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혼식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야마모토 후미오님의 글은 [블랙티]이후 두번째 만남이다.
  [지혼식]을 읽으며 이제 이분만의 스타일에 익숙해져야 할법도 한데, 여전히 혼란스러워 커피를 몇잔이나 새로 타서 마셨는지 모르겠다.
  결혼을 하고 10년이상 살았고, 애지중지 키우는 아이까지 있지만 단편속의 주인공들의 사고방식과 생활패턴은 낯설고 혼란스럽다. 

  첫편 「도게자」에서는  부부간의 팽배한 심리전 이후 아내의 엽기적인 복수가 마치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씨처럼 허트러짐 없는 미소 띈 얼굴로 실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남편이라도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을것이다.   불만이 있으면 대화로든 의사소통을 해서 풀든지, 그도저도 안되면 이혼을 하든지 할것이지 이처럼 교묘하게 배우자를 괴롭히다니... 정말 독한 사람이구나 혀를 내둘렀다.  
  「금지옥엽」편은 정략결혼을 거부감없이 순순히, 그리고 아무런 준비와 대책없이 해버린 주인공이 기대하지 않았던 남편 사랑에 자신의 존재의미를 고뇌하게 되고, 남편애인과의 만남으로 아이를 임신하는 용기를 얻으며 결혼생활의 주체로 자리잡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살아있는 게를 대책없이 키우려는 생각을 하고 생선을 다듬지 못하는 모습에서 내 결혼생활 초기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또한 생선을 사오면 엄마한테 바로 구울 수 있을만큼 다듬어 오고,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만질 수 없어서 사온 즉시 엄마에게 조리를 부탁했었다.   몇년이 지난후 내 아이가 말을 할 즈음 내손이 생선과 육고기를 만질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점에서는 나도 할말이 없다.
  여동생의 시각에서 바라 보는 오빠부부의 잉꼬같은 다정함에 숨겨진 내면의 복잡한 심경을 그린「원앙」편에서는 가정불화와 불륜이 자식들의 인생관을 얼마만큼 좌우하는지 보여주고 있고,「정숙」편에서는 머 묻은 개가 겨 묻은 개에게 뭐라하듯 바람피는 일이 일상인 남편이 성실하고 정숙한 아내의 정신적인 사랑에 질투같은 미묘한 감정묘사를 그리고 있다.
  「마스오」편에서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   마스오란 데릴사위를 뜻한다고 한다.우리나라에도 옛부터 '보리가 서말이면 처가살이는 하지마라'는 말이 있는것처럼 남자가 굶어 죽을 지경이 아니면 왠만하면 처가살이 또는 데릴사위로 살지 말라고 한다.   주인공의 남편이 보이는 이중적인 생활모습에도 놀랐지만, 이혼하고 싶냐는 물음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마지막 모습에서 보는 내 마음이 몹시도 불편했다.  「도게자」편에서도 느낀거지만 왜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않고 배우자를 교묘히 괴롭히거나 한방 먹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바쓰이치」편에서는 이혼경력이 있는 사람들의 만남과 사고방식을 그리고 있다.
  「가을가지」편이 이책에서 내가 유일하게 행복한 결혼생활의 가능성을 엿보는거 같아 지금까지의 불편한 심기를 다독일 수 있었다.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로 인해 내면에 사랑을 갈구하는'아이'로 성장을 멈추어 버린 남편을 보듬으며 상처받은 가족을 치유하고 회복시키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의 마음이 예쁘게 와 닿았다.   당혹스러움과 잔잔한 미소를 맛보게 하는 단편이라는 것을 읽어본 사람이면 느낄 수 있을것이다. 
  너무도 쿨한 결혼생활을 10년째 지속해오고 있는 「지혼식」에서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결혼생활은 결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게 했다.   생활,가사,경비분담등 100% 각자 따로 해결하며 심지어는 혼인신고도 하지않고 각자의 애인문제까지 간섭하지 않는 모습에서 도대체 왜 결혼했을까하는  황당함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아내에 대해 결코 부양의무를 지지 않음과 동시에 아이도 낳지 않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남편을 쿨한 아내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따로 살기'를 선언하면서도 아무런 갈등이나 망설임도 없는 모습을 보였고, 그제서야 혼인신고를 하자는 남자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자기만의 세상을 통해 가치기준에 부합된 배우자임이 10년의 결혼생활로 증명되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다면 경비절감등 기타 편의적인 사유로 한 주거공간에서 생활하는 룸메이트와 배우자와의 차이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었다.  
  배우자는 인생의 반려자이다.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생에 단 한명뿐인 아내나 남편을 말하는 것이다.
  이책의 단편들을 통해  결혼과 배우자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직 미혼인 사람들은 결혼에 대해 두려움과 회의가 들거같다.
  결혼으로 현실을 회피하려는 사람과 배우자에게 너무 많은 기대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깨닫는 바가 많을것이다.   그리고 결혼을 통해 자기성장과 자기계발에 발목을 붙잡힌 사람들도 각성하는 계기가 될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제의 내모습보다 오늘과 내일의 발전된 내모습을 상상하노라면 자신감과 자기만족으로 인해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게 되어 배려하는 결혼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한다.
  아울러 야마모토 후미오의 다른 작품들도 내가 읽은 두개의 작품처럼 독특하고 황당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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