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조편성이 막을 내렸다. 우려했던 최악의 조편성을 피해 우리는 B조에 편성됐다.
아르헨, 나이지리아, 그리스

외신들의 전언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조4위를 할 확율을 40퍼센트 넘게 봤다. 아르헨이 1위, 2위를 놓고 나이지리아와 그리스가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는 상반되게 아르헨을 제외하고는 경합할 것이라는 견해와 우리나라가 2위로 16강 티켓을 얻을 것이라는 견해도 간간히 나오고는 있다.

도박사들도 우리나라가 16강 진출을 힘들다고 내다봤는데, 아무래도 아시아국가이고 피파랭킹이 한 몫한 것 같다.

외신들은 월드컵 역사에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험난한 조편성에 들었었는지 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최악의 조편성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기 내용을 떠나 패가 많다고 우리나라를 약체로 분류하기엔 우리나라 축구가 너무 과소평가돼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일단 우리나라는 지난 06년 월드컵 조편성 국가인 프랑스-스위스-토고 보다 이번 조편성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사실이다.

먼저 이번 조편성이 왜 역대 최고인지 한 번 짚고 넘어가보도록 하자.

A조부터 H조까지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가 속한 B조가 상대적으로 가장 수월하다. 우리와 비슷한 조편성으로는 A조, C조, H조 정도가 비교될 수 있겠다. 남아공-멕시코-우루과이-프랑스, 잉글랜드-미국-알제리-슬로베니아, 스페인-스위스-온두라스-칠레의 편성인데, 포트국으로 따져봐도 B조보다 수월한 조는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멕시코를 대신해서 A조에 속한다라고 가정해 보면 우루과이 프랑스보다 아르헨 나이지리아가 훨씬 상대하기 수월하다. 아르헨과 남아공은 우리가 1그룹에서 만나길 원했던 국가다. 아르헨과 프랑스를 비슷하게 치면, 우루과이와 나이지리아와의 비교가 남는다. 우리는 역대 우루과이와의 대전에서 한 번도 이긴적이 없다. 하지만 나이지리아는 상대전적에서 앞서고 있고, 아프리카의 맹주였던 경기력을 현재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팀 중에서 남아공과 알제리를 제외한 상대적 약체가 나이지리아다.

미국이 배정된 C조에 우리가 속한다고 가정해 볼 경우 B조와 대등한 좋은 편성이다. 이때 문제는 슬로베니아와 잉글랜드다. 유럽팀이 두팀 들어가 있다. 개인적으로 현재의 잉글랜드가 아르헨보다 상대하기 껄끄럽다고 생각한다. 아르헨과 잉글랜드가 전력이 박빙이라면 문제는 슬로베니아다. 슬로베니아는 그리스와 전력면에서 차원이 다른다. 그리스와 슬로베니아의 유럽예선 조편성을 보면 그리스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전력이 쳐지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슬로베니아는 슬로바키아, 체코, 폴란드, 북아일랜드로 이루어진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아 플레이오프에서 러시아를 따돌리고 본선행에 성공한 강호다. 힘의 축구를 구사하며 수비가 일품이다. 거친축구를 구사하는 면에서 유고와 체코 축구에 전통적으로 약한 우리나라가 상대하기 꽤 버거운 팀이다. 여기에 비해 그리스는 스위스-라트비아-이스라엘-룩셈부르크-몰도바로 짜여진 조에서 조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우크라이나를 꺽고 본선에 오른 팀이다. 그리스가 속한 조는 유럽예선에서 가장 약한 조이다. 여기서 그리스는 스위스에게 2번 모두 패했다. 그리스가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국가 중 가장 약한 팀이라는 것은 이를 두고 판단 가능하다 하겠다.

이제 나이지리아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의 튀니지-모잠비크-케냐의 조에서 튀니지를 극적으로 밀어내고 본성행에 성공했다. 만약 튀니지가 올라왔다면 우리나라는 1승제물로 남아공과 같이 거론했겠지만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였던 나이지리아여서 말이 많은 것 같다. 나이지리아의 경기력은 이전만 못하다. 튀니지와 비등하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이전 월드컵에서 세계강호들을 위협하던 그 나이지리아가 아니다. 우리가 02년의 한국이 아니듯이.

한국의 전력상 아프리카 팀들 중에서 이기기 힘든 나라는 코트니브아르와 가나 정도다. 지난 06년 평가전에서 보았듯이 가나는 우리가 정말 넘기 힘즌 팀이다. 거의 발린 경기였다. 스코어 상으로는 두번 다 3-1로 졌지만 내용면에서는 4점차 이상으로 대패한 경기였다. 힘과 스피드 높이에서 모두 발렸다. 코트디는 가나를 넘어서는 팀이라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아르헨이다. 아르헨은 전통의 우승후보다. 선수 개인만으로도 화려하다. 하지만 남미예선에서 아르헨이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이하였다. 무려 6패나 당했다. 그런데 그 6패가 모두 원정경기였고, 모두 고산지대에서 한 경기였다. 이번에 아르헨과 경기하는 곳은 해발 1700미터의 고산지대이다. 우리가 아르헨과 해 볼만하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아르헨이 남미 예선 경기처럼 형편없는 경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감독이 바뀌면 우리의 고전이 예상되기 충분하다. 하지만 02년 월드컵때처럼 상대를 철저히 분석하고 임한다면 결코 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르헨을 본선에서 2번째 만난다. 86년 때는 허무하게 졌지만 이제는 지지 않을 때이다.

A조보다 수월한 이 조에서 16강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축구실력이 그정보 밖에 안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만약 G조와 같은 조에 들어 예선라운드에서 탈락한다면 위안이라도 삼을 수 있다. 하지만 B조는 전력이 강한 팀이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 아르헨을 제외한 두 국가는 미국월드컵 당시의 볼리비아 정도일 것이다. 지금의 한국축구가 이 두 국가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한국 축구가 답보 상태에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때 비로소 비난을 퍼부어도 늦지 않다.

우리나라가 참가한 역대 월드컵의 조편성을 들여다 보라. 남아공 월드컵 B조보다 훨씬 험난한 조편성이었다. 항상 원정 월드컵에서 아쉽게 짐을 싸야했고, 세계 축구의 벽 운운하며 아쉬움을 달랬지만, 현재의 조편성은 그런 말로 위안을 삼을 수 없다. 지난 독일 월드컵에서 아쉽게 결선 토너먼트에 실패한 것은 스위스에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성적도 준수했다. 핸들링 반칙만 제대로 잡아냈어도 이기거나 비기는 경기였고, 경기내용도 좋았다.

현재의 B조는 그런 아쉬움을 토로할 수 없는 국가들이다. 프랑스나 스위스보다 한참 떨어지는 전력을 갖는 나이지리아와 그리스다. 이제는 한국축구의 위상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때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에서 점점 나아지는 성적으로 보여줘왔다. 02월드컵을 제외하고 원정 월드컵만 보더라도 우리는 드디어 승점4점에 도달했다. 이제 다가오는 월드컵에는 이 4점을 넘어 16강에 진출하는 일만 남았다. 철저히 준비하고 연구하여 유종의 밀을 거두기 바라마지 않는다~ 한국축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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