경험의 인지와 기쁨을 주었고 언제라도 아이들과 어울릴때에는 체험과 응용의 기회를 줄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한지느낌의 정겨운 그림이 있는 표지와, 눈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미색의 종이를 사용한 내지에 재미있고 정감어린 삽화를 빠짐없이 첨가하여 더없이 좋은 놀이 교육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낼것이므로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