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분석 - 현암신서 82
클리언스 부룩스 / 현암사 / 199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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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 어떻게든 구하라. 뉴 크리티시즘을 주창한 비평의 석학 클리언스 브룩스의 저작. 신비평으로 소설을 톺아본다. 이런 책이 한때 번역되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 이런 책을 재간하지 못하는 출판사들의 둔감함에 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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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지음, 존 말루프 엮음, 박여진 옮김, 하워드 그린버그 해제, 로라 립먼 서 / 윌북아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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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화‘를 의식하지 않았기에 상품이 될 수 없고, 그렇기에 오롯이 예술일 수 있는, 대단히 드문 예술로서의 사진. 스스로 천재 예술가임을 눈치채지 못하고 떠난 비비안 마이어의 ‘진짜배기‘ 천재성을 추앙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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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8-03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책들이
나오다가 멈춰 섰었는데 다시 가동되
었나 보네요.

이 또한 지독한 일상성의 기록이 아닌
가 싶기도 하네요.

젤소민아 2022-08-03 12:48   좋아요 2 | URL
네. 2015년도에 같은 제목으로 나온 사진집의 개정판입니다. 레삭매냐님도 비비안 마이어를 좋아하시나요~다이앤 아버스가 ‘소외‘의 프레임이라면 비비안 마이어는 ‘일상‘의 프레임. 그럼에도 겹치는 지점은 있는 것도 같다는 게 신기하고요.
 
월터 머치와의 대화 - 영화 편집의 예술과 기술
마이클 온다치 지음, 이태선 옮김 / 비즈앤비즈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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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면서는 평생 제일 많이, 오래 해오던 일을 놓게 될 줄 알았다.

편집.


기사편집

잡지편집


편집일이다.


그런데 소설을 쓰면서 내가 평생 제일 많이, 오래 해오던 일이

아주 적절하게 요긴함을 본다.


내친 김에 영화 편집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그 첫 책이 [월터 머치와의 대화]여서 아주 운이 좋았다.


별 말도 아닌데, 소름끼친 문장.


이 팔다리를 잘라냄으로써 영화는 몸통을 얻었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잘라내기를 그렇게 못하고 있다.

적어넣은 문장이 아까워 죽겠다.

어떻게든 살리려 몸부림을 친다.


그렇게 몸부림을 치는 것을, 소설이 알아본다.

소설이 물 먹은 종이처럼 오그라지고

두더지처럼 여기저기 지면을 들쑤셔 댄다.


잘라냄


잘라냄으로써 오히려 얻어지는 몸통.

신의 한 수를 배웠다.


제가 인생에서 깨달은 점 한 가지는, 9~11세 무렵에 가장 좋아하던 것과

관련 있는 일을 직업으로 택하면 행복하게 살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나는 이 나이에 뭐했드라?


계몽사 소년소녀 명작소설을 열 번쯤 반복해서 읽고 있었다.

엄마가 다른 책을 책 바로 들일 여유가 없어서.


계몽사 소년소녀 명작소설을 열 두쯤 반복해서 읽어야 할 즈음

계림사의 노란 표지, 다른 명작 소설이 들어왔다.


그래서 지금, 나는 소설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택하고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9~11세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이 한 문장을 꼭 추천하고 싶다.

육아책 아니고, '영화 편집' 책이라 대단히 맥락없어 보이지만. 


지금 앞쪽을 읽는 중이라 더 긴 이야기는 나중에.

이 팔다리를 잘라냄으로써 영화는 몸통을 얻었습니다. - P29

제가 인생에서 깨달은 점 한 가지는, 9~11세 무렵에 가장 좋아하던 것과

관련 있는 일을 직업으로 택하면 행복하게 살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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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문학 - 철학이 사랑한 사진 그리고 우리 시대의 사진가들
이광수 지음 / 알렙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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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관한 책이다.

그래서 '사진'과 뗄 수 없는 수잔 손택, 벤야민도 여지없이 등장한다.


밑줄을 긋다보면 모든 문장에 긋게 되는 책.


나는 이런 책은,

두권씩 산다.


하나는 밑줄 그으며 밑줄 그은 내용을 내 머리 속에 저장하는 용도,

다른 하나는 내 책꽂이 한 공간에 버젓하게 위치시키려는 용도.


고이, 온전한 상태로.


그 정도로 좋다.


아직 초반밖에 못 읽었는데도 그렇다.


사진은 존재에 대한 증명이다.(중략) 달리 말하면 부재의 증명이 되기도 한다.


사진가가 실재를 보면서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을 틀 안에 포함하고

다른 부분은 배제시켜 버림으로써 실재에 대한 또 다른 종류의 왜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15p)


이들은 문학을 함의한, 둔중한 문장이다. 


사진가,를 '소설가'로 바꾸어보자.


소설가가 실제를 보면서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을 소설 안에 포함하고 다른 부분은 배제시켜 버림으로써 실재에 대한 또 다른 종류의 '왜곡'(긍정적 의미로는, '눈뜸'같은)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떤가.


우리는 무언가에 '눈뜸'을 하기 위해 무언가를 응시하려 한다.


그런데 저자는 사진으로 '배제'를 제안한다.


소설 속에 표현되어 포함된 것은

그 많은 현상 중에서 무언가를 배제한 결과.


이런 '배제'와 연관된 다른 책의 글귀를 보자.


인간 자체까지도 포함한 하나하나의 '물체'가,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모든 일들을 포함하는데, 그것이 의식으로 포착되지 않은 채 사라져 버리면, 그렇게 살아온 생활은 인간에게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다. [소설의 방법/오에 겐자부로/소화/2003] 15p



소설의 기능이나 의의에 관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지론이다. 


세상의 모든 의미있는 것들은 인간의 의식에 포착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원래 있었는데 없던 것이 된다.


의미있는 것들, 혹은 의미없는 것들조차에도

의미를 찾고 입히고 더하는 것이 기쁜 '왜곡'일 거다.

그래야 인간의 의식에 포착될 수 있을 테다.


그렇지,

그게 '포함'이 아니라 '배제'에 의해서 수월해질 수 있는 거지.

아니, 더 효과적이거나 정확할 수 있는 거지.


뒤통수를 맞은 듯 기분좋게 뻐근할 지경이다.


카메라의 프레임(틀)안에 넣음으로써 창조되는 가치,

동시에 배제시킴으로써 

어떤 존재의 '왜곡', 즉 '다르게 보기' 같은 의미있는 행위가 가능해지는.


무분별하고 무책임하고 대단히 이기적인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그 무엇들.

거기서 무엇을 배제하면, 

시야에 들어온 그 무엇이 다르게 보인다는 거.


그럴 거 같다.


알고 있는 것도 누군가가 누군가의 언어로 제시해 주면, 그제야 잡힌다.


그걸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을까?


참 신기한 것은,

다 아는 글자이고, 모르는 내용도 아닌데

굉장히 새로운 걸 대하는 느낌.


저자의 언어가 새롭기 때문일 거다. 


이 책은 '사진'에 관한 저작이니

사진에 관한 것이고

따라서 '보기'에 관한 것이다.


기존과 달리 보기를 하고 싶다면,

인문학적인 보기를 하고 싶다면,


두 권 정도는 소장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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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2-07-21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문장에 밑줄 긋게 된다니 무척 궁금해지네요. ^^

젤소민아 2022-07-21 11:50   좋아요 1 | URL
제가 밑줄에 좀 인색하거든요. 어지간히 맘에 들지 않으면 잘 안치는데..이 책은 온통 밑줄~~ㅎㅎ 왕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2-07-2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두 권 사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오래 전, 피규어를 사
모으던 친구가 꼭 두 개씩 사
던 기억이 나네요.

하나는 어루만짐용으로 또 다
른 하나는 아예 언박싱도 안
한 소장각으로.

제프 다이어의 사진에 대한 책
이 9월에 중고로 풀리길 기대
하고 있습니다.

젤소민아 2022-07-21 12:03   좋아요 1 | URL
제프 다이어와 존 버거는 어지간하면 중고가 안 뜨죠...ㅠㅠ 눈뜨고 대기하다 진물날 지경..ㅎㅎ 레삭매냐님도 그맴 아시는군요~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 - 노동의 풍경과 삶의 향기를 담은 내 인생의 문장들
강광석 외 지음, 박지홍.이연희 엮음, 노순택 사진 / 봄날의책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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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풍경과 생활의 향기를 담은 글. 노동과 생활. 이질적이다. 일과 생활,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활은 노동으로 인해 고단해지는 무엇이다. 노동의 풍경과 삶의 속내,라면 또 모르겠다. 그래서 구입했다. 이놈의 노동을 통해 삶에 향기를 입힐 수 있다면, 싶어서


노동 이야기는 3장에 일부 나온다.


적다.


대부분 고향과 가족, 일상 이야기다.

여기다가 왜 '노동'을 넣었을까?

그리고 부제에 왜 제일 앞에 '노동'을 넣었을까?


그제야 출판사 제공 책소개를 보니 (유명)작가들의 글 모음이다.


'노동의 풍경과 생활의 향기'를 테마로 해서 글을 모은 게 아니라

이미 어느 지면들에 발표된 글들을 이후에 모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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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떻게 준비되었나?
시작은 단순했다. 어느 날 신문에서 작가 S의 글을 보았다. 제목이 <대보름>이었다. 참 좋았다. 그런 글들이 모아진 책은 없나, 찾아보았다. 볼만한 시 선집은 많은데 괜찮은 산문 선집은 별로 없었다. 있어도 대개는 문학 교과서, 국어 교과서의 보조 노릇을 할 따름이었다. 특히 삶의 생생한 현장을 담은 글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글들을 모아보자는 소박한 마음에서 이 책은 준비되었다. 대다수 생활인이 공감하고 즐길 만한 산문들을 한곳에 모아보고 싶었다.
드디어 작업에 들어갔다. 난관은 곳곳에 있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다루어야 할지, 누구를 넣고 누구를 넣지 말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 하는 문제 등 끝이 없었다. 뭔가 선별의 기준이 필요했다. 최소한의 기준.

누구의, 어떤 글을, 왜 수록했는가, 하는 기록
우선, 다루는 시기를 최근 10여 년으로 한정했다.
모든 산문을 한없이 살펴볼 수 없기에 현실적으로 작업 가능한 시기를 정해야 했으므로. 대략 2000년 이후부터, 동시대의 것이라 부를 만한 글들을 담았다.
다루는 내용에는 별 제약을 두지 않았다. 노동, 생활, 취미와 취향 등 넓은 의미에서 ‘인생이라 부를 만한 것들을 최대한 망라하고자 했다. 생활과 노동에 대한 존중, 타자(사람일 수도 있고 또 자연일 수도 있겠다)에 대한 배려심이 담긴 글이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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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들은 보니 기라성같은 동시대 작가들이다.

시인, 소설가.


'노동의 현장' 혹은 '생활의 향기'를 주제를 사전에 정하고

그에 맞는 글을 써달라 했다면

달랐을 것이다. 


좋은 글을 모았다면 그냥 '좋은 산문의 향연'이 나았겠다.

테마가 각각 달라도 무안하지 않을 정도로

테마를 알아서 세우는 일은 독자의 몫이 되어도 좋았겠다.


부제에 제일 먼저 나온 단어가 '노동'이라 '노동'을 흠씬 기대했던 모양이다.


이 책에서 '노동'의 부제는 실로 적다.

부제에 달릴 정도가 아닐 정도로. 


대다수는,

그냥 '삶의 향기'다.


부제 이야기를 좀더 해야겠다.


[노동의 풍경과 삶의 향기를 담은 내 인생의 문장들]


여기서 '내'는 누구인가?

필자들?

그렇다면 그들이 선택한 문장들이 나와줘야 하지 않나?


아니면 독자들이 받아들, 필자들의 문장들이란 소린가?


어떤 쪽이든 도착점에 도달하지 못한다.

필자들의 문장들이라면, 소개된 문장들이 없고,

독자들의 문장들이라면, 도드라진 문장보다는 어우러진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므로.


따로따로 본 글의 수준은?


잘 쓰는 작가들답게, 좋다.

그러나 신문의 한정된 지면에 복닥이며 넣어야 했을 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짧아서 

여운을 남기기엔 조금 무리 있다.


쉽게 읽고 싶지 않은 테마였는데,

쉽게 읽힌다.


장점일까, 단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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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7-21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동이야말로 삶의 향기
일까요...

역주행의 시대에 다시 한
번 노동탄압으로 위기정
국을 돌파하려는 모습에
십수년 전으로 돌아가 버
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젤소민아 2022-07-2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동과 삶의 향기는 저한텐 왜 그리 이질적으로 들릴까요...제러미 리프킨이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리라면서 인간은 노동에서 해방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한 말이 깊게 남아서일까요. 노동은 그것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는 대상같고 삶은 그 해방으로 도입해야 하는 무엇같고 말이죠.

그리고 레삭매냐님이 말씀하신 노동탄압...기득권/권력층이 존재하는 한 질기게 살아남을 행태겠죠. 슬픈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