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 에릭 슈미트가 직접 공개하는 구글 방식의 모든 것
에릭 슈미트 & 조너선 로젠버그 & 앨런 이글 지음, 박병화 옮김 / 김영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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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경영]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 에릭 슈미트, 조너선 로젠버그, 앨런 이글 / 박병화 / 김영사

 

구글의 모든 것

 


 

 

  구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그냥 검색 서비스 정도로만 아는 분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해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안드로이드가 구글에서 만든 운영체제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구글이 다양한 서비스를 한다는 것 정도는 알 거라 생각해요. 구글이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기업이 됐을까요? 그 비밀은 네이버와 비교하면 답이 딱 나와요. 폐쇄적이고 비밀적이고 갑질하는 네이버와는 완전하게 다르거든요. 구글은 개방적이며, 모두 공개하고, 사용자 편의가 우선이에요. 이렇게 네이버와는 완전하게 달랐기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네이버는 고작 국내용이지요.

  네이버는 검색순위를 정하는 요소는 '정확도'라고만 말하고 이 정확도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비밀이라고 해요. 하지만 구글은 검색순위에 오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개를 해버렸어요. 하나만 알려드리면 '사진(그림)이 없어야 순위가 높다'랍니다. 블로그 좀 한다는 분이라면 깜짝 놀랐을 거예요. 네이버는 그림이 많아야 검색순위가 높거든요. 구글은 이렇게 검색순위 올리는 방법도 아예 친절하게 완전하게 공개해요. 힘들게 만든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는 공짜로 풀었어요. 구글 대부분의 서비스는 공짜지요.

  그럼 뭐 먹고 살까요? 광고랍니다. 네이버는 검색하면 광고가 최상단에 뜨지만 구글은 검색결과가 최상단에 뜨고 광고는 옆에 쪼끄만하게 나와요. 광고가 사라진 검색결과는 네이버와는 다르게 깔끔하고 정확한 정보지요. 구글은 이렇게 검색품질을 올리기 위해 광고를 구석에 처박아 놨지만 사용자들은 더 늘어 광고 매출도 늘어났지요. 이제 이해가 되나요? 네이버와 구글은 완전히 반대라는 것. 그래서 네이버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했고 구글은 성장했지요.

 

  이 책은 이런 구글에 관한 모든 걸 알려줘요. 저자가 에릭 슈미트, 조너선 로젠버그, 앨런 이글. 회사 회장이 직접 쓴 글이니 얼마나 대단한 정보가 들어 있을지 읽기 전부터 기대했어요. 내용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구글의 모든 걸 담았어요. 공개와 무료 정신이 책 속에도 들어있답니다. 그냥 다 공개해버리는 구글은 자사의 모든 걸 이 책에 담아버렸어요. 구글을 공부하고 싶다거나 구글에 대해 알고 싶은 분은 이 책 하나면 충분할 정도로요.

  스탠퍼드 대학교 기숙사에서 시작한 구글은 현재 5만명 직원을 거느린 회사로 성장했어요. 더 기마막힌 것, 구글은 두 학생이 학교에서 연구하다가 만들었다는 것. 우리나라 대학교에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요. 이 나라 대학은 주입식 교육이니까요. 이렇게 창의적인 두 학생이 만든 기업이기에 구글이 창의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건 당연한 것일 수도요.

 

  책을 읽으며 누가 성공하고 누가 실패하는지 약간은 보였어요. 내가 만약 구글을 처음 만든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일였어도 이정도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일반적인 사람은 생각할 수 없는 걸 생각하고, 보통 사람은 판단할 수 없는 판단을 했더군요. 한 편으로는 대단해 보이고 한 편으로는 본받고 싶었어요. 내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구글 같은 창의성을 심어줄 수 있을지 잠시 생각에도 담겨봤답니다.

 

  전문성과 창의력을 보여주는 확실한 징표는 열정이다. (153쪽)

 

  하마hippo는 매우 위험한 동물 중의 하나다. 생각 이상으로 속도가 빠르고 자신의 영역에 적이 들어오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죽이는(또는 물어 뜯어 두 동강 내는) 능력이 있다. 회사 내의 히포Hippo(최고 급여를 받는 사람의 의견 또는 최고 급여를 받는 사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의사결정의 질적 수준은 급여의 수준과는 본질적으로 무관하다. (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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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 서울대생 1100명을 심층조사한 교육 탐사 프로젝트
이혜정 지음 / 다산에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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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교육]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 이혜정 / 다산에듀

 

창의성 실종

 


 

 

  서울대에서 A+를 받는 사람은 뛰어난 인재가 될까요? 인류에 공헌하고 훌륭한 문화를 만드는 데 이바지 할까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절대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저자는 원래, 서울대에서 A+를 받는 학생들의 공부 비법을 알아내 책으로 쓰려고 했어요. 하지만 알아가는 과정에서 어처구니 없는 사실들을 접해요. 그들의 공부비법은 '교수의 말을 토시까지 받아적는 것'이에요. 이렇게 공부해도 되나 싶을 정도에요. 받아 적은 글을 잘 정리해서 디립다 외우면 A+를 받는다고 해요. 자신의 생각을 넣거나 창의적인 생각을 하면 점수가 낮아진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어요. 교수의 생각을 그대로 수용해서 달달 외우면 최고 학생이 된다고 해요.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저자는 미국의 한 대학교와 비교를 해요. 그 학교 학생들은 서울대 학생들과 반대였어요. 교수의 말을 받아적는 학생도 있긴 했지만 매우 적었어요. 그들은 창의적인 생각과 비판적인 사고를 했어요. 강의시간 내내 죽도록 필기만 하는 서울대 우등생과 달리, 함께 토론하고 대화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고 해요. 이 대학은 학교 평가에서 서울대보다 매우 뛰어난 점수를 받은 학교라고 해요. 이 학교만이 아니라 유럽의 다른 학교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어요. 유독 아시아만 달랐다고 해요. 대한민국에선 절대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없어요.

 

  모든 잘못이 교수에게만 있는 걸까요? 알아보니 교수 평가를 할 때 연구성과를 본다고 해요.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얼마나 잘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니 교수들도 가르치는 교육 보다 연구에 더 집중할 수밖에요. 저는 오래전에 읽은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가 생각났어요. 유교라는 게, 자신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고 경전만 죽도록 외우면 장땡이거든요. 어려서부터 답을 외우는 공부를 한 학생이 어른이 되어 교수가 됐는데 뭐가 달라질까요. 원래 세 살 버릇 여든 가잖아요. 어려서부터 몸에 벤 암기 습관과 스승이라는 권위주의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질문 없이 무조건 받아적고 디립다 외우는 학생이 우등생이 되는 나라. 과연 정상일까요? 저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암기력이 창의력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하는 나라에선 절대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없어요.

 

  "창의력이 뛰어난 애드은 학점이 안 좋아요." (38쪽)

 

  "제 의견이 아닌 걸 쓴 셈인데요,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일단은 학점을 잘 받아야 되잖아요. 나중에 교수님과 사적으로 얘기할 자리가 있으면 그때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험이나 과제에서는 교수님 의견대로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61쪽)

 

  "그런데 남조선에는 말입니다. 피아노 치는 것이 어떻게 다 그렇게 똑같습니까? 각자 다른 자기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하나같이 똑같이 치길래 알아보니 다들 한 교수 제자라더군요. 남조선에서는 선생과 똑같이 치는 게 잘 치는 것인가 봅니다." (63쪽)

 

  서울대의 교육 목표는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리더를 기르는 것이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대가 표방하고 있는 목표가 무색하게, 교수가 정한 울티리를 단 한 치도 넘어서지 않고 그럴 시도조차 하지 않으며, 뜨거운 열정과 몰입보다는 철저한 절제와 조절로 자신을 잘 관리하는 서울대 최우등생들을 보며, 서울대는 바로 그런 능력을 기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서울대가 이 사회의 진정한 리더를 기르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한 관리자를 기르고 있는지 혼란스러웠다. (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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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정원 -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혜영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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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비밀 정원 / 박혜영 / 다산책방

 

혼불문학상 수상작

 


 

 

  두 번째 읽는 혼불문학상 수상작이에요. 2회 수상작이 좋아서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이번에 읽은 소설은 4회 수상작이에요.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처럼 뭔가 비밀스런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었어요. 반 정도 읽으니 서서히 나타나는 비밀스런 이야기에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어요. 문장에 깔끔하고 간결해서 읽기에 쉽고 집중도 잘 됐어요. 그래서 특별한 사건 없이 책 반이 지나가는데도 지겹거나 지루하지 않았답니다.

 

  이 소설은 박혜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에요. 대학시절 열심히 쓰다가 둔 소설이라고 해요. 결혼하고 아이들 다 키워놓고 늦게야 다시 쓰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어려서부터 꿈꾼 소설가이 꿈을 혼불문학상이라는 대단한 상을 받으며 이뤘으니 대단해요. 심사위원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황석영, 성석제, 전경린, 이병천, 하성란, 류보선이 심사위원이고 심사위원장은 황석영이라고 해요. 우리나라 굵직한 작가님, 평론가님들이에요. 명단이 장난이 아니지요? 부럽부럽.

  저는 책을 다 읽고야 심사평을 봤는데요, 왜 이 소설이 수상작인지는 심사평을 보면 잘 알 수 있어요. 잘 쓴 소설이 아니라 "기존의 소설문법을 방법적으로 지양하거나 새로운 소설 장르를 세운 작품, 더 나아가 그 둘을 모두 행한 바로 그 작품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혼불문학상’은 착하고 모범적인 소설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도 기존의 장르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작품을 원한다."라고 해요. 저는 절대 도전도 못할 세계.


  이야기의 시작은 '이요'가 '노관'으로 돌아오며 시작해요. 오랜만에 돌아온 '노관'은 역사가 깊은 종갓집이에요.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의 흐름은 딱 어린이아이의 시각이에요. 그 시작으로 보는 세상은 이해하기 어렵고 호기심 가득하고 신비한 곳. 동심이 가득한 그 시절의 이요는 여러가지 특별한 경험들을 해요. '테레사'라는 아이를 만나는 장면은 정말 이요가 신비한 세계를 보는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였어요. 요정이 보낸 편지를 읽으며 '작가의 습작품인가?'라는 생각도 해봤답니다. 벽 이야기 등이 동화스러우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했거든요. 정말 대단한 상상력을 가진 작가임에 틀림 없어 보였어요.

  제가 기독교인이어선지 책 중간중간 나오는 종교적 문장들도 인상깊었어요. 지옥이란 구원받을 기횔을 잃은 곳이고, 천국은 유혹받을 기회가 없는 곳이라는 설명도 새삼 놀라웠어요. 어쩜 저렇게 잘 설명했는지. 작가의 문장력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문장이었어요.

  출생의 비밀 등이 나오며 살짝 막장 드라마 같은 분위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참 잘 쓴 소설이에요. 중간중간 나오는 짧은 글들과 시구들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줘서 좀 특별한 구조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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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박사 데니스 홍의 꿈 설계도
데니스 홍 지음, 유준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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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어린이책] 로봇 박사 데니스 홍의 꿈 설계도 / 데니스 홍 / 유준재 / 샘터

 

꿈은 꿔야 이뤄진다





  제 어릴적 꿈은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였어요. 공상과학 그리기 대회에 나가서 로봇 청소기를 그려 상을 받기도 했지요. 로봇 청소기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 저는 동그란 바퀴가 네 개 달린 청소기가 빗자루를 들고 방을 청소하는 그림을 그렸어요. 벌써 30여 년 전이네요. 하지만 저는 부모 없이 할머니께 맡겨지며 너무 없이 살았어요. 재능을 키워줄 부모도 없었고 데니스 홍처럼 공구며 꿈을 키워줄 만한 도구를 사줄 사람도 없었지요. 무언가를 만드는 건 좋아했지만 굴러다니는 우유각이나 나무조각만 가지고 놀 뿐이었어요. 만약 저도 데니스 홍의 부모 같은 엄마와 아빠가 있었다면 과학자가 됐을까요?


  제 그 다음 꿈은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는 거였어요. 이 꿈은 중학교에 올라가며 새로 가진 꿈이에요. 종이와 볼펜만 있으면 이 꿈을 준비할 수 있었어요. 저는 열심히 글을 썼고 군대에 가기 전까지 장편 2 편, 단편 5 편, 시 300여 편을 썼지요. 지금 와서 다시 읽어 보면 맞춤법 틀린 건 애교로 봐줄만 한데 너무 유치하더군요. 세상에 안 나오길 잘한 것 같아요.

  군대 제대한 후엔 돈을 벌 목적으로 살며 꿈을 잊어버렸어요. 그러다가 3년 전 다시 꿈이 생각났지요. 그렇게 저는 소설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썼고 드디어 제 책이 나온답니다. 38이라는 나이에 나오는 책이라니 좀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쓰려고요.


  데니스 홍은 부모의 대단한 지원이 있었더군요. 저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가 부러웠어요. 나도 저런 부모가 있었다면 더 빨리 꿈을 이룰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을 하니 그냥 마냥 부러웠어요. 하지만 잠시만 부러워 했답니다. 내가 데니스 홍의 부모 같은 사람이 되면 된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제 아들을 지원하는 부모가 되려고요. 아이의 꿈을 이뤄주는 부모가 되려고요. 데니스 홍의 부모가 데니스 홍을 과학자로 만들었듯 저도 멋진 부모가 되기로 했어요. 그랬더니 이젠 전혀 부럽지 않아요.


  이 책은 어린이용 책으로, 아이들에게 꿈을 갖게 해줘요. 꿈을 이루기 위해 행동하라고 조언해줘요. 지금의 데니스 홍이 있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아주 잘 설명해요. 특히 그의 어린시절 얘기들은 아이들에게 교훈적으로 아주 좋아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주거든요. 그리고 부모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도 있어요. 창의력을 위해선 부모의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 좋아하고 잘하고 가치 있는 일들을 꿈으로 찾도록 풍부한 경험을 시켜주라는 것, 자녀를 격려하고 칭찬해주라는 것 등을 읽으며 내가 바로 이런 부모가 돼야 겠다고 다짐했어요. 으핫, 저 멋진 아빠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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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의 하루 - 권력 아래 가려진 왕비들의 역사 하루 시리즈
이한우 지음 / 김영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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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역사] 왕비의 하루 / 이한우 / 김영사

 

왕비들의 역사

 


 

 

  조선의 왕비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왕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둡게 살았거나 왕비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권세를 누리고 살지는 않았을까요? 이 책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왕비부터 시작해서 조선의 여러 왕비의 일생을 다뤄요. 책 제목에 '하루'라는 글자가 있긴 하지만, 왕비의 아침은 이렇고 점심은이렇고 저녁은 이렇다는 내용은 아니에요. 조선의 특정 왕비의 일생을 다뤘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거예요. 그런 면에서 보면 제목이 조금 아쉽다는.

 

  조선의 첫 왕비인 신덕왕후 강씨, 그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이성계의 두번째 부인이지만 조선 건국 당시 첫번째 부인은 죽고 없었기 때문에 조선의 첫 국모가 돼요. 하지만 자신의 배로 난 자식이 아닌 이방원을 두려워 하지요. 조선 건국 시에는 강씨 집안이 어느정도 세력이 있었나봐요. 신덕왕후의 간청으로 태자로 자신이 난 아들이 되게 하는 힘이 있었으니까요. 그녀는 이방원이 태자가 되면 자신의 두 아들이 죽을까 걱정했던 거예요. 모든 게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는 것 같았지만 운명은 그녀의 바람을 거부했어요. 그녀가 단명을 한 거예요. 이방원은 식덩왕후가 죽자마다 그녀의 두 아들을 죽여버리지요. 첫 국모는 그렇게 비운의 왕비가 돼버렸어요.  첫 왕비부터 비운이었던 게 잘못이었을까요? 조선엔 유난히도 비운의 왕비가 많아요. 고려의 역사 또는 4국시대의 역사에도 이렇게 많은 비운의 왕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유난히도 많은 것 같아요.

 

  이 책이 두 번째 다룬 왕비는 폐비 윤씨에요. 드라마로 너무 많이 만들어서 지겨울 정도지요. 왜 그녀를 드라마로 영화로 많이 다뤘을까요? 그녀의 죽음이 억울해서라고 생각해요. 너무나 극적이고 너무나 안타깝고 너무나 슬퍼서 극 소재로 많이 다뤄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폐비 윤씨는 조선 역사에 처음으로 폐해진 왕비에요. 저는 조선의 어두운 역사의 시작이 바로 폐비 윤씨라고 생각해요.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왕이 된 아들도 폐해지는 일이 벌어지잖아요. 그녀의 아들 연산군은 왕궁에서 태어난 최초의 원자로 가장 정통성 있는 왕이었다고 해요. 비운의 임금 연산군과 폐비 윤씨의 이야기는 제발좀 그만 극화 했으면 좋겠어요. 이 나라 5천년 역사에 다룰 게 그리도 없나?

 

  조선은 남성 권력 사회에요. 이런 조선에서 여성이면서 남성적 권력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 바로 왕비라고 해요. 책 첫 꼭지에는 책 제목대로 왕비의 하루를 소개해요. 왕비의 품계를 비롯 조선의 품계도 같이 소개하지요. 저는 이 소개를 읽으며 새로운 걸 많이 배웠어요. 명칭도 우리가 흔히 들은 것만 있는 게 아니더군요. 다양한 명칭과 다양한 품계들이 있었어요. 왕비와 첩의 품계가 매우 높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우리가 그동안 TV로 보던 건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왕의 권력을 휘두른 유일한 여성 문정왕후, 현직 왕비로 유일하게 정권을 장악한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읽으며 여성이 어떻게 남성 권력에 맞서는지도 볼 수 있어요. 때로는 역사를 바꾸기도 하고 역사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는 왕비의 운명을 보며 '나 라면 그냥 왕비 안 하고 평범하게 살겠다'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물론 조선의 왕비들이 자의 보다는 타의로 왕비가 됐겠지만요.

  숙종과 장희빈의 이야기를 읽을 땐 한숨도 많이 나왔어요. 조선이 이 꼬라지로 돌아가고 있었구나 한심했어요. 이 시기 서방 국가들과 비교하면 참으로 안타깝더군요. 우물안에서 잘나 봐야 개구린데.

  가깝지만 먼 조선의 역사. 이렇게 왕비를 소재로 읽으니 좋았어요.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잘 써서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갔거든요. 나중에 저도 조선 왕비를 소재로 소설 하나 써보고 싶을 정도로 좋았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책 제목을 '조선의 왕비들'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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