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무덤
권지예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꿈꾸는 마리오네뜨>이후 두 번째로 만나보는 권지예의 소설집. <꿈꾸는..>에서 권지예는 불륜에 대한 여성적 시각을 색다르게 그려냈었는데, <꽃게무덤>에서는 전작보다 더 넓은 소재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뭐, 여전히 사랑에 대한 것들이지만)

특히 ‘비밀’과 ‘여자의 몸 Before & After’,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등이 그렇다. 이전의 작품에서 이탈된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단편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김형중이 권지예를 평한 부분에도 드러나 있다. “어떤 소설가도 자신에게 익숙한 테마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주제를 제 몫으로 감당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하고, 그런 작품으로서 ‘봉인’, ‘우렁각시~’, ‘여자의 몸~’을 들고 있다.

단편들을 관통하는 뭔가가 있다. “불 위의 깊은 물” 김형중이 <꽃게무덤>을 한 마디로 정리한 말이다. 그는 권지예의 소설적 모티브를 물과 불의 바슐라르적 원소론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작인 <꿈꾸는 마리오네뜨>에서 가족의 파산과 복원 사이에서 권지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투우’, ‘섬’, ‘정육점여자’, ‘나무물고기’ 등이 그랬다. 모두 일탈과 귀환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성 주인공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바로 그 줄타기로부터 <뱀장어스튜> 혹은 ‘요리의 윤리학’이 탄생한다. 요동치는 모든 것을 고아내는 냄비는 타협적인 윤리였다.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감당하기 힘들 때 갈등의 주체는 쉽게 윤리 속으로 도주한다. 그 도덕은 내부의 두 원소, 물과 불을 가지고 있는데 물이 가까스로 불의 파국을 막고 있다” (p321)

하긴 이번 소설집에는 물의 이미지가 많기는 하다. 평론가 김형중의 말처럼 <꽃게무덤>이 물의 이미지가 압도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리고 그의 물과 불의 원소론으로 이전작과 연결해서 이번 소설집을 분석한 면도 탁월했다. 그럴듯하다. 이전에 읽었던 권지예의 작품이 생각나며 그의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불의 이미지는 ‘불과 물;로 분석하기에는 매우 미약한 게 아닌지. 모든 불륜을 포함한 사랑의 감정은 모두 불의 이미지를 포함하기에, 권지예 소설집에서 불의 이미지가 두드러진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것은 작가의 표현론에 속하는 영역으로 애써 분석할 대상은 아닌 듯싶다.)

어쨌든 <꽃게무덤>은 이전의 작품보다 훨씬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음에 주목할 만하다. 초기 소설집이 진부한 불륜을 다루고 있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나아졌다고나할까.

비록 한계는 있지만 좀 더 소재를 넓혀가는 작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신의 성정체성과 자신의 유학적 배경에 머물지 말고 좀더 큰 스케일의 작가 말이다.

자기분야 이외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시도를 하는 것이 여류작가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이정표의 하나가 될 수 있기에...

꽃게무덤/ 뱀장어스튜/ 우렁각시는 어디로갔나/ 비밀/ 여자의 몸-Before&After/ 신장카페 설국 1km/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물의 여인/ 봉인 등 총9편. 이 단편 들 중 뱀장어스튜가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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