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출판사들이 기획 총서로 발간하고 있는 인문학 총서 시리즈들. 이들 중에서 입문격인 책들이 학자 이름을 달고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보니, 이 기획 시리즈도 거의가 절판되어 가고 있다. 이와 비슷한(학자 이름을 내걸거나 명저를 해설한) 새로운 인문학 해설서 총서가 몇 군데에서 나오고 있긴 하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살림 출판사의 [e시대의 절대사상] 시리즈는 32권으로 완간됐고, 김영사의 [인문학의 생각읽기]시리즈는 현재 7권이 발매중이다. 세창미디어의 세창명저산책은 현재 26권이 나와있다. 현암사의 [우리시대 고전읽기 질문총서]도 5권 정도가 발간되어 있다. 대형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인문학 해설 총서는 이쯤 된다. 아, 아직 절판되지 않은 [하룻밤 지식여행]과 [HOW TO READ] 시리즈의 몇몇 권도 찾을 수 있겠다.

 

 

 

 

 

 

 

 

 

이전 인문학 입문서 시리즈 목록을 봐도, 현재 나오고 있는 해설서 총서들을 봐도 들뢰즈나 데리다 등은 꽤 많이 출간됐고, 칸트나 헤겔 역시 지속적으로 출간되어 왔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베르그손과 막스 베버는 거의 없다. 지금은 절판된 인문학 해설 총서에도 없고, 살림이나 세창에서도 발견할 수가 없다. 일부 베르그손과 베버 전공자가 단행본으로 낸 것은 있지만 총서 일부로 발간된 건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아주 오래 전에 [지성의 샘] 시리즈에서 <베르그송>이 포함되긴 했었다. 그런데, 이 시리즈 판본이 시공사 시공로고스 총서로 넘어가면서 동양철학자와 서양철학자 몇 명이 뼈졌는데, 그때 <라이헨바하>와 <베르그손>이 제외되었다.(아, 메를로퐁티도 제외 됐었지) 이후 인문학 해설 총서에서 베르그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만 송수영 교수에 의해 <베르크손>이 홍경실 교수에 의해 <베르그손의 철학>이 각각 단행본으로 발간됐을 뿐이다.

 

베버도 마찬가지. 1980년대 학문과사상사에서 현대사상선서 시리즈로 <막스 베버>(프랭크 파킨, 1985)가 발간된 적이 있다. 80년대 막스 베버  인기는 현재의 들뢰즈 인기 쯤 됐던 거 같다. 하지만 그때도 베버 연구서나 베버에 대한 저작 번역물은 많았지, 베버에 대한 조망을 해 주는 입문서는 이 책이 유일했던 것 같다. (이 책 외에는 정말 기억나는 게 없다. ㅜㅜ)

 

프랭크 파킨이 지은 <막스 베버>는 입문자가 원하는 '사상가 해설서'의 표본과도 같다. 막스 베버의 주요 저서들을 그가 연구한 주제별로 간결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주요 이론들 중 일부분이 새로운 시각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얇지만(200페이지도 안 된다.) 저자의 내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막스 베버 입문서다.

 

그런데, 현재 이 정도 수준의 막스 베버 입문서가 단 한권도 없다는 사실이다. (베르그손은 송수영 교수가 거의 비슷하게 작업을 해 낸 게 <베르그손>이다.) 전공자인 김덕영 교수의 막스 베버가 있지만 이건 뭐, 읽기가 민망할 정도로 베버를 예찬하고 있으니, 입문서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마리안느 베버의 책은 베버의 전기다.

 

 

 

 

  

 

 

 

 

과거나 현재나 입문 해설 총서에서 베르그손과 베버가 빠져있는 상황이 정말 이상하다. 현재 베르그손은 거의 잊혀진 철학자같다. 들뢰즈에 의해 논의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출간되는 게 거의 없다. 베버는 양적으로는 많은 논문이 있고 여러 연구서들과 그의 저작들이 줄기차게 번역되고 있는 것에 비해 교양 입문서가 없다는 게 불가사의할 정도다.

살림지식 총서에서도 아직까지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플로티누스, 아도르노, 마르쿠제, 후설이 출간 된 것을 보면 기대감은 든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지식'을 모토로 하는 살림지식 총서에서도 아직까지 베버와 베르그손은 만나 볼 수 없다. 책세상 문고 고전시리즈에서도 베르그손 주저들이 번역되지 않고 있다!

 

해당 전공자들은 꽤 있는 것 같은데, 총서 기획위원들이 이들을 간과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전공자들이 집필을 고사하고 있는 건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명성과 빼어난 저작물들에 비해 이들의 입문서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 이상하고 아쉬울 뿐이다.

 

의심이 깊어지다 보니, 아직까지 인문학 해설 총서에 베버와 베르그손이 없다는 사실로부터 나는 다음과 같은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입문 시장에서는 이들로(베버와 베르그손) 재미를 볼 수 없어서 그런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사상가들인가? 정말?

-달라이 라마를 아는 것이 이들을 아는 것보다 더 유익한가?

 

뭐, 여기에 대한 답은 인문 교양 해설서를 내는 출판사만 알겠지. 에휴~ 이런 걸 이상하게 여기는 내가 이상한 건지 아니면 출판사가 이상한 건지.. 어쨌든 이상한 건 분명하다는 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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