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부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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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일본소설] 갱부 / 나쓰메 소세키 / 송태욱 / 현암사


소세키 문장의 또다른 매력





  첫페이지부터 다른 느낌의 소설이에요. 저자를 모르고 읽으면 도저히 소세키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거든요. 그동안의 주인공들이 주도적인 반면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너무 자기 생각이 없어 보여요. 조조라는 한 사람에게 모든 걸 맡기고 수동적으로 따르기만 하는 모습을 보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무척 궁금했어요. 그리고 소세키에게 유머감각이 있다는 것에도 놀랐어요. 읽는 중간중간 저도 모르게 낄낄대고 있더라고요.


  화자인 '나'는 죽으려고 가출한 부잣집 도련님이에요. 자살하려 했지만 번민 끝에 '자멸'을 선택해요. 대도시에서 살던 그가 갱부가 되기로 한 거예요.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부족함 없는 도련님이 광산에서 일하려고 하는 이유는 자신을 학대하려는 것으로 보였어요. 처음부터 갱부가 될 생각이 있던 건 아니고요, 조조라는 사람이 갑자기 다가와서는 갱부가 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아들인 거예요. 조조는 갱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대단한 일이라고 포장해서 '나'를 설득해요. '나'는 딱히 돈이 필요한 것도 갱부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지만 조조를 따라 갱부가 되기 위해 길을 떠나요. 기차를 타고 내려 걷고 걷고 또 걷는데 얼마나 지겹게 걷는지에 대한 묘사도 대단했어요. 소세키의 묘사대로라면 마치 이 지구가 온통 소나무 길인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어요.

  갱부가 되러 가는 길에 조조는 또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 성공해요. 그렇게 갱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을 여럿 거느린 조조와 그를 무작정 따라 걷는 일행의 이야기가 이어져요. '도대체 저 조조라는 사람은 선한 사람일까 악한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지나 ''나'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를 밟고 한장한장 잘도 넘어가요. 흡인력 강한 소세키의 이런 문장은 그동안 읽은 문장과 너무 달라요. 그래서 검색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소세키의 다른 소설들과 다른 문체의 소설이라는 평가를 했더군요. 딱 제 스타일. 그런데 이 소설만 이런 문체라니,,, 아쉬워요.


  이 소설은 어느 청년이 소세키에게 자신의 갱부 이야기를 소설로 써달라며 해준 얘기를 바탕으로 썼다고 해요. 대부분의 소세키 소설이 소세키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음직한 것과 다른 이유가 있더라고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내게도 자신의 얘기를 소설로 써달라는 사람이 있을까? 저도 정말 유명한 소설가가 된다면 가능하겠지요? 비록 제 첫 소설 《사랑은 냉면처럼》이 종이책 출간에 실패하고 전자책으로만 냈지만 꾸준히 써서 지속적으로 책을 내면 언젠가는 인정받는 작가가 될 거라 믿을래요. 요즘 두번째 소설도 잘 써지고 있으니까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고요.


  그리고 이 소설의 특징 또하나는, 각 장이 매우 짧다는 거예요. 한 5페이지? 그래서 속도감을 느끼는 건지도요. 조금 읽다 보니 10장이고 조금 읽다 보니 20장이고 그렇더라고요. 각 장마다 주제가 있어서 읽는 재미도 솔솔하고,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막 20장 30장 넘어가니까 엄청 많이 읽은 것 같아 성취감도 크고요. 그래서 더 몰입해서 읽은 것 같아요. 각 장을 짧게 한 게 연재소설이라서 그런 걸수도요. 이 소설은 아사히 신문에 연재형식으로 발표한 작품이거든요. 오랫동안 연재하려고 각 장을 짧게 한 건지, 지면이 좁아서 짧게 한 건지,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내면의 변화니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니 등에 대해선 모르겠어요. 유식하지 않은 평범한 독자가 읽은 느낌은 '재밌다' 정도. 그당시 일본의 상황에 대입하면 자살과 번민 등에 대해 말할 수 있겠지만, 저는 이 소설에 대해선 그냥 '소세키 소설 중에 색다른 별미'라고 말하고 싶어요.


  밑줄

  잠이 들면 문득 시간이 사라진다. 그러므로 시간의 경과가 고통이 될 때는 자는 게 최고다. 죽는 것도 아마 같은 이치일 것이다. 하지만 죽는 것은 쉬운 일 같아도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평범한 사람은 죽는 대신 수면으로 임시변통하는 것이 간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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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기회에 집중하는가 - 결단의 승부사, 손정의가 인생에 도전하는 법
미키 타케노부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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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자기계발] 왜 나는 기회에 집중하는가 / 미키 다케노부 / 김윤수 / 다산북스


리스크와 찬스





  손정의라고 아시나요? 일본의 빌게이츠로 불리는 손정의를요. 그는 소프트뱅크를 만들고 키운 사람이에요. 사업은 운도 좋아야 하지만 중요한 순간의 결단력이 승부를 좌우해요. 승부를 한다는 건 모험을 한다는 것과 같아요. 즉, 리스크를 감수한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리스크와 찬스는 같은 말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찬스는 늘 리스크와 함께 온다는 걸 봤거든요. 찬스를 잡으려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더군요. 즉, 위험 없는 기회는 없다는 거예요. 리스크가 무서워서 찬스를 포기한더가나 무서워한다면 성공할 수는 없어요. 성공은 리스크를 밟아야 이룰 수 있거든요.


  소프트뱅크의 임원인 가사이 마즈히코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새로운 걸 해도 리스크, 안 해도 리스크." 이 말이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하진 않지만 어느정도 맞는 말이에요. 지금 현재에 안주하며 만족한다면 도태되고 말 테니까요. 새로운 기술을 배웠다고 해서 자만하며 누리기만 한다면 새로운 기술이 나타난 후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 거예요. 세상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어제의 기회가 오늘의 기회라는 보장은 없어요.


  손정의는 자신이 그리는 사업 계획을 종이에 전부 적어놓는다. A4용지를 가로로 놓고 세로로 4번 접으면 긴 직사각형 모양의 공간이 생긴다. 그는 거기에 의외로 작고 동글동글한 글씨로 사업 계획이나 사업 현황을 계속 써 내려간다. 그리고 그걸 윗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매일 아침 출근하는 자동차 안에서 확인한다. (27쪽)


  업무는 '오늘 해결 가능한 일'과 '내일 이후에만 해결 가능한 일'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모든 일은 반드시 '오늘 가능한 일'과 '내일 이후에만 가능한 일'로 나뉜다. (105쪽)


  저도 쓰는 방법이에요. 저는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할 일을 우선순위대로 적어요. 어제 적은 걸 보며 끝내지 못한 일을 옮겨 적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이 작업은 의외로 업무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요. 4년여전부터 해온 방법인데 할 일을 잊지 않아서 좋고 일이 얼마나 밀리고 있는지도 체크할 수 있어서 좋아요.


  빨리 의사 결정을 내리면 그만큼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결정을 늦을수록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 실패할 확률만 늘어날 뿐이다. (39쪽)


  "10초만 생각하면 뭐든지 알 수 있다. 10초를 생각해도 모르는 문제는 더 이상 생각해도 소용없다." (138쪽)


  검토에 검토를 반복하는 습관은 시간만 잡아먹는다. 그래서 손정의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지금 당장 관계자에게 연락하라."고 지시한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전문가가 고민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39쪽)  


  저는 너무 오래 고민하는 습관이 있어요. 개발자로 14년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생긴 습관이에요. 내가 아주 작은 실수 하나만 해도 회사는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거든요. 그래서 생긴 습관이에요. 문제는 너무 신중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늘 결정이 늦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데 의외로 쉽지가 않아요. 손정의는 무엇이든 10초이상 고민하지 않는다고 해요. 10초이상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개발이라는 일에는 적용하긴 힘들지만 하나의 힌트는 얻었으니 좋아요. 너무 오래 고민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걸 잊지 말아야 겠어요.


  "사람들은 올라갈 산을 정하지 않고 산기슭을 빙글빙글 돌기만 하거든. 이래서야 어떻게 정상을 올라가겠나. 먼저 자신이 올라갈 산을 정해야 돼. 그리고 그 산의 정상을 목표로 삼아 차근차근 걸어가는 거야." (53쪽)


  손정의의 말을 들어보니 성공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어요. 목표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없다는 거였어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읽은 자기계발서들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제가 후배들에게 자주 해주는 말도 이와 비슷하더라고요. 저는 후배들에게 "꿈을 이루려면 꿈을 꿔라."라고 말해주거든요. 꿈을 꿔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건, 손정의가 말하는 올라갈 산을 정하라는 것과 비슷해요. 꿈을 이루거나 성공을 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목표를 먼저 정하면 되거든요.


  나는 여러분에게 회의의 서기를 맡으라고 제안한다. (155쪽)


  이 책을 읽으며 얻은 또하나의 성과는 바로 회의록을 직접 쓰는 서기를 하라는 거예요. 회의록 작성은 귀찮아서 모두들 꺼리잖아요. 저도 참 귀찮아 하거든요. 그래서 단순한 회의는 회의록을 잘 쓰지도 않아요. 하지만 회의록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아요. 앞으로는 저자의 말대로 회의록을 작성하는 서기를 자진해서 해야겠어요. 회의록을 작성하면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음은 물론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거든요.


  손정의의 저서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손정의 옆에 있던 사람의 기록이라 더 의미 있었어요. 다음엔 손정의의 저서를 직접 접해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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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8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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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일본소설] 그 후 / 나쓰메 소세키 / 노재명 / 현암사

 

지식인의 역할

 


 

 

  그 후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이런 물음으로 시작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 소설은 《산시로》 《문》과 함께 전기 3부작으로 불린다고 해요. 그러니까 이 소설은 산시로가 여인을 떠나보낸 그 후의 이야기라고 해요.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다이스케. 그는 지금까지의 소세키 주인공들과는 완전히 달라요. 그의 주인공들은 지식인이며, 행동적이고, 무언가에 열심히거든요. 그런데 다이스케는 그냥 백수예요. 그것도 아주아주 많이 배운 백수요. 소세키는 백수 다이스케를 통해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배웠으면 국가를 위해 일해라? 국가가 미쳤으니 배웠어도 놀아라? 이 소설이 연재된 시기는 1909년. 한일합방은 1910년. 뭔가 감이 오지요? 국력을 조선 침략이라는 곳에 쓰는 국가에 반항하는 다이스케의 모습이거나, 침략전쟁에 인재가 필요하니 다이스케처럼 놀면 안 된다는 뜻이거나. 깊은 뜻은 소세키만 알겠지만요.

 

  소설의 시작은 자신을 선생님이라 부르는 한 남자를 묘사하며 시작해요. 다이스케는 그 남자를 한심하게 생각하지요. 급기야 일을 하라고 말하지만 그는 거절해요. 그런데 다이스케 자신도 백수. 그는 잘나가는 아버지와 형의 도움으로 일하지 않고도 살아요. 그런 그에게 오랜 친구가 찾아와요. 그는 많이 배운 능력을 써먹다가 일을 당해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진 친구예요. 얼마나 어려웠으면 백수인 다이스케에게 돈을 빌리려고도 하지요.

 

  그런데, 응!!!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다이스케. 아버지가 결혼하라고 정해준 여자와 친구의 아내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친구의 아내를 선택해요. 그 때문에 다이스케는 수많은 특권을 잃고 말아요. 이 설정은 아마도 조선 침략을 비유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이 러일전쟁 승리로 강국이 됐고 더욱더 부강해지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백수처럼 지내도 부족할 게 없지요. 그런데 왜 친구의 아내(조선)을 뺏으려는 걸까요. 결국 다이스케는 그녀(조선)을 뺏음으로써 수많은 특권과 혜택을 날려버리고 말 것이라는 경고로도 보였어요. 아니면 반대로, 지금 조선 침략으로 인재가 부족한데 다이스케처럼 현재를 누리기만 하다간 그동안 누리던 혜택들을 잃을 것이니 어서 조선 침략에 동참하라는 뜻일지도요. 뭐, 뜻은 소세키만 알겠지만요.

 

  자,,, 이제 그다음 소설 《문》이 무척 기다려집니다. 어서 책으로 나오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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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꽃이 모랑모랑 피어서 - 제2회 퍼플로맨스 대상 수상작
박소정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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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로맨스] 모란꽃이 모랑모랑 피어서 / 박소정 / 다산책방

 

퍼플로맨스 공모전 수상작

 


 

 

  교보문고 퍼플로맨스 공모전 제2회 대상 수상작이에요. 600여편의 응모작 중 단연 두각을 나타내며 대상을 수상한 소설이에요. 그동안의 역사로맨스와는 다르게 대화체가 현대어인 게 독특했어요. 대화체가 현대어라 책을 읽는 중간중간 시대적 배경이 현대로 착각이 들 정도로 완전 현대어에요. 적응이 조금 필요할 수도요. 또한 저자가 꽃과 향기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는 게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로맨스 공모전 수상작들의 공통점이 문장력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이 소설도 같았어요. 아마도 초보작가라서 그런 것 같으니 열심히 연습하면 나중엔 문장력이 좋아지겠지요. 

 

  소설의 주인공은 수연. 그녀는 고아에요. 가난하지만 어둡지 않은 성격인 그녀는 무엇이든 아름답게 만드는 손재주가 있어요. 남자주인공도 있어야겠지요? 그의 이름은 단. 수연과 단의 서툴지만 예쁜 사랑이야기랍니다. 아직 사랑을 잘 모르기에 표현도 부족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는 요령도 부족해서 아름다운 첫사랑 같은 로맨스에요.

 

  시대적 배경은 병자호란 후에요. 궁궐이 배경인 로맨스가 대부분 그렇듯 주인공 여자는 궁궐에 들어가며 숙원까지 올라가요.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에 두고 어쩔 수 없이 왕의 여자로 살아간다는 설정도 대부분의 궁궐 로맨스와 일치해요. 좋은말로 하면 로맨스소설의 법칙을 그대로 따른 것이고, 나쁜말로 하면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것. 어찌어찌하여 궁에 들어가고 어찌어찌하여 바라던 향장이 됐지만 바라지 않던 숙원이 돼요.



 

  설정은 좋은데, 역시 초보작가의 실수가 상당히 많아요. ① 소설의 처음과 소설의 끝의 시간이 너무 길어요. 책 1권짜리 소설로 쓰기엔 너무 장기간의 사건이라는 것. ② 그리고 장소가 계속 바뀌는데 설명이 없어요. 읽다보면 '어라, 장소가 바꼈네.'라고 깨닫게 만들어요. ③ 그리고 과다한 수식어 사용은 글을 읽는 내내 뚝뚝 끊는 역할을 제대로 했어요. 읽기 힘드니 당연히 소설에 집중할 수 없었어요. 소설에 집중할 수 없으니 읽은 게 기억도 안 나더군요. (과다한 수식어 사용이 왜 문제인지는 제가 쓴 글 <오랜만에 쓴 악평에 대한 내 생각>을 읽어보시면 아실듯요.)

 

  제목 참 잘 지었다고 생각들어 '모랑모랑'이 뭘까 검색해보니 '모락모락'의 제주도 방언이더군요. 새로운 걸 하나 배웠어요. 아, 그런데 모란꽃은 향기가 없는 꽃 아닌가요? 제목은 참 잘 지었네요. 제목에 100점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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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남자
이상훈 지음 / 박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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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역사소설] 한복 입은 남자 / 이상훈 / 박하

 

장영실과 레오나르도 다빈치

 

 

 

 

  '상상을 초월하는 상상력'라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지는 소설이에요. 제 오랜 습관으로 저는 이 소설을 제목만 보고 읽기 시작했어요. 등장인물이 누군지도 모르고 읽으며 마치 내가 비밀을 파해치는 묘한 재미를 맛봤어요. 역사소설이지만 시작은 현대에요. 한 PD가 루벤스의 작품 <한복 입은 남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는 장면으로 시작해요. 우연히 하늘을 나는 비차라는 것과 만나는 것에서부터 '코레아'라는 성씨를 가진 사람과의 만남은 그를 신비한 곳으로 인도해요. 그림 <한복 입은 남자>의 실제 모델이 누군지 찾다가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며 그림속 남자가 입은 옷은 조선 전기이며 높은 신분이라는 정보까지 얻어요. 일반적으로 이 모델은 임진왜란으로 일본에 포로로 잡혀가 유럽 노예상에게 팔렸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하지만 코레아라는 사람이 조상의 것이라며 건낸 비망록에서 비밀이 하나하나 밝혀져요. 그림 속 인물은 바로 장영실이라는 것. 아마도 책소개를 먼저 보고 읽었다면 덜 재밌었을 수도요.

 

  이런 역사소설 일부러 찾아 읽지는 않지만 우연히 만나 읽으니 정말 재밌어요. 마치 죽은 장영실이 자신의 사라진 기록을 찾아달라는 듯 PD를 이끄록 그의 후손을 이끄는 것 같았어요. 소설이지만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동감 있고 흥미진진했어요. PD의 시선을 따라 의문들이 하나하나 풀리는 장면들과 제가 예상한 것과 맞아 떨어질 때의 쾌감도 일품이었어요. 저도 이런 역사소설 하나 써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소설이에요. 읽는 내내 영화로 만들면 참 재밌겠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벌써 영화화 결정이 됐다고 해요. 우아~~~ 책이 나오자마자 영화화 결정이라니, 완전 부러워요.

 

  장영실이 유럽으로 건너가 어린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고 그의 스승이 된다는 설정은 '에이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이건 너무하네'라는 생각은 커녕 '우아~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 건 왜일까요? 아마도 저자의 치밀한 구성력과 사실에 바탕을 둔 설정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장영실을 검색해보니, 정말 소설에서 말한 것처럼 그의 후대 기록은 남아있질 않다고 해요. 가마를 만들다가 파직된 이후의 기록이 없다는 거예요. 그럼 충분히 추리해볼 수 있는 설정이더라고요. 이번 기회로 장영실에 대한 자료도 찾아보고 많은 공부를 했답니다. 이렇게 유명한 과학자의 기록이 왜 갑자기 사라진 걸까요? 검색을 해보니 중국에서 암살하려 했다는 자료들이 있더군요. 소설의 설정과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설마 가마사건으로 파직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의심하더군요. 저도 똑같아요. 세종이 거짓으로 가마사건을 꾸며 곤장 80대를 치게 해서 죽은 것으로 꾸몄다는 거로 생각해요. 보통 곤장 80대를 맞으면 죽거나 죽을지경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유럽중심의 세계역사관을 탈피하는 좋은 시도도 했는데요, 세계일주를 처음으로 한 건 유럽인이 아니라 동양인이라는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대단하지요? 작가는 이런 설정까지도 팩트로 집어넣어요. 이러니 픽션이지만 팩트같은 팩션이 탄생한 것 같아요. 나중에 책소개를 보니 이 소설을 위해 자료조사만 10년을 했다고 해요. 오랜 시간 동안 공들인 소설이니 치밀할 수밖에요. 읽는 내내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거든요. 작가님의 다른 소설들에도 자연히 눈길이 가더라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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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꽃방 2014-12-03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흥분하며 읽었어요. 정말 세계역사가 뒤집힐 일이에요. ^^

라로 2014-12-03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싶네요!!! 흥미진진 한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